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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원동력은 “러브! 러브! 러브!” <클라우드 아틀라스> 워쇼스키 남매-톰 티크베어
2012년 12월 21일 금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클라우드 아틀라스>에는 여섯 개의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그 중 특별히 애착이 가는 에피소드가 있는가?앤디 워쇼스키(이하 앤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여섯 가지가 전체 이야기의 일부이기 때문에 하나를 집어서 말하기는 힘들다. 입고 있는 재킷과 비교해서 설명하자면, 재킷이 그냥 재킷이기 때문에 좋은 것이지 단추가 마음에 든다든지 박음질이 마음에 든다든지 구분 지을 수 없는 것과 같다.
톰 티크베어(이하 톰): 책을 각색하면서 미지의 세계로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장르뿐 아니라, 톤과 스타일이 다른 영화 여섯 개를 만든 것과 같다. 영화를 만드는 순간마다 새로운 발견이 있었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됐다. 그러다보니 제일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를 꼽는 게 어렵다. 워쇼스키 남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거다. 우리가 다른 게 있다면, <스피드 레이서>라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든 워쇼스키 남매와 달리 나는 웃긴 영화는 만든 경험이 한 번도 없다는 정도다. 어쨌든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여섯 가지 에피소드가 아름답게 균형을 이루고 있기에, 관객들도 하나의 통일된 이야기로 봐 줬으면 좋겠다.

<닌자 어쌔씬>의 정지훈에 이어 이번에는 배두나와 작업했다. 한국배우를 연이어 캐스팅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라나 워쇼스키(이하 라나): 한국영화산업은 굉장히 흥미로운 시장인 것 같다. 성장도 폭발적이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굉장히 다양한 것들이 넘쳐흐른다. 감정적, 지식적, 영적, 철학적, 사상적인 것들이 복합적으로 담겨 있다. 소재의 다양성 덕분에 가능한 게 아닌가 싶다. 영화 하나에도 다양한 장르가 아우러져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것이 한국영화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는 배우들에게도 다양한 표현이 요구된다. 다양성을 표현해야 하는 환경을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습득한 게 아닌가 싶고. 그렇기에 연기의 범주나 스케일에 있어 한국배우들이 할리우드 배우들보다 폭이 넓은 것 같다.

펀딩에 난항을 겪어서 제작비를 직접 마련했다고 들었다. 여러 우여곡절 속에서도 이 프로젝트를 끝까지 밀어불인 힘은 어디에서 나온 건가?
일동: 러브! 러브! 러브! (웃음)
앤디: 투자가 들어오지 않았을 뿐 아니라 보수도 없이 일해야 했다.
라나: 그것도 하루 16시간씩 4년이란 시간을!
앤디: 사랑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지.
라나: 당신이 만약 보수 없이 4년 동안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떨지 한번 생각해 보라.(웃음)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열정과 사랑 밖에 없을 것이다.
톰 티크베어 감독님은 영화에 등장하는 음악 ‘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를 직접 작곡했다. 본인이 연출한 영화의 OST를 직접 작곡하는 걸로 유명한데, 촬영 이전에 음악을 만든다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톰: 나에게 있어 음악은 영화 제작 초기 단계부터 영화를 디자인하는 중요한 요소다. 영화의 비전과 전반적인 분위기를 음악으로 제시하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또한 음악은 배우에게도 중요한 도구가 된다. 맡은 캐릭터를 분석하고,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음악이 큰 도움을 준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배두나를 비롯한 배우들이 크로마키 스크린을 배경으로 연기해야 했기에, 음악이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양한 성별, 인종, 시대를 아우르는 캐릭터 설정이 당신들에게 왜 그토록 중요했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인 정체성과도 연결된 부분인 것 같은데.
라나: 인습에 얽매이는 것은 넘어야 할 벽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지만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통화하면서도 같이 일할 수 있다는 커넥션이 느껴지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독일과 미국은 다르다. 남한과 북한은 다르다. 서구와 아시아도 완전히 다른데 어떻게 같이 일할 수 있느냐, 어떻게 똑같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한다. 하지만 그 사이에 있는 벽이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해야 서로 탐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고 본다. 우리 역시 그랬다. 톰은 독일 출신이고 우리 남매는 수천 마일 떨어진 미국에서 자랐다. 그런 사람들이 만나서 사랑을 나누고 “우리 함께 자란 사이 같아”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큰 것이다.

여섯 개의 이야기가 환생과 윤회 구조를 갖고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인연’이라는 것에 더 깊게 느꼈을 것 같다.
톰: 영화를 만들면서 ‘워쇼스키 남매가 그동안 만든 영화가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의미를 찾는 과정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재미있는 건, 내가 만든 <롤라 런>과 워쇼스키 남매의 <매트릭스>가 1999년 같은 해에 독일과 미국에서 개봉했다는 점이다. 당시 영화를 보면서 굉장히 놀랐다. 공통점들이 많았거든. 죽었던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의 사랑으로 부활하는 것을 비롯해서, 미학적인 산택이라든지, 인습이나 관념을 넘어선다는 메시지 등이 같았다. 그때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가 만나면 정말 아름다운 것을 만들 수 있겠다’는 걸 말이다. 이후 연애편지를 주고받으며 연락을 했는데, 실제로 만나기까지는 몇 년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지금 이렇게 함께 영화를 만든 걸 보면,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라나: 인간이라는 것은 사람 사이의 커넥션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조지 버클리라는 철학자는 “인간이라는 것은 지각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간은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존재다. 여기서 사랑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사랑은 자신을 희생하는 데부터 시작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종족이나 제한된 범위를 넘어서게 되면 더 심오한 사랑과 인간의 관계가 존재한다. 그 연결고리를 보여주는데 이 영화의 메시지가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네오 서울을 보면, 다다미방이라든지 벚꽃 등 일본을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강하다. 세 감독이 생각한 서울의 모습인건가?
라나: 일본 혹은 한국 문화를 떼어서 생각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기준에 따라서 선택을 통해 봤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는 어떤 게 어떤 국가에 속했다는 것 보다는 그런 인습이나 관행을 뛰어 넘어 시각적이고 신비한 아름다움을 제시하고 싶었다. 네오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보면 중국식 건물, 앙코르와트 사원, 현대의 건물 등이 유기적으로 혼합되어 있다. 구분이 없는 세상, 모든 것이 통합되어 차별이 없는 세상을 나타내고자 그렇게 연출했다.

한국 관객이 네오 서울을 어떻게 받아들이길 원하나?
앤디: 네오 서울의 모습을 담긴 했지만 사실 한국의 관점만을 위해 보여준 건 아니다. 원작 데이빗 미첼의 책을 통해서 글로벌 액션을 보여준 것이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문화는 항상 변해왔다. 외부의 영향을 안 받을 수 없기 때문에 100년 전 문화가 그대로 유지되는 나라는 없다. 한국과 미국 역시 100년 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다르다. 가령 미국은 120년 전만 하더라도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되지 않는 나라였다. 우리 인간은 변화하는 문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영화를 보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해 해저에 벽을 지어야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는데,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가 하나가 됐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라나: 우리 행동의 결과로 지구 온난화가 발생하고 문제가 일어났다. 그런데 인간들은 행동을 바꾸기는커녕 벽을 세울 생각만 하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한국은 냉전시대의 마지막 분단국이기 때문에 과거-현재-미래를 분리할 수 없는 곳으로 상징된다. 벽이 있는 한 죄책감과 책임감을 느끼면서 살 수밖에 없는 곳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감독으로서 어떤 평가를 받을 때, 혹은 어떤 순간에 만족감을 느끼나?
톰: 위대한 예술을 경험할 때 가장 기분이 좋다. 책이나 영화, 전시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걸 통해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면 행복하다. 그 예술가와 연결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연결고리를 찾을 때 쾌감을 느낀다.
라나: <브이 포 벤데타>를 만들었을 때 혹평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문화의 일부가 됐고 “혁명 정신을 보여주는, 더 좋은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영화”라는 평도 받았다. 흥행이나 비평가들의 호평보다는 그런 평가가 더 마음에 든다. 영화를 만들면서 “왜 예술을 하느냐”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눴는데,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니,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라는 답이 나왔다.
앤디: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서울이 물에 잠기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웃음)
라나: 이번 영화가 우리의 삶을 훨씬 뛰어넘는 큰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

2012년 12월 21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사진제공_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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