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V 영화, 어떤 걸 선택해야할지 모르겠어요.
Dear Movie : 이번 연휴, 갈 곳도 없고 오라는 데도 없는 외로운 싱글처자입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군것질 거리 잔뜩 사다놓고 TV 앞에서 ‘건어물녀’가 되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나흘간의 연휴를 개인적인 휴가로 만들려고요. 그런데 TV 편성표를 들여다봐도, 어떤 영화를 봐야 할지 감이 잘 안 잡히네요. 사실 제가 뭔가 선택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도 합니다. - 휴가가 필요해
휴가가 필요해! :
일단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어떤 장르를 좋아하는지, 누리고 싶은 기분이 있는지를 생각해보세요. 그 다음 스토리와 배우 등 여러 영화적 요소를 보면, 선택이 쉬울 겁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만약 어떤 직장남성이 연휴 이후, 중대한 프레젠테이션 일정이 잡혀, 연휴 내내 압박을 받는다 칩시다. 그렇다면 난 그에게 ‘세계의 명화’ 프로그램에서 하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EBS, 10일 밤 11시 40분)를 권하겠어요. 사랑으로 사람 되는 고집쟁이 강박증 환자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는 영화에요. 감이 오나요? 영화를 통해 그 직장남성은 잠시나마 자기 압박을 잊고, 영화 속 강박증 환자(잭 니콜슨)에게 감정이입 돼 점점 마음이 뜨끈해질 거에요. 영화에서처럼, 그에게 압박을 잠시나마 잊게 만들어주는 근사한 여성이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참, 영화 속 잭 니콜슨의 연기는 일품이랍니다.
그렇다면, “난 예전부터 배우 로빈 윌리암스의 팬이었어”라는 이에게 어떤 TV 영화를 추천할 지는 금방 답 나오겠죠. 올 연휴, EBS에선 그의 대표작을 연달아 방영해준답니다. ‘일요시네마’ <미세스 다웃파이어>(EBS, 11일 낮 2시 30분)는 <해리포터> 1·2편 등 유명작을 다수 연출한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 작품이란 점에서도 눈길이 가죠.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휴먼드라마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로빈 윌리암스의 추억의 여장(?)을 보는 재미가 크겠죠? 다음 날엔 <쥬만지>(EBS, 12일 낮 3시 30분)를 방영합니다. 3D 영화가 나오는 요즘에 비하자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당시로썬 꽤 놀라웠던 CG를 다시 보는 느낌이 새로울 겁니다. 할리우드 셀러브리티, 커스틴 던스트의 깜찍한 아역시절을 볼 수 있는 건 덤이겠고요.
하나 더, 영화 볼 때 영상보다 음악에 신경 쓰는 타입, 분명히 존재하죠? 그런 분들을 위한 영화도 편성돼 있네요. <아마데우스>(KBS1, 11일 밤 12시 15분)는 정작 음악성보다는 제 이름을 딴 증후군으로 더 유명한 비운의 아티스트, 살리에르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질투 가득한 한밤중의 클래식, 기대되지 않나요? 1986년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라이오넬 리치의 ‘세이 유 세이 미’를 들을 기회도 있습니다. 테일러 헥포드 감독의 <백야>(KBS1, 11일 밤 12시 25분)에선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고(故) 그레고리 하인즈의 멋진 탭댄스까지 감상할 수 있다니까요. 그 이듬해 아카데미 주제가상 수상작도 방영되네요. ‘Take My Breath Away’이 삽입된 영화라고 하면 힌트가 될까요? 바로 <탑건>(13일, KBS1 밤 12시 5분)입니다. 전투기 조종사 매버릭(톰 크루즈)의 비행과 우정, 사랑 이야기를 그린 파일럿 영화로 큰 사랑을 받은 거 기억나시는지. 기억난다고요? 이게 벌써 25년 전 영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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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명절후유증, TV 영화로 달랠 수 있을까요.
Dear Movie :
연휴 시작도 전에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차례상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많은 일가친척들 입을 다 만족시키려면 허리 한 번 필 시간이 없어요. 저도 이젠 명절을 좀 즐기고 싶어요, TV 영화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 종가집 며느리
종가집 며느리! :
시대가 달라져도 남성과 여성, 세대 간 가치관이 변화하고 합치되지 않는 한, 대한민국 주부들에게 명절은 여전히 힘든 게 사실입니다. 내가 그 댁 식구가 아니니 직접적인 도움은 못주겠지만, 이렇게 해볼래요? 추석 당일, <서편제>(EBS, 12일 오전 10시)가 방영되네요. 전날 전 부치고, 아침 차례상 내고, 일가친척 끼니 일일이 챙기느라 온 몸이 쑤시는 당신을 감싸줄 영화가 될 수도 있어요. 우리 정서 한(限)에 소리와 사랑을 녹여낸 영화로 유명한 건 알죠? 올 추석에도 남편이 ‘남의 편’인 걸 확인하며 마음 끓인 당신, 이 영화 보면서 한풀이라도 해요. 임권택 감독님 작품 좋아해요? 그렇다면 내친 김에 하나 더 소개할게요. 1989년작 <아제아제 바라아제>(EBS, 11일 밤 11시 40분)도 하네요. 비구니 역을 맡아 삭발을 감행한 강수연에게 모스크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작품이죠.
4. 제 이상형은요~
Dear Movie :
33살, 싱글여성입니다. 제 고민은 서른을 넘긴 지금까지도 이성에 대한 판타지를 갖고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인지 연애를 해도 매번 짧게 끝납니다. 이거 어떻게 해결이 안 될까요? 참고로 제 이상형은 박해일이 가진 소년 같은 분위기에 정재영의 카리스마, 그리고 강동원의 미소를 가진 남성입니다. 저, 얼굴은 절대로 안 본다니까요? - 정신차려
정신차려! :
이상형들은 브라운관 통해서 마음껏 호사하시고, 추석 이후엔 보다 현실적인 여성으로 거듭나세요. 소년 같은 박해일과 카리스마 가득한 정재영은 <이끼>(KBS2, 11일 밤 10시 35분)를 통해 볼 수 있겠네요. 윤태호 작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끼>는 강우석 감독의 서스펜스 영화에요. 캐릭터를 위해 대머리와 검버섯 등 특수분장을 감행한 정재영과 요즘 <최종병기 활>로 승승장구 하고 있는 박해일의 눈빛 대결이 볼 만합니다. 강동원의 미소는 <전우치>(12일, SBS 밤 12시 45분)가 충족시켜 주겠군요. 능청스런 연기를 선보인 강동원 외에도 김윤석, 백윤식, 임수정 등 짱짱한 배우들이 모인 영화랍니다. 한편으론, <사랑과 영혼>(KBS1, 12일 밤 12시 20분) 같은 판타지 로맨스를 보는 것도 이성판타지 해소에 도움이 될 거에요. 데미 무어의 촉촉한 눈빛에, 매번 냉정하게 “Ditto(동감)”로만 응한 패트릭 스웨이지를 통해서 섬세함과는 거리가 먼 남성들의 실체를 알 수도 있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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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음주연휴가 되면 어쩌죠?
Dear Movie :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중년 남성입니다. 술을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지난 설에는 정종을 양껏 마시고 취해버려서 어르신들 계신 자리에서 큰 실수를 했네요. 이번 연휴에도 똑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 개포동 주당
개포동 주당! :
어렵겠지만, 이번 명절엔 음주(飮酒)대신 가무(歌舞)에 초점을 맞춰보면 어떨까요. 음악과 춤이 있는 추석 특집 프로그램이 많이 편성돼 있어요. 이참에 골라보는 재미 느끼며, 술 재미는 다음 기회로 미뤄두세요. SBS는 금요일 자정을 넘겨 <싸이의 썸머스탠드 흠뻑쇼>(9일, SBS 밤 12시 35분)를 편성했네요. 지난 달, 잠실에서 열린 싸이의 여름콘서트 영상을 80분으로 압축한 프로그램입니다. 명절에 남자가수 콘서트는 어쩐지 안 내킨다고요? 그럼 <댄싱 위드 더 스타 100일간의 도전>(11일 MBC 오전 9시 5분)는 어떤가요. 여기에 남성들의 로망, 제시카 고메즈가 등장한다는 것, 한마디만 할게요. 어린 조카들과 둘러앉아 세대차를 극복하고 <추석특집 니카타 한류 콘서트>(11일, MBC 밤 11시 20분)를 함께 보는 기분도 괜찮을지 몰라요. K-POP 스타들의 일본 니카타 콘서트를 TV로 보다보면, 다음날 어느 걸그룹의 팬카페 회원이 될 지도 모를 일이고요.
6. 30대 싱글, 명절이 두렵습니다.
Dear Movie :
동생들 먼저 시집장가 보낸 35세 싱글남입니다. 장남이라서 집에 안내려갈 수도 없고,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연휴 내내 장가는 언제 가냐며 집안 어른들께 돌아가며 구박받을 게 안 봐도 비디오네요. 게다가 TV에서는 툭하면 짝짓기 프로그램이 방영돼 제 속을 뒤집어 놓네요. 저 같은 사람들이 금해야 할 프로그램이 있을까요. -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
성격 버리면 곤란하니까, 맞춤형 금지 프로그램 몇 개만 알려줄게요. <한가위특집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3>(10일, MBC 오후 5시)는 기존 프로그램을 한가위 특집이란 이름으로 포장했네요. 가상부부로 살아가는 커플들이 타입별로 돌아가며 등장할 테니 잘 체크해둬요. 그리고 또 하나, <추석특집 스타 애정촌>(13일, SBS 저녁 8시 40분). 이건 기존 SBS 프로그램 <애정촌> 형식을 따와 추석버전으로 재포장 한거에요. 애정촌에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 싱글남녀 11명을 집어넣었다는군요. 박현빈, 동해, 김경진, 김은정, 강예빈 등이 출연하고, 성시경이 내레이션을 하네요. TV 마저 당신을 배신하면 안돼니까 어서 체크해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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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벌써부터 다음 날이 걱정돼요.
Dear Movie :
저는 기우(杞憂)가 좀 심한 편이에요. 지금 이 순간에도 아직 연휴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연휴 다음날 출근이 걱정이에요. 이거 병 맞죠? - 기우녀
기우녀! :
연휴 마지막 날에는 어디 가지 말고, 집에서 TV 영화라도 보며 내일에 대비하도록 해요. 낮에 방영되는 <내 마음의 풍금>(EBS, 13일 낮 3시 30분)은 ‘칸의 여왕’ 전도연의 초등학생 연기가 어색하지 않아 놀라운 작품이랍니다. 일찍 자야 하는데 잠이 안온다면, 차라리 자야겠다는 압박을 버리고 <내 사랑 내 곁에>(SBS, 13일 밤 12시 50분)를 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김명민·하지원 투톱이니까, 내용이 좀 뻔해도 괜찮지 않나요? 두 배우의 애틋한 연기 보면서, 삶에 좀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건 어때요? 다시 전투태세 가다듬자고요.
2011년 9월 9일 금요일 | 글_유다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