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못 봤다. 며칠 후 새벽에 기술시사가 있다고 하는데 그날 인터뷰도 있고, 저녁에 술 약속 때문에.(웃음) 그리고 만약 영화가 재미없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어서 언론시사 때 보려고 한다.
<해결사>는 류승완 감독의 외유내강(류승완 감독의 부인이자 영화적 동지인 강혜정 대표 영화제작사)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설경구와 외유내강. 매치가 잘 안된다. 어떻게 출연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해운대> 찍을 때 마침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이었다. 그 때 부산에 내려온 류승완 감독을 통해 시나리오를 받았다. 일단 제목이 촌스러워서 선뜻 손이 안가더라.(웃음) 실은 <해운대>를 촬영하고 있어서 읽을 틈이 없었다. 이후 촬영이 끝나고 여유로워졌을 때 시나리오를 들춰봤다. 무심코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빨랐다. 이야기 자체가 흡입력 있고, 빠르게 진행됐다. 시나리오 자체가 두껍고 지문이 많은데도 금세 읽었다. 그동안 빠른 영화를 찍어 본적이 없어서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단숨에 읽으면 좋다고 단정 짓는 편이라서 <해결사>를 찍게 됐다.
어쩌면 류승완 감독과 호흡을 맞춰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위험부담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모든 영화는 다 위험하다.(웃음) 안전을 보장받고 시작하는 영화는 사실 없다고 본다. 티켓파워가 있는 배우들이 많은 영화에 출연하지만 결과적으로 다 흥행이 되지는 않는다. 영화를 찍을 때 그런 생각은 아예 안한다. 다만 열심히 할 뿐이다.
이번 영화는 신인 권혁재 감독과 함께 작업했다. 1980년생으로 12살 띠동갑 차이가 난다. <용서는 없다>에 이어 또 다시 신인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는데, 궁합은 잘 맞았나?
감독이 1980년생이라는 것을 제작보고회 때 처음 알았다.(웃음) 촬영할 때 그런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다. 만약 알았더라도 감독은 감독이기 때문에 의식하지 않고 연기에 몰입했을 거다. 권혁재 감독은 첫 연출 치고는 현장을 잘 아울렀다. 그리고 굉장히 여유가 넘쳤다. 큰 일이 생겨도 당황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하더라.
하긴 제작보고회 때 보니까 덩치도 있고, 얼굴도 후덕하게 생겨서 카리스마가 보였다.
말은 바로 해야지. 얼굴은 후덕하지 않고 크다! 큰 게 맞다.(웃음)
일단 <해결사>는 예고편만 봐도 액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영화다.
2시간 동안 내리 액션만 있는 건 아니고, 한 6~7장면이 있다. 그동안 액션영화를 많이 찍어봤지만 이번 영화처럼 가볍고 편한 마음으로 찍은 적은 없었다. 액션 자체가 무겁지 않고 쿨하다. 일단 맞아서 죽은 놈은 없다.(웃음) 순간 기절할 정도로만 때린다. 그 틈을 타서 태식은 도망간다. 누군가를 죽이는 하드보일드 액션영화가 아니라서, 더 재미있게 즐기면서 촬영했다.
뭐 감독이 입으라고 해서 입은거다.(웃음) 뭐 의상 갖고 뭐라고 하는 성격은 아닌데, 원색 점퍼를 입으라고 하니까 난감하더라. 회색은 때도 안타고 오래 입을 수 있는데, 빨간색처럼 원색은 이상하게 싫더라. 왠지 조금만 더러워져도 드라이클리닝도 해야 할 것 같고(웃음). 입으라고 하니까 입었다.
왜 감독은 그 옷을 굳이 입히려고 했나?
감독은 전영록씨의 ‘불티’를 편곡한 음악을 엔딩곡으로 정해놓았다. 그러니까 날 전영록씨로 만들 계획이었던 거다. 빨간색 점퍼에 딱 달라붙는 청바지, 손가락장갑에 잠자리 안경, 헤어스타일도 드라이 잘된 찰랑찰랑한 머릿결. 딱 전영록씨다. 감독이 1980년대 생인데 이 노래를 아는게 신기했다. 원래 우리 세대 노래인데. 그래서 이 노래를 아냐고 물어보니까 자기는 전영록 팬이라고 하면서 꼭 넣고 싶다고 말하더라. 감독이 이제 서른이라 굉장히 세련된 것만 추구할 줄 알았는데, 동시에 올드한 것도 갖고 있다는 걸 그 때 알았다. 이게 권혁재 감독의 장점이라고나 할까! 뭐 결과적으로는 주변의 적극적인 만류로 ‘불티’는 엔딩곡에서는 제외됐다.(웃음)
극중 다양한 액션을 보여준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으로 와이어 액션도 했다는데, 실제 체감한 액션의 강도는 어땠나?
일단 액션마다 콘셉트를 따로 따로 설정했다. 첫번째는 지역 경찰들과의 격투장면이었는데, 상대를 빨리 기절시키고 도망가는 설정이라서 딱딱 끊어지는 액션을 구사했다.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때 와이어 액션을 처음으로 경험해봤다. 그 다음은 정신병원에서 이영훈이랑 진득이 같은 액션을 찍었다. 스프링클러가 터지면서 물에 빠진 생쥐꼴로 몸싸움을 벌인다. 때려도 벌떡 벌떡 일어나서 달려드는 액션이기 때문에 질퍽한 느낌보다는 끈적끈적한 액션이 될 것 같다. 이어서 휠체어를 끌면서 싸우는 액션이 있고, 곧바로 생각하기도 싫은 최지호와의 액션이 나온다.
아! 제작보고회 때 말했던 최지호와의 액션장면 말인가.
정말 이 액션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웃음) 태권도 4단 선수 출신인 지호가 위에서 내리 찍고 이성민과 함께 밑에서 맞는 장면이었는데, 그 친구 다리가 170cm로 보이더라.(웃음) 이전 액션과는 차원이 달랐다. 촬영한 장면을 모니터로 봤는데, 공포감이 다시 느껴졌다. 그다음에도 지호랑 화장실에서 싸운다. 화장실 안에서 변기 뚜껑이나 물 호스 등 사물을 이용한 액션을 펼친다.
카 액션이 마지막을 장식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전시청 앞에서 찍었다. 이전 한국영화에 등장한 카 액션은 조용한 도로에서 차 두 대가 부딪히다가 한대가 뒤집히면 끝나는 게 대부분이었다. 이번 영화에서는 20대 넘게 자동차를 세워놓고 그 사이로 빠져나가면서 긴박감을 주는 방식으로 찍었다. 캠을 차뿐만 아니라 몸에도 달아서 리얼리티를 살렸고, 차가 직접 박히는 장면도 박진감 넘치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차 앞에 포브 캠(Pov Cam)을 달아서 촬영했다. 극중에서 오달수와 함께 차를 타고 이정진과 카 액션을 벌이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처박히는 것도 처음 해봤다. 뭔가 쑥 들어오는 느낌이 상당히 기분 나쁘더라. 오달수는 더 심하게 박히는 장면을 촬영했는데, 그 때 질겁한 표정이 역력했다.(웃음) 스무대 차량이 깔려 있는 위험한 장면을 촬영할 때는 스턴트맨을 썼는데, 오달수는 카메라에 나와야 했기 때문에 무서운데도 계속 탔다.(웃음)
감독은 0.2초를 쓰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찍어야 직성이 풀렸다. 어느날은 점프대를 만들어서 하루 종일 찍기도 했다. 감독이 앵글 욕심이 많아서 스피디한 영상을 만들기 위해 배우들과 스탭들이 고생 많이 했다. 얼마나 많이 했으면 스턴트맨 친구가 자기가 이 일하면서 이렇게 점프 많이 해본 적은 처음이라고 하더라.(웃음)
아까도 언급했지만 이번에 대전시에서 많은 지원을 해줬다고 들었다.
마지막 카 액션을 한 장소가 대전시청 앞 공원이었는데, 그곳을 개방해줬다. 한 열 흘 정도 내리 찍었다. 그 때가 석가탄신일이었는데, 휴일 내내 촬영했다. 그래도 다 못 찍어서 주말을 반납했다. 마지막에는 시청담당자분이 조금 난처해하셨는데도 선뜻 장소도 빌려주시고, 너무 감사했다. 정말 영화 촬영하면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다. 교통정리에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서 경찰들이 항시 주둔해 있었다. 시청 앞 공원 말고도 대전에 있는 모 병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저녁 8시부터 아침 6시까지 빌려줬다. 물론 엑스포 안에 있는 세트장까지 80% 정도 다 대전에서 찍었다. 정말 <해결사>는 대전시에게 절해야 하는 영화다.(웃음)
따지고 보면 대전에서 영화를 촬영한 게 두번째다. <사랑을 놓치다>에서 동물 공원으로 나온 곳이 대전에 있는 놀이공원이었다.
아! 맞다. 아주 잠깐 나왔는데, 기억난다.
이번에는 대전에서 꽤 오래 촬영을 했는데, 어땠나?
대전에서 영화 찍으면서 개인적으로 좋았다. 일단 서울하고 거리상으로도 가깝고, 장소나 지원 협조가 잘 이루어졌다. 그리고 매일 엑스포에서 하는 촬영을 가기 전 편한 복장으로 갑천 산책로를 많이 걸어 다녔다. 다만 바다가 없어서 좀 아쉬웠다.
이번 영화에 많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각각의 배우들과 호흡은 어땠나?
촬영현장에서 제대로 호흡한 배우는 이성민이다. 나홀로 80씬 정도 나오는데, 오죽하면 누구랑 같이 좀 나오면 안 되겠냐고 물어보기까기 했다. 그래서 이성민이 너무 반가웠다.
예고편 보니까 많이 때리던데.(웃음)
아니다. 많이 안 때렸다.(웃음) 원래 시나리오 상에는 성민이가 더 많이 맞아야 하는 건데 때리지 말자고 감독에게 말했다. 극중 경찰 선배로 나오는 주진모 형도 많이 맞아야 했지만 그냥 쿨하게 가자고 했다. <해결사>는 다른 액션 영화와는 달리 피가 별로 안 나온다. 맞아도 등이나 가슴 맞고 나가떨어지는 액션이 대부분이다.
정진이랑 만나는 장면이 별로 없다. 마지막에 싸우기 전에 한번 보고, 카 액션 장면에서 본게 다다. 근데 하필이면 잘못 맞아서 기절까지 하고 운도 없지.(웃음) 오달수도 마지막에만 본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둘이 짝을 지어서 잘 다녔다. 항상 내 옆에는 성민이가 있었고, 오달수는 송새벽이랑, 정진이는 최지호랑 같이 짝패였다.
<아저씨> <악마를 보았다>처럼 피가 많이 나오는 영화가 대세다.
우리 영화는 대세를 따라가지 않는다. 절대 상대방을 죽이지 않는다. 단지 기절시킬 뿐이다. 영화에서 유일한 빨간색은 극중 내가 입은 점퍼 밖에 없다.(웃음)
여배우 없이 남자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찍어서 참 심심했겠다.
여배우가 안 나와서 심심한건 없었다.(웃음) 그래도 우리 영화에 두 명의 여배우가 나온다. 극중 마주치지는 않지만 야망 있는 정치인으로 문정희가 나오고, 내 딸로 김향기가 출연한다. 영화에 남자만 나와도 만족한다.(웃음) 남자들끼리 연기하면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다.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게 확실히 있다. 오달수와 송새벽을 봐라. 둘 다 호흡 잘 맞추면서 코믹 연기를 보여주지 않는가!
하긴 두 배우는 나오기만 해도 웃긴다.
오달수가 반장 역할을 맡는다는 설정 자체부터 웃기지 않나!(웃음) 오달수는 촬영 초반에도 자기가 이 역할을 맡아도 되는지 자신이 없었다. 그러다가 옷도 잘 다려서 나오고, 구두도 신고 하니까 좋다고 하더라. 아마 이렇게 좋은 옷 입고, 매일 헤어 담당 스탭이 드라이해준 영화는 없었을 거다.(웃음) 개인적으로 오달수는 눈이 매서워서 평소엔 코믹함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친구다. 영화를 봐도 웃기려고 연기하는 건 아닌데 정말 웃긴다. 송새벽이도 겉은 학생처럼 단정한데 입만 떼면 너나 할 것 없이 웃게 된다.
아까도 말이 나왔지만 촬영현장이 바쁘게 돌아갔다고 들었다.
석 달 동안 200씬정도 찍었는데, 스탭들은 쉬지도 못하고 일만 했다. 배우들이야 200씬의 모든 장면을 찍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스탭들보다는 고생을 좀 덜했다. 하긴 내리 40시간씩 일한 적도 있으니 스탭들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힘들었던 스탭들에게 힘이 나는 한마디라도 해줬나?
그냥 이름만 외웠다.(웃음) 나이가 몇 살인데 자기들이 알아서 챙겨야지.(웃음) 그냥 막대한다. 성격에 살가운 표현들은 낯간지럽다. 남자들에게는 육두문자 쓰면서 친해지고 그런다. 예전에는 여자스탭들에게도 했는데, 이제는 추해져서 여자들한테는 안한다.
뭐 그런 셈이지.(웃음) 잘해주지는 못하지만 이름은 꼭 외우려고 한다. 그래야 막 대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웃음)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것이다. 또 한 가지가 있는데 촬영 마지막 날 함께 일한 스탭들을 대상으로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는다. 사진은 <강철중 : 공공의 적 1-1>때부터 시작했는데, 직접 사인을 받는다. 작품별로 사진을 갖고 있는데, 간혹 겹치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이 점점 늙어가는 모습을 사진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혹시 배우들도 찍나?
배우들도 찍는다. 다만 얼굴은 다 아니까 각각의 특징만 콕 집어서 찍는다. 강신일 선배는 입만, 오달수는 점, 송새벽은 눈만 찍었다.(웃음) 배우는 아니지만 권혁재 감독도 뒷모습만 찍었다. 거구라서 촬영의자 천이 다 찢어질 것 같은 모습이 재미있더라.
현재 박스오피스 1위가 <아저씨>다. 이정범 감독은 <열혈남아>로 김새론은 <여행자>로 각각 인연을 맺었다.
둘 다 문자 놀이를 자주 하는 사람들이다. <아저씨> VIP시사회에 다녀왔는데, 새론이한테 문자가 오더라. 날 더우니까 몸 잘 간수하라고.(웃음) 완전 애 어른이다.
지난번에 인터뷰를 했는데 정말 어른스러워서 놀랐다.
<여행자>로 새론이랑 일주일 촬영했는데, 아빠라고 부르고 친근하게 대해주니까 되려 고맙다. 아! 새론이는 나한테 설아빠라 부른다. 성이 설씨라고.(웃음)
이번에 <해결사>에 딸로 출연한 김향기는 뭐라고 부르나?
향기는 반대로 경구 아빠라고 한다. 이번에 처음으로 같이 연기를 해봤는데, 똑똑하고 눈치가 빠르더라. 연기하는 센스도 남다르고. <해운대>에 나온 보근이도 친한데, 극중 이름이었던 만식이라는 이름을 따서 만식이 아빠라고 한다.
천보근은 요즘 MBC 드라마 <글로리아>에 나오던데.
드라마도 가끔씩 본다. 2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참 많이 컸더라. <해운대> 때 보근이 참 고생 많이 했다. 특히 우는 장면 찍을 때 눈물이 안 나와서 그 당시 조감독이었던 <하모니> 강대규 감독이 일부러 겁주면서 울렸다. 그 때 곧바로 카메라 돌려서 찍고 그래서 우는 장면을 찍었다. 미안해서 아이스크림 사주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웃곤 했다.(웃음) 보근이는 모든게 리얼이었다. 극중 이빨 빼는 것도 자는 것도 진짜였다. 힘든 점은 많았지만 현장을 많이 좋아했다.
(웃음)그래봤자 세 명이다. 아니 <해운대>에 나온 김유정이까지 하면 네 명이다. 가끔씩 향기하고 유정이는 집에서 밥도 먹고 간다.
추석 연휴가 길어서인지 이 기간에 개봉하는 영화가 많다. 특히 한국영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 다른 작품들보다 <해결사>의 장점은 무엇인가?
일단 다른 한국영화보다 일주일 먼저 개봉한다. 그리고 서로 눈치 안보고 온 가족이 모두 즐길 수 있는게 장점이지 않을까!(웃음)
과연 추석때 어떤 영화가 흥행 고지에 오를지 궁금하다.
한국영화 모두 잘 돼야지.(웃음) 농사도 풍년! 영화도 풍년! 한가위만 같았으면 좋겠다.
2010년 9월 9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10년 9월 9일 목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