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뽕빨정리] 단기속성으로 마스터하는 겨울영화!
2005년 12월 3일 토요일 | 유지이 이메일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C군과 M양, 서로 상대가 꽤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소개팅이 다 그렇듯 두 사람은 몇 시간이 지난 후에 나눌 말이 그리 많지 않다. 심심하게 시간만 보낼 수는 없는 일. 다음 날 다시 만나기로 한 두 사람은 M양의 의견을 따라 영화를 한 편 보기로 결정한다. 보통이라면, 영화를 재미있게 함께 본 후 저녁이나 한 끼 먹으며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것이 정석.

그런데,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영화 선택의 전권을 위임 받은 M양은 '불세출의 코미디 배우' 짐 캐리가 출연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골랐는데(실제 광고 문구임), 실제로 본 <이터널 선샤인>은 전혀 그런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 로맨틱한 구석을 찾지 못한 까닭에 저녁식사 내내 대화의 실마리를 풀지 못한 C군과 M양은 소개팅 초창기부터 위기에 봉착한 셈이었다.

오해를 살까봐 미리 덧붙여두자면, 절대 <이터널 선샤인>이 나쁜 영화라는 뜻이 아니다. 기발한 착상과 번뜩이는 상상력을 훌륭한 내러티브로 뽑아낸 <이터널 선샤인>의 시나리오는 물론이고, 시나리오의 매력을 올곧게 받아낸 연출도 수준급인 영화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영화의 진면목을 모르는 놈이라고 몰지는 마시라. 문제는 '로맨틱 코미디'라고 광고할 만큼 <이터널 선샤인>이 전형적인 장르 영화는 아니라는 점. 실제로 일어났던 소개팅 남녀의 실망은 가볍게 장르 로맨틱 코미디를 즐기려던 기대가 무너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가을은 상업 영화의 비수기인 반면에, 다양한 영화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는 축복의 한 때가 되기도 한다. 큰 영화가 영화관 여러 군데를 독점하고 오랫동안 눌러 앉는 대신, 작은 영화라도 하나 쯤 스크린을 잡고 관객을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을이 그런 계절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리플리의 게임>이나 <토니 타키타니>, <시티 오브 갓> 같은 영화를 영화관에서 볼 수 없었으리라. 대신 간단한 영화 소개를 읽고 스트레스를 풀려는 많은 관객들이 엉뚱한 실망을 하는 때이기도 하다. 장르 소개에 입각해 최대한의 흥미를 유발 시키는 영화 광고는 종종 그 영화의 본질을 비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스릴러에 비추어 <리플리의 게임>은 흥미진진한 영화가 아니기 쉽고, 로맨스에 비추어 <토니 타키타니>는 맥빠지기 쉽다. 한 두 번 그런 경험이야 누구든 있지 않을까.

그러다가, 겨울이 왔다.
본격적인 장르 영화의 계절이자, 흥행을 노리는 야심작의 홈그라운드이자, 소개대로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은 솔직한 광고의 경연장인, 겨울 바로 그 계절이다. 언제나의 겨울처럼, 슬슬 추워지는 12월에서부터 다음 년도 2월까지는 볼 만한 영화가 너무 많아 고르기가 힘들 지경이다. 그러니, 한 번 쯤 제대로 훑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겨울을 여는 헐리웃의 대표작 3종 세트

겨울 흥행작을 소개하는 것은 영화를 업으로 삼는 매체는 피해갈 수 없는 교차로와 같다. 여름에 여름 흥행 영화를 소개하고, (가끔 공포영화 특집을 준비하고) 영화제 시즌에 영화제에 소개된 영화와 참가한 유명 배우를 취재하고, 겨울에 겨울 흥행 예상작을 꼽는 것은 월간지도 주간지도 웹진도 피해갈 수 없는 연례 행사다. 그런만큼 일찍부터 겨울 바람몰이에 나선 헐리웃의 대작 3편은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는 편인데, 이전에 다루었기는 무비스트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영화를 빼고 겨울 특선 대작을 다룰 수는 없는 법, 핵심 요약으로 쪽집게 소개를 하며 훑어 넘어가 보자.

가장 처음 개봉하는 영화는 미국과 1주 차이로 개봉하는 소년 소녀 마법 지망생들의 분에 넘치는 모험 <해리 포터> 시리즈의 최신작 <해리 포터와 불의 잔>. 언제나 베스트셀러 원작 소설의 기본 플롯을 충실히 재현했던 영화가 이번에도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는 것은 쉽게 예측 가능하다.

원작에 의하면, 이번에 마법학교 호크와트에서는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마법학교의 학생들을 모아서 트리위저드라는 대회를 열고, 최고로 용기있고 능력이 출중한 학생을 뽑는다. 물론 이 대회에 운명이 기구한 해리 포터가 끼어들고, 평생의 경쟁자이자 <해리 포터> 세계의 절대악인 볼드모트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은 당연지사. 다른 시리즈와 비교해 특별한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의 감상포인트는 (서양 아이들의 빠른 성장을 감안하더라도) 더 이상 아이로는 보기 힘들 만큼 훌쩍 커버린 해리 포터 삼총사에 있다.

예고편이 공개된 무렵부터 술렁였던 관객 반응은, 더 이상 귀엽지 않은 해리 포터와 론 위즐리에게 징그러운 표정을 짓다가도 드레스를 입고 무도회장에 등장하는 헤르미온느의 미모에 환호를 보내는 다양함에 녹아들어있다. 그렇다, 원작도 영화도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은 주인공들이 성장을 거듭해 이성 친구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춘기의 굴곡 많은 감정선과 훨씬 암울해져 매력적인 음모 가득한 사건으로 이루어진, 전작에 비해 한 뼘 쯤 권장 관객 연령이 높아진 영화다.

여러 학교에서 몰려든 다양한 등장 인물에 트리위저드 경기라는 경쟁적인 사건이 기반이 되고, 해리 포터의 짝사랑 상대 초 챙이 전면에 등장하며, 헤르미온느는 매력적인 타 마법학교의 학생과 무도회에서 춤을 춘다. 이번에 감독을 맡은 마이크 뉴웰은 출세작 <한 번의 결혼식과 세 번의 장례식>처럼 등장 인물의 미묘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살리며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을 매력적인 성장 드라마로 완성했다는 후문. 미국 관객은 시리즈 최고의 오프닝 성적으로 화답했다. 한국에서의 약점이라면, 시리즈가 갈 수록 힘이 떨어지고 있는 흥행 성적 정도일까.

처음 <해리 포터> 시리즈가 공개되었을 때, 전면 승부를 펼쳤던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이제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겨울에는 비슷한 대결 구도가 펼쳐질 듯 하다. 한 주 차이로 개봉하는 피터 잭슨 감독의 신작은 리메이크 버젼의 <킹콩>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공개된 예고편으로 관객 사이에 강한 인상을 남긴 상태.

규모와 지명도에서 올 겨울 개봉하는 헐리웃 대형 영화 중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독특한 독립영화 <천상의 피조물>에서 대형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까지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 받은 감독의 야심작인 까닭에 <킹콩>의 그리 진지하지 않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최고조다. 전작의 큰 성공으로 제작 전권을 위임받고 고향 뉴질랜드에서 진행한 <킹콩>은, 컴퓨터 그래픽 킹콩의 표정 연기를 맡은 앤디 서키스(골룸의 표정 연기를 맡았던 그 배우!)와 <반지의 제왕> 제작진이 그대로 합류해 만든 장대한 화면으로 완성도에 있어서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라는 소문이 만연하다.

이미 공개된 외국에서의 평은 (별점을 기준으로) 썩 좋지 않은데, 이는 이미 감독 피터 잭슨이 "원작 <킹콩>의 열렬한 팬이며, 원작의 이야기 구조는 완벽해 더 이상 손 댈 구석이 없다"는 코멘트를 할 때부터 예측이 된 상태. 원작 때부터 고전으로 인정을 받고 있던 <반지의 제왕>과는 다르게 <킹콩>은 전혀 진지한 이미지의 작품이 아니었다.(한국에서 예고편을 볼 때마다 관객 반응이 "재미있겠다"와 "웃긴다"가 동시에 터진 것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듯) 소년 시절 <킹콩>에 매혹된 피터 잭슨의 목표는, 원작의 이야기를 손대지 않은 채 현대 영화 기술로 최선의 완성도를 이루어 내는 것.

원시림이 가득한 섬에 원주민의 숭배를 받고 있는 거대한 원숭이가 살고 있고, 이 원숭이가 금발 머리 미녀에게 반해 대도시에서 난동을 부린다는 유치해 보이는 이야기를 시치미 뚝 떼고 진지하게 다루는 것이 <킹콩>이 매력일 터이다. 고로, 깊은 설정에서 나오는 진지함과 수년간 팬덤에 의해 뒷받침 된 <반지의 제왕>의 방대한 깊이가 없을 <킹콩>의 이야기를 다루는 피터 잭슨의 솜씨는 변함 없겠지만 작품을 본 관객 반응이 훨씬 극을 달릴 듯 하다. 뉴질랜드 시절부터 명성이 자자했던 감독의 B급 정서와 <반지의 제왕>에서 보여준 기초 튼튼한 연출을 기대할 것!

겨울 헐리웃 3종 세트의 마지막은, 지명도로는 한 참 떨어지지만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 다크호스에 가까운 영화다. 중간계에서 <반지의 제왕>을 영화화하고 마법학교 호크와트에서 <해리 포터>를 영화화하는 판타지의 홍수 결과는 어떠했던가? 큼지막한 영화 일수록 대형 히트로 이어지는 마당에 소재 고갈에 시달리던 헐리웃 제작자들은 새로운 금광이라도 만난 듯 하였을 것이다.

영화화되지 않은 고전이 넘쳐나는 판타지 소설을 하나씩 하나씩 영화화 시키면 되니까. 독일군의 침공으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런던을 피해 교외의 한 저택으로 피신을 떠난 영국 남매들이 외딴 방에 숨겨진 마법 통로를 발견하게 되고, 이 통로로 마법과 신비로운 생물이 살고 있는 신비한 세계로 떠나 모험을 하게 된다는 <나니아 연대기>는 그렇게 영화화 되었다. 비슷한 때 출판되었고 원작자끼리도 친분이 있다고 하는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연대기>의 관계에도 불구하고, 영어권 국가를 제외하면 <반지의 제왕>만큼 알려지 있지 않은 까닭에 강한 존재감이 없는 <나니아 연대기>는 소설이 이미 번역 출판되었음에도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와는 거리가 있다.

더구나 영화화된 <나니아 연대기>는 유명 배우나 스텦으로 일찌감치 주목 받은 경우도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3종 세트의 마지막을 차지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겠다. 그러나 처음 <반지의 제왕>이 공개되었을 무렵 감독도 배우도 국내에서 무명에 가까웠고, 마니아 층을 제외하면 <반지의 제왕>이라는 소설 자체도 널리 읽힌 작품이 아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만듦새만 좋다면 <나니아 연대기>의 성공을 점쳐볼 수도 있겠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으로는 영화의 감독을 맡고 있는 이가 <슈렉> 시리즈의 앤드류 애덤슨이고 리암 니슨이나 루퍼트 에버렛같은 베테랑 배우가 목소리로 참여하며, 예고편이 스펙타클하고 신비로운 풍경을 담고 있어 매우 화려하다는 정도.


겨울도 내줄 수 없다! 충무로 3종 세트

올 초부터 국내 영화관 흥행 순위를 매겨보면, 1위부터 7위까지 한국 영화가 차지하고 있는 결과를 뽑을 수 있다. 작년의 천만 괴력 영화같은 대규모 흥행작은 없지만 한국 영화의 기획과 제작 능력이 꾸준히 관객을 사로잡을 만한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증거가 될 터, 대목 겨울을 맞아 한국 영화계도 대작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그 면면은 헐리웃의 3종 세트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

공격적인 홍보로 세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는 장동건과 이정재를 투톱으로 앞세운 곽경택 감독의 <태풍>. 탈북자 출신의 해적 씬(장동건)이 공해상의 미국 선박에서 핵무기를 탈취하고, 한국 특수요원 강세종(이정재)이 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알게되는 진실을 액션 영화의 틀에서 다루는 이 영화는 처음부터 블록버스터를 기대하고 제작한 작품이다.

거대 자본 영화가 드물던 올해 가장 큰 제작비를 쏟아부은 영화이자, 스토리부터 인물 구성까지 액션 장르를 표방하고 만드는 영화니만큼 흥행을 전제하고 있음은 당연할 듯, 스펙타클과 두 주연 배우의 남성미로 무장한 예고편의 박력도 만만치 않다. 스토리와 배우의 무게감을 볼 때 <쉬리> 시절부터 블록버스터 액션물의 분위기가 되다시피한 마초적 비장미로 무장한 영화가 될 듯하고 비장한 영웅의 죽음으로 구슬픈 감동을 이끌어내는 이야기를 선보일 듯 하다.

마초적 비장미라면 <친구>로 이름을 알린 곽경택 감독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부분일테고, 장동건은 <아나키스트>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거치며 비장한 마초의 한국적 모델을 보여준 배우니 큰 문제없이 <태풍>은 묵직한 액션 영화가 될 것인데, 흥행만 놓고 보면 몇 가지 불안한 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우선 작년의 트렌드는 <실미도><태극기 휘날리며>로 이어지는 남성적 비장함과 폭발적인 죽음이었지만, 올해는 흥행작만 놓고 보면 <웰컴 투 동막골>과 <말아톤>으로 요약할 수 있는 휴머니즘과 섬세함인 듯 하여 다소 불안하다.

대형 흥행작이란 트렌드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태풍>의 성공은 영화의 박력이 트렌드를 능가할 만큼 압도적이어야 할 밖에. 두번째는 현재까지의 흥행 성적으로 볼 때 <태풍>같은 장르 영화를 성공으로 연결시킨 역량을 가진 감독이 많지 않았다는 데 불안 요소가 있다. 헐리웃식 장르를 한국에 가장 잘 이식할 수 있는 재능의 소유자로 보이는 강제규 감독이나 충무로식 장르에 헐리웃의 묘미를 포함할 줄 아는 강우석 감독을 제외하면, 그간 성공작은 전형적인 장르 영화와는 거리가 있었다.

월드 스타급 대우를 받고 있는 박찬욱 감독은 차치하고라도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도 (장르적 감수성은 풍부했는데도 불구하고) 장르 영화는 아니었고, 이번에 <태풍>을 선보이는 곽경택 감독의 출세작 <친구>도 장르 문법에 충실한 영화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더구나 자신의 경험담이 어느 정도 들어있는 <친구>에 이어 실존 인물을 다룬 <챔피언>을 연출하는 이유에 대해서 물어보았을 당시 곽경택 감독이 "자신은 열심히 취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를 만드는 재주 밖에 없다"고 언급한 대답을 겸손으로 보더라도 마찬가지. 결과는 물론 곽경택 감독 자신이 <태풍>을 통해 증명해야할 일이다.

영화를 크랭크인 할 때의 주목도에 비해서 지금은 <태풍>같은 영화에 밀린 감이 있지만, 올해 기대작 중 하나는 분명 <청연>이다.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대세이던 시절 기획에 들어가 <바람의 파이터>(최영의)와 <역도산>(역도산)이 다 개봉한 지금에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일제 시대 한국인 최초의 여류 비행사로 현해탄을 건너려 했던 박경원의 일대기를 다룬다. 독립영화 <소름>을 통해 섬세한 연출과 연기를 인정받은 윤종찬 - 장진영 페어가 메이저급 영화에서 뭉친 이 프로젝트는, 잘 각색한 시나리오와 세심한 연출로 뽑아낸 드라마로 정면 승부한다는 점에서 대작 틈바구니 사이에 충분히 가치를 발한다.

작품의 성격으로 볼 때 자극적인 3종 세트들 사이에서 흥행 위험도는 가장 높을 듯 하지만, 잘 정련한 드라마와 믿음직한 연기력을 뒷받침한 영화는 충분히 볼 만 하다는 소문. 다만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영화가 그동안 썩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인생 자체가 자극적인 드라마였던 최영의나 역도산에 비해 각색의 여지가 많은 박경원이란 인물이 얼마나 흥미로운 드라마를 만들어낼 지가 관건이다.

배우의 지명도로 보면 제일 윗 선에 놓아도 좋을 만한 영화 <야수>가 3종 세트의 가장 마지막.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권상우가 열혈 형사 장도영으로 출연하고, 안정감 있는 연기와 훌륭한 영화 선구안으로 유능한 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유지태가 냉정한 검사 오진우를 맡아 함께 강력 사건을 추적하는 팀을 이룬다. 남성 스타 투 톱에 형사 버디물이라는 조건은 마초한 액션물이 될 조짐을 보이나,

여성 관객 동원력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두 명을 기용한 캐스팅은 전방위적인 흥행몰이를 감안한 기획인 듯 하다. 다만, 두 배우 모두 지명도와 스타성은 대단하지만 둘 만으로는 영화의 무게감이 다소 떨어지고 감독 역시 <카라>와 <종합병원: 천일동안>을 거치는 동안 내내 장르 영화에 도전했는데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점이 불안거리. 그러나 박찬욱과 봉준호도 각각 <삼인조>와 <플란다스의 개>라는 실패작을 딛고 능력을 펼쳤고, 권상우와 유지태 모두 자신의 무게를 키울 나이에 들어선 배우라는 점을 생각하면 <야수>의 기대치는 분명하다.

겨울에도 스필버그

그러나 일찍 소문내지 않고 때 되면 나타나는 거물이 있는 법. 각종 3종 세트로 요란한 와중에 스티븐 스필버그는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름 <우주전쟁>으로 테러리즘을 외계 침공에 대입한 스필버그는 겨울 <뮌헨>으로 테러리즘의 논픽션에 접근한다.

뉴욕에서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기전 국지적인 테러와 암살과 납치가 횡행하던 시절,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는 지금의 알카에다만큼이나 유명한 조직이었다. 이들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동독과 서독이 나뉘어져 있던 시절 열린 뮌헨 올림픽(1972년) 올림픽 선수촌 급습 사건.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급진적 게릴라 단체로 알려진 검은 9월단 소속 8명이 올림픽 선수촌에 잠입하여 이스라엘 대표 선수를 인질로 잡고 인질극을 벌인 것. 당시 이 사건의 결과로 검은 9월단은 5명이 사살되고 3명이 부상 상태로 살아남았고, (그 중 2명은 사후에 모사드 요원에 의해 암살당했다고 알려짐) 이스라엘 선수 측 2명은 사살 당하고, 경찰 측 2명이 진압 중 죽었다.

전 세계가 대테러에 관해 깜짝 놀라 준비하게 만든 이 사건을 다음 작품의 소재로 고른 스필버그의 선택에 대한 반응은 우려 반 기대 반이다. 우선 스티븐 스필버그가 빼어난 연출력을 갖춘 감독이며, 스릴러와 서스펜스에 관한 부분이라면 초창기 작품 <대결><죠스>부터 최근 작품 <우주전쟁>까지 못해도 범작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았다는 점이 기대를 하게 만드는 한 가지 조건. 또 다른 하나는 흥행이나 작품에서 이미 이루지 못한 것이 없는 스필버그가 이후 매우 개인적인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 기대를 하게 한다.

초창기 매우 정력적으로 연출에 임했던 <미지와의 조우> 이후 스필버그의 필모그래피는 흥행성과 만듦새 사이를 절묘하게 오가는 균형 감각을 보였지만, 큐브릭의 유작을 이어받은 이후는 개인적인 취향 쪽으로 무게추가 조금씩 옮겨가고 있다. 그 후 흥행 성공작이었던 작품 조차도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경우 이전 스필버그 SF영화답지 않은 암울한 비젼이 강했고, 소재조차 필모그래피에서 매우 독특했던 <캐치미 이프유캔> 같은 영화는 스필버그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강한 향수가 묻어있었다.

카프라적인 느낌이 매우 강한 <터미널>이나, 곳곳에서 조지 팔 버젼의 <우주전쟁>에 대한 느낌이 강하게 남아 있는 최근작 <우주전쟁>까지 최근의 스필버그 영화는 매우 흥미로운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매우 스필버그답지 않은 소재를 다룬 <뮌헨>은 색다른 에너지를 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유태인인 스필버그의 입장과 9/11 이후 미국 사회의 분위기에서 <뮌헨>이 다루는 민감한 정치적 문제를 영화가 잘 소화해 낼 수 있을지는 우려할 구석이 많다. 결과가 어떠할 지는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주간에 개봉할 <뮌헨>의 본편을 보아야만 확인할 수 있겠지만.

겨울에도 풍성한 다크호스 목록


이름값과 유명세로 리스트를 정하면, 앞 선 7개의 영화겠지만 아직 개봉을 앞두고 있는 기대작은 제법 된다. 겨울은 7개의 영화로만 지내기엔 길고 추운 계절이니까. 언제 어떤 재미를 선사할 지 알 수 없는 영화들을 길게 소개하기는 힘든 것이, 이 영화들 공개된 자료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모르고 넘어갈 수는 없지.

한국과 합작한 중국산 영화가 세 작품 대기하고 있다. 스타군단 싸이더스에서 <무간도>의 유위강 감독을 초빙해 연출 시킨 <데이지>는 전지현 - 정우성 - 이성재의 싸이더스 간판 스타가 출동하는 영화. 형사와 킬러가 한 여자를 동시에 사랑하는 운명적인 상황을 홍콩식 느와로 풀어가는 영화다.

그보다 빨리 12월에 개봉 계획을 세운 영화는 장 이모우와 함께 중국 영화계를 대표했던 첸 카이거 감독의 신작 <무극>으로 한류 스타 장동건이 장백지와 호흡을 맞춰 무협 영화의 세계로 발을 내딛는다. 홍콩을 강타한 <대장금>으로 진가신 감독의 신작 <퍼햅스 러브>에 출연한 지진희의 파트너는 금성무와 장학우다. 홍콩 멜로의 걸작 <첨밀밀>로 유명한 진가신 감독의 신작은 로맨틱한 사랑을 담은 뮤지컬.

헐리웃 쪽은 한국계 애니메이션 감독 피터 정의 출세작 <이온 플럭스>를 영화화한다. 초인적인 패션 센스와 능력을 가진 <이온 플럭스>의 영화판 히로인은 거물급 여배우로 발돋음한 샤를리즈 데론. 미국 개봉은 12월 첫째 주로 잡혀있다. 이어지는 주에는 <와호장룡>으로 외국계 영화의 미국 내 최고 흥행 수익을 기록한 이안 감독의 신작 <브로크백 마운틴>이 개봉하며, 드라마에 강한 이안 감독을 떠오르는 신예 히스 레저와 제이크 길렌할 두 배우가 보좌한다.

겨우겨우 다시 만남을 가진 C군과 M양, 눈에 띄는 영화가 있을 때까지 팜플렛이나 모으며 영화는 보류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넘치는 팜플렛 와중에도 둘의 의견은 쉽게 합쳐지지 않는다. 한 눈에 보이는 영화란 취향 차이가 크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화끈한 영화를 기대하는 C군은 <킹콩>을, 애틋한 영화를 좋아하는 M양은 <청연>이 보고 싶다. 아하, 벌써 이 두 사람은 영화 보기로 이야기 거리를 찾지 않아도 될 모양이다. 그냥, 두 편 다 보면 되겠네.

(총 8명 참여)
h6e2k
잘읽엇어여~   
2010-01-31 03:06
qsay11tem
잘보고 가요   
2007-11-25 12:13
mckkw
킹콩.. 재밌어.   
2007-07-11 17:46
kpop20
태풍과 킹콩 해리포터 다 좋아요   
2007-05-17 10:37
js7keien
해리포터-킹콩-청연-뮌헨 외엔 그다지..   
2006-09-30 15:35
comlf
이온플럭스 마구 보고 싶다. 스필버그의 뮌헨도 마찬가지!
아 나니아 연대기도 보고 싶고 ㅜㅜ   
2005-12-27 01:33
kfinger
곁다리 얘기지만,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 저렇게 둔갑할 수 있구나....푸하하 -_-;   
2005-12-08 11:16
googoo
정말 기대됩니다. 완전뽕빨정리 맞네용..ㅎㅎㅎ 특히 스필버그의 믠헨 기대만빵입니다.   
2005-12-0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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