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내로라하는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하는 것만큼, 영화제 필름 마켓의 판매 성과도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영화는 국제영화제 필름 마켓을 통해 지속적으로 북미와 일본, 동남아, 유럽 등지에서 개봉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해외에서 개봉한 한국영화는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의 눈에는 낯선 외국영화일 뿐이다. 누구나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올해 상반기 해외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5편의 성과를 보며, 앞으로 해외시장에 뛰어들 한국영화의 가능성을 점쳐보자.
<마더>, 봉준호 감독 이름값 했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미국에서 의미 있는 흥행 성과를 올렸다. 지난 3월 12일 개봉한 <마더>는 총 14주 동안 상영하면서 551,509 달러(한화 6억 6천만원)를 벌어들였다. 1주차 6개관으로 시작한 <마더>는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50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입소문을 타고 2주차에는 19개관, 3주차에는 38개관을 잡아 흥행몰이를 이어갔다. 이 때 <마더>의 박스오피스 순위는 14주 동안 가장 높은 순위인 35위에 올랐다. 4월 달에는 평균 20개의 극장에서 상영됐고, 5, 6월까지 10개 안팎의 극장에서 계속적으로 관객을 만났다.
이와 같은 <마더>의 성적은 2007년 북미에서 개봉한 <괴물>의 덕을 봤다고 볼 수 있다. 북미 개봉 당시 116개관까지 상영관을 잡으며 박스오피스 23위까지 오른 <괴물>은 총 2,201,923 달러(한화 26억 4천만원)를 벌어들였다. <괴물>을 통해 평단과 관객의 사랑을 받은 봉준호 감독은 수월하게 <마더>를 개봉했다. 이 밖에도 지난 1월에 개봉한 프랑스에서는 (미화로 환산)171,590 달러(한화 2억 6백만원), 지난 5월에 개봉한 포르투갈에서는 (미화로 환산)2,326 달러(한화 3백만원), 러시아에서는 (미화로 환산)5,248 달러(한화 6백만원)을 기록했다. 또한 싱가포르는 (미화로 환산)36,365 달러(한화 4천 3백만원), 대만은 (미화로 환산)19,053 달러(한화 2천 3백만원)을 벌어들였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김치 웨스턴 빵! 빵! 빵!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놈놈놈>’)도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개봉했다. <놈놈놈>은 2008년도 칸마켓에서 미국과 유럽은 물론 러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11개국에 판매되었다. 또한 작년 미국 중견 배급사인 IFC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뉴욕, LA, 시카고 등 북미 5개 도시에서 개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개봉시기가 늦춰졌고, 드디어 올해 상반기에 와서 관객을 만났다. <놈놈놈>은 3월에 개봉한 <마더>에 이어 4월 23일에 개봉했다. 총 10주 동안 상영하면서 128,486 달러 (한화 1억 5천만원)를 벌어들였다. <놈놈놈>은 1주차 한 개관으로 시작, 박스오피스 순위는 83위였다. 하지만 4주차에 15개관으로 상영관을 늘리고, 박스오피스 순위도 58위에 랭크되었다. 이후 <놈놈놈>은 평균 10개관에서 상영하며, 관객을 불러모았다.
<사요나라 이츠카> 일본을 사로잡다!
올해 상반기 해외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가운데 수익면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한 작품은 <사요나라 이츠카>다. <사요나라 이츠카>는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로 유명한 츠지 히토나리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제목부터 일본영화처럼 보이는 <사요나라 이츠카>는 한국의 기획력과 자본으로 만들어진 글로벌 프로젝트 영화다. <사요나라 이츠카>는 글로벌 프로젝트 영화에 맞게 <포화속으로>의 이재한 감독이 연출하고, 나카야마 미호 등 일본인 배우가 주연을 맡았으며, 태국 전문 영화 스탭들로 구성되었다. 지난 1월 23일에 개봉한 <사요나라 이츠카>는 일본 전역 180개 극장에서 시작, 1억 3200만엔(한화 16억 7000만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이후 7주차에는 162개 극장을 유지하며 10억 7700만엔(한화 135억)을 벌어들였다. 이는 최근 5년간 일본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던 <괴물>의 1억 3000만 엔(한화 13억)을 넘는 수치다.
<의형제>와 <워낭소리>, 형제와 할아버지는 용감했다
송강호, 강동원 주연의 <의형제>도 국내 흥행에 발맞춰 막바로 북미에서 개봉했다. ‘Secret Reunion’라는 영문제목으로 극장에 상영된 <의형제>는 지난 4월 2일 미국 11개관으로 시작, 지금까지 76,688 달러(한화 9천 2백만원)의 수익을 기록중이다. <의형제>는 북미시장 이외에도 대만에서 2개관으로 개봉했었고, 현재 추가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는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 중국은 판매되어 심의까지 진행했지만, 최종 심의불가판정을 받은 상태다.
국내에서 다큐멘터리영화로는 가장 많은 관객을 모았던 <워낭소리>도 일본에서 작은 성과를 내고 있다. 선댄스 영화제 및 다수의 영화제에 초청된 <워낭소리>는 작년 9월 미국에서 개봉한 바 있으나 흥행에서는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일본에서 작년 12월 19일에 개봉한 <워낭소리> 처음 10개 미만의 상영관으로 시작했다. 처음부터 적은 상영관수로 장기 상영을 목표로 했던 영화는 올해 상반기까지 총 60개관으로 상영관을 늘리며 6만 여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2010년 7월 6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