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여름에 개봉한 3D 영화, 알고 보면 속빈 강정
<아바타>가 개봉한 2009년부터 3D 영화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10년 총 27편이 개봉했던 3D 영화는 올해 들어오면서 편수가 급증했다. 2011년 1월부터 8월까지 25편이 상영됐고,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가 범람하는 5월부터 8월까지는 16편의 3D 영화가 관객을 만났다. 그만큼 관객에게는 좀 더 쉽게 3D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편수만 늘어난 건 아니다. 그동안 3D 영화가 블록버스터와 애니메이션에만 국한됐다면 올해는 <허블 3D> <옥보단 3D> 등 과학 다큐멘터리, 에로 까지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며 관객을 만났다.
한편, 3D 관객점유율이 가장 높은 작품은 79.2%를 기록한 <옥보단 3D>다.(<허블 3D>는 아이맥스 3D 버전만 개봉했기 때문에 제외) 전체 관객수 84,906명, 3D 버전 관객수 67,277명을 기록한 <옥보단 3D>는 에로 장면을 3D로 보고 싶어 하는 성인 관객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높은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그 뒤를 이어 <트랜스포머 3>가 49.6%, <토르: 천둥의 신>이 48.8%를 기록했다. 그 외의 작품들은 40% 이하의 점유율에 그쳤다.
<트랜스포머 3> <7광구>, 예상외로 부진
<트랜스포머 3>는 올 여름 개봉한 3D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770만 관객을 동원했다. 또한 3D 관객수도 380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랜스포머 3>가 기록한 성적은 아쉽다.
<7광구>도 <트랜스포머 3>의 전철을 밟았다. 제작 당시 국내 최초 3D 블록버스터로 관심을 모았던 <7광구>는 언론시사회가 끝나자마자 3D 영상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문제는 밝기였다. 일반 영화보다 어두운 3D 영화에서 밝기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 시추선 안에서 벌어지는 괴물과의 사투 장면을 보는 기자들은 곧 어둠과의 사투를 벌어야만 했다. 이후 제작진은 색보정 후반작업을 하고 개봉했지만, 결국 220만 관객(3D 관객수는 58만 명)을 끌어 모으는데 그쳤다. 3D 불모지인 한국에서 3D 블록버스터에 도전했다는 점은 박수를 보낼 일이지만, 그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계속되는 3D 컨버팅 영화의 문제
작년 3D 컨버팅의 단점을 여실히 보여준 <타이탄>의 악몽이 끝나기도 무섭게, 지금까지 3D 컨버팅 영화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올해 여름도 다수의 3D 컨버팅 영화가 개봉했다. 16편 중 2D를 3D 영상으로 컨버팅한 작품은 <토르: 천둥의 신> <프리스트> <그린랜턴: 반지의 선택> <빨간모자의 진실 2> <퍼스트 어벤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까지 총6편이다.
마블사도 수익 창출을 위해 두 편의 3D 영화를 만들었지만, 컨버팅 영화의 단점을 너무 간과했다. 3D 카메라로 찍은 영상에 비해 입체감과 공간감이 떨어지는 컨버팅 영화에서 토르나 캡틴 아메리카의 액션은 밋밋할 뿐이었다.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두 캐릭터의 영화가 그나마 관객을 끌어 모을 수 있었던 건 내년에 개봉하는 <어벤저스> 때문. 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본 관객들의 수도 많다. DC사의 <그린랜턴: 반지의 선택>도 예외는 아니었다. 북미 개봉 당시 악평에 시달린 영화는 국내에서 언론시사회도 갖지 않은 채 개봉했다. 상상하면 뭐든지 만들어내는 녹색 반지의 힘은 3D 영상으로 구현하기 어울리는 소재였지만, 3D 컨버팅 영상으로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컨버팅 작업으로 완성된 <프리스트>와 <7광구>는 밝기 문제를 드러냈다. 두 영화 모두 어두운 장면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최적의 3D 입체감을 구현할 수 없는 태생적인 문제가 있었다. 물론 현란한 액션 장면을 3D 입체영상으로 만끽 할 수 있는 액션 영화는 관객의 구미를 당기게 만든다. 하지만 액션영화라고 해서 색보정이나 명암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3D 영화로 둔갑시킨다면 완성도 높은 작품은 나오지 못할 것이다.
3D 애니메이션, 아이들 눈높이가 우선
점점 3D 애니메이션은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오는 입체영상을 지양하는 추세다. 이 점은 드림웍스의 <쿵푸팬더 2>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극중 다양한 액션 장면에서 입체감은 도드라지지 않는다. 눈의 피로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입체영상이 나온다. 더불어 카 액션이 즐비한 픽사의 <카 2>도 정작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입체영상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는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설정으로 보인다. 애니메이션의 주 관람층은 아이들이다. 어른도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3D 안경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더불어 장시간 안경을 쓰고 있으면 아이들은 쉽게 지친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드림웍스와 픽사는 안정된 3D 입체감을 선택했다.
올 여름 기대작은 많았다. 하지만 관객이 비싼 돈을 지불할 정도의 완성도 있는 3D 영화는 찾기 힘들었다. 돈을 더 벌기 위한 수단으로 무분별하게 3D 컨버팅을 하거나, 밝기나 색보정 등 3D 영화의 특징을 인지하지 못한 채 만드는 제작사들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3D 영화의 퇴행을 초래했다. 하지만 관람층에 따라 3D 입체감을 조절하거나, 원색의 대비로 입체감을 구현하는 방법 등은 3D 영화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었다. 위기는 곧 기회다. 좀 더 3D 영화에 걸맞은 시나리오가 나오고, 양질의 3D 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지금보다 발전된 3D 영화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2011년 9월 21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