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종사자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관객들 역시 3D 입체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게다가 다운로드로는 볼 수 없는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몰려들었고, <아바타>에 대한 좋은 기억들 때문에 조금 비싼 티켓 값도 서슴없이 지불했다. 하지만 모든 3D 입체영화가 <아바타>와 같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는 혼란을 겪었다. 좋은 3D 입체영화도 있었지만, 2D가 낫다는 평가를 받은 3D 입체영화도 있었다. 하지만 3D 시대가 막 열린 탓에 옥석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어떤 영화들에선 <아바타>의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었지만, 또 어떤 영화들에선 티켓 값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1년이 지난 지금 3D 입체영화 시장은 나름의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한 해를 돌아보며 비약적으로 발전한 3D 입체영화 시장과 주목할 영화들를 언급해 보자.
2010년 3D 입체영화 시장을 이끈 문제작들
2010년에는 총 25편의 입체영화가 개봉됐고, 연말에는 2편의 영화가 개봉 대기 중이다. 초기에는 애니메이션 일색이던 3D 입체영화의 장르도 실사 영화로 옮겨왔고, 3D 컨버팅 영화가 늘어나면서 블록버스터와의 조우도 시도되고 있다. 올해 3D 입체 애니메이션은 총 10편(<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토이 스토리 1&2 3D> <드래곤 길들이기> <슈렉 포에버> <토이 스토리 3> <스페이스 침스: 자톡의 역습> <슈퍼 배드> <가디언의 전설> <테라 3D: 인류 최후의 전쟁> <새미의 어드벤처>)으로 가장 많았다. 여기에 그래픽과 실사를 섞은 영화도 2편(<G-포스: 기니피그 특공대> <캣츠 앤 독스 2>)이 있었으니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장르는 전체 3D 입체영화의 44%가 넘는 점유율을 보였다.
2010년 개봉된 3D 입체영화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포스트 <아바타>로서 인정받은 작품이 있는가 하면, ‘3D의 잘못된 예’라며 악평을 받은 작품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여겨 볼 작품은 <드래곤 길들이기>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2010년을 대표하는 3D 입체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에 개봉된 3D 입체영화 중에서 감히 <아바타>와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작품이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3D의 완성도는 물론 흥행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미국에서 개봉 4주 만에 역전 1위를 차지해 롱런하더니 우리나라에서도 2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저력을 보였다. 드림웍스에서 독하게 마음먹고 제작한 작품답게 내용과 3D 입체영상 모두에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다. 특히 ‘용을 타고 하늘을 난다’는 설정을 통해 구성된 역동적인 화면은 3D 입체영상과 환상적인 궁합을 보여주며 애니메이션계의 <아바타>로서 확실한 인증을 받았다.
흥행에선 좋지 못했지만 <가디언의 전설> <스텝업 3D> <레지던트 이블 4: 끝나지 않은 전쟁 3D> <쏘우 3D> 그리고 12월에 개봉한 <새미의 어드벤쳐> 역시 3D 입체영화로서는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각 영화들은 자신들의 장르적인 특징을 고려한 장면을 연출하고 그에 맞는 3D 입체영상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스타일을 갖춘 3D 입체 애니메이션 <가디언의 전설>은 애니메이션이 보여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줬고, <스텝업 3D>는 군무를 통해 공간을 재해석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먼지와 물, 빗줄기 등 공간을 채우는 다양한 소품을 사용해 입체적인 효과를 극대화했다. <레지던트 이블 4: 끝나지 않은 전쟁 3D>는 액션 장면에서 CG와 실사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또 그 안에서 3D가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쏘우 3D>는 직쏘의 퍼즐을 푸는 제한적인 공간에서 실재하는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것이 장점이다. 공포영화 특유의 잔혹한 장면들, 살점이 튀고 피가 분출하는 장면을 직접 겪는 듯한 생생함을 준다. 벤 스타센 감독의 <새미의 어드벤쳐>는 전작 <플라이 미 투 더 문>에 이어 3D 입체영상의 적극적인 표현법을 보여준다.
3D 컨버팅 영화가 가져온 불안 요소들
물론 3D 입체영화의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 작품들도 있다. 2D로 촬영한 이후 컨버팅을 통해 급조된 3D 입체영화들이 그런 경우인데, 블록버스터로서 많은 돈을 벌어 들여야 한다는 강박이 컸던 것이 문제였다. 3D 입체영화만의 특징은 배제한 채 높은 티켓 값만 고려한 탓에 관객에게 3D 입체영화에 대한 안 좋은 인상만 심어줬다. 기대감 하락의 주범은 단연 <타이탄>이다. 특히 <아바타>로 블록버스터 3D 입체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이른 2010년 초반에 이런 만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타격이 다 컸다. 팀 버튼 감독(정작 본인은 3D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역시 ‘이상한’ 3D를 보여줬지만 <타이탄>의 악명을 넘어서진 못 했다.
스타 감독의 잘못된 3D 컨버팅의 예는 <라스트 에어벤더>에서도 보였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라스트 에어벤더>를 만들었지만, 3D 입체영화에 대한 특별한 고려 없이 무리수를 두는 바람에 ‘티켓 값 도둑’이라는 오명을 쓰고 말았다.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합성 영화에서도 컨버팅 영화는 환영받지 못 했다. 국내 업체가 3D 컨버팅을 맡았던 <캣츠 앤 독스 2>는 애니메이션 합성이라는 CG의 기본 틀을 가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CG 작업인 3D 입체효과를 잘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 과정이 CG로 제작되는 영화치고는 그래픽의 완성도가 좋지 않았다. 게다가 최근에 개봉한 컨버팅 영화 <나니아 연대기: 새벽 출정호의 항해>마저도 3D의 완성도가 떨어지자 이후 3D 컨버팅 영화에 대한 우려의 커졌다. 시행착오와 기술개발을 통해 3D 컨버팅 영화도 업그레이드되겠지만, 처음부터 3D로 제작되는 영화에 대한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할 그들만의 생존법을 하루빨리 터득해야 할 것이다.
2011년, 더욱 확대될 3D 입체영화
3D 입체영상의 영향력은 영화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아바타>의 광풍을 온몸으로 받아낸 건 가전업체였다. 3D TV를 필두로, 3D 모니터, 3D 카메라, 3D 프로젝터, 3D 게임기 등의 관련 상품이 쏟아져 나왔고, 3D 방송 시스템을 갖추면서 전용 채널도 생겼다. 산업의 부흥이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발을 맞출 때 그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직 3D 입체영상 분야는 이제 겨우 걸음마를 떼는 수준이지만, 한 번 걷기 시작한 아이가 달리고 점프를 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2011년의 3D 입체영상 시장이 기대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3D의 활용은 영상분야를 기본으로 하는 대부분의 산업으로 확대됐다. 영화는 물론, 뮤직비디오와 드라마, 스포츠, 쇼 프로그램 등의 방송으로 확대되더니 게임과 광고, 시뮬레이션 산업으로까지 번졌다. 특히 산업 디자인의 영역에서는 2D를 보고 3D를 연상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3D를 보면서 실재감을 극대화했다. 뿐만 아니다. 3D 입체영상 분야는 교육과 의료, 과학 등 전 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비록 아직은 입체영상에 대한 낯섦과 입체안경을 써야한다는 불편함 때문에 그 확산 속도가 더디지만, 휴대용 기기를 중심으로 무안경 입체영상이 자리를 잡는다면 그 파급효과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흥행수익을 올려야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티켓 값이 높은 3D 입체영화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비록 올해에 이어 3D 제작 영화와 3D 컨버팅 영화가 질적인 차이로 인해 엇갈린 평가를 받겠지만, 그 나름대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3D로 제작되는 영화들은 영화의 성격에 맞게, 스타일에 맞게 나름의 촬영 장비와 기술을 개발할 것이고, 3D 컨버팅 영화 역시 CG 기술의 발달로 인해 단순히 영상을 두 겹으로 보이는 차원을 넘어서서 보다 완성도 높은 입체감을 구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3D 입체영상에 대해 거부감이나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2009년 꿈틀대던 3D 입체영상 시장이 2010년을 관통하며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뒀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2010년이 3D 입체영상의 바닥 다지기였다면 2011년은 옥석을 가리고 보다 효과적인 방법으로 3D가 정착될 한 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10년 12월 16일 목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