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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을 뛰어넘은 헐리우드 한복판의 남자! 월 스미스
2009년 2월 10일 화요일 | 유지이 기자 이메일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벌어졌다. 무대는 이번에도 미국이다. 미국 역사 최초로 흑인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했다. 인류를 멸망 위기까지 몰고갈 혜성이 지구를 충돌할 때 비통한 얼굴로 대책을 TV에서 이야기하던 〈딥 임팩트〉의 흑인 대통령 톰 벡(모건 프리먼)이나, 테러 위협을 받고 있는 강력한 대통령 후보에서 나중에 대통령에 당선되는 〈24〉의 흑인 대통령 데이빗 팔머(데니스 해이스버트)가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픽션이었다. 쿨한 색깔을 띄고 싶었던 영화기에 가능했던 캐스팅이다.

영화지 〈프리미어〉 미국 인터넷 판은 지난 해 말, 흥미로운 앙케이트를 했다. 강력한 오바마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찍을 경우 누가 배역에 어울리는지에 대한 조사를 한 것. 현역이건 예비역이건 유력 정치인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었다간 여기저기서 치르는 난리때문에 어지간한 용기가 없이는 실제 대통령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만들 생각도 못하는 한국과는 달리, 퇴임 때에 맞춰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다룬 〈W〉같은 영화가 개봉하는 미국에서는 이상한 일도 아닐게다. 앙케이트 결과는 지성파 흑인 배우 덴젤 워싱턴. 지적인 이미지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 역할에 딱이라고 생각한 듯 하다.


가벼운 외모로 재미있는 힙합에 도전하다

그러나 실제 물망에 오른 것은, 배우 자신도 오바마 역할로 영화를 찍고 싶다고 의견을 밝혔고 마른 편인 외모도 비슷한 윌 스미스였다. 그러나 역시 닮은 외모가 진지하고 지적인 분위기를 누르지는 못한 것일까. 앙케이트에서 흑인 배우 포레스트 휘태커나 돈 치들과 함께 순위에 올랐지만 덴젤 워싱턴을 앞서지는 못했다. 태어난 해가 1968년으로 이미 40대에 접어든 이 남자는 여전히, 밝고 가벼운 이미지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이미 헤어져 서로 다른 사람과 부부의 연을 맺은 제니퍼 로페즈와 벤 애플렉이 한창 열애 중이던 시절 부부로 출연한 영화 〈저지걸〉은, 케빈 스미스 영화가 그런 것처럼 가벼운 카메오 출연이 쏠쏠한 작품이다. 주연 벤 애플렉의 절친한 친구인 맷 데이먼이 역시 감독 케빈 스미스와 절친한 제이슨 리와 함께 출연하는 장면도 재미있지만, 이 작품 최고의 카메오는 역시 실명으로 등장하는 윌 스미스. 더구나 그는 잘 나가는 음반 홍보 담당자였다가 몰락해 시골에서 아버지 일을 거드는 올리(벤 애플렉)의 인생 굴곡 한복판에 위치한 인물이다. 공교롭게도 영화 속 올리의 인생역정은 힙합계에 입문해 대스타로 성장할 때까지의 윌 스미스와 시기 상 거의 완전하게 겹친다.

아이를 낳다 죽은 아내 거트(제니퍼 로페즈)에 대한 충격으로 스트레스에 항상 노출된 음반 홍보 행사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한 까닭에 올리는 직장을 잃는데, 이 때 한 실수가 당시 한창 주가를 올리던 힙합 듀오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를 감추지 못하고) 악담을 퍼부은 것이었다. 영화 초반에 올리와 주변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그 듀오는 DJ 제지 제프와 프레시 프린스로, 제프 타운즈와 윌 스미스 두 사람이 결성한 힙합 그룹이었다. 듀오가 한창 인기가 있던 1980년대 말은 두 사람이 이십대 초반의 나이로, 후에 대스타로 성장한 윌 스미스가 자신이 출연한 영화 삽입곡을 부를 때 그런 것처럼 가볍고 경쾌한 힙합 음악을 했다. 한창 커리어를 쌓고 있던 백인 남자라면 싫어했을 수도 있는 일.

갇난 아기였던 딸이 성장해 유치원에 다니는 똘똘한 여자아이가 되었을 무렵, 음반 시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올리는 다시 이력서를 가지고 업계를 찾는다. 이미 10년전 자신이 저질렀던 실수는 업계 전설이 되어있는 상황. 좌절을 거듭하던 올리가 한 음반사 로비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은 대스타가 되어있는 윌 스미스. 한 때 그를 씹고 퇴출 당한 올리에게 뒷골이 서늘한 상황이었지만, 아이의 아빠가 된 두 사람은 쉽게 대화의 공통점을 찾고 이해한다. 그야말로 〈저지걸〉은 윌 스미스의 개인사를 절묘하게 이용한 영화.

지구를 두어번 지키며 대형스타로 성장하다

미국 내에서는 유명한 힙합 아티스트였지만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된 건 역시 할리웃에서 찍은 영화 덕분이다. 디즈니의 보물 제리 브룩하이머와 당시엔 신인감독이었던 마이클 베이의 첫 합작 영화 〈나쁜녀석들〉에 출연할 때만 해도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 중 하나였던 마틴 로렌스보다 이름값이 떨어졌던 윌 스미스는 8년 후 찍은 속편 〈나쁜녀석들2〉때는 비교도 되지 않는 대스타가 된다.(간단하게, 첫번째 영화 시작 장면에서 윌 스미스의 이름은 마틴 로렌스 뒤에 나오지만, 속편에서는 반대다) 인생역전 성공의 비결은 모두가 다 아는 바로 두 편의 슬리퍼 히트작 덕분이다. 가볍고 섹시한 흑인 남자 역할이 필요한 상황에서 세계적인 이름값이 없어 개런티 대비 효율이 좋아 캐스팅한 것은 〈나쁜녀석들〉때와 같았지만, 이어 출연한 두 편이 당시 기대작들을 모조리 누르고 흥행 돌풍을 일으킬 것을 윌 스미스가 알고 출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독일 출신 감독에게도 대자본 헐리웃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준 기대이상의 작품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경쾌한 공군 조종사로 출연한 윌 스미스.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야 뒤에 찍은 작품 〈고질라〉가 생각만큼 흥행하지 못하며 엄청난 거물로 성장할 기회를 놓쳤지만, 윌 스미스에겐 달랐다. 단순한 이야기에 유명 스타도 없는 캐스팅, (컴퓨터 그래픽 특수효과가 최신 유행이던 시절에) 구닥다리 미니어처 촬영으로 찍은 범작 〈인디펜던스 데이〉의 예상과 다른 대히트에 이어 출연한 〈맨 인 블랙〉역시 그 해 여름 최고 흥행을 거두어 버리자 윌 스미스는 일약 대형 스타로 성장한다. 스필버그 사단이 제작에 참여하고 〈도망자〉로 유명해진 토미 리 존스가 함께 했지만, 감독이었던 베리 소넨필드도 원작 만화도 메이저에 속하는 작품은 아니었던 〈맨 인 블랙〉이, 그 해 여름의 다크호스를 뛰어넘는 성공을 거두자 가장 큰 과실을 머금은 이는 윌 스미스였다.

대형 흑인 스타를 뛰어넘어 배우로 도약하다

섹시한 흑인이 필요한 역이 아닌, 백인 스타가 맡을 역할을 가져가는 대형 스타.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해 조금 빛이 바랬지만, 슬리퍼 히트작 〈맨 인 블랙〉의 베리 소넨필드 감독과 다시 만나 찍은 영화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는 윌 스미스의 달라진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원작 드라마에서 백인 배우가 맡았고, 영화화 과정에서 조지 클루니가 욕심냈던 제임스 웨스트 역이 반골 기질 감독 베리 소넨필드와 헐리웃 흑인 스타의 한계를 뛰어넘는 과정에 있었던 윌 스미스가 만나자 180도 달라져 버린 것이다.

생각만큼 큰 흥행을 거두지 못했지만, 윌 스미스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었다. 영화 성공과는 별개로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의 사운드트랙에서 여전히 재주 좋은 래퍼임을 증명한 윌 스미스는 세기말 앨범 〈Will2K〉를 성공시키며 힙합 뮤지션으로 건재함을 증명했고, 더 나아가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힙합을 위해 MIT 입학을 포기하고, 가벼운 힙합 뮤지션에서 운 좋게 헐리웃 대형 스타가 된 줄 알았던 남자가 사실은, 영화 보는 눈이 좋은 재능있는 배우일 줄이야! 이미 비슷한 복싱선수 역할을 〈허리케인 카터〉에서 맡아 마이클 만의 〈알리〉에 출연하기를 꺼렸던 덴젤 워싱턴 대신 윌 스미스 출연이 결정되었을 때, 저 가벼운 남자가 과연 세기의 복서를 연기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심이 사그러들 지 않았다. 그러나 전성시절의 케시어스 클레이, 곧 무하마드 알리는 쇼맨십이 강한 떠벌이 복서였고 윌 스미스는 그 역할에 매우 잘 어울렸다. 탄탄하게 키운 근육만큼이나.

결국 〈맨 인 블랙〉과 〈나쁜녀석들〉의 속편 같은 흥행작과 〈아이, 로봇〉같은 진지한 블록버스터에 출연하면서도 〈행복을 찾아서〉로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윌 스미스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되었다. 두말할 필요없이 헐리웃에서 가장 티켓 파워가 좋은 스타이며, 십년이 넘는 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키며 원작에서는 백인 남자가 주인공인 〈나는 전설이다〉의 영화판 주인공을 맡는 드문 흑인 배우다.

그리고 이 영리한 남자는, 오스카 후보의 영광을 안겨주었던 〈행복을 찾아서〉의 가브리엘 무치노 감독과 다시 만나 〈세븐 파운즈〉를 내놓았다. 같은 해 상대 후보였던 피터 오툴이나 포레스트 휘테커 대신 윌 스미스가 주연상을 가져갈 것이라 점친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설사 가져갔다고 한 들 화들짝 놀랄 만한 사건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감동과 작품을 겸비한 새 작품으로 돌아온 올해는 어떨까. 윌 스미스의 위치는 2년전이나 마찬가지다.

2009년 2월 10일 화요일 | 글_유지이 기자(무비스트)

22 )
h31614
진정한 멋쟁이..   
2009-02-12 12:35
gkffkekd333
세븐 파운즈 기대되요..   
2009-02-11 18:34
wnsdl3
멋진 배우중에 한명..!   
2009-02-11 18:26
gurdl3
공감입니다..   
2009-02-11 18:13
sprinkle
윌 스미스 멋지당..   
2009-02-11 11:08
h31614
너무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왠지 보기만해도 잼있고 멋지고 따뜻해보이는 분 같습니다.   
2009-02-11 10:50
ehgmlrj
넘 멋있는 배우 같아욤!!   
2009-02-11 10:12
ooyyrr1004
윌 스미스의 <세븐파운즈>   
2009-02-10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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