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과속스캔들>의 강형철 감독님하고 (차)태현 오빠도 오고, <늑대소년>에서 같이 출연한 송중기 오빠도 오고 많은 지인들이 참석해서 너무 좋았다. 기분 탓에 시사회가 끝나고 가진 술자리에서 과음해버렸다.
얼마나 마셨기에?
맥주 한 잔 반.(웃음)
앗! 정말 과음했는걸…(웃음)
술을 워낙 못해서. 나한테 맥주 한 잔 반이면 치사량이다. 보통 한 잔 먹으면 집에 가니까. 지인들과 같이 있고 싶어서 한 모금 마시고 한참동안 얘기하고, 또 한 모금 마시고 한참동안 얘기하니까 취하지 않더라.
오랜만에 기분이 좋았겠다.
꼭 그런 건만은 아니었다. 어제 무대 인사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하더라.
왜?
그냥 여러 가지 때문에. 다행이 눈물은 안 흘렸다. 헌데 술자리에서 태현 오빠가 그러더라 “너 아까 울컥한 거 봤어” 왠지 속내를 들켜버린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 그래도 나를 응원하러 와준 사람들을 보니 너무 고마웠다. 고마움의 울컥이랄까. 강형철 감독님을 보고 또 울컥했다. <과속스캔들> 이후로 다음 작품 선택에 신경을 많이 써주셨는데, 그동안 소속사 문제로 힘들어했던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거든. 다행히 영화에 출연하고 개봉까지 하니까 나보고 대견하다고 말해주시더라.
<과속스캔들> 이후 영화는 오랜만이다. <미확인 동영상 : 절대클릭금지>(이하 ‘<미확인 동영상>’)는 원래 작년 8월 개봉이었다. 한 해를 넘겨서야 이제 관객을 만난다.
더 빨리 관객을 만날 수 있었는데, 개봉이 늦어지면서 스크린 복귀가 늦어졌다. 이번 작품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4년 만에 스크린 복귀한 소감이 어떤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뭐 스크린 복귀는 4년이지만, 일은 2년 전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었다.
그 중 한 작품이 애니메이션 <리오> 아닌가. 그 작품에서 목소리 연기에 도전했다.
<리오> 얘기만 나오면 너무 창피하다. 목소리로 모든 걸 표현해야 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그것도 사람이 아닌 새라서.(웃음) 떨어지고, 부딪힐 때마다 ‘윽’ 하고 상황에 맞게 효과음을 내야 했는데, 그게 마음처럼 잘 안됐다. 목소리 연기를 해보니 성우 분들의 위대함을 알겠더라.
긴장된다. 하지만 마음을 비웠다. 이제 <미확인 동영상>은 내 손에서 떠났으니까. 관객들이 평가해주겠지.(웃음)
전작들을 미뤄봤을 때 공포 장르 선택은 다소 의외였다. 실제로 공포영화를 못 본다고 들었는데, 어떤 마음을 먹고 출연을 결심했나?
당연히 공포 장르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장르를 다양하게 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나이가 들어서 공포 영화를 선택하는 것보다 지금 해보는 게 연기적으로 더 도움을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선택했다.
<미확인 동영상>은 여타 공포영화와는 다르다. 현실적인 공포를 다뤘다고나 할까. CCTV, 스마트폰 등 24시간 카메라에 노출되어 살아가는 현대인들, 그리고 무분별하게 업데이트 되는 동영상 때문에 악플이 달리는 인터넷 폐해 등 트렌디한 기획이 돋보인다.
일단 시나리오가 좋았다. 소재자체가 귀신에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라 인터넷 문화의 폐해를 꼬집는 이야기였다. 그런 점에서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다고 봤다. 나 또한 음주 인터뷰로 오인 받은 동영상으로 심한 악플을 경험해 본적이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더 와 닿았다. 좋지 않은 일을 경험하기 전에는 이슈화 된 동영상을 보면서 “그거 봤어? 그 사람 진짜 이상하더라”라는 말을 했었다. 하지만 나쁜 일을 겪고 나니까 문제 동영상이 진짜인지 가까인지 판단이 안서더라. 도덕적으로 질타를 받을만한 일들이 인터넷 동영상으로 붉어져서 벌을 받는 경우가 있지만, 마녀사냥이 되는 경우도 있잖나. 진실은 당사자만이 아는 거니까.
사람들이 익명성이라는 것을 악용하면서 기본 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게 문제다.
참 이상한 게 인터넷으로 악플을 단 사람도 실제 만나면 친절하다. 연기적인 부분에 대해 칭찬이나 비판을 많이 해주는 팬들이 있는 반면 연기가 아닌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글을 쓰는 팬들도 있다. 워낙 팬들하고 가깝게 지내서 함께 밥을 먹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좋지 않은 글을 쓴 그분이 참석했더라. 그래서 “글 쓴 거 봤다. 제발 그런 글 올리지 말아 달라”고 말했었다. 그랬더니 너무 놀라하더라. 사람들은 모두 내면에 악의적인 면이 있다고 본다.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상에서는 그 악이 표출되는 것 같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영화를 보고 단 한 번이라도 인터넷 폐해의 심각성에 대한 생각해 봤으면 한다.
그러고 보면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참 힘든 것 같다. 직업을 바꾸지 않는 이상 이런 문제는 계속 생겨나기 마련이니까.
연예인들은 그게 직업이다 보니 그렇다고 하지만 일반인들까지 표적이 되는 건 정말 문제다. 요즘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노출되는 경우가 빈번하지 않나. 그로 인해 너무나 쉽게 신상이 공개되기도 하고 말이다.
광고 보고 다시 시작할까.(웃음)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에 안 집고 넘어갈 수 없다.
이런 이야기를 계속 해야 하는 게 우리 영화는 귀신이 등장할 때 느끼는 섬뜩함이나 공포감 보다 현실적으로 체감하는 공포가 더 많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강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영화의 기획 자체는 좋다. 하지만 공포 장르가 주는 재미가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이런 단점을 메우는 건 여배우들의 연기다. 특히 박보영씨의 안정된 연기가 빛을 발했다.
칭찬이 과하다.(웃음) 솔직히 말하면 이번 영화에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기댈 사람 없이 혼자 영화를 끌고 나가야 했기 때문에 몇 배로 힘이 들었다.
<미확인 동영상>이라는 함선을 이끌어야 하는 중압감이 컸나 보다.
물론 선장은 감독님이셨지만, 나 또한 전체를 이끌어야 하는 주축 멤버였다. 선배님들과 함께 촬영했을 때는 그분들의 손에 이끌려 그냥 따라가기만 하면 됐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팀원들의 손을 잡고 가야 했다. 아무래도 중압감이 컸다. 그리고 연기적으로 막힐 때마다 “(장화신은 고양이의 눈망울로)선배님!” 하고 도움을 청했는데, 이번 영화는 그런 분들도 없고. 그만큼 내 힘을 감당이 안 되는 무거운 짐을 짊어졌다고나 할까. 그래도 뭔가 해냈다는 자신감은 생겼다. 연기적으로도 많은 공부가 됐었고.
버팀목이 됐던 선배들이 그리웠겠다.
태현 오빠나 (김)수로 샘이 너무 보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영화에서 부모님도 안 나오더라.
극중 동생 정미로 나오는 (강)별이랑 “왜 우리는 부모님도 없는 거야”라고 한탄했다니까. 극중 아빠는 외국에 계시고, 엄마는 하늘나라에 간 설정이었다. 부모님 역할을 맡는 선배님들이라도 함께 출연했었다면 잠시나마 기댈 수 있었는데,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았으니까. 아버지는 공항에서 사진 찍을 때 한번 봤다.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부모님이 없어서인지 집 구조 자체가 크게 느껴졌다.
다들 세희랑 정미랑 둘 만 사는데 집이 왜 이렇게 크냐고 하더라.(웃음) 시나리오에 상에 자매 방이 따로 있어야 했고, 둘이 목욕하는 장면 때문에 욕실도 크게 만든 거다. 거기에다 후반부 거실 액션 장면도 있어서 집이 점점 커졌다.
적외선 촬영을 해야 해서 빛이 들어오면 안 됐었다. 그래서 모든 문을 닫은 상태에서 혼자 있었다. 촬영 전 감독님이 ‘큐’ 사인을 무전기로 준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참이 지나도 연락이 없는 거다. 너무 무섭고 지쳐서 소리를 질렀지. “감독님 무서운데 왜 안가요?” 그랬더니 감독님이 “왜 안 해. 무전기로 신호 보냈는데”라고 소리쳤다. 그 때 정말 무전기가 미웠다. 그래서 무전기 없이 밖에서 감독님이 큰 소리로 ‘큐’ 사인을 줬다.
무섭기도 했겠지만 혼자 연기해야 하는 게 더 큰 고충이었겠다.
혼자 슬레이트 치고 나서 바로 “정미야 어디 있니” 연기하고, 동선에 맞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어야 해서 어려움이 많았다. 촬영기법도 잘 모른 상태에서 스마트폰으로 찍다보니 초점이 안 맞았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갑작스럽게 손이 나오는 장면이 있다. 그게 하도 초점이 안 맞으니까 손이라도 맞아라 하고 내가 내민 거다.(웃음) 그리고 촬영에 대해 감독님 주문이 많았다. 영상이 너무 흔들려서도 안 되지만 세희가 떨리는 호흡을 전달해야하고, 거울은 꼭 보여주고, 장롱 안에 있는 인형들도 잘 찍어야 한다고. 연기하기 바쁜데, 촬영에 신경 써야 하니까 너무 힘들었다. 어느 순간 무서움도 싹 가시더라.
폐공장 장면 이외에도 후반부 집에서 귀신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에서 고생은 이어진다. 와이어에 매달리고, 쓰러지고, 달리고, 뛰어 내리고. 몸은 힘들었지만 동적인 연기를 많이 배웠을 것 같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배우들 고생 많았겠다고 하더라. 1년 전 얘기라 잊은지 오래지만 생각해보면 당시에는 몸도 마음도 지쳤었다. 하지만 극중 세희가 뭔가를 던지고, 때려 부수는 촬영은 즐거웠다. 실제 화를 속으로 삭이는 편인데, 그 장면을 촬영하니까 스트레스가 풀렸다. 하지만 그게 화근이었다. 무거운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모습을 본 무술 감독님이 자고 일어나면 몸이 아플 거라고 했는데, 역시나 다음날 일어나질 못했다. 그 때 깨달았지. “아! 근육통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일동 웃음)
와이어 액션도 힘들었을 것 같은데.
힘은 들었지만 별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별이는 오랜 시간동안 매달려 있어야 했으니까 더 고생을 많이 했다.
동생으로 나온 강별과는 동갑으로 알고 있다. 서로 의지가 많이 됐겠다.
괜찮아 하면서 서로 힘도 되는 사이였다. 극중 별이에게 뺨 맞는 장면이 있었는데, 너무 아팠다. 아픈 표정을 봤는지 별이가 너무 미안해하더라. 그 때 정말 아팠거든. 눈물이 핑 돌 정로.(웃음) 그래도 괜히 그것 때문에 연기에 지장을 줄까봐 내색하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 도와가면서 연기했다.
<과속스캔들>부터 성인 연기를 해야겠다는 마음은 계속 먹고 있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세희보다는 정미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공포감에 질겁하는 연기 등 감정을 표출하는 연기나 동작들이 많아서 솔직히 해보고 싶은 욕심이 났다. 하지만 연기적으로 성장해 가려면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이끄는 세희를 해야 할 것 같더라. 그래서 죽음의 위협에 놓인 동생을 위해 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언니 역할을 선택한 거다. ‘저 지금 성인연기하고 있어요’라고 콕 집어서 말하기는 힘들다. 그냥 조금씩 성인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한다. 아마 여동생 이미지를 아예 지우고 성인 연기만을 한다면 현재로서는 그걸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다. 욕심일 수 있겠지만 드라마에서는 밝고 명랑한 여동생 이미지를, 영화에서는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
인터뷰를 준비하기 위해 그동안 출연한 작품을 훑어봤다. <시선 1318> <울학교 이티>, <초감각 커플> <과속스캔들> 그리고 드라마 <정글피쉬>까지. 작품을 보니 공통점이 하나 있더라.
뭔가?
통통한 젖살.
(웃음)윽! 창피하다.
<초감각 커플> 때가 가장 통통해 보였다.
그 작품 할 때가 얼굴이 최절정 보름달이었다. 어쩔 수 없는 시기였다. 당시 고3 때라서 먹고 공부하고, 또 먹고 공부하던 상황이었거든.(웃음)
그래서 4년 전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2008년도에 방송된 <정글피쉬>의 한 장면을 준비해봤다.
정말?(<정글피쉬> 중 은수(박보영)가 시험지 유출 사건에 관련됐다는 사실을 친구 강솔(민지)에게 말하는 장면을 같이 봤다.)
오랜만에 보니 어떤가?
아! 이 동글동글한 얼굴 어쩌지.(웃음) 아직도 내 얼굴을 보는 게 너무 어색하다. 그래도 오랜만에 애착이 가는 <정글피쉬>를 봐서 반갑기도 하다.
<정글피쉬>를 보면 수인의 내레이션 중 이런 대사가 있더라. “무엇이 우리를 지금 여기까지 데려왔을까요? 그저 좋은 딸이 되고 싶었고, 어른들이 원하는 좋은 학생이 되고 싶었고,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싶었을 뿐인데,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아프게 하는 걸까요? 이제 전 더 이상 정글에서 살아나갈 자신이 없습니다. 모두 포기하고 싶어요” 그동안 소속사 문제로 힘듦을 겪었던 보영씨를 생각해보니 대사가 이렇게 들리더라. “무엇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을까요? 그저 좋은 연기자가 되고 싶었고, 팬들이 원하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었고, 그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싶었을 뿐인데, 무엇이 나를 이렇게 아프게 하는 걸까요? 이전 전 더 이상 정글에서 살아나갈 자신이 없습니다. 모두 포기하고 싶어요”
(대사가 적힌 종이를 읽어보고)정말 맞다. 당시 사회라는 정글을 헤쳐 나갈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연기를 더 이상 안하려고 했었다. 잘못된 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 예전 소속사와 맞서 싸웠는데, 만약 계속 연기를 하고 싶었다면, 다른 소속사에 들어가 대신 해결해 달라고 했을 거다. 그때는 정말 이 일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런데 어른들 말이 맞더라.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그리고 지인들과 팬들이 힘을 줬다. 그들에게 보답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여기까지 왔다.
세지 않다. 아파서 학교에 가지 않는 소녀가 외딴 집에서 늑대 소년을 발견하면서 전개되는 내용인데, 너무 동화 같다. 기대만큼 잘 나올 것 같다.
어쩌면 지금 배우로서 두 번째 계단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힘든 일을 겪고 나서 연기적으로나 심적으로 가장 크게 변한 게 있다면 무엇인가?
감사함. 예전 연기를 할 때 일과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은 있었지만, 그게 감사한 것인지 알지는 못했다. 촬영할 때 힘들면 곧바로 투정부리고, 인터뷰 횟수도 많으면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힘든 시기를 겪고 나니 멀리 보게 되더라.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그리고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에 진정으로 감사함을 느꼈다. 일을 하는 게 행복하니까 그게 또한 동력이 되고, 매 작품마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난다. <늑대소년>을 하고 나서는 좀 더 일상적인 연기를 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래서 요즘 연기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욕심이 크면 화를 부를 수도 있다. 적당한 휴식도 필요하다.
그건 안다. 하지만 지금은 연기 욕심을 부려야 할 때다. 그동안 너무 많이 쉬었으니까.(웃음)
2012년 6월 1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12년 6월 1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