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워리어스 웨이>의 언론시사회 및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가 열렸다. 오랜 기다림 끝에 관객을 만난 장동건은 그 누구보다도 영화에 대한 반응이 궁금했을 것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대부분 생각보다 재미있다고 말해줬다. 특히 아내는 액션 찍는다고 힘들었다고 하더니 연애만 하다왔냐고 하더라.(웃음)” 동양의 무사라는 설정이 국내 관객들에게는 다소 식상할 수 있다. 장동건도 이점을 알고 있었다. “애초의 기획은 특정 관객을 위한 영화였다.” <워리어스 웨이>의 첫 시나리오를 본 그는 곧바로 쿠엔틴 타란티노나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생각났다. 그동안 <황혼에서 새벽까지>의 조지 클루니와 같은 역할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장동건은 이 작품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영화가 제작되면서 예산이 늘어난 거다. “예산이 늘어나고 할리우드 배우들이 캐스팅 되면서 마니아층을 위한 재미가 서서히 없어졌다.” 이후 영화는 깊이 보다는 넓이를 선택하면서 그 성격이 변했다. 장동건은 촬영하는 동안 내내 걱정이 앞섰다. B급 영화스타일을 표방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B급 영화는 아닌 작품의 성격에 고심을 많이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거의 그린 스크린 앞에서 연기해야 했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상상으로만 액션 연기를 할 수 밖에 없었기에 그린 스크린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대사나 동선이 매번 수정되는 촬영현장에서 대상 없이 액션과 리액션을 펼쳐야 했던 게 큰 부담이었다. 특히 영화에서 20명과 대적하는 장면에서는 혼자 허공에 칼을 휘둘렀다. 그는 아무리 열심히 액션을 한다고 해도 자신의 연기가 과연 맞는지 틀린지 확인할 수 없어 매번 의구심이 들었다.
기다림과 인내심을 배웠다
2006년에만 하더라도 할리우드 영화에 진출한 건 장동건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개봉을 앞두고 있는 현재, 이병헌은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으로, 정지훈(비)은 <스피드 레이서>와 <닌자 어쌔신>으로 그보다 먼저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워리어스 웨이>가 제작된다고 발표했을 당시에는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첫 번째 배우였다.” 하지만 장동건은 이제 거기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 대신 영화를 통해 할리우드 주류 배우와 스탭들과 대등한 관계로 일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장동건은 <2009 로스트 메모리즈>에서는 일본어로, <무극>에서는 중국어로,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는 영어로 대사를 했다. “<태풍>에서는 러시아어와 태국어를 조금씩 했는데, 그때는 틀려도 아는 사람이 없어서 부담이 덜했다.(웃음)” 하지만 영어는 사정이 달랐다. 영어는 많은 사람들이 아는 언어이기 때문에 이전 외국어 연기보다 신경을 많이 썼다. 장동건은 6개월 간 영어수업을 받았다. 이번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현장의 소통문제를 없애기 위해서 이기도 했다. 그 결과 배우들과 스탭들 모두 의견을 나누면서 촬영했다.
국내에서 언론시사를 갖기 전 장동건은 미국 LA에서 열리는 정킷 행사에 참석했다. 일단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행사에 참석했지만 정작 장동건이란 배우를 잘 알지는 못했다. “한 배우에 대한 관심보다는 한국영화의 관심이 사람들을 모이게 했다.” 장동건은 이번 행사를 통해 할리우드에서도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어떤 감독이 어떤 영화를 만드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한국영화가 점점 성장하고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이 모든게 우리나라 영화를 사랑하는 국내 팬들과 아시아 관객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고 믿고 있다.
2010년 11월 25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10년 11월 25일 목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