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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중과 2008 한국영화! 강우석 감독의 '총체적 난관이다' 발언 엄살이 아니다
2008년 5월 26일 월요일 | 하성태 기자 이메일


강우석 감독 인터뷰를 보았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간담회 자리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기사화 된 내용은 대동소이 했다.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대목은 이거다.

"재미가 없잖아! 우리가 못 만들었다. 식상하다. 조연할 배우가 주인공 되고 조감독할 사람들이 다 감독됐다. 제작실장급 역량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프로듀서가 됐다. 당연히 퀄러티가 떨어졌다. 제작편수가 많아진 후유증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족의 탄생' 같은 좋은 영화도 흥행이 안됐다. 총체적으로 난관이다. 언젠가 한번 겪을 일이었다. 극복해야지, 언제는 환경이 좋았나! 한 영화가 왕창 먹는 것보다 500만, 300만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한다."

21세기 들어 한국영화를 상영하는 멀티플렉스는 10대들과 20대들의 놀이터였다. <쉬리> 이후 '한국영화도 볼만하다'는 인식이 생기자마자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한 멀티플렉스에 10대와 20대 관객들이 줄을 섰다. <엽기적인 그녀> 같은 작품이 여름 성수기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이겨냈고, <조폭마누라> <달마야 놀자> <두사부일체>같은 '조폭' 관련 상업 영화들이 추석과 크리스마스 시즌의 승자가 됐다. <반지의 제왕>시리즈에 열광한 관객들은 잠시 '재미'가 없어진 할리우드 영화보다 그래도 우리 이야기인 한국영화에 힘을 실어줬다. 10대들이 주머니를 쉽게 열 수 있도록 통신사들이 티켓값을 할인해 줬다. 그러자 충무로에 돈이 몰려왔다.

활황은 2006년까지였다. 여름시즌 <괴물>이 최다 관객을 동원했지만, 징후는 하반기부터 나타났다. 비수기에도 한국영화는 박스오피스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데이지>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청춘만화> <달콤, 살벌한 연인> 들이 연이어 정상에 올랐고 그 중간에 <연리지> 같은 영화들이 바닥을 쳤다. 바야흐로 한국영화끼리 경쟁하는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네이버가 인터넷을 장악한 시대, 매체 환경의 대세가 관객 별점과 인터넷 매체의 기사로 완전히 교체된 것도 2006년 즈음이다. 그 해 500만을 넘긴 <미션임파서블3>와 <캐리비안의 해적2>가 외화 1, 2위를 차지했고 200-300만을 동원한 블록버스터들도 존재했지만 분명 2006년까지 한국영화가 대세였다. 어쨌건 <괴물> <왕의 남자> <타짜> <투사부일체> <미녀는 괴로워>등이 버텨냈던 2006년에 쏟아 들어져왔던 눈 먼 돈들은 2007년에 정점을 이뤘다.

그리고 2007년이 왔다. 2006년 천만 동원 영화 2편에 의해 58%를 기록했던 한국영화 점유율은 44%까지 떨어졌지만 개봉 편수는 112편까지 치솟았다. 추석이나 설날, 크리스마스를 제외한다고 해도 매 주 2편에서 1.5 편 이상의 한국영화가 경쟁했다는 뜻이다. 함량 미달의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강우석의 인터뷰를 곱씹어 보자. 일찍이 2006년 <가족의 탄생> 같은 영화들은 철저하게 외면당했을 때부터 징후는 나타났다. 게다가 카드사들은 극장과의 뒷거래를 통해 발을 빼버렸고, 먹힐 만한 할리우드 속편들은 쏟아져 나왔다. 스크린쿼터제는 반 토막이 나버렸다. 그리고 '볼거리'를 최우선하는 관객들은 <디워> 같은 영화를 그 해 최고 흥행 영화로 만들어줬다. 또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약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관객들의 기호는 또 달라졌는데 한국영화 투자사들의 눈은 그리 바뀌지 않아 보였다. 터지는 영화 몇 몇 영화와 폭삭 망하는 영화가 확실히 갈리는 사이 마케팅비와 평균 제작비는 턱없이 올라버린 상태였다.

위기론이 현실로 다가 온 2008년. 3월까지 개봉작은 28편, 점유율 58.3%을 유지했지만 그나마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추격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5월 1일까지 9편을 합치더라도 고작 37편. 여기서 작은 영화와 다큐멘터리 <내 사랑 유리에> <나비 두더지> <내부순환선> <과거는 낯선 나라다> <동거, 동락> <나의 스캔들> <어느날 그 길에서> <작별> <나의 노래는>와 인권위 애니메이션 <별별 이야기2>와 OCN의 TV 영화 <전투의 매너> <색다른 동거>의 숫자는 무려 12편이나 된다. 역시나 죽을 썼던 지난해와 비교해 상황은 더 열악해 진 거다. 영화 노조가 출범한 것 2005년 말이지만 현장 인력들의 인건비가 현실화 된 건 불과 얼마 전이다. 보릿고개로 접어들며 마케팅비는 졸라매고 있으며 30억 이상 영화들은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통신자본이 들어왔다고는 하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어 보인다. 아니, 앞으로의 상황만 놓고 보면 회의적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서울이 보이냐> <쇼킹 패밀리> <날라리 종부전> <방울토마토> <걸스카우트> <크로싱> <흑심모녀> <공공의 적1-1>. 6월 19일까지 개봉이 잡힌 한국 영화 목록이다. <아이언맨> <스피드 레이서> <인디아니존스 4>로 이어지는 5월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대항하는 영화들이 아니라 사실 1~2년씩 묵힌 영화들(<서울이 보이냐> <날라리 종부전> <방울토마토>)일 뿐이다. 6월에 개봉하는 김선아, 나문희의 <걸 스카우트>나 차인표의 <크로싱>이 선전해 주고 <강철중: 공공의 적1-1>이 대박을 터트려준다면 아마도 상반기 점유율은 40%를 넘기지 않을까 싶다.

강우석 감독의 "총체적 난관이다" 발언이 엄살이 아닌 것이다. 지금 제작되고 있는 한국 상업영화가 5편~10편 사이 라는 엄한 소문도 들려온다. 촬영현장 공개도, 크랭크인 소식도 쉽사리 찾아 볼 수 없는 지금이다. 7월 이후 기대작이자 활황이던 시기 착수된 <놈놈놈> <신기전> <모던보이> <님은 먼곳에>도 숙성된 프로젝트들이긴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 이후다. 이 영화들마저 무너진다면 2008년에도 보릿고개는 한층 더 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 영화들이 일단 살아줘야 숨통이 트인다.

그리하여 지금은 일단 상업영화 진영만 놓고 보자면, 잘 만든 영화는 밀어주고 안일한 영화는 철저하게 외면해 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다(작은 영화들의 게토화는 차치해 두자). 그렇다고 관객에게 읍소하는 안일한 영화를 양산해서는 더 이상 안 된다. 진정 관객을 선도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영화로 승부해야만 하는 시점인 것이다. 더불어 제작 시스템의 체계화, 마케팅비의 현실화, 러닝 개런티의 일반화, 부가판권 시장의 제고 등등 산적한 영화 산업의 문제 또한 부수적인 것이 아니라 병행해 개선해 나가야 할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지금 특이할 것 없는 뤽 베송표 스릴러 <테이큰>에 관객들이 몰려가는 걸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다. 트렌드를 읽고, 기본기에 충실한 상업영화판을 다져나가야 한다. 보릿고개가 올 한 해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건 자명하다. 한국 영화의 때 이른 폭발세를 경계하고 산업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는 이미 2006~7년부터 이미 시작됐다. 지금이야말로 멀리 날아야 할 때다.

2008년 5월 26일 월요일 | 글_하성태 기자(무비스트)

27 )
mvgirl
불량경찰 강철중의 부활, 기대중...   
2008-06-14 19:48
callyoungsin
완전 기대하고 있음 2주후 개봉~~ㅎ   
2008-06-04 11:38
kyikyiyi
공공의 적때보다 좀더 인간적이고 좀더 재미있다니 더 기대가 됩니다   
2008-06-04 11:10
ann33
너무 재밌을꺼 같아   
2008-06-04 01:02
joynwe
강철중 완전 기대!   
2008-06-03 23:06
real82
좀 그런 듯.. 계속 무슨 재탕 영화가 만들어지는 거 같아요. 비스무리한 영화들 양상..   
2008-06-02 17:47
hrqueen1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
그건 영화감독도 배우도 그리고 다른 이들도 모두에게 공감이 가는 말 아닐까요?   
2008-05-30 18:27
frightful
이런... ㅠ   
2008-05-3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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