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마디
조선판 왕자와 거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장규성 감독의 전작 <이장과 군수>와도 여러모로 겹쳐 보인다. 만년 반장과 만년 부반장 동창이 성인이 된 후 ‘사회적 지위’가 역전된다는 <이장과 군수>의 모티브가 이번에는 ‘왕자와 거지의 신분 체인지’라는 조금 더 큰 범위로 확대됐다. ‘선 웃음, 후 감동’이라는 밑그림 속에 정치적 풍자를 끼워 넣은 전략도 비슷하다. 큰 차이라면, 그때는 웃음이라도 확실히 책임졌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웃어줄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과장된 몸 개그와 말초신경 자극하는 화장실 유머는 그다지 새롭지도 반갑지도 않다. 첫 코믹 연기를 선보인 주지훈의 변신은 확실하나, 그 변신이 잘 맞는 옷인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이 영화의 확실한 미덕이라면, 이미도라는 배우의 발견. 지켜보자, 이 배우! 크게 될 위인이다!
(무비스트 정시우 기자)
왕이 되기 싫어 궁에서 도망간 세자와 흠모하는 아씨를 구하기 위해 궁에 들어온 노비.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신분이 바뀐 두 사람이 겪는 해프닝이 만들어내는 소소한 웃음에 방점을 찍는다. 그러나 각자의 목적이 다른 만큼 세자와 노비의 에피소드 또한 기름과 물처럼 잘 섞이지 못한다. 그래서 영화는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호흡이 길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백성의 고통을 본 세자가 왕이 되기로 마음먹는다는 이야기는 지나치게 착하다는 느낌이다. 변태 같은 사또 캐릭터에서는 <방자전>의 흔적이 엿보이기도 한다. 1인 2역에 도전한 주지훈은 최선의 노력을 다해 세자와 노비의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연기적인 차이보다 분장의 차이가 더 눈에 들어온다. 오히려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발견은 조연으로 활동해온 배우 이미도의 코믹 연기. 오랜만에 잘 맞는 옷을 입은 임원희도 반갑다.
(경제투데이 장병호 기자)
2012년 7월 31일 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