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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길 수 없는 질주 본능 <7광구> 하지원
2011년 8월 5일 금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제작보고회에서 눈물을 보인 걸 보고 놀랐다. <7광구>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게 강하게 느껴지던데, 완성된 <7광구>를 처음 보았을 때 어떻던가?
기자시사회에서 볼 때와 VIP 시사회에서 볼 때, 느낌이 많이 달랐다. 기자시사회 때에는 사운드가 잘 들리지 않고, 화면이 어두워서 조금 아쉬웠다. 그런데 VIP 시사회가 진행된 골드클래스에서 보니까 일반 상영관보다 밝기나 사운드가 더 좋더라. 그러다 보니, 괴물의 디테일이라든가, 배우들의 감정들도 더 많이 보였고. 그리고 어제 밤에 후반 작업을 하는 모팩에 놀러갔는데, 화면 선명도나 사운드, 이야기 속도감 등에서 한 층 더 좋아졌더라.

안 그래도 시사회 때, 화면이 너무 어두운 게 아닌가 싶었다.
기술 시사 끝나고 손 볼 시간이 부족했다. 후반 작업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영화라, 완성본을 기자분들에게 보여드리지 못했는데, 많이 안타깝다. 아마, 후반작업을 다 마친 개봉 버전 에서는 보다 더 퀄리티 있어진 <7광구>를 보실 수 있을 거다.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인터뷰는 개봉 전인 7월 28일 진행됐다)

처음 캐스팅 됐을 때만 해도 <7광구>는 3D로 계획된 영화가 아니었다. 중간에 3D로 바뀌었는데, 3D로 찍는다고 했을 때 어땠나? 기대도 있고, 우려도 있었을 텐데.
우려보다는 신났다. 내가 원래 3D 영화를 좋아한다. 3D 애니메이션의 경우 4D로도 챙겨 볼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그런 3D를 통해 나를 본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좋더라.(웃음) “재미있겠다” 싶었다. 또 <아바타>를 보면, 우리가 그들과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잖나. 관객의 감정을 더 깊게 끌어내 주는 게 3D의 장점이라, 기대도 됐다. 우리 기술로 만드는 3D 영화에 출연한다는 자부심도 있었고 말이다.

괴물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연기해야 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야 했을 텐데, 어떤 걸 상상했나?
동영상으로 만든 프리 비주얼 콘티를 보면서 연기했는데, 쉽지 않았다. 괴물의 디테일한 움직임을 알아야 거기에 맞게 내 감정도 표현할 수 있는데, 그럴 수가 없잖나. 안 보이는 대상과 연기하려니까 답답하더라. 그래서 <에이리언>을 많이 봤다. 여주인공 시고니 위버가 괴물과 대치하고 있을 때 어떤 느낌인지, 괴물이 움직일 때 그녀는 어떻게 연기하는지를 참고했다. 처음 도전하는 여전사 역이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준비하려고 했다.
오토바이 연습은 언제 또 그렇게 했나? 굉장히 잘 타던데. <퀵>의 이민기가 울고 가겠더라.
원래 무술팀의 지도를 받기로 했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다’ 싶어서 먼저 배웠다. 바이크 면허 시험장에 가서 면허도 따고, 투어도 다니고. 해준이는 취미생활이 남자친구(오지호)랑 바이크 경주 내기하는 아이잖나. 자세나 모든 면에서 바이크 타는 게 익숙해 보여야 하기 때문에, 친숙한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미리 연습해 둔 게, 촬영할 때 큰 도움이 됐다. 오랜 시간 연습하다보니, 위급한 상황에 몸이 머리보다 먼저 반응해서 핸들을 딱 잡더라고.

아찔한 순간이 있었나 보다.
오토바이에 깔렸었다. 욕심내다가.(웃음) 쫓아오는 괴물을 피해 도망가는 씬이 있었는데, 모니터를 보니까, “중간에 시선을 뒤로 하면서 괴물을 째려보면 느낌이 살겠다!” 싶더라. 그래서 바이크가 달리는 상황에서 뒤를 봤는데, 그 짧은 찰나에 바이크가 미끄러지면서 다리가 바이크 아래에 깔렸다. 감독님이 절대 욕심내지 말라고 했는데, 욕심이 사고를 부른 거지. 연습을 해 온 덕에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욕심내면 안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절실히 느꼈다.(웃음)

<7광구>에서의 당신을 보면, 처음부터 캐릭터에 대해 확고한 감을 잡고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원래 작품을 하면서 캐릭터에 점점 흡수되는 편이다. 그런데 해준이의 경우는 들어가기 전부터 캐릭터를 확실하게 잡으려고 노력했다. 후반에는 대사 한 마디 없이 혼자 30분 이상을 끌고 가야 했기 때문에, 강한 캐릭터를 잡아 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헤어스타일부터 메이크업, 의상까지 코디네이터와 상의하며 만들어갔다. 남자들 틈에서 자란 여자라는 느낌을 확실히 주고 싶어서 걸음걸이와 서 있는 자세도 신경 썼다. 감독님과 남자 선배님들이 조언도 많이 해 주셨다. 내 자세가 조금만 여성스럽다 싶으면 선배님들이 “어 그건 아니야”하면서 폼을 교정해 주곤 했다.

걸음걸이, 팔 동작, 눈빛, 말투 등에서 여성성을 버리는 캐릭터 설정을 했는데, 그 부분이 효과적이기도 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진짜 여성성이 거세돼서 내면에 정착된 사람이라면, 그렇게까지 과도한 액션은 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음.. 캐릭터적인 면에서 약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더 그랬다. 예쁜 여자보다는 멋진 여자. 괴물 앞에서도 절대 기가 밀리지 않는, 멋지고 강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지. 그리고 내가 여기에서 약해보이면 다음에 또 누가 여자 주인공을 내 세운 액션 영화를 만들려고 하겠나. 그래서 약해보인다거나 고아보인다거나 하는 건 다 배제했다. 그게 설령 ‘오버’한다는 느낌을 주더라도, 강한 전사의 이미지를 보여드리자 마음먹었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어떤 전사의 모습을 말이다. 또, 김지훈 감독님도 그런 걸 많이 요구하셨고.
전반적으로 의도한 게 잘 구현 됐다고 생각한다. 다만, 하지원 이라는 배우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마저도 ‘완벽하게 잡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었을 뿐이다.
다음에는 조금 섹시한 여전사를 해 볼까봐.(웃음) 사실, 섹시하게 보이고도 싶었는데 많이 참았다~

그래도 오지호씨랑 수영복 입고 나오는 장면은 무척이나 섹시하더라.(최종본에서 삭제됐다.)
그 장면에서도 사실은 비키니를 입고 싶었다. 하지만 해준이 캐릭터 상!(웃음) 그래서 많이 감춘 거다.(웃음)

참, <7광구> 끝나고 <시크릿가든>을 찍었다. <7광구>에서 남자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한 덕에, <시크릿가든> 촬영할 때 조금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싶다. 왜, 주원(현빈)이랑 영혼이 바뀌어서 연기 할 때 말이다.
아무래도 조금은.(웃음) 주원이로 빙의 됐을 때, 걸음걸이라든지 앉는 폼 등에서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그런데 <시크릿가든>은 판타지였기 때문에 더 과장한 게 있다. 뭔가 보는 재미가 있어야 하니까, 일부러 과장되게 연기했다. 그와 다르게 해준이는 ‘남자처럼 보여야지’보다, ‘강해보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기 했고.

해준이는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강해진다. 특히 혼자 남겨졌을 때의 에너지는 상당했다. 뭔가를 초월한 듯한 느낌도 들고. 그 때 어떤 감정으로 연기했는지 궁금하다.
그 때는 정말 너무나 외로웠다. 촬영 내내 여기(마음)에서 괴물을 상상하다보니, 어느 순간 정말 괴물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 혼자 남겨졌을 때는, 이가 갈리고 저 놈(괴물)을 빨리 죽여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아픈 티가 안 내지는 거다. 괴물과 사투하는 해준에게 “아프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으니까. “나, 쉬고 싶은데요~”라는 건 맞지 않으니까.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아파도 “괜찮아요”라는 소리 밖에 안 했다. 링거 맞다가도 뽑고 내려가서 촬영하고. 마지막에는 오기와 악밖에 안 남더라.

마지막에 지친 해준의 상태가 정말 하지원의 몸 상태였군.
맞다. 정말 내 몸 상태가 그랬다. 마지막에 감독님이 “지원이 너 감정대로 가자”고 하셔서 리허설 없이 가다가 울었는데, 그때 나도 모르게 막...(당시 상황을 상상하다가, 수줍게 웃는다.)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그건, 여자의 울음소리가 아니었다. 하하하. 내가 막 “으악~!” 이러면서 울었잖나. 내 안에 그런 소리가 있는 줄 미처 몰랐다. 그 때 이런 생각도 했다. 죽어가는 괴물을 상상하는데, 문득 ‘네가 무슨 죄가 있겠냐’ 라는 생각이 들더라. 어떻게 보면 건드리지 말아야 할 심해층을 인간이 파내고, 괴물을 끄집어 낸 거잖나. 괴물은 우리에게 놀아달라고 접근했을 수도 있는 거고.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슬퍼져서 눈물이 더 쏟아졌다.
굉장히 몰입했던 것 같다.
그 놈이 여기(마음)에 그렇게 박힐 줄은 몰랐던 거다. 처음에는 이 영화를 즐기면서 찍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왜 외국 블록버스터를 보면, 그냥 즐겁잖나.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 거다. 그런 상황에서 <시크릿가든> 대본을 받았는데, 볼 수가 없는 게 아닌가. 마음이 안 가니까, 손도 안 가는 거다. 내 마음 속에 해소되지 않은 무언가가 있었던 거지. 그래서 전문 심리치료사는 아니고, 그런 쪽으로 도움을 받는 선생님에게 상담을 받았다. 그 선생님이 “눈을 감고 해준이를 떠올려 보라”고 하더라. “뭐가 보이냐”는 질문에 “동료들이 다 죽고, 해준이는 지금 비에 젖어서 바닥에 쓰러져 있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해준이를 일으켜서 ‘잘 했다’고 감싸 안아 주세요”라고 했다. 시키는 대로 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그게 필요했던 거다. 누군가가 나에게 “고생했어, 해준아~”, “잘했어…”(감정이 복받치는지, 살짝 눈물을 글썽인다)

에구~ 애썼어~
이 영화가 그렇게까지 내 가슴을 칠 줄은 미처 몰랐다. “너, 끝까지 싸우느라 고생했어” 하는 위로가 필요했던 거고. 다행히 이후에 마음이 되게 편해졌다. 새로운 <시크릿가든>의 길라임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거지. 그 때 선생님이 “라임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쌓여서 사랑 받는 걸 상상 해보라”고 했는데, 그게 신기하게도 현실이 됐다. 명동에서 액션씬을 찍는데, 정말 엄청난 인파들이 몰렸다. 상상했던 그 장면들이 연출 된 거지.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래서 궁금한데, VIP 시사회가 끝나면 주변 지인들이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으로 반응을 보내주잖아. 그 중에 위로가 되는 메시지가 있던가. 그리고 가장 기분이 좋았던 게 있다면?
(웃음) 왜, 남자 배우들에게 하는 말 있잖나. “멋있다!” 그 메시지를 가장 많이 받았다. 예쁘다는 말은 아무도 안 해 주더라. 기억에 남는 건, 차태현 오빠가 보내준 문자인데 되게 웃겼다. 오빠가, “야, 네가 이렇게 하면 남자 배우들은 앞으로 뭘 해야 하냐?”(웃음)라는 문자를 보내줬다. 보면서 참 많이 웃었다.(웃음)

영화 데뷔작이 안성기씨와 호흡을 맞춘 <진실게임>(2000년)이다. 안성기씨와는 이후 <형사>(2005년)를 함께 했고 이번에 <7광구>로 다시 만났다. 시간으로 따지면 5년 주기로 만나는 셈인데, 어떤가? 중간 평가를 받는 느낌도 들 것 같고, 감회가 새롭겠다.
나에게는 정말 대 선배님이시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대 선배님이라는 느낌으로 연기하지 않는다. <진실게임> 찍을 때는, 일부러 더 선배님의 눈을 보려고 했었다. 왜냐하면 선배님이라고 현장에서 기죽고 있으면 연기를 할 수 없잖나. 그래서 더 강한 척 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건 카메라가 돌아갈 때고, 아닐 때는 감히 말을 붙일 수가 없었다. 선배님 역시 내게 농담 같은 걸 잘 던지지 않으셨다. 왜 안 그렇겠나. 그 때는 내가 완전 꼬맹이였는데. 농담한다고 해서 내가 받아들일 나이가 아니었던 거지.(웃음) 두 번째 <형사> 찍을 때부터야 제대로 된 대화라는 걸 하게 됐는데, 너무 자상하시다. 소시지도 구워주시고, 나 웃으라고 분위기 메이커도 돼 주시고. 이번에도 든든한 힘을 되 주셨다. 마음 놓고 연기 할 수 있게끔 편하게 해 주시는데, 와~ 정말 너무 최고다. 선배님을 보면서 ‘이제는 나도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가 되야겠구나’를 느낀다. 그런데 좋은 선배가 된다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지금 탁구 선수 현정화로 출연하는 <코리아>를 촬영하고 있는데, 그 현장에 후배들이 많다. 그들을 보면서 안성기 선배 생각을 많이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 선배가 될 수 있을까’를 생각 하는 거지. 그런데 아직은 내가 많이 부족하다. 후배들에게 고작 한다는 소리가 “파이팅!”이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너무 좋았어!”, “파이팅!”, “아프지 않아?” 이런 말 밖에는 아직 못해 주고 있다.(웃음)
제작보고회에서 김지훈 감독이 “하지원이란 배우가 한국에 존재하는 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한국에서 하지원만큼 액션을 멋지게 소화하는 여배우가 없다’고들 많이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 어떤가?
(쑥스러워하며)아닌데… 아닌데, 너무 좋게 말씀 해 주시니까, 부끄럽다. 액션을 잘 하는 여배우가 얼마나 많은데…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솔직해져 보자. <형사>에서도 그렇고, <다모>에서도 그렇고 당신의 액션 실력은 정말 놀라웠다. 대충 하는 액션이 분명 아니었고, 엄청난 노력의 결과라는 것도 잘 보였다. 그 정도면 스스로에게도 칭찬해 주고 싶은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안 그런가?
그게 화면에 보이나? 나는 액션 연기가 너무 좋다. 다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한데, 그런데도 그게 좋다. 칼이나 무술 합을 맞출 때도 억지로 하지 않는다. 정말 신이 나서 한다. 그런 게 화면에 보이는 것 같다. 다행히도.(웃음)

다만, 부모님은 걱정이 많으시겠다.(웃음)
많지. 얼마 전에 몸이 만신창이가 된 적이 있다. <코리아> 결승전 씬을 찍고, 몸이 실신 직전까지 갔었다. 집에서 치료를 받는데, 엄마 앞에서 울면서 그랬다. “엄마, 세작품 연달아 액션 작품을 하니까, 너무 힘들어. 더 이상은 못 하겠어.” 그러니까 엄마가 “그래, 이제 멜로만 해, 멜로만” 이러시더라.(웃음) 나라고 왜 힘든 걸 모르겠나. 나도 아프면 투정 부리고, ‘다시는 액션 안 해’ 이러기도 한다. 그런데, 그건 잠시고! 잠깐 쉬다보면 또 그게 생각이 나니, 이걸 어쩌나.

(웃음)장르적 성향이 짙은 영화들에서는 어느 정도 자리매김을 확고히 했다. 이젠 배우로서 더 깊은 면모를 보일 수 있는, 드라마가 강한 작품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일부러 액션 쪽으로 많이 해야지 한 건 아니다. 좋은 시나리오를 놓치고 싶지 않다보니, 요 근래에 액션을 많이 하게 됐을 뿐이다. 이제는 정말 울림이 깊고, 관객들의 마음을 조금 더 흔들 수 있는 깊은 감정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 하고 싶고, 이제 정말 할 거다. 좋은 시나리오를 빨리 만나고 싶다.
최근에 액션을 많이 해서 액션 배우로 많이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 당신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전천후 배우다. 공포영화 <가위> <폰>, 섹시코미디 <색즉시공>, 사극 <다모>, 멜로 <내 사랑 내 곁에>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등 장르의 경계 없이 도전해 왔다. 그래서 궁금하다. 지난 길들이 순간의 선택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어떠한 플랜 아래에서 움직여 온 건지.
내 행보가 회사의 플랜으로만 움직이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내 욕심만으로 ‘이건 무조건 가야 해!’ 하지도 않는다. 같이 가는 편이다. 대화를 서로 많이 하는데, 신기하게도 호흡이 잘 맞는다. 내가 선택한 시나리오를 회사가 좋아하고, 회사가 추천한 시나리오를 내가 마음에 들어 하고. 선택에서의 합이 되게 좋았던 것 같다. 또 내 경우엔 어떤 행보로 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 회사에 많이 얘기 하는 편이다. 회사 역시 나에게 많은 의견을 준다. 그 과정에서 ‘아, 이건 내가 몰랐던 거구나’, ‘이런 게 나에게 필요하구나’, ‘이런 건 조금 자제해야 겠구나’를 알게 된다. 신인 때는 사실, 회사가 시켜서 한 작품도 있다.(웃음) 그런데 지금은 누가 시켜서 하는 건 없다. 최종 결정은 내가 한다. 그게 너무 행복하다.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하지만 아까 말한 것처럼, 이제는 울림이 있는 영화들을 많이 해 보고 싶다. 그런데 이젠, 회사도 그런 걸 슬슬 생각하지 않을까? 내 몸을 생각한다면 말이다.(웃음)

충무로의 경우, 남자배우들보다 여자배우들이 나이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는다. 여배우의 연기 정년이 조금 더 일찍 찾아온달까? 30대 후반이 되면, 캐릭터나 작품 선택 등에서 난관에 부딪치는 사례가 많은데, 몇 년 지나면 당신에게도 그 나이가 찾아온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런 건 없나?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편이다. 다음날 스케줄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너무 마음 편한 스타일인가?(웃음) 물론, 그런 건 있다. ‘몇 년 후에는 뭘 하고 싶다’ 하는 거. 그런 큰 목표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작은 것들로 미리 겁먹고 걱정하지는 않는다. 글쎄, 잘 모르겠다. 아직 안 해 본 것들이 너무 많고, 안 살아 본 인생도 너무 많아서. 나이가 들면 더 많은 걸 보여 줄 수 있지 않을까? 그 나이에서 보여 줄 수 있는, 거기에 맞는 어떠한 삶들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해운대>로 천만 배우가 됐고, <내 사랑 내 곁에>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큰 사랑을 받은 <시크릿가든>도 빼놓을 수 없지. 지난 몇 년은 흥행과 연기력에서 동시에 인정받는 시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7광구>에 부담도 있을 것 같다.
부담이 왜 없겠나. 부담은 영화 시작하기 전부터 있었다. 100억대가 넘는 블록버스트에, 처음 해 보는 3D고. 이런 캐릭터도 처음이잖나.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여전사 캐릭터다 보니까, 부담이 많이 됐다. 하지만 ‘못한다’이런 건 없었다. 그런 건 생각조차 안 했다. 바이크도 처음 타는 거였는데, 무조건 ‘할 수 있다’, ‘할 거다’라고만 생각했다.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고 했던 것 같다. 누구 시킨 것도 아닌데, 참…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내가 만든 스케줄에 내가 나가떨어지기도 했다.(웃음)
개봉을 코앞에 둔 지금 마음은 어떤가. 아직도 부담이 큰가?
부담, 분명 있다. 하지만 설렘이 더 크다. 아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교 하는 관객이 있을 거다. 실망 하는 분도 있을 거고. 하지만 우리가 만든 최초의 불록버스터 3D를 한국 관객들에게 보여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설렌다. 또 많은 스태프들의 열정이 녹아있는 영화다. 그걸 보여 드릴 수 있다는 것도, 날 설레게 한다.

참, <코리아> 찍으면서 탁구 실력은 많이 늘었나.
그럼. 현정화 선생님께서 직접 코치를 해 주셔서, 실력이 많이 늘었다.

다음번에는 탁구 한 게임 하면서 인터뷰 해도 재미있겠다.
그거 좋다! 사실, 지금 탁구 치고 싶어서 몸이 안달이 난 상태다. 벌써 몸이 근질근질 한데?

2011년 8월 5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2011년 8월 5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1 )
chuudok
하지원은 개인적으로.. 참.. 이쁘다..   
2011-09-25 13:0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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