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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공룡을 찾아서 <점박이 : 한반도의 공룡 3D> 한상호 감독
2012년 1월 26일 목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2009년부터 제작을 준비했다고 들었다. 3년의 시간을 쏟은 영화가 곧 개봉하는데, 심정이 어떤가?
-영화 퀄리티에 대한 자신이 있긴 한데, 개봉이 다가오니 한없이 겸허해 진다.

언론시사회 이전에 모니터링 시사를 한 걸로 알고 있다. 반응이 어땠나?
-괜찮았다.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좋아한다. 3D 입체영상으로 구현된 공룡을 보니까 신기해하더라.

제목이 <점박이 : 한반도의 공룡 3D>(이하 ‘점박이 3D’)다. 주인공 이름이기도 한 점박이. 조금 촌스럽다.(웃음)
-(웃음)여러 제목을 갖고 고민했다. <한반도의 공룡 2> <한반도의 공룡 : 점박이 2> <한반도의 공룡 : 타르보사우루스> 등이 후보였다. 하지만 이번 작품이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 아닌가.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 ‘점박이’를 제목에 삽입했다. 영어 제목에도 점박이를 의미하는 스페클사우르스(specklesaurus)를 그대로 사용했다.

점박이로 나오는 타르보사우루스를 비롯해 한반도와 아시아에 살았던 공룡들을 볼 수 있다는 건 영화의 장점이다.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면서 우리나라가 다수의 공룡 화석이 나오는 발굴지라는 것을 알았다. 전라남도 여수, 해남, 경상남도 고성은 공룡들의 무도회장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초식, 육식 공룡들의 발자국이 많다. 화석 발굴을 토대로 과학자들은 한반도가 백악기 후기 공룡들의 낙원이라 말한다. 이런 사실을 영화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고 싶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학명을 가진 해남 이크누스, 부경고사우루스 등을 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뜻 깊은 일이라 생각한다.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공룡은 티라노사우루스로 알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타르보사우루스다. 이 공룡을 내세운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공룡은 티라노사우루스다. 하지만 티라노사우루스는 아시아가 아닌 북아메리카에 서식했던 공룡이다. 제목처럼 한반도의 공룡을 보여주기 위해서 타르보사우루스가 제격이었다. 타르보사우루스도 티라노사우루스와 비견될 정도로 아시아지역에서 최고의 육식공룡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서양 공룡 보다는 한반도에 살았던 공룡들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 의미에서 타르보사우루스가 이번 영화를 통해 많이 부각됐으면 했다.
영화를 보면서 재미있었던 건 타르보사우루스의 사냥 방식이다. 협동해서 먹이를 얻는 다는 게 흥미로웠다.
-캐나다의 한 화석 발굴지에서 7~8마리로 추정되는 공룡 뼈가 발굴됐다. 이를 발견한 과학자가 쓴 논문을 보니, 육식공룡의 가족 집단이라 추론하고 사냥을 위해 함께 살았다는 가설을 세웠더라. 논문에 따르면 어린 공룡들은 어른 공룡보다 몸이 작고 다리가 긴 편이라 빠르다. 반면 어른 공룡들은 허벅지가 굵고 목이나 머리가 커서 행동이 느리지만 힘은 강하다. 어린 공룡이 먹이를 몰고 가면, 어른 공룡이 먹이를 낚아채는 방식으로 사냥을 하는 거지. 가족 영화 <점박이 3D>를 준비하고 있는 나에게는 좋은 소재였다.

극중에서 점박이는 헤엄까지 친다. 공룡은 헤엄치지 못하는 걸로 아는데.
-해남에 공룡 발자국이 있는데, 호숫가 밑에 찍힌 거라고 하더라. 이것은 공룡이 헤엄을 쳤다는 증거다. 공룡의 후손인 악어를 봤을 때도, 충분히 헤엄이 가능했으리라 본다. 그리고 실은 이 장면을 구현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뭔가?
-작품을 구상할 때 꽂히는 이미지가 떠올라야, 작업을 비로소 시작하는 성격이다. <점박이 3D>를 구상할 때 바닷가 협곡을 지나가고 있는 공룡 무리, 절벽에서 공룡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또 다른 바다 공룡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 이미지를 시작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게 고생의 발판이 될 줄은 몰랐다.

어떤 고생을 했기에?
-물 CG는 어렵더라. 물리학의 기본 법칙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구성이 쉽지 않다. 이 작업 때문에 영화가 딜레이 됐다. 그래도 국내 기술력으로 완성했다는 자부심만은 크다.

공룡이 나오다 보니 잔인한 장면에서 아이들이 무서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조율은 어떻게 했나?
-약육강식의 세계를 세밀하게 다룰 수는 없었다. 전체관람가를 유지해야 하니까.(읏음) 영화의 주 관람층을 아이들과 가족 관객으로 잡다보니 자연스럽게 잔인한 장면을 완화시켰다. 그렇다고 해서 리얼리티를 손상시킬 정도는 아니다.

잔인한 장면도 그렇지만 새끼를 위해 죽어가는 엄마 공룡의 모습도 아이들에게는 공포감을 줄 수 있을 것 같더라.
-아마 아이들에게 그 장면은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긍정적인 것만 보여줄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 부모님들은 아이들에 부정적인 것 보다 긍정적인 것만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이 두 가지를 다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극중 엄마가 죽고 점박이가 홀로서기를 하는 장면에서 아이들이 많이 울더라. 언젠가는 엄마를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아이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을 것이다. 반대로 그 생각이 엄마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장면들을 통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모성애, 가족의 소중함을 전달하고 싶었다.
다큐멘터리가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영화 제작에 부담감이 적지 않았을 것 같은데.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고.(웃음) 다큐멘터리는 성인들을 주 타켓으로 제작한 거다. 그런데 정작 어른보다 4~7세 아이들이 더 많이 봤다. 시청률도 예상보다 높은 2.9%를 기록해 <한반도의 공룡>은 EBS에서 공전의 히트작이라 불린다. 이후 공룡 관련 책이 50~70만부 정도 팔렸고, 지금까지도 한반도의 공룡 체험 전시회를 하고 있다. 이런 인기를 토대로 영화 제작을 한다고 시작했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방송사와 영화 제작사가 협업한 영화라서 입장 차이도 있었다. 하지만 조율을 통해 간극을 좁혀나갔다. EBS에서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경우가 처음이라 신경을 많이 썼는데, 노력한 만큼 성공적인 사례로 남았으면 한다.

3D 입체영상을 얘기 안 할 수 없다. 처음 시도하는 거라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들었다.
-원래 개봉 예정이 2010년 12월이었다. 정확하게 1년 한 달이 연장되었는데, 그 이유가 3D 기술 때문이었다. 2009년 제작 시작 당시 국내에는 3D 입체 카메라, 편집 등 기술적 표준 데이터가 없었다. 일단 3D 영상의 장점을 믿고 시작했는데,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왜 3D로 하려 했을까’ 후회도 많이 했지.(웃음) 다행히 제작사나 배급사에서 좋은 입체영화가 나와야 한다는 것에 공감을 하고, 조력자 역할을 해줬다.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보람도 있었다.

3D 장비는 어떻게 수급했나?
-최초에 테스트 버전은 촬영을 담당한 김병일 감독님이 직접 만든 입체 리그를 썼다. 당시에는 그거 한 대 밖에 없었다. 리그에 카메라를 올려놓으니, 무게가 100kg나 되더라. 처장비로 애 많이 먹었다.(웃음)

3D 영상 구현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무엇이었나?
-제일 어려운 게 합성이었다. <점박이 3D>는 실제 배경을 찍은 영상에 CG로 구현한 캐릭터를 입히고, 그걸 3D 입체영상으로 구현해야 했다. 2D로 했으면 쉬웠을 거다. 하지만 노하우 없이 입체영상으로 구현하려니까 힘이 배로 들었다. 비용도 문제였다. 처음 3D 트레일러를 만들었을 때 영상에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다시 찍는데 돈이 들어갔다. 또 3D 영상은 극장 사이즈의 스크린으로 봐야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어서 영사 비용도 꽤 많이 들어갔다.

3D 영화를 제작할 때 가장 먼저 수반되어야 하는 작업은 무엇인가?
-3D 입체영화는 돌출하는 영상, 원근감, 적절한 공간감을 표현해야하기 때문에, 입체 콘티가 따로 있어야 한다. 관객의 입장에서 최고의 3D 영화는 눈의 피로가 덜 느껴지는 작품일거다. 이런 부분을 콘티에서 고려해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앞으로 3D 영화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표현력에 강점을 보이는 게 3D 입체영화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3D 영화는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본다. 흑백에서 컬러로 바뀔 때 흑백 예찬론자들은 칼라를 무시했다. 그러나 빠른 시간 안에 컬러가 영상산업을 지배했다. 이제는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가고, 3D 입체영화가 제작되는 시대다. 3D 입체영화가 주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예전부터 공룡에 많은 관심이 있었나?
-특별하게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그러지만 어렸을 적 상상속의 동물을 좋아했다. 외국에 출장을 가면 상상 속 동물이 나오는 책을 샀던 적도 많았다. 그동안 EBS에서 만든 다큐멘터리를 봐도 사라진 문명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 공룡도 그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4년 동안 공룡에 푹 빠졌다고 할 수 있다.
-대학으로 치면 4년 동안 한 과목만 판 거다.(웃음) 공룡에 대해서 공부하다보니 캐릭터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구성되더라. 그래서 작년에 판타지 소설 <공룡 전사 빈>이라는 책도 집필했다.

영화에서 공룡에 대한 자신의 애정이 묻어나오는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
-공룡을 소재로 한 영화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스펙터클한 영상을 기대할 거다. 하지만 정서적인 감흥이 더 중요하다 생각한다.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장면은 점박이가 거대한 부경고 사우루스를 바라보는 장면이다. 그게 공룡을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다. 작은 존재가 거대한 존재를 만났을 때의 경이로움, 놀라운 생명체를 바라볼 때의 감동이 잘 표현되어 있다.

지금까지 가장 매력적으로 느꼈던 공룡을 꼽자면?
-우리 타르보사우루스지.(웃음)

영화를 보니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어떤 부분이 그런가?

종종 극영화인지, 다큐멘터리지인 헷갈릴 때가 있었다. 이를 테면 점박이의 내레이션으로 다른 공룡의 이름이나 특성을 알려주는 장면이다. 교육적인 측면에서는 좋다고 할 수 있지만 극영화에서는 불필요한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맞는 지적이다. 먼저 극영화로 만들자고 결정했을 때 이야기의 진행을 내레이션으로 할지, 대사로 할지 고심을 많이 했다. 대사로 했다면 다큐멘터리의 느낌은 조금 덜했을 것이다. 시도를 안 해 본 건 아니다. 5분 정도의 영상에 대사를 입혀서 어린이들에게 보여줬더니 예상외로 안 좋아하더라. 공룡이 말을 한다는 것 자체에 아이들은 낯설게 반응했다. 그래서 내레이션으로 정했다. 그래서 내레이션으로 정한거다. 관객들이 점박이의 이야기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했기 때문에 내레이션을 해도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야기 자체도 너무 단선적이다. 점박이와 티라노사우루스 ‘애꾸눈’의 대결에만 집중된 느낌이다.
-시각 차이 인 것 같다. 단순할 수 있다. 아무래도 의인화 되지 않은 리얼한 공룡이야기니까.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은 했지만 영화는 <라이온 킹>처럼 공룡 외에 다른 동물들이 등장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런 제약이 있기 때문에 자유롭게 이야기를 만들지 못한 안타까움은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여기서 더 복잡해지면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영화 이외의 다른 콘텐츠 사업도 준비 중이라 들었다.
-<점박이 3D>는 개봉 이후에도 책, 캐릭터 상품, 체험전 등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테마 파크도 구상하고 있다. 야외에서 대형 뮤지컬이나 사파리 관람을 하면 한국은 최소 아시아에서 공룡 테마파크의 메카가 될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된다. 문제는 이런 프로젝트를 감당할 수 있는 자본과 투자가 중요하다. 이를 테면 아이들이 테마파크 안에서 캠핑하고 있을 때 공룡 무리들이 몰려와 풍비박산을 놓고, 아이들이 무서워서 도망가는 걸 상상한다.

<쥬라기 공원>처럼 되는 거 아닌가?
-(웃음) DNA로 만드는 게 아니라 100% 로봇으로 만드는 거니까 안전성을 보장해야지.

앞으로도 공룡을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할 것인가?
-4년 동안 공부했던 걸 잘 활용해야지. <점박이 3D>는 국내 기술력으로 완성한 디지털 크리처 영화다. 이 노하우를 발전시킨다면 우리도 충분히 <아바타> 같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다음에는 공룡뿐 아니라 사람도 함께 나오는 판타지SF 영화를 만들고 싶다.

영화가 잘 되면 본격적으로 영화 감독의 길을 걸을 건가?
-(손을 절래절래) 아니다. EBS가 너무 좋다. 방송 다큐멘터리도 꾸준히 만들 거다.(웃음)

2012년 1월 26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12년 1월 26일 목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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