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극장가가 비수기였다는 점은 다른 영화들의 흥행 순위에서도 감지된다. 지난주 2~4위였던 <본 레거시>, <파라노만>, <캠페인> 이 변동 없어 그 자리를 지켰다. 이들 중 가장 의기소침해 있을 영화는 본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 <본 레거시>. 이전 시리즈의 영광을 이어가겠다며 자신 있게 출격했지만 평단의 평가도 흥행도 의욕을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모양새다.
극장가의 침체된 분위기엔 신작 영화들의 부진이 큰 몫 했다. 먼저 <프리미엄 러쉬>가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8위 데뷔에 머물렀다. <500일의 썸머> <인셉션>으로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조셉 고든 레빗이 출연했지만 고작 603만 달러를 챙기는데 그쳤다. 참고로 이 영화의 당초 오프닝 목표액은 900만 달러였다. 영화는 바이크 배달원인 주인공이 경찰의 추격을 피해 자신의 임무를 완수한다는 내용을 그린다.
또 한편의 신작 영화 <히트 앤 런>은 10위에 턱걸이했다. 브래들리 쿠퍼, 크리스틴 벨, 댁스 셰퍼드가 출연하는 코미디 영화로 452만 달러를 챙겼다. 제작비 200만 달러의 초저예산 영화이기 때문에 발걸음이 그게 무거워 보이진 않는다. <트와일라잇>의 애쉴리 그린과 세바스찬 탠, <해리포터> 시리즈의 ‘말포이’ 톰 펠튼 등이 출연하는 신작 호러물 <디 애퍼리션>의 경우 순위권에도 들지 못하고 12위에 랭크됐다.
이번 주말 눈에 띄는 영화는 13위에서 7위로 껑충 뛰어 오른 <2016 : 오바마의 미국(2016: Obama's America)>이다. 7주전 텍사스 주의 한 극장에서 소규모 개봉했던 영화는 보수주의자들의 입소문을 타며 극장수를 늘려가더니 결국 박스오피스 순위권에 진입했다. 인도출신 작가 디네시 다수자의 ‘오바마 분노의 근원’을 영화화 한 <2016 : 오바마의 미국>은 버락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미국사회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질문하는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오바마가 승리할 경우, 미국 사회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 얘기하고 있다. 오바마 안티 영화가 인기를 끄는 것을 보니, 선거가 다가오고 있음이 피부로 느껴진다.
● 한마디
연말 대선을 앞둔 국내에서도 민감한 소재를 다룬 정치 관련 영화들이 대거 개봉한다는 사실.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을 다룬 <26년>,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삶을 조명한 <남영동>, 고 육영수 여사의 일대기를 그린 <퍼스트레이디 : 그녀에게> 등등. 이들 영화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까요?
2012년 8월 28일 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