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몇몇의 주류 감독들이 꾸준하게 3D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주목된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김용화 감독이다. <오! 브라더스>부터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까지 흥행 감독으로 자리 매김한 김용화 감독은 올해 1월 3D 영화 <미스터고>를 제작한다고 밝혔다. 강제규 감독과 함께 설립한 (주)디렉터스가 제작하는 <미스터고>는 <식객>으로 유명한 허영만 화백의 만화 <제7구단>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서커스단에 있는 연변 소녀 ‘미미’와 고릴라 ‘링링’이 한국 프로야구팀에 입단해 최고의 선수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릴 영화는 야구를 소재로 하고 고릴라가 등장하는 3D 영화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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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영화를 처음 시도하는 김용화 감독에게 무엇보다도 힘들었던 건 2D 영화보다 많은 변수였다. 특히 감독은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구현되는 3D 영상이 시간과 예산을 잡아먹었다고 토로했다. 최근 <미스터고> 제작진은 서극 감독의 3D 영화 <용문비갑 3D>의 스테레오그래퍼 케빈 라우를 영입해 문제점을 하나씩 풀어가고 있다. 이미 잠실야구장과 양수리 세트장에서 막바지 3D 영상 테스트를 했고, 실제 촬영 때 고릴라 링링을 맡을 대역의 움직임과 동선도 미리 체크한 상태다. <미스터고>는 미미 역에 남지현을 비롯해 주요 캐스팅을 마무리 지은 후, 2012년 상반기에 첫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양윤호 감독은 이병헌이 주연을 맡은 <쉐어 더 비전>으로 3D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쉐어 더 비전>은 제품 및 브랜드를 광고할 목적으로 만든 영화지만, 3D 영상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양윤호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3D 영화를 찍는 노하우를 축적했다. 양윤호 감독은 이전부터 3D 영화 제작에 관심을 보였다. <기생령>은 그의 첫 번째 3D 영화가 될 뻔 한 작품이다. 이 영화로 국내 첫 3D 공포 영화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전했지만 결국 제작상의 문제로 연출이 아닌 제작자로 한 발 물러났다. 더불어 3D가 아닌 2D로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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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섬, 제주>은 <아바타>를 비롯해 다수의 3D 영화를 촬영했던 ‘3Ality’ 촬영 시스템을 통해 3D 입체영상이 구현됐다. 판타지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에 따라 빠른 움직임에 적합한 ‘3Ality’ 촬영 시스템을 사용했다는 감독은 놀라운 몰입감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2011 경주세계문화엑스포’ 3D 개막작 <벽루천>처럼 판타지 세계는 VFX 작업을 통해 만든 CG 3D 영상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한라산 영실 오백장군, 용눈이 오름, 김녕굴 등 제주를 대표하는 명소에서 촬영한 <신들의 섬, 제주>는 현재 후반작업 중이다.
양윤호 감독이 두 편의 4D 영화로 3D 영상 제작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면,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과 <7급 공무원>의 신태라 감독은 3D 단편영화로 토양을 다졌다. 먼저 정윤철 감독은 2010년 3D 단편영화 <알파 센타우리>를 만들었다. 부산영상위원회가 제작을 제안한 <알파 센타우리>는 SF 멜로 영화로,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열렸던 부산 국제필름커미션·영화산업박람회(BIFCOM)에서 상영됐다. <아바타>는 충격이었다며 3D 영화의 매력에 빠진 정윤철 감독은 <알파 센타우리>로 작년 서울국제초단편영상제에서 ‘3D 제작 컨퍼런스’에 참가, 3D 입체영화연출과 미학이라는 주제로 토론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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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라 감독의 첫 번째 3D 영화는 작년 서울국제초단편영상제 개막작이었던 <27년 후>다. 이 영화로 감독은 올해 미국에서 열린 LA 3D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7년 후>는 신태라 감독이 준비하고 있는 3D 장편영화 <AM 11:00>과 같은 타임머신이 소재다. <AM 11:00>은 지하 1000M 해저연구소를 배경으로 타임머신을 개발한 7명의 연구원들이 24시간 후 자신들이 죽게 된다는 걸 알고, 운명을 바꾸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신태라 감독은 무비스트 인터뷰를 통해 <AM 11:00>의 시나리오는 다 나온 상태고, 투자를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안으로 진행될 것 같았던 <AM 11:00>은 시간이 좀 더 걸릴 듯하다. 신태라 감독의 차기작이 <차형사>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신태라 감독표 3D 장편 영화를 보고 싶다면 좀 더 인내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앞서 알아봤던 감독들의 차기 작품들이 <7광구>의 실패로 얼어붙은 국내 3D 영화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실패를 본보기 삼아 많은 준비를 해나가고 있는 감독들은 지금보다 더 나은 작품의 퀄리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주류 감독들의 3D 영화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2011년 11월 11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