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기 전에는 김승우의 영화인 줄 알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더라.
그건 홍보 때문에.(웃음) 한종식(김승우)만큼 나상만(손병호)이 차지하는 부분이 많은 영화지.
영화의 중요한 동력이 부성애인데, 한종식보다는 나상만에게서 부성애를 더 느꼈다.
고맙네?(웃음) 힘은 없지만, 가족에게 즐거움을 주는 걸 행복으로 아는 바보 같은 남자가 바로 나상만이다. 그는 ‘지상 최대의 마술쇼’를 열어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꿈을 꾼다. 그런데 우연히 살인 사건에 휘말리면서, 가족이 파괴된다.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현실이 참담해진거지. 게다가 딸을 살리기 위해 아내의 심장까지 노리는 한종식과의 대립으로 삶은 더 피폐해간다. 그런 순간에도 원수의 딸에게 ‘지상 최대의 마술쇼’를 보여주면서 진정 아버지가 딸에게 전할 수 있는 사랑을 보여준다. 이 얼마나 멋진가. 캬~악(웃음)
원래 시나리오 제목이 <파괴된 남자>였다고.
하필 (김)명민이가 <파괴된 사나이>를 들고 나타나서, 원.(웃음) 그래서 나온 게 <나는 아빠다>다. 제작사 대표가 제목을 지었는데, 처음에는 다들 반대했다. “너무 ‘뻔’ 한 제목 아니냐”면서. <놈의 역습>이란 제목도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나는 아빠다>로 결정됐다.
하긴 제목이 너무 평범하긴 하다. 왠지 <스타워즈> 시리즈도 생각나고.(웃음)제목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시대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한다. 작년 <아저씨>가 나왔을 때, 제목이 너무 평범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대박쳤잖아. 그리고 요즘 <나는 가수다>도 이슈 되고 있고. 제목을 정할 때 <나는 아빠다> <놈의 역습> 등을 놓고 사전 리서치를 했는데, <나는 아빠다>에 많은 표가 몰렸다. 그래서 ‘아빠’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서 나쁜 아빠를 강조하고, 한종식의 악한 이미지를 강하게 심었다. 그 대신 나상만의 존재를 숨겼다. 예고편에 안 나올 정도로.
기자간담회 때 “투톱인데 너무 홍보가 안 되서 기분 나쁜 건 없냐”는 질문도 받았는데.
전혀 상관없다. 다 홍보의 싸움이고, 작전이지. 단 ‘지상 최대의 마술쇼’란 반전이 있지 않나. 캬~약. 그거면 됐지 뭐.(웃음)
개인적으로도 그 장면이 가슴 찡하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지상 최대의 마술쇼’가 나올 때까지 나상만이 과연 가족을 파멸시킨 한종식에게 어떻게 복수를 할까에 초점을 맞출 거다. 그런데 마지막에 가서 폭력이 아닌 아름다운 마술을 보여주는 거다. “한종식! 넌 악행을 저지르면서 가족을 지키지만, 난 마술을 보여주면서 가족을 지킨다” 뭐 이런 거지. 그런데 ‘지상 최대의 마술쇼’에 아쉬움이 좀 있다.
어떤 아쉬움?
CG가 조금 더 매끄럽게 쓰였으면 하는 바람이 들더라. 경제적 논리가 있겠지만 마지막 나상만이 흔드는 깃발이 좀 더 크게 나왔으면 했다. 그게 기쁨과 행복을 뜻하는 깃발인데 CG로 보정을 했지만 너무 작았다. 그 장면을 보고 감독도 아쉬워하더라. 그런데 알고 봤더니 CG 값이 만만치 않대. 그냥 1M 더 그려 넣는 건데 너무 비쌌다.(웃음)
연기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감독과 어떤 의견을 주고받았나?
매번 감독과 의견 조율을 하면서 작품을 만들어 가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강력하게 주장해야 할 때 못했던 것이 아쉽다. 시간이 웬수지.(웃음) 예를 들어 극중 교도소에 수감된 나상만이 힘센 놈들한테 구타당하는 장면이 있다. 그게 담배 한 개비 때문에 일어난 거거든. 영화에서는 그냥 담배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맞는 거다. 그 장면에서 손에 쥐고 있던 담배가 사라지는 마술을 넣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구타를 당하는 건 똑같지만, 그 장면을 통해 상만은 계속해서 ‘지상 최대의 마술쇼’의 꿈을 접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적인 제약이 있어서 그 장면을 넣지 못했다. 아직도 아쉬움이 남는다. 근데 어쩌겠냐. 영화는 만들어졌는데. 모든지 완성은 없는 것 같다. 그냥 완성해 갈 뿐이지.
작품 얘기에 들어가니, 진중해지는데? 아까 사진 찍을 때 왁자지껄 했던 분위기와 너무 다르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소중해서 그런 거다. 생각해보면 초반에 의견이 분분해서 언성도 높이고, 의견 조율도 많이 했다. 그만큼 영화에 대한 애착이 있었던 거지. 영화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지 않나. 모두들 좋은 작품을 위해 열심히 땀 흘렸다. 서로 타협점을 찾아서 만들었는데, 결과물을 보니 아쉽더라. 이상하게 이번 영화는 각 장면마다 하고 싶었던 게 많았다. 그렇다고 대중들이 보기에 영화가 나쁘다는 소리는 아니다. 단지 배우의 욕심에서 하는 얘기다.(웃음)
“세상이 어렵지만 아름답지 않습니까? 순수한 영혼을 왜 버리고 삽니까?” 이게 바로 나상만의 메시지다. 영화를 보면 “아빠라는 이름으로 왜 악행을 저지르냐. 왜 그걸 정당화 하냐. 그게 진짜 아빠냐?”라는 계속해서 의문을 던진다. 실제 나상만이 처한 상황을 겪는다면 충격에 휩싸일 거다. 누구라도 나상만을 바보라고 욕할 거다. 딸은 죽고, 아내는 식물인간이 됐는데, 왜 저렇게 윤리적인 태도를 고수 하냐고 말이다. 하지만 한종식처럼 죄 없는 사람을 감옥에 처넣고, 범죄조직을 통해 넘겨받은 검은돈으로 딸을 살릴 수는 없지 않나. 나상만은 인간의 도리를 선택한 거다. 더 어려운 거지. 악의는 절박함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 절박함이 인간을 야수로 만드는 거다.
이번 영화를 통해 악역에서 벗어나 소심하고 나약하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아빠를 연기했다. 좀 더 인물을 흡입력 있게 보여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일단 되도록 말을 아꼈다. 대부분의 소심한 사람들은 별로 말이 없다. 나상만도 나약하고 소심한 사람이기 때문에 말보다는 눈빛으로 감정을 보여줬다. 행복과 기쁨을 표현하기는 쉬웠는데, 분노와 슬픔을 눈빛으로 보여주는 건 참 힘들더라. 봐라.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분노하면 “(착하게)야! 이 새끼야”라고 안한다. 눈에 힘 팍 주고 거칠게 말하지. 그런데도 감독은 그동안 영화에서 보여줬던 내 이미지가 강하니까, 좀 착하게 가자고 하더라. 눈 흰자위가 조금만 보여도 NG가 났다. 정말 균형 맞추기 힘들었다.(웃음)
극중 불꽃 튀는 장면은 역시 한종식과 나상만의 육탄전이다. 김승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크게 배우를 잡초과와 화분과로 분류 할 수 있다.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배운 사람들이 잡초과, 탤런트와 모델로 시작한 사람들이 화분과다. 위스키 보다는 막걸리 한잔이 어울리는 (송)강호, (김)윤석이, (박)희순이 등이 잡초과지.(웃음)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사실 승우를 화분과로 생각했다. 그래서 소통이 잘 안될 줄 알았다. 그런데 만나보니 어려운 시절을 많이 겪었고, 연기에 대한 철학이 있더라. 배우는 연기에 대해 욕심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바로 “OK! 좋아! 연기 잘 되겠는데”라고 생각했다. 다만, 마주치는 장면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만나기만 하면 매번 맞기만 하고.(웃음)
원래 이소룡을 보면서 액션키드를 꿈꿨다. 연극할 때도 액션 합을 직접 짤 정도로 좋아했다. (손으로 액션 동작을 취하면서)그대로 탁! 척! 악! 캬~악. 이런 식으로.(웃음) 운동을 워낙 좋아해서 순발력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그게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때리는 것만큼 어려운 게, 맞는 연기다. 절묘한 합이 이루어져야 좋은 그림이 나오거든. 다행히 승우와 호흡이 잘 맞아서, 무리 없이 맞고 때리는 연기를 소화했다. 합이 제대로 맞는 걸 보고 무술감독도 놀라더라고. 그 때 한 마디 했지. “이런 나를, 왜 액션 영화에 캐스팅 안하는 거냐”고. 그런데 돌이켜 보니, 그동안 영화에서 너무 명령만 내렸더라.(웃음) “(낮은 목소리로)쳐라. 죽여라.”만 했으니 액션영화 섭외가 올 턱이 있나.(웃음)
영화가 아버지를 통해 부성애를 부각시키는 건 좋았는데, 그 방법이 너무 극단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게 일부분 불편하게 다가오더라.
극(劇)이라는 게, 한자로 따지면 ‘호랑이하고 돼지가 칼을 갖고 싸운다’는 의미다. 극적인 싸움인 거지. 극적의 ‘극’자도 이 한자를 쓴다. 제목이 정해지고, 아빠의 부성애를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극적 구성을 조금 더 집어넣은 것 같다. 무미했던 이야기를 빼내고, 갈등구조를 넣다보니까 자연스럽게 흐름이 더 극단적인 쪽으로 간 거지. 영화가 이야기 전개도 그렇고, 배우들의 호흡도 지나치게 빠른 면이 있다. 하지만 극적 구조를 원하는 관객들은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구조에서 나상만이라는 캐릭터는 극단에 치닫는 이야기를 한 템포 쉬게 만들어준다.
맞다. 나상만은 극단적 치달음 속에서 속도를 느리게 조절하고, 부성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그게 바로 나상만의 존재 이유 중 하나지.
실제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사랑하는 아내의 남편이다. 나상만을 연기할 때, 자연스럽게 가족을 떠올렸을 것 같다.
안 떠올릴 수 없지. 나상만이 출소 후, 아내가 자살한 방에 들어가서 목 놓아 우는 장면이 있다. 실제 가족이 생각나더라. 그런데 너무 감정이입을 하니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 때 사랑하는 가족이 연기에 방해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웃음) 승우보다 새론이를 더 봤다. 또 극중 내 딸로 나오는 아역보다 새론이와 더 많이 찍었다.(웃음) 마지막 옥상 장면은 일주일 동안 찍었으니 뭐. 그 씬이 여러 대의 카메라로 촬영한 장면이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서 새론이 더울까봐 우산도 씌워주고, “뜨겁니? 손병호 게임 할까?”라고 물어보고.(웃음) 그때 느낀 건데, 새론이 참 매력 있더라.
<아저씨>때 김새론 양을 인터뷰 했는데, 슬픈 눈빛이 매력적이었다.
역시 아역들은 순수하다. 성인 연기자들과는 달리 계산하지 않거든. 그래서 신선하다. 새론이는 눈빛이 깊다. 그 안에 기쁨과 슬픔이 공존한다. 그건 새론이의 장점이자 좋은 연기가 나오는 동력이다. 배우는 눈으로 연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또 눈빛 연기하면 손병호를 빼놓을 수 없는데.
그렇지. 눈빛 연기하면 손병호지 캬~악.(웃음)
<파이란> <야수> 때만 하더라도 그 눈빛 하나로 강렬한 악역을 도맡아 했다.
그 눈빛은 습관화된 거다. 그때만하더라도 연극배우들이 영화에 출연하면 거의 깡패로 나왔다. 강호는 <초록물고기>에서, 희순이는 <가족>에서 깡패로 나왔다. (윤)제문이도 마찬가지지지.(웃음) 연극은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한다. 마이크 없이 무대에 있는 관중을 압도시켜야 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눈에 힘을 많이 준다. 일부러 눈도 짙게 화장하고, 크게 그린다. 강호나 제문이를 봐라. 눈빛으로 먹고 들어간다. 나 또한 그 에너지가 영화에 담겼던 것 같다.
예전에 최민수씨가 그런 말을 하더라. “연기의 ‘기’자를 ‘기술 기(技)’가 아닌 ‘귀신 기(示)’로 쓰고 싶다고 말이다. 연기에 영혼이 없으면 안 된다고. 그 말에 동감한다. 하지만 현실이 그런 걸 요구하나? 아니다. 내적인 갈등과 미묘한 감정을 보여주고 싶은데, 제작진은 강력한 것만 요구한다. 어느 날 선배가 그러더라. 매번 악역만 하면 그 이미지가 굳어진다고. 그래서 악역을 거부했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 악역이라도 나름대로 차별성을 두면 두려울 게 없다고 말이다. 그래서 다시 악역을 맡았다. 대신 변주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나온 게 탁문수다. <흡혈형사 나도열>은 판타지다. 그런데 감독은 <파이란>의 용식이를 원한거지. 하지만 난 판타지를 섞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故) 앙드레 김 선생님을 모방해서 연기한 거다. 한국판 ‘조커’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지. 이후 나름대로 인물을 준비해서 감독을 설득했다. 지금 보면 그 때 선택을 잘 했다고 본다.
<흡혈형사 나도열>에서의 과한 화장과 독특한 헤어스타일이 인상 깊었다.
인물을 만들 때 외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옷과 머리 스타일은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좋은 도구다. 그래서 <야수>에서도 변신했다. 이마가 조금 넓은 편인데, 대통령까지 넘보는 보스니까 최고로 강렬하게 보여야 한다는 욕심이 있었다. 정치가들을 보면 M자 머리가 많지 않나. 그래서 그들처럼 M자가 선명하게 보일 수 있도록 올백을 시도했다. 그런데 M자는커녕 너무 밋밋하더라. 그래서 가발 전문 업체 가서 머리를 심었지.(웃음) 그래서 그 캐릭터가 나온 거다.
어느 인터뷰를 보니까 “연기 보다는 인간이 되라”라는 말을 중시한다고 들었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이 “인간이 되라”고 말을 많이 하지 않나. 그 말이 뭔지 몰랐는데, 연기를 하다 보니 저절로 알겠더라. 연기 이전에 모든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려고 한다. 언제나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사람들을 관찰하는 거다. 사람만 보는 게 아니고 환경이나 성격 등 그 사람의 본질적인 모습을 보려고 한다. 그래서 편견 없이 사람들의 말을 열심히 듣는다. 후배들에게도 처음 만난 사람을 한 번 보고 평가하지 말라고 한다. 예를 들어 미팅이나 소개팅도 그렇지 않나. 일단 세 번은 만나야 상대방의 진면목을 알 수 있듯이 사람은 한 번에 알기란 쉽지 않다. 인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연기가 나온다.
극중 오해원 역을 맡았는데, 파계승 출신이다. 우연히 신 내림을 받아 도움을 요청한 방화준(문희경)과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한 남자다. (조)현재가 맡은 강이라는 인물의 엄마와 친분이 있어 그를 보살피는 착하디착한 인물이지.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분량이 적어져.(웃음)
최근 들어 드라마도 많이 출연하고 있는데, 연극과 영화와는 달리 드라마가 지닌 매력이라면?
연극이나 영화보다 솔직히 편하다. 인물을 구체화시켜서 만들지 않기 때문에 그런 수고는 던다. 그냥 해줄 것만 딱 해주면 끝인 거지. 좋은 요리에 들어가는 조미료처럼 말이다.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는 건데, 그래서 아쉬움도 생긴다.(웃음)
모 포털사이트 검색란에 ‘손병호’를 쳐보니, ‘손병호’ ‘손병호 게임’ ‘손병호 게임 2’ ‘손병호 볼링춤’이 뜨더라. 요즘 예능에서 두각을 펼치고 있다.
정말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 영화 홍보차 두 번째로 <세바퀴> 녹화장을 갔는데, 너무 편하더라. 내 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처음에는 <해피투게더> <세바퀴>에 출연하는 게 많이 부담됐다. 그 때 (유)재석씨나, (이)휘재씨나 많이 도와줬지. 그런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손병호 게임’도 나왔고, ‘손병호 볼링춤’도 춘거다. 이번에도 ‘동요춤’을 시작으로 새로운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예능은 이제 익숙하다.(웃음)
시청자의 입장으로 정말 재미있다. 예능을 미리 경험한 터라 <놀러와> 악역 특집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더라.
다들 예능에 처음인데 난 익숙해졌으니까 또 열심히 분위기를 띄웠지.(웃음) 그때 제문이가 “형은 왜 이렇게 말을 잘해”라고 할 정도였다. 다 경험이 중요한 거다.
요즘 (성)지루나 희순이 등 목화 후배들과 술자리를 하면 “형 우리 목화 시절에 돈 없어 무대에서 먹고 자고 하던 시절 있잖아. 그 때가 가장 그립다”고 한다. 연극을 처음 시작할 때 꿈이 있었다. 서로 경쟁하지 않고, 도와주고, 끌어주고 같이 정진하기 위해 노력한 거지. 그런데 지금은 “네가 주인공이네, 돈을 얼마 더 벌었네”만 따지고 있으니 회의감이 들더라. 그 순간 나에게 자문했다. “병호야, 너 왜 이렇게 사니? 먹고 살려고? 돈! 있어도 허덕이고, 없어도 허덕이잖아. 너 예전에 돈 없어도 직접 무대 만들어서 친구들하고 작품 올렸잖아. 지금 그때보다 더 좋은데 왜 못하니.” 그 순간, 무대와 동료들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그동안 동료들이 같이 하자고 러브콜도 많이 보냈을 것 같은데, 왜 안 했나?
전화는 많이 왔다. 드라마나 영화도 마찬가지지만 연극은 2~3개월 더 열심히 연습하고 작품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그 때 더블 캐스팅해서 일주일에 두 번 출연하면서 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건 구라다. 일주일이 한 번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는 건 관객을 우롱하는 동시에 나 자신과 후배에게도 부끄러운 거다. 그건 싫었다.
그럼 올해는 무대에서 볼 수 있는 건가?
준비 중이다. 그동안 극단도 만들어서 두 작품은 올렸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 영화, 드라마에 올인 하다 시피 했다. 이제 연극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 무대에서의 떨림, 관객과의 교감이 너무 그립다. 정말 올해는 무대에 많이 서서 그 설렘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다.(웃음)
2011년 4월 19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11년 4월 19일 화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