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인과 김혜진
그녀는 자신의 이름보다 ‘양실장’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NSS요원으로 나오는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와 지적인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관심이 부담스럽다. “솔직히 드라마 <아이리스>로 인해 이 정도의 관심을 받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드라마 중간마다 역할과 캐릭터의 성격이 계속해서 만들어져 가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선배 배우들과 함께 하는 장면에서 느끼는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런 이유에서 그녀는 더욱더 다른 배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스탭들과도 친하게 지내며,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특히 인천에서 촬영할 때, 추운 겨울날 고생하는 스탭들이 생각나서 150인분의 약식을 직접 만들어 나눠줬다. “예전 단역시절 때 쌓은 노하우다. 드라마는 모두 다 열심히 해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배우들과 스탭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 위해 시작했는데, 150인분이 만만하지 않았다.”며 힘들지만 유쾌했던 당시를 추억했다. 나중에 드라마에서 양정인이 죽으면 밥차로 돈 벌 거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CF 모델과 김혜진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바로 포즈를 취하는 그녀는 역시 CF 모델이었다. 지금까지 ‘대한항공’, ‘네이버’ 등 100여편의 광고에 출연한 그녀는 자신의 노하우를 십분 발휘 했다. 그녀는 처음부터 연예계 일을 꿈꾸지 않았다. 대학교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던 그녀에게 연예계가 러브콜을 보냈지만, 전공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었다. 한 번 일을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어서, 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인 회사에 들어가 최연소 부장까지 오르며 꿈을 키우기도 했다. 그러나 배우가 될 인연이었나 보다. “잠깐 디자이너 일을 쉬고 있을 때 또 다시 러브콜을 받았는데, 왠지 모르게 연예계 쪽으로 관심이 생겼다.” 어쩌면 자신도 모르게 배우의 꿈을 안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며 무명 시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어둠의 터널 속을 지나는 듯한 7년간의 무명생활. “단역 때부터 매니저와 코디 없이 옷을 바리바리 싸들고 다녔는데, 그냥 일하는 게 너무 좋고 재미있어서 지금까지 왔다.”며 자신은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된다는 말은 믿지 않는다고 한다. 만약 배우일을 일찍 시작했다면 지금보다 더 어려웠을 것이고 버텨내지 못했을 거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비상과 김혜진
모델을 잠시 중단하고 연기에 몰두한 그녀는 처음부터 욕심을 내지 않았다. 좋은 역할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기 보다는 그 이전에 많은 것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 매니저 없이 홀로 일을 했던 그녀는 메니지먼트에 들어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연기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다시 영화에 도전했다.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계속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그 결과 <과속스캔들>에서 초반 차태현의 여자친구로 출연했고, <비상>에서는 호스트들을 좌지우지 하는 거물급 여성 역할도 하게 됐다. “오디션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에 오디션을 봤는데, 감독님이 좋게 봐주었는지 성주역을 하게 되었다.” 예전 <썸>에서 단역으로 출연한 것 외에 영화와 인연이 없었던 그녀는 스크린에 자신의 얼굴이 나온다는 것 자체를 감사하게 여기는 마음이라고. 성주역을 하기 위해 오디션을 봤지만 사실은 다른 역할에 관심이 있었다. “여주인공 수경 역은 극중 설정한 나이부터 맞지 않았고, 그 대신 대놓고 시범을 좋아하는 수아 역이 마음에 들었다.” 영화가 끝난 지금에도 수아에 대한 미련이 남는단다.
<비상>에서 김혜진은 세남자에게 사랑받는 팜므파탈로 나온다. “극중 남자주인공들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지점에 짧고 굵게 나온다.”며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그녀는 적은 분량에도 세 명의 남자와 같이 공연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배)수빈 오빠는 영화속 차가운 이미지와는 다르게 따뜻하고 연기에 몰두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김)범이는 그 자체가 상큼했고, (김)진우는 나쁜 남자라 자연스럽게 끌리더라(웃음).”특히 그녀가 시범(김범)의 얼굴에 술을 뿌리는 장면에서는 물을 맞고도 NG없이 남자다운 카리스마를 보여준 김범에게서 새로운 면을 보았다고 한다.
CF와 드라마 그리고 영화에서 선보인 아름답고 차분한 모습과는 달리 그녀는 인터뷰 내내 소탈하고 밝은 모습을 보여줬다. “감추려고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원래 성격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이런 성격을 바탕으로 단역 시절 때도 열등감 없이 주인공처럼 연기했다.”며 웃는다. 하루 빨리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단다. 또한 그녀는 자신을 좋아해주는 마지막 한 분이 남을 때까지 열심히 연기를 할 거라며 꾸준한 사랑을 부탁했다.
이제는 CF 모델이 아닌 배우로서 당당히 자신의 이름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김혜진.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비상을 기대해 보자.
2009년 12월 9일 수요일 | 글_ 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09년 12월 9일 수요일 | 사진_ 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