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요. 근데 상당한 미인이신데요.
그래요? 고맙습니다. 그럼 저도 화답을 좀 드릴게요.
안 하셔도 되요. 그냥 본론으로 넘어가세요. (웃음)
네 그럼 뭐 그러도록 하죠!!
정재영씨 인터뷰 기사를 검색하면서 봤더니 어떤 외적인 것에 대해서 기자들이 물으면 평범한 얼굴이다. 그런 얘기를 많이 하셨어요. 근데 봤는데 평범하지 않아요. 수준급이에요.ㅋㅋ
평범한 얼굴이라고 하는 것은 제가 만들어 낸 말이 아니구요. 이미 뉴스나 기자 분들이 다 만들어 놓고서 저한테 그런 걸 물어보면 ‘참 사람들 이상하네? 잘생겼는데’ 이렇게 얘기할 수도 없고, 평소 영화나 이렇게 나오면 뭐 개성파(푸하하) 이렇게들 얘기하시니까. 가끔 꽃미남은 뭐~웃기려고 하시는 얘기들이고. (웃음)
아무튼 <신기전> 때문에 만났으니까 우선은...
뭘 그렇게 많이 준비를 했어요?
제가 이 인터뷰를 위해 이틀 밤을 3시간씩만 자고 나왔어요.
왜요?
정재영씨에 대해서 공부를 좀 하느라. 정재영씨에 대해서 많이는 아니더라도 이야기를 듣고 이해를 해야 하니까. 그러다 보니 정말 많은 자료, 기사들을 봤어요.
보니까 인터뷰가 많죠?
이전에 비해 부쩍 많았던 것 같아요. 짧은 것부터 긴 것까지.
인터뷰가 세배정도 많아 진 것 같아요. 옛날에는 매체들이 일간지, 스포츠지 그리고 영화지 영화 사이트. 요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무가지부터 시작해서 엄청나게 신문들이 많이 늘어나서, 거기다 인터넷 전문 연예뉴스까지. 그나저나 요즘엔 무가지 영향력이 굉장히 크다면서요?
아무래도 유가지보다는 보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또 손쉽게 볼 수 있고 버스나 지하철 타다 보면 굳이 내가 손에 쥐고 있지 않아도 다 보게 되죠.
그런 거 광고로 다 하는 거죠? 다 그런 걸로 바꾸지. 좋잖아 공짜니까!
아무튼 굉장히 많은 인터뷰를 소화하셨던데..
근데 오보도 많아요. 제가 얘기 안한 것. 그러니까 요 며칠 스케줄 잡아서 인터뷰를 쫙 했는데, 사실 기자 분들 입장에서는 누가 쓴 것, 누가 한 건 쓰기 싫잖아요. 그래서 다른 한 군데 찍어서 제목 다 다르게 하고 또 그걸 약간 확장하고 자기생각 좀 덧칠해서 이런 식으로 많이 썼더라고요.
그런 기사 보면 어떠세요?
음..... 지금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해요. 별로 신경 안 써요. 그분들의 입장을 이해하니까.
좀 그렇긴 하지만 서로의 입장이 다르니 이해한다?
똑같은 말 쓰면 위에서 그럴 거 아니에요. ‘베끼지 그랬냐?!’ 이런 소리 들으니까. 어떤 분한테 들었는데 회사 부장님이나 과장님 이런 분들이 기자 분들한테 ‘나가서 쇼킹한 것. 특이한 것 건저 와라!!’ 그런 말 종종 한다면서요? 그런 거 없으면 ‘너는 뭐했냐?!’ 이러고 (웃음)
너무 잘 아시는 데요? (권영탕 사진기자)
그니까! 그런 애환이 있는 거니까! 나를 욕하는 건 문제가 되지만 그런 게 아니면 그냥 넘어가요.
보니까 한 이틀 전 부터는 <신기전> 기사뿐만 아니라 <김씨 표류기>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실렸던데. 롤러코스터도 못 타시는 분이 원효대교에 매달리는 연기를 했으니 참 힘드셨겠어요.
그것도 사실 오보예요. 롤러코스터나 바이킹 못타는 건 맞는데 다리위에 올라가고 이러는 건 별로 안 무서워해요. 바이킹 청룡열차는 정말 싫지만.
어쨌든 그렇게 바쁜 와중에 인터뷰 스케줄이 잡힌 거라 성심 성의껏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는 했어요.
자기 고백이신가요?
그런 셈이죠.
준비하신 거에 5분의 1도 얘기 못하고 가실 거 같은데...(웃음)
개봉일이 얼마 안 남았는데 어떠세요? 이전과 달리 남다른 부분이 있으신지?
조금 남달라요.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감독님부터 시작해서 스텝들이 굉장히 오랫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촬영을 해서 그런지 감회가 좀 특별하게 와 닿긴 해요. 육체적으로도 액션 씬이 많아서 고생을 많이 했고요. 전반적으로 <신기전>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태어난 영화라 그런 거 같아요. 아시겠지만 원래 고생을 많이 할수록 기억에 많이 남잖아요. 왜 남녀 사이에서도 그렇잖아요. 오랫동안 사귀다 헤어지면 기억에 많이 남지만 한 일주일 사귀다 헤어지면 그건 사귄 것도 아니지 그런 생각 드는 거. 그런 이치랑 비슷한 것 같아요.
일반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본 관객들도 그렇고 기자들도 그렇고 <신기전>에 대한 평가가 조금 갈리는 거 같아요. 기대 만큼이다, 좀 아쉽다, 미흡하다 등등
마음 같아서는 100% 너무 좋았다. 뭐 이런 얘기를 듣고 싶지만 사실 불가능하죠. 예를 들면 <다크 나이트>의 경우 보신 분들이 열에 아홉은 극찬을 하시는데 그런 영화가 나오기는 정말 쉽지 않아요. 작품성에 오락성까지. 물론 그걸 싫어하는 분들도 있긴 하죠. 밝고 상쾌한 영화를 좋아하는 데 이 영화는 너무 어둡고 칙칙하니까. 결국 본인의 취향이랑 맞지 않기 때문인 셈인데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만장일치 수준이죠.
보통은 10명중 5할 이상이 정말 재밌다. 그리고 두 명은 볼만하다. 또 두 명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더니 별로네. 한명은 어우~ 이거 뭐야. 사실 이런 반응을 얻는 영화들이 대박치는 영화들이죠. 대부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아요. 물론 우리 영화가 이 범주에 있어 재밌다고 하는 사람이 한 세 명, 그냥 그래 하는 사람들이 한 네 명, 재미없어 하는 사람들이 세 명, 그러면 안 되겠죠 (웃음). 그러니까 <신기전>이라는 영화의 경우는 특별한 자기만의 기대를 안 가지고 보는 게 가장 재밌게 볼 수 있는 방법인 거 같아요. 이왕 보는 거 웬만하면 즐겁게 보고 나와야겠다. 그런 마음. 다시 말해, 포스터처럼 엄청나게 무겁고 상당한 스케일의 대하드라마 서사극이니 이런 저런 재미와 흥미가 있겠구나 하며 큰 기대를 품고 보면 실망할 수도 있다는 거죠. 이런 말씀을 드리는 건 보셔서 알겠지만 <신기전>은 아기자기 한 면이 많기 때문이에요. 그냥 ‘어 이 영화 뭐지? 그냥 한 번 봐볼까?’ 뭐 이런 식으로 큰 의미나 목적 없이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보신다면 충분히 <신기전>을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금방 포스터 얘기를 했지만 <신기전>의 포스터나 티저 영상을 보면 설주라는 인물은 굉장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영화 속의 설주는 의외로 부드러워요. 김유진 감독님께서는 그런 설주에 대해서 ‘니 맘대로 해라’ 고 말씀하셨다고 하는데 본인은 시나리오를 받고 설주라는 인물을 어떤 식으로 표현해 내고 싶으셨는지.
사실 저도 그게 좀 헷갈리고 애매해서 감독님한테 물었더니 저런 식의 답이 온 거예요 (웃음)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될까? 어떻게 해야지? 굉장히 다양한 캐릭터인데. 더군다나 사극이고. 한 가지 센 면만 있는 것도 아니고 우스갯소리도 잘하고, 여자에게 껄떡대기도 하고. 그렇다고 얘가 진짜로 어리버리 한 놈도 아니고. 할 땐 또 확 하는 스타일이고. 그래서 감독님한테...‘감독님 어떻게 해요?’ ‘어, 니 멋대로 해.’ 이렇게 된 거죠.
결국, 이런 거죠. 제 생각도 그렇고
시나리오에 다 나와 있는 거고 또 니(정재영)가 분해 직접 연기를 해야 하는 인물이니까 드라마에 어떤 큰 영향을 미친다거나 그런 것만 아니면 설정을 최대한 넓게 가자. 뭐 꼭 설주는 이렇고, 이런 인물이고, 너무 갇혀서 생각하지 말고 ‘어?! 재가 이럴 줄 알았는데 저런 면도 있네?’ 이게 오히려 관객들이 지루해 하지 않고 질리지 않는다. 캐릭터도 마찬가지고 영화도 마찬가지고. 이게 더 관객 입장에서는 흥미롭게 바라보고 따라올 거라 판단한 거죠.
그래서 <신기전>은 논리적으로 따지면서 볼 성격의 영화는 아니지 않나 싶어요.
그렇지만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점이 혼동스럽게 느껴 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설주라는 인물도 액션히어로, 큐티한 로맨스 가이, 거기에 나라까지 구한 영웅 등 캐릭터 성격이 너무 다층적이고 복잡하지 않았나 봐요.글쎄요... 혼동은 아닌 것 같고...
하나의 감정 선을 이끌어 가는 캐릭터들이 있잖아요. 사실 많은 영화에서의 인물들이 그런데 설주는 다 방면의 인물이라 몰입하기가 만만치 않았어요. 정재영씨 본인도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되기도 하고.
연기하는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다 진실로 믿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혼동이 있으면 안 되죠. 찍기 전에는 혼동이 있을 수 있겠지만 찍으면서는 혼동이 있으면 안 돼요. 예를 들어서 혼동이라는 말을 다르게 표현하면 이해하기가 힘들다. 쟤가 왜 저러는지. 그런데 설주가 그렇게 복잡한 심리상태를 갖고 있는 인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설주가 오히려 굉장히 단순해요.
오히려 심플하게 해석을....
예. 그렇죠.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 건데 쟤가 왜 저러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그러면...
그 드라마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고 드라마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은 그 영화가 이해 안 된다는 거예요. 결국 영화가 재미없다는 거지. (웃음) 그러니까 캐릭터의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캐릭터는 영화와 같이 가는 것이기 때문에. 또 그건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와도 별개라고 생각해요. 뭐.. 물론~ 연기를 못해서 이해가 안 되는 상황도 있긴 있겠죠. 여하간, 연기가 아니라 드라마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그런 차이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신기전>에서 코믹이라는 요소를 뺄 수 없을 만큼 여러 번 웃었는데 특히, 영화적 상황이 만들어 주는 웃음보다는 대사나 캐릭터가 만들어 주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렇죠. 상황이 웃겨서 그런 건 없어요. 코믹한 상황은 없으니까.
그런데 이런 경우 적절한 타이밍에 관객이 웃어야 할 때를 분명히 말해 주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작위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는 게 사실이에요. 정재영씨가 출연한 이전 작품들을 보면 상황이 웃음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그거는 장르의 차이라고 봐요. <신기전>은 코미디가 아니니까 절대로 상황이 코미디가 돼서는 안 돼요. 상황이 ‘아~ 이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구나’ 라고 느껴버리면 그건 영화 자체가 코미디가 되는 거죠. 그러면 다른 장면들이 다 날아가 버리는 거예요. <신기전>은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코믹한 상황 때문에 ‘어! 저놈 웃기는 놈이네!’ 그런 거고, 내가 많이 출연한 장진 감독의 영화는 장르가 코미디니까 상황이든 캐릭터든 언제든 배꼽 잡는 장면이 나올 수 있는 거죠.
이 전의 영화들은 대부분 정재영씨를 통해 코믹적인 요소들을 이끌어냈죠. 하지만 공교롭게도 모두 현대극이고 <신기전>은 사극이에요. 코믹적인 요소를 떠나 연기를 펼쳐나가는데 있어 사극이라는 장르가 주는 제약들이 있었는지요.
있죠. 뭔가 굳이 애드립을 치지 않더라도 조금 말을 바꾼다거나, 대사를 조금씩 바꾼다거나. 이런 것들이 현대극은 가능한데 사극은 좀 힘들어요. 쓰는 단어가 옛말이라서 대사를 조금 바꾸려고 해도 ‘이게 쓰는 말인가? 안 쓰는 말인가?’ 예를 들어서 ‘아~ 짜증나. 아~ 씨발’ 이런 말은 못 하자너! (웃음) 현대에서는 충분히 다 캐릭터에 의해서 쓸 수 있지만 사극은 굉장히 그런 부분에서 제약이 많아요. 고증도 해야 되고. 그래서 굉장히 조심스러웠고 자유스럽지 못한 측면이 있긴 했어요.
액션은 어땠어요?
이젠 정말 액션은 자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체력이 딸리니까 힘들어서....(웃음)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예전 무비스트와 인터뷰 때 ‘나 사극 분장하면 무진장 잘 어울린다. 다들 조선시대에서 지금 방금 돌아왔다고 말할 정도로.’ 이렇게 얘기를 했던데요.
그랬어요? 내가?
예. 그렇게 쓰여 있더군요. ㅋㅋ 여하간 사극 경험을 했는데 어떠세요? 뭐~ ‘언제든 오케이’ 아니면 ‘그래 이제 그만’
사극을 오히려 한 번 경험했기 때문에 처음 하기 전 보다는 부담이 훨씬 덜해요. 사극은 오히려 재밌는 것 같아요. 말이나 뉘앙스가 은근한 것 같아요. 진짜 은근한 맛이 있어요.
멜로 연기도 은근하게 잘 하시던데요.
멜로 연기도 어떻게 보면 완전 닭살스럽겠지만 그건 또 사극만의 멜로라고 생각해요. 현대극처럼 하기도 뭐하고, 우리가 봤던 옛날 사극처럼 굉장히 내숭떠는 멜로도 웃기고. 사극에서 나오는 모든 마음이 약간 속마음 적이라고 해야 하나? 속이 깊어요, 다들. 세종, 홍리, 설주도 그렇고 설주 무리들도 그렇고. 거기 속이 안 깊은 사람들이 없어. 요즘 사람들처럼 툭툭툭 다 표현 하는 게 아니라 표현하는 것 같으면서도 좀 지켜봐야지 알 것 같은 게 오히려 옛날사람들이 아닌가 싶어요. 요즘 젊은 친구들은 신조어들도 하루가 다르게 만들어 내고 굉장히 개방적이고. 저희 어렸을 때 까지만 해도 카메라를 들이대면 숨었는데 요즘 사람들은 카메라를 보면 뛰쳐나간단 말이죠, 카메라 속으로. 그런 거랑 똑같은 거죠. 그러니 아주 옛날에는 더 심했겠죠. 그런 여러 가지 것들을 영화를 통해서 느낄 수 있어서 사극이 좋았던 것 같아요.
왜 저럴까? 저 여자 때문에 왜 싸울까? 뭐 그런 답답함이 들었다?
관계라든가 그런 것들에 터치가 좀 약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서로의 사랑을 공개적으로 오픈 하는 순간에도 홍리와 설주의 눈빛은 일치가 된다는 느낌보다는 튕겨져 나간다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건 보는 사람들 마음이에요. 근데 튕겨져 나간다. 공감이 안 간다. 그런 부분에서는 왜 그런지 묻고 싶은 거죠. 사실 정확하게 거기에서 말했던 건 뭐냐 하면, 떠나보내면 안되는 게 맞는 게 아니라 그때 그 심정을 그냥 보여 주는 거예요. 아~ 제가 저렇게 홍리를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리고 홍리의 말을 통해서 아~ 홍리가 그런 마음은 거의 안보여 줬는데 얘도 얘한테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어구나. 그걸 보여주고 알려주는 장면이지 어~ 맞아! 쟤네들 저렇게 헤어지면 안 되는데. 그런걸 알려주는 장면은 아니에요.
해석의 차이가 좀 있네요.
그렇죠. 그 씬은 영화의 클라이막스가 아니에요. 예를 들어서 그런 거죠. 인하의 부하가 태평관에 가서 죽잖아요. 물속에서. 걔가 설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설주나 설주 무리들을 그리고 홍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번도 나오지 않아요. 근데 걔가 자기 목숨을 버린단 말이 예요. 그건 이해가 가냐는 거죠. 그건 사실 ‘재 왜 저래?’ 그럴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설주는 걔 마음을 아는 거거든요. 극 안에서 분위기가 목숨을 건다고, 일부러 짠하게 하기 위해서 그런 장면을 만들어 낸 게 아니라 그런 장면을 통해서 마음을 표현하는 거거든요. 그렇게 받아들이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거랑 똑같다는 거죠.
설주가 아침에 나와서 ‘이게 뭐하는 짓거리야!!’ 설주의 입장에서는 내가 하겠다고 우긴 거 하는 것도 아니고 지네들이 부탁해 놓고서, 내 동생도 죽고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근데 이제 와서 너네들 멋대로 다시 하지 말라고 한단 말이 예요. 더군다나 설주가 홍리를 얼마만큼 사랑하건 사랑하지 않건 간에 홍리는 우리 식구가 됐단 말이 예요. 그런 사람을 데리고 가서 중국으로 보낸단 말이 예요. 설주 성격에서는 보낼 수 없다라는 거죠. 그리고 그건 홍리뿐만 아니라 밑에 부하들한테도 마찬가지예요. 걔네들이 잡혀 간다고 해도 설주 입장에서는 그랬을 거니까. 그런 마음으로 그런 걸 이해시키려고 만든 장면인데 그걸 뭔가 분석을 하면서, 너무 논리적으로 생각을 하면서 본다면 그게 안 느껴질 수가 있는 거죠.
천상, 보시는 분들의 취향과 성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고 해석되는 부분이라 봐야겠네요.
그렇죠.
분위기를 좀 전환해서 감독님 얘기를 해볼게요. 보통 신인들과의 작업 말고는 거의 영화를 강우석 감독님 장진 감독님이랑 하신 것 같아요. 그 두 분의 다른 점을 잘 알고 있을 거 같아요. 또 이번에 함께 하신 김유진 감독님과는 어땠는지?
강우석 감독님과 장진 감독님은 비슷한 점이 꽤 많이 있어요. 영화를 스피디하게 찍고 그리고 되게 쿨해요. 근데 코미디를 다루고 대하는 방식이 다르죠. 장진 감독님은 코미디를 대하는 방식이 코미디 자체에 판타지가 있고 강우석 감독님은 전공법으로 코미디를 구사하죠. 연출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강 감독님이 좀 화끈하죠. 현장에서 엔지와 오케이와 팁을 정확히 구분하시고. 장진 감독님은 주로 코미디가 많으니까 오히려 씬의 완성도에 신경을 많이 쓰세요. 이건 이렇게 저렇게 하면 재밌겠다. 코미디적인 것에 관심이 많죠. 또 강 감독님은 멜로를 별로 안 좋아하시고 그러니 멜로를 안 다루려고 하시고, 장 감독님은 멜로가 항상 들어가 있지만 멜로가 환타지한 멜로. 그렇게 두 분은 약간 비슷한 면이 있는데 김유진 감독님은 많이 다르세요. 외모와는 다르게 굉장히 여성스럽다고 해야 하나? 김유진 감독님은 멜로를 리얼리티에 근거를 두고 굉장히 사실적인 감정으로 가는 스탈이죠. 영화적인 감정보다는. 어떻게 보면 그게 더 영화적인 감정 아니냐 그러시는데 사실 그게 진짜일 수도 있거든요. 사람들의 감정을 들춰내고 접근하는 부분들에 대해 리얼리티를 굉장히 중요시 하는 분이에요.
저는 그냥 좀 신경 안 써줬으면 좋겠어요. 영화 나와서 영화 보고 싶으면 보시면 되는 거고 안 나오면 안 나오나 보다 그냥 생각하고, 또 저를 가지고 저 새끼 왜 저렇게 많이 해? <신기전>을 기다리면서 또 다른 작품을 들어간다. 아니~ 들어가면 안 되나? 작품들이 요즘에 잘 안 들어가니까 왠지 작품 들어가면 안 되는 것 같은. 그게 되게 모호해요. 대세라는 말, 그건 말도 안 되는 얘기고. 대세면 다 대세구나. 제가 나오면 대세니까 영화를 보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다 그냥 진중하지 못한 것 같아요, 그런 말들이.
너무 이슈에 민감하고 너무 만들어 내는 것에 쫓기다 보니까, 또 인터넷 이라는 게 너무 발달을 하다보니까, 이제는 뭔가 새롭고 나만의 독특한 걸 만들어 내지 않으면 너무 볶이고 볶고. 그러면 뒤처지는 것 같은 그런 것에 사로잡혀서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 같아요. 사실 그게 말만 다르지 엎어 치나 메치나 다 똑같은 거거든요. 아무리 생각을 해도 정답은 하나예요. 영화를 잘 만들어야 하고 연기자는 연기를 잘해야 하고 또 그래야지만 작품을 계속 할 수 있는 거고. 이건 딱 정해져 있어요. 변하지 않는 건데 이게 대세라고 해서 이 사람이 실력이 없는데도 계속하거나 아니면 쟤는 한물갔다고 해서 실력이 있는 데도 못한다거나 이런 건 아니라고 봐요. 모든 배우뿐만 아니라 저도 마찬가지고, 감독도 제작사도 투자도 마찬가지고. 정답은 이건데 어떻게 좀 다르게, 특이하게 바라보는 시각들. 영화라는 것도 진짜 별 한 개부터 다섯 개처럼 딱 그거예요. 진짜 재밌다. 재밌다. 보통이다. 재미없다. 완전 꽝이다. 이 다섯 개를 가지고 말을 만들어 내는 거예요. 여하간 이러나저러나 관객이 영화를 보고 공감을 가지면 그게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강우석 감독님이 무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공공의 적: 강철중> 이라는 영화는 적이 어떠냐에 따라서 흥행이 달라진다. 그렇게 얘기를 했더군요. 근데 잘됐어요. 결론적으로 보면 이원술 역을 맡은 정재영 씨가 잘해서인데...
그건 아니에요.
근데 영화가 오픈되고 나서 많은 매체들이 강철중보다 이원술에 포커스를 맞춘 게 사실이잖아요?
굉장히 결과론 적인 것들이죠. 감독님이 판단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지금과 다르게 했었으면 더 잘될 수도 있고 더 안 될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근데 여하튼 공공의 적을 1편보다 더 세게 갈 것이냐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시리즈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분명 있었겠죠. 근데 판단을 그렇게 한 거죠. 이건 다르게 가야겠다. 왜냐하면 1편보다 더 세도 ‘뭐~ 1편이랑 똑같네’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고, 그렇다면 나는 1-1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을 하신 거죠.
그래서 이번에는 적이 더 세지 않고 더 유약해 보일 수는 있어도 적이 적스럽지 않은, 거기에 웃음을 주는 다른 차원으로 적을 만들자. 그렇게 판단을 하셔서 그렇게 쓴 거죠. 근데 또 그 부분에 대해서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되게 많아요. 예를 들어서 이번 공공의 적은 정말 센 적이 나타나서 무슨 슈퍼맨 시리즈처럼, 더 세고 더 악랄하고 더 교활한 놈이 나타나서 그걸 무찌르는 강철중을 보고 싶은데 이거는 뭐~ 약한 적이 나와서 코미디를 하고 ‘어~! 영화가 뭐야! 왜이래?’ 기대와 다른 영화가 나오니까. 결국 모든 영화는 선택이에요. 작품 만들기 전에는 사실 모르잖아요. 그런 부분인 것 같아요.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항간에서는 정재영씨가 이원술 역을 너무 잘했기 때문에 <신기전>이 먼저 촬영을 마쳤음에도 자구책으로 <공공의 적 1-1>을 먼저 개봉했다. 이런 애기도 있던데. 결국 마케팅적 이유로 말이죠.
말도 안 되는 얘기지! 그건!
근데 그걸 돌려서 생각해보면, 정재영이라는 배우가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하는데 혼자서 이끌어 나가기엔 버겁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들 때문에 그런 건 아닌가 하는 해석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죠. 그게 어떻게 보면 더 정확한 거죠. 근데 모든 게 모험인 거 같아요. 만약에 강철중이 개봉했는데 대중들이 외면을 한다거나, 이 영화를 재미없게 본다거나, 아니면 이원술 캐릭터를 이해 못하겠다고 하거나, 공감하지 않았으면 더 악 효과가 났겠죠. 그러면 진짜 더 미뤄졌을 지도 몰라요. 근데 다행히 잘 됐고 많은 사람들이, 100프로는 아니지만 10명 중 일곱은 재밌다고 하니까.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이렇게 된 거겠죠. 근데 그건 정말 처음엔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맞는 말이에요. 배우는 어떤 캐릭터를 보여 줄때나 연기를 할 때 변신을 한다고 하더라도 자기 안에서 캐릭터가 달라지는 거예요. 캐릭터가 똑 같은 영화라면 굳이 캐릭터를 다르게 할 필요가 없어요. 내용이 바뀌는 거죠. 내용이 바뀌면 캐릭터가 똑 같아도 캐릭터가 달라지는 거예요. 그 영화에 맞게끔 최대한. 내가 원하는 옷을 갈아입듯이 영화는 이기적으로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영화가 우선이고 배우는 거기에 맞추는 거지. 오늘 친구 만나러 갈 때 나 이 옷 입을 거야!라고 일방적인 선택을 하듯이 영화 내용에 상관없이 이번 영화에서 나는 캐릭터 무조건 이렇게 갈 거야 그런 것은 아니라는 거죠. 배우는 영화에 따라서 옷을 입는 것이지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을 입는 건 아니에요. 그래서 그런 것이 많이 요구되는 작품을 만나다 보면 많이 바뀌어 보이는 것이고 그런 게 많이 요구되지 않는 작품을 하다 보면 비슷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고. 그렇지만 그런 것들을 강박이나 의무감으로 일부러 계속 갈아입어야 되지 하는 그런 생각은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건 선과 후가 바뀐 거라 봐요.
대사나 말투가 영화에서 굉장히 무성의하게 들릴 때가 있어요. 연기가 무성의 하다는 게 아니라 뭔가 성심성의껏 얘기를 하는데도 되게 시니컬하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그래서 그런 것에 집중을 하다보면 대사나 정재영씨의 말투 안에 어떤 공간이 생긴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림으로 치자면 여백의 미 같은 것. 다른 생각의 이입과 해석의 여지를 만들어 준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 것들이 있어서 인간적인 감정의 코드가 생겨난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너무 빈틈의 여지없이 너무 똑 떨어지고 완벽하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개입할 겨를이 없게 되잖아요.
그건 제가 대사가 별로 없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웃음)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영화에서 별로 대사가 많지 않아요. 제 연기가 그런 게 아니라 캐릭터가 그런 캐릭터인데 그걸 내가 어떻게 할까 하다보니까 그렇게 느끼시는 분들도 계시고, 어떤 분들은 느리다 그렇게 느끼시는 분들도 계시고, 충청도냐 그렇게 물어보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 생각은 아마 그런 캐릭터, 그런 사람을 요구하는 영화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게 아마 가장 클 거예요.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지구에서 보느냐 우주에서 보느냐 명왕성에서 보느냐, 다 모양도 달라지고 크기도 달라지는 것처럼. 저는 여백의 그런 거는 한 번도 생각해 본적 없어요.(웃음)
하지만 정재영씨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분명 있어요. 간혹이라도요 ㅋ
그건 너무 깊숙하게 생각한 거예요. 저는 사람들이 제 연기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영화에 나오는 설주를 봤으면 좋겠고, 동치성을 봐줬으면 좋겠고, 그런 인물을 봤으면 좋겠어요. 나는 달라지는데 자꾸 정재영이 보이면 나는 계속 실패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저는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하는데 보는 사람들은 그 사람을 안보고, 그 사람이 연기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연기를 보니까 실패해 버리는 거죠.
마지막 질문이 그거였거든요. 영화 안에서의 정재영을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었으면 좋겠는지에 대해. 근데 이번엔 완벽하게 설주로 봐줬으면 좋겠다. 그게 정답이 되겠네요.
그렇죠. 평상시에는 그냥 저에 대해 아무런 생각을 안 해줬으면 좋겠어요. 영화가 나오면 정재영이 나오는지 누가 나오는지도 모르고, 제가 나와도 그냥 그 캐릭터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얘가 어떻게 하나... 이런 건 최대한 배제하고. 그럼 좀 더 영화를 재밌게 보지 않을까 생각해요. 정말로!
2008년 9월 8일 월요일 | 글_김선영 기자(무비스트)
2008년 9월 8일 월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