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속담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했던가. 재작년 유행에 무진장 빨리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 되라고 했던가. 부지런함의 상징이요 온갖 미덕의 원천인 선빵을 날려볼까 한다.

지난 겨울영화를 정리하면서도 했던 이야기지만 영화 미디어라면 대목을 앞두고 흥행에 대해 강력한 포스를 발하는 영화를 정리해서 소개하는 것이 연례행사인데, 부산스럽게 부지런을 떨어보면 내년 여름 개봉작을 겨울에 당겨 소개하는 것이 ‘선빵’이 되겠다. 별다르게 무리도 아닌 것이, 몇 년동안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기대작이 대거 포진한 2006년 여름의 헐리웃과 2년 연속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 영화계가 대기시켜 놓은 영화가 무척이나 화려하고 다양하거니와, 영화 소개를 미리미리 하려는 매체만큼이나 영화계도 미리미리 밑밥을 뿌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습이 워낙 이른 바람에 내년에 관객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수많은 한국 영화를 소재로 삼을 수 없음이 아쉽다. 이미 예고편이 줄줄이 공개되고 있는 국외 영화들에 비해 한국 영화는 제목과 몇몇 소문을 제외하면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한강에 나타난 네스호의 공룡 같은 거대 괴물에게 아들을 잃은 소시민 아비(송강호)가 구멍가게 청년(박해일)과 함께 복수에 나서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지난 2004년 <실미도>의 대형 성공을 이을 강우석 감독의 스펙터클한 남성 영화 <한반도>가 모두 2006년 개봉을 기다리고 있으나, 제작 발표회 이후를 알 수 없는 지금은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도록 하자.

시리즈, 여전히 강세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이번 여름도 시리즈는 여전히 강세다. 특별히 눈에 띄는 영화는 역시 감독과 조연 배우가 수차례 교체되는 무성한 난관을 넘어 드디어 예고편을 공개한 <미션 임파서블 3>. 이번에도 불가능한 임무만 골라서 해결하는 IMF(Impossible Mission Force, 동일한 약어를 쓰는 국제통화기금 IMF와는 다른 단체로 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스파이 팀을 관리하는 조직) 최고의 팀장 이던 헌트(톰 크루즈)는 악랄하고 냉혹한 악당을 상대로 현란한 스파이 놀음을 펼쳐 보인다.

시리즈 처음부터 헌트와 팀을 이루었던 덩치 좋은 흑인 해커 루더가 이번에도 함류하지만, 그외에는 감독부터 조연 배우까지 전편과 겹치는 부분 하나 없이 완전히 새롭게 만든 영화다. 영화의 이야기야 공개되어 봐야 정확히 알 일이지만 시리즈 팬들이 궁금해 하던 부분은 두 가지. 우선 감독 선정부터 계속 잡음이 있었고 처음에 캐스팅 되었던 배우들도 스캐쥴이 어긋나며 완전히 바뀐 상태다. 제작이 들어가고 처음 외신을 탔던 <미션 임파서블 3>의 주연은 역시 톰 크루즈 였지만, 여배우는 스칼렛 요한슨과 캐리-앤 모스가 캐스팅되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두 배우 모두 영화 스캐쥴과 맞지 않아 현재 <미션 임파서블 3>에 모습을 보이는 여배우는 케리 러셀과 사샤 알렉산더로, 원래 캐스팅에 비하면 무명에 가까운 멤버. 헐리웃 B급 틴로맨스 영화를 곧잘 보았거나 비중이 크지 않은 십대 배우에도 익숙한 이라면 젊은 시절의 다이앤 래인과 닮은 케리 러셀이 눈에 익을 수도 있겠다. 사샤 알렉산더는 주로 TV시리즈에서 활동한 배우로 캐리-앤 모스 대신 캐스팅된 몸짱녀. 특이하게는 정소동 감독이 2002년에 연출한 근래 보기 드문 홍콩 B급 액숀 킬러 영화 <네이키드 웨폰>의 여주인공이었던 매기 Q가 캐스팅 리스트에 올라있는데, 예고편에서 얼굴을 확인할 정도로 비중 있는 역은 아니었다.

이래저래 <미션 임파서블 3>는 <매트릭스> 시리즈의 모피어스, 로렌스 피시번과 악당 역을 맡은 중견 성격파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을 제외하면 대부분 B급 영화의 주역들이 들어와 있다. 또 한 가지 궁금해 하던 부분은 바로 감독이다. 제작자로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에일리언> 시리즈처럼 매 편마다 재능있는 감독들이 개성을 뽐내는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한 적이 있다. 그래서 <미션 임파서블>의 첫번째 작품은 스릴러 영화의 스타일리스트 브라이언 드 팔마가 감독을 맡았고, 두번째 <미션 임파서블>은 홍콩 느와르의 제왕 오우삼이 감독을 맡았었다.

세번째는? 역시 몇 번의 교체를 거쳐 <아마게돈>의 시나리오에 참여했고 TV시리즈 <앨리어스><로스트>에 에피소드 감독과 시나리오로 참여한 신인 J. J. 에이브럼스 감독이다. 덕분에 감독의 전작으로 <미션 임파서블 3>의 성격을 예측하기가 매우 까다로운데 예고편 만으로 판단한다면 냉혹한 스파이물인 원작 드라마에 비교적 충실했던 1편과 로맨티즘이 엄청나게 강조되어 본드 무비에 가까웠던 2편 사이에 있는 작품이 될 듯 하다.


세 번째 시리즈의 공력은 <미션 임파서블 3>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두번째 시리즈의 성공적인 흥행 끝에야 나올 수 있는 세번째 시리즈의 무게감은 <엑스멘>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여름 영화의 최전선에 <엑스멘 3>를 투입한다. 주인공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멤버가 바뀐 <미션 임파서블 3>와는 다르게 <엑스멘 3>는 감독을 제외한 대부분의 스텦과 주연 배우가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영화.

새로운 시리즈를 낼 때마다 규모를 키워가는 것이 헐리웃 대형 영화의 숙명이기 때문인지, 공개된 예고편은 전편이 무색해질 정도로 스펙타클하다. 자유로운 몸이 된 매그니토(이언 맥컬런)가 돌연변이들을 대규모로 규합하고 오른팔인 섹시 다이나마이트 미스틱(레베카 로민 스타모스)은 예의 반나체의 변신 바디를 휘두르며 인간을 압박한다.

대형 폭풍이 불고 다리가 날아가며 해일이 이는 장면에서 드러나는 스톰(할 베리)의 강렬한 눈빛이나 기억을 잃고 되살아나는 진 그레이(팜케 얀센)(그렇다! 지난 편에서 죽었던 진 그레이가 원작 만화처럼 되살아난다! 피닉스라는 새 이름으로)와 자신에 대한 수수께끼 사이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는 울버린(휴 잭맨)까지 시리즈의 팬이라면 익숙한 얼굴들이 화끈한 모험을 펼치는 것은 기본. 짜임새 있는 드라마가 강조된 대신 상대적으로 얌전한 전작과는 다르게 이번 <엑스멘 3>는 봉인이 풀린 것처럼 화끈한 특수효과가 속출하는데,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이라는 이름도 있지만 세번째 편에서 바뀐 감독의 영향도 큰 듯 하다.

대부분의 스텦과 배우가 자리를 지킨 대신 감독은 자리를 바꾸었는데, 새로운 3편을 맡은 감독은 <러시아워> 시리즈를 히트시킨 브렛 래트너. 혹 (내년엔 역시 3편을 낼 예정인) <러시아워> 시리즈의 감독이 <엑스멘>과 어울릴 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이 감독 이미 <레드 드래건><애프터 선셋>으로 장르물에 대한 기본기가 있다는 것을 증명했으니 기대해보아도 좋을 듯.

만화, 여름 헐리웃을 수혈하다

만화 원작을 훌륭하게 영화화 시켜 <엑스멘>을 프랜차이즈 시리즈로 만들어 놓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어디로 갔을까? 제작진이 브렛 래트너 감독으로 자리 바꿈을 한 이유는 공교롭게도 다시 영화화되는 <슈퍼맨> 프로젝트에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 개봉 시기가 미묘하게 맞붙는 새로운 <슈퍼맨>은 <엑스멘>을 훌륭하게 영화화하며 실력을 증명한 브라이언 싱어의 합세로 힘을 얻었지만 <엑스멘> 입장에서는 아쉽기도 하겠다. 더구나 같은 시기에 맞붙는 라이벌로 만나게 되었으니.

실제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영화화 프로젝트로 헐리웃을 떠돌아 다니던 <슈퍼맨>은, 이미 케빈 스미스의 각본과 팀 버튼의 감독으로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슈퍼맨 살다Superman Lives>가 성사직전까지 갔다가 취소된 전력이 있다.

한동안 여기저기를 떠돌던 <슈퍼맨> 프로젝트를 맡은 브라이언 싱어는 영화 경력이 일천한 신예 브랜든 루스를 슈퍼맨으로 기용해 <슈퍼맨 돌아오다Superman Returns>를 만들었다. 이야기는 클라크 켄트(슈퍼맨의 평소 이름)가 외계에서 떨어져 미국 시골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 시기부터 (드라마 <스몰빌>에서 길게 다루었던 바로 그 시기) 도시에서 겁쟁이 신문기자를 하는 와중에 악당 렉스 루터(케빈 스페이시)와 맞붙는 과정을 다룬다.

예전 영화판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정확히 1978년판 <슈퍼맨>과 같은 시기의 이야기라는 것을 눈치챘을 듯. 공교롭게도 최초로 영화화 되었던 리처드 도너 감독의 1978년판 <슈퍼맨>과 같은 시기의 이야기를 다루므로 30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 차가 얼마나 다른 영화를 만들지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겠다. 예전 영화판에서도 주인공을 맡았던 (故) 크리스토퍼 리브는 (슈퍼맨을 위해 태어났다는 평판을 들은) 신인이었고 악당 렉스 루터를 맡은 진 해크먼은 당시 이미 거물 배우였으니 신인(브랜든 루스)와 거물 배우(케빈 스페이시)가 출연하는 이번 작품과도 비슷한 셈.

더구나 최근 유행은 만화를 영화화하며 복장을 현대화하는 경향인데 예고편으로 공개된 <슈퍼맨 돌아오다>는 유명한 원색 타이즈에 바깥으로 팬티를 빼 입은 것까지 원작과 같다. 다만 귀에 익다 못해 허밍으로 영원히 남은 70년대 <슈퍼맨>의 주제음악은 그대로 공유한단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 아닌가!) 이미 존 윌리엄스의 <슈퍼맨> 테마는 본드무비나 <미션 임파서블>처럼 영화음악의 클래식이 되어 버린 듯 하다.

영화화되는 만화를 <슈퍼맨>으로만 끝낸다면 아쉬운 영화가 꽤 된다. 소재 빈곤에 빠진 21세기의 헐리웃에 만화는 유행이 되어 매년 영화판을 내고 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다.

요 몇 년 <헐크><판타스틱 포><스파이더맨>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마블코믹스의 스탠 리나 슈퍼히어로 만화의 본산 격인 DC코믹스의 <슈퍼맨> 등과는 별개로 독특한 세계관과 개성 있고 강렬한 이야기로 영미권에서 대단히 지명도 높은 만화가가 있다. 정확히는 만화 전문 스토리 작가인 앨런 무어는, 하드보일드한 세계로 유명한 <다크 나이트 리턴즈><신 시티>의 프랭크 밀러와 함께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영미 만화를 대표하는 사람.

그의 작품은 이미 <프롬 헬>과 <젠틀멘 리그>를 통해 영화로 소개된 바 있다. 올 여름도 독특한 그의 만화가 한 편 영화로 옮겨졌는데, 세계대전에서 독일에 패한 가상 역사 세계의 영국을 무대로 게릴라 활동을 펼치는 V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 <항쟁을 위한 브이V for Vendetta>가 바로 그 것이다. 줄거리만 보아도 알 수 있듯 제법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의 만화는 주인공 V가 광대 가면을 쓰고 나오는 독특한 유니폼으로 유명했는데, 느낌 만으로는 허영만 원작의 만화 <각시탈>과 닮았기도 하다.

원작 만화와 비슷한 이야기로 전체주의 정부에 잡혀간 여자 에블린(나탈리 포트먼)을 구출해 동료로 삼는 V는 영국을 지배하고 있는 정부를 상대로 대규모 게릴라 전을 벌인다. 정부에 끌려가 머리를 박박 깎기고 고문을 당하는 에블린 역을 위해 머리를 민 나탈리 포트먼이 영화제에 짧은 머리로 나타나 화제가 되기도.

데뷔작을 만만치 않은 만화를 원작으로 시작한 제임스 맥캔타이어는 <다크시티><매트릭스> 등의 영화에서 조감독을 맡은 경력을 가지고 앨런 무어의 <항쟁을 위한 브이>에 뛰어들었다. 만화에 일가견이 있는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가 각색한 시나리오와 주인공 V역을 맡은 스미스 요원 휴고 위빙의 모습에서 <매트릭스>의 강력한 영향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별한 여름 영화로 기대해 볼 만 할 듯.

최근 꾸준히 신작을 내고 있는 니콜라스 케이지도 만화 원작 영화에 뛰어 들었다. 앞서 이름을 올린 세 작품에 비해서는 한참 지명도가 떨어지는 영화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다니며 악마의 자식 블랙하트와 대결하는 영웅 쟈니 블레이즈(니콜라스 케이지)의 모험을 다룬 <고스트 라이더>다.

자사에서 발간한 만화를 매년 영화로 만들고 있는 마블코믹스에서 이미 영화로 만든 <블레이드>나 <퍼니셔>처럼 마이너한 캐릭터에 속하는 <고스트 라이더>는 화려한 모터사이클 액션을 악마와의 대결이라는 오컬트한 소재와 결합시켜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만화.

최근 니콜라스 케이지의 필모그래피는 전성기에 비해 아쉬워 영화가 조금 불안해 보이기도 하지만, 각본에 참여한 데이빗 S. 고이어는 만화 원작을 영화로 옮긴 <블레이드> 시리즈 내내 각색을 맡았던 작가이고 감독으로 참여한 마크 스티븐 존슨은 이미 <데어데블>을 연출한 경력이 있어 의외의 완성도를 보일지도 모르는 영화다.

여름, 거물들의 출사표

하지만 진정 여름의 강자는 따로 있다. 올 여름 헐리웃에서 전 세계를 공습할 영화 중 가장 큰 무게감을 가진 영화는 시리즈 최신작 <미션 임파서블 3>를 포함해 세 편. 그 중 한 편은 이미 2003년에 개봉해 블록버스터 흥행을 올린 적이 있는 <캐리비안의 해적> 속편,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의 상자>다.

당시 촉망 받는 신예 감독이었던 고어 버빈스키는 <캐리비안의 해적>의 성공으로 자신에게 돌아왔던 <링 2>의 연출마저 포기하고 속편에 매달렸다. 속편에는 성공적인 전작의 멤버가 모조리 투입되어 전작의 매력을 그대로 유지한 속편이 될 전망. 주연과 스텦 모두 전작의 멤버 그대로 투입되며 전작 최고의 매력 포인트였던 잭 스패로우 선장(조니 뎁)의 비중은 한층 높아져 돌아온다.

심지어 영화 예고편의 마지막 멘트가 “잭 선장이 돌아온다Captain Jack is back”일 정도) 성장한 윌 터너(올랜도 블룸)와 훨씬 예뻐진 엘리자베스 스완(키라 나이틀리)가 액션을 벌이는 장면을 포함해 빙글빙글 도는 거대한 바퀴 위에서 잭 선장이 칼싸움을 벌이는 장면까지 예고편은 롤러코스터급 흥분으로 가득하다.

캐스팅 리스트는 전작의 멤버가 그대로 들어가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전작에서 검은 진주호를 가져가 잭 선장의 라이벌로 등장했던 바르보사 선장(제프리 러시)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 여름 흥행 성적이 당대 최고 수준인 ‘디즈니의 보물 상자’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는 올해도 일을 낼 태세다.

마지막 한 편은 진정 무게감이 최고 수준인 영화. 메가톤급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 영화판 이다. 올 여름 헐리웃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영화라 할 수 있는데, 지난해 세계 독서 시장을 평정하고 종교계에 큰 논란을 일으킨 원작 소설에 헐리웃 일급 제작진과 배우가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베스트셀러 경향처럼 영화 장면을 연상하게 하는 구성을 가진 <다빈치 코드>는 히트 당시부터 영화화의 강한 희망이 나타났던 작품. 캐스팅 당시부터 영화팬들 사이에 구전으로 수많은 정보가 오갔던 작품이기도 했다. 감독으로 결정된 론 하워드는 <아폴로13><뷰티풀 마인드>를 거치며 <다빈치 코드> 영화편을 책임지기에 부족함이 없는 감독이라는 것이 알려져 있지만, 주인공 로버트 랭던 역을 맡은 톰 행크스와 소피 느뵈 역의 미스 <아멜리에> 오드리 토투는 슈퍼스타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착한 이미지로 원작의 지적이고 날카로운 주인공과 걸맞지 않다는 우려를 자아냈었다.

그러나 마침내 공개된 <다빈치 코드>의 예고편은 모든 것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하다. 한참 살을 빼고 머리를 기른 톰 행크스는 날카로운 인상을 더했고, 머리를 기르고 정장을 차려 입은 오드리 토투는 날씬하고 지적인 소피 느뵈에 잘 어울린다. 처음부터 절묘한 캐스팅이라는 평판이었던 주요 인물은 말할 것도 없다. 영국 명배우이자 영화팬에게는 <반지의 제왕> 간달프와 <엑스멘> 매그니토로 알려진 이언 맥컬런은 영국 귀족이자 성배 연구가 티빙 경으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뽐낼 것이고 프랑스 국민배우 장 르노가 소피 느뵈의 상관이자 끈질긴 프랑스 형사 반장으로 출연한다.

살인을 실행하는 음산한 사이러스는 론 하워드와 <뷰티풀 마인드>에서 함께 일했던 <기사 윌리엄>의 제프리 초서 폴 베타니가 차지했고, 살인을 사주하는 주교 역은 최근 <스파이더맨>의 옥터비우스 박사와 <프리다>의 디에고 리베라를 맡았던 성격파 알프리드 몰리나가 연기하는 호화 배역진이다.

다크호스, 누가 여름을 맡아 놓았다더냐

정해져 있는 게임처럼 재미없는 것도 없다. 기대하지 않았던 성공이 때로는 더 짜릿하다. 언제나 다크호스를 주의 깊게 보아둘 필요는 있는 법이다. 더구나 올 여름 다크호스는 차림새가 만만하지 않다. 마치 1997년도 여름에 기대작으로 개봉했다 여름을 석권했던 <맨 인 블랙>처럼 올 여름 헐리웃 영화 두 편은 심후한 공력을 가지고 있다

만만치 않은 상업적 공력을 과시한 노장 볼프강 페터센 감독의 올 여름 신작은 소문 자자했던 <포세이돈>. 과거 헐리웃 재난 영화 특수 시절에 개봉되어 <에어포트><타워링>과 함께 70년대 재난 영화를 대표하는 작품이 된 <포세이돈 어드벤쳐>의 리메이크 작이다.

한 때 주말의 명화 타이틀 중 하나로도 유명했던 이 영화는 스케일 큰 세트장과 터프한 화면으로 당대의 스펙타클로 알려져 있는 영화. 리메이크에는 <스텔스>에서 주인공을 맡은 신예 조쉬 루카스와 한 때 액션 스타였던 중견 커트 러셀이 축을 잡고 <오페라의 유령><투모로우>의 여주인공 에미 로섬이 투입된다.

수작 스릴러 <사선에서><가면의 정사>나 대작 영화 <에어포스 원><트로이>로 헐리웃에서는 흥행 감독의 이름을 얻는 페터센 감독이지만 그의 출세작이 잠수함 영화의 고전인 걸작 <특전유보트>였고 헐리웃에서도 <퍼펙트 스톰>을 찍었다는 것을 상기하면 <포세이돈>이 가지고 있을 공력이 만만하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 다른 작품은 마초한 남성 영화에서 흘러 넘치는 매력을 선보였던 마이클 만 감독의 신작. 이미 <라스트 모히칸><히트>로 1990년대 마초의 만신전에 올라 있는 마이클 만은 2004년에도 <콜래트럴>을 연출해 톰 크루즈의 숨겨진 야성을 드러낸 바 있다.

올 여름 마이클 만의 신작은 그가 발굴해 오스카 상까지 쥐게 한 제이미 폭스를 2000년대 헐리웃 최고의 섹시남 중 하나인 말썽쟁이 콜린 패럴과 함께 팀을 이루게 한 형사 버디 영화. 지금은 CSI의 스핀오프 시리즈인 로 형사물의 배경이 되고 있는 플로리다 해안을 처음 형사물의 배경으로 삼았던 히트 드라마 <마이애미 바이스>를 리메이크한다. 드라마판은 플로리다 해안의 흑백 두 형사의 팀웤과 우정을 사건 해결과 함께 다루었던 형사물 고전이다. 당시 유행하던 형사 버디물 <스타스키와 서치> 등의 영향으로 가벼운 에피소드로 시작했지만 마약범과의 대결 등의 후반 에피소드를 거쳐 특유의 진지함으로 발전한 드라마 시리즈.

마이클 만의 <마이애미 바이스>는 플로리다 마약범과 대대적인 대결을 하는 두 형사를 다루는 이야기로 감독의 성향이나 배우의 캐스팅으로 볼 때 원작보다 훨씬 진지하고 터프한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공개된 예고편은 <콜래트럴>의 강인함과 <히트>의 박력 그 자체. 캐스팅 리스트에는 중국의 공리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마이애미 두 형사가 상대하는 마약범은 삼합회(중국 범죄조직)일지도 모른다.

예습은 여기까지.
다음 예습은 <괴물>과 <한반도>의 전모가 밝혀지는 그 순간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