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TV 특선영화, 뭘 봐야 잘 봤다는 소리를 들을까?
귀성길 피로, 코미디 영화로 날리자!
추석 연휴 첫 날. 철새인지, 사람인지 모를 민족 대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자가용 운전자들은 장시간 운전으로 어깨가 결리고, 목이 뻣뻣해진다. 기차를 탄 귀성객들은 이리 저리 치이느라 파김치가 돼 버렸다.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 회포를 풀기도 전에 너무나 지쳐 버리고 만다. 이럴 땐, 긴장을 풀어주는 코미디 영화가 제격이다. 마침 임창정, 박예진 주연의 황당무계 러브 코믹극 <청담보살>(밤 10시 50분)이 KBS를 통해 찾아온다. MBC는 <거북이 달린다>(밤 11시)로 시청률과 웃음이라는 두 마리 토끼, 아니 거북이 잡기에 나섰다. 용하기로 소문난 미녀 보살이냐, 허술하지만 사람냄새 나는 거북이 형사냐, 첫날부터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해야 한다. 바뀐 잠자리로 잠이 오지 않는다거나, 추석날 먹을 진수성찬 생각에 잠이 안 오는 이들이라면, 내친김에 <뉴욕 아이러브유>(KBS 밤 12시 20분)까지 달리면 되겠다. 보다가 잠들어도 상관없다.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라, 끝까지 안 봐도 괜찮거든. 전반부 에피소드만 봐도 영화 몇 편 건진 효과를 주는, 한가위 같은 영화다.
리모콘 전쟁이 예상된다
22일 추석 당일. 이른 아침 추석 차례도 지냈겠다, 배도 불렀겠다, 슬슬 몸이 퍼지기 시작한다. 자식 놈(혹은 언니 오빠 형 동생)들은 애인 만난다며 집 밖으로 사라진지 오래. 만나고 싶은 친구들은 죄다 고향으로 떠나서 없고, 홀로 쇼핑을 하려니 문 연 가게가 별로 없다. 역시 ‘즐거운 추석은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TV 앞’뿐이다. 다행히 추석 당일엔 볼 만한 영화가 많다. 그 중 백미는 송강호, 강동원 콤비의 <의형제>(KBS 밤 9시 35분). 최근 <아저씨>에게 올해 한국 영화 최고 흥행 자리를 빼앗긴 <의형제>는 시청률 1위 달성으로 서운함을 달래보겠단 심사다. 하지만, 이를 견제하는 SBS의 편성이 만만치 않다. 천만 관객 쓰나미를 몰고 온 <해운대>(밤 9시 45분)가 <의형제>를 견제한다. 둘 다 놓치기 아까운 작품인 만큼, 집집마다 리모콘 전쟁이 예상된다. 한편 올해 TV에서는 명절 단골손님 성룡이 사라졌다. 이를 아쉬워할 이들을 달래 줄 절대 고수가 있으니, 그 이름도 호방하다, 견자단! 특수효과로 눈속임 하는 ‘짜가’ 액션에 질렸다면, 원초적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리얼 맨몸 액션에 주목해 보자. 그가 <엽문>(KBS 오전 11시)을 통해 찾아온다. 다만, <엽문>이 지난 설날 때에도 방영된 영화라는 점이 아쉽다. 한마디로 이 영화, 재탕이다. KBS가 공영방송, 공영방송 하는 건 좋다만, 시청료 받으면서 이럴 때는 좀 쓰시지?
연휴를 즐기는 사람들과 출근을 앞둔 사람들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이다. 금요일도 휴일인 사람들에게 이 날은 담요 위 동양화건, TV 속 활동사진이든 뭐든 즐기기에 더 없이 좋은 날. 그게 아닌 이들에겐 불안과 짜증이 엄습하는 날이다. 안타깝게도 이 날 영화들은 늦은 밤 11시 30분은 돼야 시작한다. 그러니 다음 날 아침 기상해야 하는 출근족들은, 일찍이 발 뻗고 자는 게 최상의 선택이겠다. 이 날은 <슬럼독 밀리어네어> <거룩한 계보> <육혈포 강도단> <김씨표류기> 등 장르도 내용도 다양한 영화들이 방영된다. 정재영 주연의 영화 두 편이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것도 눈길을 끄는데, 명절날 가족과 한바탕 싸운 사람들에겐 <김씨표류기>를 강추한다. (밤섬에 갇혀 외로움에 치를 떠는)김씨를 보고 있자면, 아무리 웬수같아도 사람끼리 부대끼고 사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번쩍 들 테니 말이다.
추석 특집 프로그램. 재탕에서 대박 프로그램까지!
추석에 볼만한 TV 프로그램이 어디 영화뿐이더냐. 드라마 팬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먼저 평균 시청률 40%로 ‘인기의 중심에서 빵을 빚고’ 있는 <제빵왕 김탁구>가 ‘제빵왕 김탁구 스페셜’(23일 오후 9시35분)로 찾아간다. 출연자들이 직접 출연해 드라마의 명장면과 비하인드 스토리도 공개한다. 님도 보고 뽕도 딸 기회다. SBS는 조금 더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그 동안 방영된 <자이언트>(21일~23일, 오전 11시 50분) 1부~36부 방송분을 6부로 줄여 ‘추석특집 TV무비 자이언트’로 내 놓는다. 이번 기회를 통해 경쟁작 <동이>를 추월해 보겠다는 의중도 보인다. 야심을 그린 드라마에 딱 어울리는 야심찬 기획이다. 프로그램 재탕 속에 단비처럼 내리는 건, SBS 특집극 <당신의 천국>(23일 오전 9시 20분)이다. 자식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부모, 그런 부모에게 늘 바라기만 하는 자식들의 모습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 추석 안성 맞춤 드라마다.
예능 마니아들은 여기 붙어라! 얼마 전, 무한 감동 속에 막을 내린 <무한도전>의 장기 프로젝트 ‘WM7 레슬링 특집’이 다시 찾아온다. MBC는 WM7의 총 10주 방송분을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3일 오후 4시 40분 한꺼번에 투하한다. ‘저쪼아래’ 유재석, ‘장모거세게반대라스’ 정준하, ‘한머리두냄새’ 박명수 등 무한 멤버들의 진가를 아직 못 봤다고? 진정한 도전이 무엇인지 궁금한 이들에게 추천한다. MBC는 <우리 결혼했어요>(21일 4시 40분)와 일밤의 <뜨거운 형제들>(22일 4시 40분) 베스트 장면 모음도 준비했다. 좋게 말하면 팬 서비스. 나쁘게 말하면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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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하나! 올해 추석 프로그램 중 단연 돋보이는 프로젝트가 아닐까 싶은 그것! KBS가 스페셜한 날을 맞아 정말 스페셜하게 준비했다. 이명박 대통령 부부의 추석맞이 <아침마당>(21일 오전 8시 25분) 출연!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청와대에서의 평범한(응?) 생활, 각별한 손주 사랑, 김 여사의 숨겨진 내조 등 소소한 이야기(응?)들을 풀어낼 예정이라는데, 각하의 팬이 아니라면 이 시간 TV 시청을 멀리 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겠다. 물론 지지자들에겐 이 보다 즐거울 수 없는 시간일 거다. 현직 대통령이 아침 토크쇼에 출연하는 모습을 언제 또 보겠나. 이미지메이킹의 일환이든, 국민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기 위한 시도든 초호화 캐스팅인 것만은 확실하다.
2010년 9월 17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