‘폭스 로드쇼’는 이십세기폭스의 로고와 경쾌한 팡파르 소리로 포문을 열었다. 1935년 ‘폭스 필름’과 ‘이십세기 픽쳐’가 합병해 탄생한 이십세기폭스는 이날 그들이 제작했던 다수의 흥행작들을 보여줬다. 마를린 먼로가 주연을 맡았던 <7년만의 외출>을 비롯해 율 브리너의 <왕과 나>,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출연했던 <클레오파트라> <사운드 오브 뮤직> <스타워즈> 시리즈, <에이리언> 시리즈 그리고 2009년 개봉해 최고의 흥행작으로 기록됐던 <아바타>까지 그동안 이십세기폭스가 걸어왔던 길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명맥을 이어나갈 12편의 영화는 새로 기획된 작품들 보다 이전 영화의 프리퀄이나 시리즈 영화가 많았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와 <혹성탈출: 반란의 시작>은 각각 <엑스맨>과 <혹성탈출>의 프리퀄 영화다. 이십세기폭스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앨빈과 슈퍼밴드 3> <아이스 에이지 4: 대륙이동설>도 계속해서 시리즈를 이어간다.
다수의 3D 입체영화도 제작된다. <앨빈과 슈퍼밴드 3> <아이스 에이지 4: 대륙이동설>를 비롯해 게임 ‘앵그리 버드’를 소재로 한 <리오>등 애니메이션은 모두 3D 입체영화로 나온다. 또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SF 영화 <프로메테우스>(가제)와 이안 감독의 신작 <라이프 오브 파이>(가제)도 3D 입체영화로 만들어진다. 이 밖에도 짐 캐리 표 코미디 영화 <MR. 파퍼스 펭귄>, 아만다 사이프리드 주연의 <나우>(가제), 동물원을 산 가족 이야기를 그린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가제), <원티드>의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이 제작을 맡은 <다크 아워>(가제)와 그가 연출을 맡은 <아브라함 링컨: 뱀파이어 헌터>(가제)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거나 현재 제작중이다. 베일에 쌓여있는 12편의 영화를 차례로 만나보자.
|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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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하반기에는 총 7편의 작품이 선보인다. 첫 번째 영화는 브라이언 싱어가 제작을 맡은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다. 그가 <엑스맨 2>를 마지막으로 시리즈에서 떠난 이후, <엑스맨: 최후의 전쟁>과 <엑스맨 탄생: 울버린>이 개봉했지만 전편보다 저조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브라이언 싱어의 빈자리를 절실하게 느낀 이십세기폭스는 그를 제작자로 영입했다. 브라이언 싱어가 연출이 아닌 제작을 맡았다고 해서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킥 애스: 영웅의 탄생>으로 능력을 인정받은 매튜 본이 연출을 맡았으니 말이다. 이들이 뭉쳐서 만든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1960년대의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엑스맨’의 탄생 비화와 초기 엑스맨 멤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흥미로운 점은 젊은 시절 사비에 교수와 매그니토가 세상을 구하기 위해 힘을 합친 동료였다는 사실. 친구였던 이들이 왜 적으로 돌아섰는지를 상세하게 그릴 계획이다. 영화의 두 축인 젊은 시절 사비에와 매그니토 역에는 각각 제임스 맥어보이와 마이클 패스벤더가 캐스팅 됐다. 또한 케빈 베이컨이 악당 세바스찬 쇼 역을 맡았고, <윈터스 본>의 제니퍼 로렌스가 젊은 미스틱 역으로, <싱글맨>의 니콜라스 홀트가 젊은 비스트 역으로 등장한다. 이 영화가 최근 흥행이 저조했던 <엑스맨> 시리즈에 힘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는 전세계 최초로 개봉하는 국내에서 6월 2일 확인 할 수 있다.
| 3D 입체 애니메이션 <리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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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작품으로는 현재 미국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는 3D 입체 애니메이션 <리오>다. 이 영화는 그동안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를 제작한 Blue Sky Studios와 이십세기폭스의 노하우가 집결된 작품으로,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의 이끌었던 카를로스 살다나가 연출을 담당했다. 브라질을 배경으로 애완용 앵무새 ‘블루’와 친구들의 모험을 그린 <리오>는 유유히 하늘을 나는 새들의 움직임과 브라질 삼바 축제 카퍼레이드 등 3D 입체영상으로 구현한 장면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 이날 행사에서는 원색 색상을 잘 배합해 3D 입체감을 부각시킨 영상을 맛보기로 만날 수 있었다. <소셜 네트워크>의 제시 아이젠버그와 앤 해서웨이가 목소리 연기를 담당하고, 국내 더빙은 송중기와 박보영이 맡았다. 국내 개봉은 오는 7월 28일 예정이다.
| <혹성탈출: 반란의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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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에는 유인원의 반란을 지켜볼 수 있다. <혹성탈출: 반란의 시작>은 1968년 이십세기폭스가 제작한 <혹성탈출>의 프리퀄로 유인원들이 인간을 몰아내고, 지구를 점령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의 가장 큰 궁금증은 어떻게 해서 유인원들이 인간처럼 높은 지능을 갖게 됐는지 일거다. <혹성탈출: 반란의 시작>이 찾은 해답은 알츠하이머. 영화는 한 과학자가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유인원 실험을 하던 중, 그들의 뇌가 진화했다는 설정을 심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아바타>의 특수효과를 담당했던 웨타 스튜디오가 살아있는 듯한 유인원들의 움직임을 구현한다. <127시간>으로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제임스 프랑코는 과학자 윌 역을,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프리다 핀토는 그의 연인 캐롤라인 역을 맡았다. 또한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골룸 역을 맡았던 앤디 서키스가 이번에는 유인원의 우두머리 ‘시저’로 등장한다.
| <MR. 파퍼스 펭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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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캐리가 이번에는 12마리의 펭귄과 함께 코미디 영화에 출연한다. <MR. 파퍼스 펭귄>은 일에 미쳐 가족에게 소홀한 남자가 유산으로 받게 된 펭귄과 함께 지내면서 일어나는 소동을 그린다. <예스맨> 이후 뜸했던, 짐 캐리 표 코미디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이번에는 어떤 몸 개그로 관객에게 웃음을 전할지 기대된다. 또 하나의 가족 영화인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가제)도 올 겨울에 관객을 찾아온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아내를 잃은 한 가족의 아버지가 남겨진 아이들을 위해 쓰러져 가는 동물원을 사들이면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제리 맥과이어>의 카메론 크로우가 메가폰을 잡았고, 맷 데이먼, 스칼렛 요한슨, 그리고 다코다 패닝의 동생 엘르 패닝이 출연한다.
| 슈퍼밴드 3인방 (왼쪽부터)사이먼, 앨빈, 테오도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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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니콜 감독이 <가타카> 이후 오랜만에 SF 스릴러영화로 돌아온다. 그가 연출을 맡은 <인 타임>은 인류의 노화를 조작할 수 있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살인 누명을 쓴 주인공이 음모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칠드런 오브 맨>의 에릭 뉴만과 마크 아브라함이 제작자로 참여해 암울한 미래의 느낌을 영상화 할 예정이다. 주연 배우로는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저스틴 팀버레이크, 킬리언 머피가 캐스팅됐다. 마지막으로 3D 입체 애니메이션 <앨빈과 슈퍼밴드 3>도 합류한다. 이십세기폭스의 알토란같은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이 작품은 앙증맞고 귀여운 슈퍼밴드 3인방의 춤과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장점. 이번에는 여자 슈퍼밴드 3인방 ‘치페티’까지 합세해 6명이 무인도에서 표류한다.
| <다크 아워>(가제) 제작과 <아브라함 링컨: 뱀파이어 헌터>(가제)의 연출을 맡은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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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는 현재 제작중인 5편의 영화가 찾아온다. 먼저 <원티드>의 티무르 베크맘베토브가 각각 제작과 연출을 담당한 두 작품을 선보인다. 그가 제작을 맡은 <다크 아워>(가제)는 외계생명체의 공격으로 모스크바에 갇힌 네 명의 사투를 그린 작품. <어느날 갑자기>의 크리스 고락이 연출을 맡은 영화는 <원티드>에서 보여줬던 티무르 베크맘베토브의 액션 스타일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연출을 맡은 <아브라함 링컨: 뱀파이어 헌터>(가제)는 세스 그라한 스미스의 동명 소설을 리메이크했다. 제 16대 미국 대통령 링컨이 사실 뱀파이어 헌터였다는 설정을 토대로 진행되는 영화는 팀 버튼이 제작을 맡았다. 두 감독의 성향이 잘 묻어나온다면, <슬리피 할로우> 분위기에 <원티드>의 액션이 결합된 영상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 <아이스 에이지 2>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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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에이지> 시리즈도 계속된다. <아이스 에이지 4: 대륙이동설>이란 제목으로 개봉할 영화는 주인공 매니, 엘리, 시드, 디에고가 대륙 이동으로 인해 바다를 떠돌게 되고, 새로운 땅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세 편의 시리즈의 연출을 담당했던 카를로스 살다나 대신 <호튼> <로봇>의 스티브 마르티노가 메가폰을 잡았다. 이미 영화의 소재인 대륙이동설을 유쾌하게 그린 티저 예고편이 나와 있으니 미리 감상하고 싶은 분들은 찾아보기 바란다. 아! 그리고 이번 영화도 전작에 이어 3D 입체영화로 개봉할 계획이다.
| 리들리 스콧 감독과 <라이프 오브 파이>(가제)의 원작 <파이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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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두 편의 영화는 두 거장 감독의 작품이다. 먼저 리들리 스콧 감독이 SF 액션 영화 <프로메테우스>(가제)로 돌아온다. 영화는 그가 <에이리언> 프리퀄을 준비하다가 아이디어를 떠올린 작품으로, 고대 신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현재 영국 런던에서 대규모 세트를 짓는 중이며, 샤를리즈 테론, 마이클 패스밴더, 누미 라파스 등 주요 캐스팅이 진행 중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만든 3D 입체영화는 어떤 영상미를 구현할지 기대를 모은다.
또 한 편의 영화는 <색, 계>로 유명한 이안 감독의 신작 <라이프 오브 파이>(가제)다. 제목이 눈에 익을 거다. 맞다. 영화는 16살 소년과 호랑이의 믿을 수 없는 동행을 그린 얀 마텔의 동명 원작을 리메이크 했다. 책이 출간된 뒤 <식스 센스>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판권을 사들였지만, 결과적으로 이안 감독이 연출을 맡게 됐다. 이안 감독과 판타지라. <헐크>를 홈드라마로 만들어 원작 팬들의 원성을 샀던 그의 과거를 떠올리니, 걱정이 살짝 앞선다. 이 작품도 3D 입체영화로 제작된다.
2011년 4월 28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