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강. CJ엔터테인먼트 VS NEW
어느 정도 결과는 나왔다. 연휴를 코앞에 두고 뚜껑을 연 <남쪽으로 뛰어>가 기대 이하의 뜀뛰기 성적을 보이면서 설날 판도에 가닥이 잡혔다. 현재 상황으로 미뤄보면, 올 설 연휴는 ‘2강 2중’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선두자리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일 후보는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베를린>과 NEW의 <7번방의 선물>이다. 어딘가 낯익은 풍경이다. 지난해 <댄싱퀸>과 <부러진 화살>로 설 극장가를 양분했던 CJ와 NEW가 이번 설날에도 관객들의 세뱃돈을 두고 2파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기시감이라면, <7번방의 선물>이 그렇듯, <부러진 화살> 역시 극장가 복병으로 불리며 이슈의 중심에 섰었다는 점이다. 두 영화를 배급한 NEW의 ‘신의 한 수’일까. 그렇다면, 박수를!
NEW의 행운은 CJ에겐 불운이다. 개봉 이후 정상 자리를 내놓지 않았던 <베를린>이지만, 늘 <7번방의 선물>을 의식해야 했기에 맘 편할 날이 없었다. 실제로 턱밑까지 추격해 오던 <7번방의 선물>에게 8일 역전을 허용하면서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명절엔 심금을 울리는 가족영화’가 사랑 받는다는 점 역시 첩보영화 <베를린>에겐 불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속단하기엔 이르다. 짧은 연휴로 고향을 가지 못한 사람들이 ‘먹방’ 하정우를 통해 심심한 입을 달래고 싶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7번방의 선물>과 <베를린>은 각각 700만 관객 돌파와 500만 관객 영입이라는 자신과의 싸움도 벌일 예정이다.
여기서 잠시. <은행나무 침대>(1996년), <초록물고기>(1997년), <8월의 크리스마스>(1998년), <쉬리>(1999년) 등 네 편의 영화를 설 연휴에 선보였던 한석규는 <베를린>까지 출격시키며 명실공히 ‘설 극장가의 사나이’가 됐다. 이는 국내배우 중 최고 횟수다. 그 뒤를 한석규의 오랜 동료 송강호가 잇고 있는 게 흥미롭다. 하지만 한석규도 ‘이 분’ 앞에서는 작아질 뿐이다. 명절하면 생각나는 그 사람. 언제나 찾아와 줬던 그 사람. 예측이 어렵지 않다. 맞다. 명절 단골손님, 성룡. 성룡은 무려 열다섯 편의 영화를 설 명절에 내놓은 놀라운 기록의 보유자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그의 최신작 <차이니즈 조디악>이 조금만 일찍 당도했다면, 성룡의 기록이 또 한 번 갱신됐을 텐데, 아쉽다.
2중 = 롯데엔터테인먼트 VS 이십세기폭스코리아
‘2강 2중’에서 2중은 <남쪽으로 튀어>와 <다이하드 5>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남쪽으로 튀어>를 설날 주자로 내 세운 배급사는 작년 <페이스 메이커>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롯데엔터테인먼트다. 롯데는 김윤석과 임순례 감독을 내세워 관객을 공략할 계획이지만 상황이 썩 좋지 않다. 영진위통합전산망집계에 따르면 영화는 7일, 5만 1,675명 관객 동원에 그치며 일일박스오피스 4위에 머물렀다. 촬영 과정에서 빚어진 좋지 않은 추억(감독과 배우의 불화 등)을 잊게 할 가장 효과적인 처방전은 ‘흥행’일 텐데, 앞날이 평탄치 않아 보인다. 롯데 영화부서야 말로 남쪽으로 튀고 싶지 않을까.
적이 내부에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다이하드 5>를 배급하는 이십세기폭스코리아의 적은 공교롭게도 <다이하드 5>다. 기자시사회 이후 들리는 소문이 하수상하다. <다이하드 5>가 시리즈의 품격에 훼손했다는 소문 말이다. 외화보다 한국영화를 더 선호하는 관객취향도 <다이하드 5>의 흥행을 하드하게 하는 요소다. 외화의 힘이 막강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변해도 참 많이 변했다.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이 속으로 “Yippie ki yay mother fucker, 인생무상!”을 외칠지 모르겠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로서는 <아바타>가 포진했던 2010년 설날이 두고두고 그리울 것으로 보인다.
쇼박스㈜미디어플렉스는 어디에?
2강 2중에서 왜 쇼박스는 빠졌냐고 묻는다면, 쇼박스는 설 연휴에 내놓는 영화가 없다고 간단명료하게 답 할 수 있겠다. 쇼박스의 이러한 행보는 지난해와 비슷하다. 작년 <원더풀 라디오>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를 설 연후 전후로 배치했던 쇼박스는 올해에도 <박수건달>과 <남자사용설명서>를 설날 레이스에 출전시키지 않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한다. 지난 달 9일 개봉해 예상 밖의 흥행을 펼치고 있는 <박수건달>이 설 연휴에 얼마나 힘을 써줄지가 관건이다.
설 연휴가 끝나면, 각 배급사는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지만, 영화 시장은 성적에 따라 행복이 왔다갔다하는 냉혹한 곳이다. 행복은 모두에게 고루 분배되지 않는다. 1등만이 웃는다. 과연 웃음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2013년 2월 8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