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마디
이번에는 얼음이다. 지략가, 무사, 폭탄 전문가, 도굴꾼, 사기꾼 등 저마다 한 가닥 하는 사람들이 서빙고 안에 있는 얼음을 훔친다는 설정은 기발하다. 하지만 그 과정을 엮어나가는 기술은 매력적이지 못하다. 얼음을 훔치는 명확한 이유가 불충분하고, 인물들간의 끈끈한 연결고리가 부족하다. 이는 각각의 전문 분야를 갖고 있는 도둑들이 나옴에도 ‘대도(大盜)’의 느낌이 풍기지 않는 이유다. 그나마 썰렁할 수 있는 영화에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건 배우들의 연기. 특히 고창석, 신정근, 송종호의 코믹 연기는 웃음을 전하기에 충분하다.
(무비스트 김한규 기자)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사극판 도둑들’, ‘도둑들의 코믹사극 버전’ 정도 될 듯 싶다. 조선시대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던 ‘얼음’을 훔치기 위해 전문가들이 뭉쳤다. <도둑들>과 마찬가지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역시 캐릭터의 특징과 성격 그리고 재미를 확실하게 부여했다. 작전 설계자 차태현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한 탕을 도모하는 모습이 상당히 흥미롭다. 또 고전적인 방법으로 얼음을 탈취하는 과정도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차태현은 첫 사극임에도 어색하지 않게 잘 소화했다. 특히 신정근은 극 중 폭탄 전문가답게 웃음 폭탄을 빵빵 터트린다. 다만 각 캐릭터들간의 미묘한 갈등과 비밀을 숨겨놓은 <도둑들>과 달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캐릭터들은 단선적이다. 그리고 얼음을 훔치는 순간보다 얼음을 훔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 너무 많은 공력을 쏟아 부은 탓에 극 전개가 다소 느슨하다. 그 간극을 캐릭터의 매력으로 채워 넣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딘지 헛헛하다.
(노컷뉴스 황성운 기자)
일단 연출적인 측면에서 부족함이 많이 보인다. 편집은 지나칠 정도로 덜컹거리고 플롯 구성 또한 산만하다.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들이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인상이다. 연출적인 부족함을 채우는 것은 배우들의 코믹한 연기. 그러나 웃음에 대한 각자의 기준에 따라 취향이 갈릴 것 같다. 주제의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서자라는 이유로 차별 받는 주인공들이 왜 얼음을 훔치려고 하는지, 그것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가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구조적인 문제에서 출발한 영화는 그 구조를 바꾸지 못한 채 마무리된다. 시원한 블록버스터가 되기에는 미적지근한 느낌이다.
(경제투데이 장병호 기자)
2012년 7월 26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