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을 맡은 두 작품이 연달아 개봉됩니다.
사실 너무 운이 좋았어요. <초감각커플>은 1년 된 작품인데 <과속스캔들>이 개봉시기와 우연히 맞아서 서로 개봉시기가 맞아 떨어지게 됐네요. 저는 감사하게 생각해요. (웃음)
말투가 조곤조곤하군요.
맞아요. 조곤조곤하게 말하는 편이에요. (웃음)
영화상에서는 당돌한 이미지인데.
지금 왜이리 축 쳐졌는지 모르겠지만,(웃음) 명랑 쾌활한 편이에요. 촬영장에서는 목소리가 커져요!
어려 보인다는 말 많이 듣죠? 그럼 기분이 어떤가요?
사실 좋을 때도 있죠. 그런데 이제 어리다는 소리 듣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노래를 잘 하더군요. 음색이 참 좋았습니다.
제가 부른 것도 있지만 사실 도움을 받은 부분도 있어요. 편곡을 너무 잘 해주신 덕분에.
가수 생각해본 적 없어요?
아니요! (웃음) 가수할 실력이 안돼요. 한 우물만 파기도 힘든 걸요.
EBS <비밀의 교정>으로 데뷔했죠. 연기는 언제부터 준비했나요?
고등학교 2학년 때 데뷔하게 됐는데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준비했죠.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가졌나요?
중학교 때 영상동아리를 했는데 그때 친구들끼리 작품도 찍고 연기라는 걸 알게 됐어요. 연기를 직업으로 삼는 분들에 대해 가깝게 느낀 것도 그때였고요. 우연찮게 어느 작품으로 상을 받았고 모 회사 관계자분과 친분이 생겨서 오디션도 보고 연기준비를 했어요.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제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갈림길이었죠.
부모님의 조언이 중요한 시기였을 거에요.
중학교 시절은 아직 어릴 때니까 일을 준비하면서 공부도 하고 그렇게 일단 경험한 뒤 스스로 아니다 싶으면 전향해도 늦지 않게 생각하신다고 하셨죠. 하고 싶은 일을 해보는 게 후회가 남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요. 그래서 연기를 준비하게 됐어요.
학업과 병행하는 게 힘들지 않던가요?
힘들었어요. 처음엔 그냥 일하더라도 학교에 잘 다닐 수 있고 수업엔 조금 빠져도 무리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실 그게 아니더라고요.
친구들로부터 관심을 많이 받았을 거 같아요.
<왕과 나>할 때는 (유)승호 잘생겼냐고 제일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승호가 TV로 보는 것처럼 실제로도 잘 생겼니, 성격은 정말 왕자님 같니. (웃음)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물어보고. 그리고 제가 구혜선 언니 아역을 하다 보니까 남자는 구혜선 언니 전화번호를 아냐고 묻고, 여자는 다 승호만 물어봤어요. (웃음)
처음 연기를 하게 됐을 때 나름 기대감도 컸을 텐데 실제로 부딪혀보니 어땠나요?
연기를 마냥 쉽게 생각했던 부분도 있었나 봐요. 카메라 앞에서 대사만 외워서 표현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죠. 감정씬에서 자꾸 감정을 끊었다 다시 가곤 하잖아요. 바스트를 찍고 잠깐 쉬다가 카메라 각도를 달리 잡고 다시 찍는, 이런 식의 감정몰입을 반복하다 보니까 처음엔 적응이 어려웠어요. 감정연결이 뚝 끊기는 게 그림에서 자꾸 보이는 거에요. 감정연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다른 부분들도 다 신경 써야 하고. 머리카락이 약간 한쪽으로 기울었다고 다시 찍는 경우도 생기니까요. 물론 새로운 호기심과 재미를 느꼈던 부분이기도 하지만요.
연극영화과에 진학했어요. 학교에서 체계적인 것들을 익히는 게 현장에서 유용하던가요?
스크린이나 브라운관 연기를 현장연기라 한다면 학교에서는 연극에 관한 연기를 배우기 때문에 사실 배우는 것도 너무 많죠. 현장엔 마이크가 있잖아요. 그런데 연극에서는 발성으로만 소리를 크게 내서 뒤에 있는 관객에게까지 들리게 만들어야 해요. 학교에서는 발성연습을 하고, 호흡하는 법을 배우니까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죠. 연극을 해보고도 싶지만 제가 연극무대에 설 기회는 많지 않을 거 같아서 연극영화과에 지원한 측면도 있거든요. 연극적인 연기를 배우고 싶어서요. 그래서 지금 만족하고 있어요.
공부를 하기 전에 익힌 현장경험이 어떤 면에 있어서 플러스나 마이너스가 된다고 느낄 때는 없었나요?
플러스 요인이 될 때가 있고 마이너스 요인이 상황마다 다르죠. 사실 저는 현장에서 마이크가 있으니까 말을 적게 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수업할 땐 항상 발성으로 크게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면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어요. 그러나 일단 대사를 가지고 분석하거나 표정을 통해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친구들보단 경험이 있으니까 플러스 요인이 있기도 해요. 그리고 마이너스되는 부분은 학교에서 채우고요. 현장에서의 마이너스를 학교에서 플러스하는 거 같아요.
자기 얼굴을 스크린으로 볼 때 기분이 묘하지 않았나요?
이상해요. 좋기도 하지만 제 얼굴을 보는 게 어색하기도 하고, 어떤 복합적인 감정이 섞여서 묘한 감정이 드는 거 같아요.
거울 보는 것과는 다르죠?
거울 보는 건 그냥 원래 제 모습을 보고 있는 거잖아요. 표정을 보고 고칠 수도 있고. 하지만 스크린의 모습은 연기니까 어쩌면 꾸며진 모습을 보는 셈이잖아요. 그것도 그렇고 카메라 앞에서는 제가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 잘 모르니까 은연중에 버릇들이 나오기 때문에 스크린의 모습을 막상 보면, 아니, 내가 왜 저기서 왜 저랬을까, 생각하기도 하고. 당연히 거울 보는 것과는 다르죠.
녹음된 자기 목소리 듣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죠.
아! 진짜! 맞아요. 그런 거랑 비슷한 거 같아요. 내 얼굴이 아닌 거 같고.
그래도 자신의 얼굴을 스크린으로 보는 게 벌써 4번째에요. 나름대로 서서히 적응되는 바도 있을 텐데요.
이제 조금씩 제 얼굴에 익숙해져 가는 거 같아요. 사람을 처음 보면 낯선 감도 있지만 그렇게 조금씩 보면서 익숙해져 가는 거잖아요. 관객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처음 제 모습을 낯설어하실 수도 있겠지만 조금씩 지나면서 이런 친구가 있었지, 라고 생각하게끔 변화를 줄 수 있겠죠. 그러려면 많이 열심히 해야겠고요.
주변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도 어떤 반응이 있었을 텐데요. 아는 사람이 TV에 나오니 신기하다는 말은 안 하던가요?
처음에는 신기해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그냥 ‘우리 딸 신문에 나왔더라. 힘들지?’ 이런 얘기만 하세요. 사실 큰 작품에 들어가면 부모님과 상의하기 때문에 부모님도 다 아시니까 후에 별말씀 없기도 하죠. 다만 친구들은 일단 모르고 보니까 약간 신기하다고 말하는 거 같아요.
<과속스캔들>의 황정남은 22살 나이니까 지금까지 맡은 역할 중에서 가장 성인에 가까운 캐릭터에요. 실제로 본인보다도 많은 나이고요.
일단 성인에 대한 연기라고 하면 막연한 느낌이 많이 들어요. 솔직히 제가 다른 성인캐릭터 연기를 했다면 모를까, 정남이는 그렇게 철든 엄마가 아니니까 어른이 아니라 성장하는 아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특별히 성인 연기로서의 부담은 없었어요. 나중에 철든 어른을 연기한다면 부담감이 생기겠죠.
제가 <과속스캔들>이 부담됐다고 말한다면 생애 첫 성인연기라기 보단 미혼모 연기라는 게 맞겠죠. 많이 부담됐어요. 나에게 6살짜리 애가 있다는데 내가 애를 키우는 느낌을 표현할 수 있을까, 싶어서 걱정한 부분이 많았죠. 그런데 애가 엄마라고 잘 따라준 덕분에 다행이었어요.
사실 엄마와 아들이라기 보단,
설마 동생 같아요?
누나와 동생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안 되는데.
그게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던데요. 22살짜리 엄마가 진짜 엄마처럼 보이면 그게 오히려 비현실적일 수 있죠. 누나 같은 엄마라서 22살짜리 엄마처럼 보이던 걸요.
어쩌면 그게 정남이가 애를 키우는 방법이었을지 모르죠.
좀 이른 질문이지만 혹시 연기하면서 자신이 엄마가 된다면 어떨까, 라는 상상해보진 않았나요?
했죠. 내가 엄마가 되면 어떨까, 라는 생각부터 기동이 같은 아들이 있다면, 까지. 그래서 결혼 늦게 해야겠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아이는 생각 좀 해보고……
아니, 어쩌다 그렇게 결혼에 대해 염세적인 생각을 품게 된 거죠? (웃음)
모성애를 느끼기 위해서 애를 끼고 살았어요. 애도 계속 저를 엄마라고 부르면서 많이 따랐고, 그렇다 보니까 사실 엄마의 힘겨움을 많이 느낀 거 같아요. 작품을 끝내고 엄마한테 효도 많이 해야겠단 생각도 했거든요. 제 컨디션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무조건 아이가 1순위가 되고 그 다음에 제가 되야 하더라고요. 촬영 때문에 힘들어도 아이가 와서 반갑게 인사할 땐 안아줘야 하고, 피곤해서 좀 쉬고 싶은데 그 초롱초롱한 눈으로, ‘엄마, 내가 신기한 거 발견했어. 빨리 와서 봐.’ 이러면 가서 봐야죠. 그리고 아이들은 항상 보는 것에서 끝내면 실망해요. 리액션이 있어야 되죠. 정말 신기하다, 내지는 정말 예쁘다, 이런 리액션이 있어야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게임도 많이 하는데 게임 도중에, ‘엄마, 이거 봐요. 몇 탄까지 갔어요.’ 이렇게 얘기하면서 게임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죠. 그럼 분장 고치면서, ‘아, 그랬어요? 우리 아들 진짜 멋있다.’ 이렇게 대꾸해줘야 기분이 좋아져요.
그 정도면 좋은 엄마였네요.
어쩌면 철이 들었다고 말할 수 있으려나. 부모님에게 효도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지속적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차태현 씨가 마케팅 과정에서 많이 부각됐지만 본인의 캐릭터가 이끌어가는 드라마 라인과 감정선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사실 조금 나눠가진 부분이 없진 않죠. 다만 주연으로서의 부담감을 아빠(차태현) 혼자서 짊어지고 가신 셈이죠.
극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사실 <울학교ET>와 같은 조연으로 촬영한 경우가 많으니까요. 감정선의 흐름을 보는데 있어서 갑자기 전체적인 영화를 봐야 하는 때가 온 거죠.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사실 아빠가 이끌어 주신대로 따라가는 게 제일 중요했던 거 같아요. 그런 걸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바빠서.
나이차가 많이 나는 선배와 호흡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먼저 다가오시는 편은 아니셨지만 약간 친해지다 보니 쉽게 마음을 여시는 편이셨어요. 워낙 동안이시고 젊게 사시던데요.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 유머도 잘 아시고. 다만 옛날 영화 얘기할 때 세대차이가 느껴지긴 했죠. 어쩌다 ‘코난’ 얘기를 하게 됐는데 아빠가 ‘요즘에도 코난을 해?’ 그래서 ‘코난 해요.’ 그러면서 얘기하다 보니까 서로 내용이 다른 거에요. 그래서 ‘아빠, 어떤 코난 말하는 거에요.’ 했더니 ‘<미래소년 코난>이지.’이러시는 거에요. 저는 <명탐정 코난>이었거든요. (웃음) 영화 중에 노래 선정도 아빠가 많이 해줬죠. ‘아마도, 그건’이 최용준 씨 원곡이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전 서영은 씨가 리메이크한 노래만 알고 있었죠. 장혜진 씨 노래도 그랬고. 그런 부분에서 차이가 있긴 했죠.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장난도 치고 얘기할 때 그런 건 없었어요.
상대적으로 차태현 씨는 본인 덕분에 자신의 나이를 뼈저리게 깨달았을 텐데. (웃음)
아빠가 늘 충격 받더라고요. (웃음) 사실 아빠는 이제 아들도 있잖아요. 혹시 아빠 진짜 아들 찾으셨어요?
아, 모르고 봤는데 나중에 듣고 알았어요. 말미에 나왔더군요.
진짜 닮았어요. 그런데 아빠가 땀이 많아요. 그런데 아들도 요즘 땀이 너무 많이 나서 걱정이라고 고민하세요. 땀 많이 나는 사람의 고충을 잘 아니까 아들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자기보다 더 흘리는 거 같대요. 그리고 아빠 목이 두꺼운데 아들도 목이 두꺼워서 셔츠가 잘 안 맞는다고 걱정하시고. (웃음)
당돌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이 카메라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더군요.
아직 떨려요. 어색한 면이 없지 않아요. 몸이 경직되는 것까진 아니지만 카메라 앞에서 두근거리는 게 제 마음대로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건 아니라서요. 아직 그에 대한 고민도 많아요. 언제쯤이면 카메라 앞에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을까, 라고.
연기가 하고 싶은 일이라 했지만 연기자로서의 길에 얼마나 확신을 갖게 됐는지 궁금하네요.
그건 아까 말한 그 갈림길에서부터 지금까지 제 자신에게 항상 끊임없이 하는 질문이에요. 아직 일에 대한 100%확신은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간혹 촬영하다 보면 제가 이 일을 선택한 게 잘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물론 연기 이외의 다른 분야에서 흥미를 느끼는지 판단할만한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아직 일단 연기가 가장 재미있고 연기에 흥미를 느끼니까 그럴 수 있겠죠. 제 영화를 보시고 관객이 웃으면 이 직업에 보람을 느끼는 거 같아요. <울학교ET>의 리뷰 중에 영화를 보고 학창시절 선생님 전화 한 통 드렸다는 글을 봤어요. 제가 나온 영화가 누군가에게 어떤 삶의 영향력을 미치거나 기분이 좋아진다고 할 땐 이 직업을 택한 것에 대해서 즐거움을 느끼죠.
반면 뭔가 뒤늦게 잃어버렸다고 생각되는 일은 없나요?
사실 저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못 갔어요. 일을 선택하면서 친구관계에서 잃게 되는 게 많이 생기죠. 일 때문에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니 혼자 생각할 시간도 없어지는 거 같고요. 아직 전 아니지만 다른 선배배우들이 방송 같은 곳에서 종종 인기만큼 자기 사생활이 없어진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자기는 나가서 영화도 보고 싶은데 제약을 많이 받는다고 했어요. 결국 얻는 게 있다면 잃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이제 사랑을 꿈꿀만한 나이가 됐어요.
그렇죠. 하지만 그것도 어쩌면 잃는 것 중에 하나가 될 수 있겠죠? 왜냐면 여배우로서의 이미지에 남자친구는 플러스보단 대부분 마이너스로 작용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배우에게 사랑 경험이란 중요할 거 같아요. 특히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고 하잖아요.
어떤 분이 제게 여배우는 사랑을 해봐야 한다고 그러시는 거에요. 왜냐고 했더니 사랑을 겪어보고 이별을 겪어봐야 한층 성숙된 연기를 할 수 있다고 했어요. 그 말이 맞는 거 같기도 하지만 아직 경험해보진 못해서 전 아직 잘 모르죠.
사람마다 다르니 완벽하게 맞는 말이라 하긴 힘들죠. 그렇다면 혹시 개인적으로 존경하거나 동경하는 배우가 있나요?
전 아직 제 색깔을 찾고 있는 중이라서 어떤 배우가 되겠다는 말은 못하겠어요. 다만 그냥 존경하는 배우나 연기적으로 닮고 싶은 분을 말하라면 전 배종옥 선배님이나 김해숙 선배님을 존경한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연기적으로 그 분들을 닮고 싶죠.
다들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웃음) 어쩌면 제가 드라마를 많이 봐서 그렇게 됐을지도 모르겠어요. 그 분들의 연기를 보면서 같이 울거나 웃게 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벌써 여기저기서 제2의 국민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고 있던데.
글쎄요. 사실 그런 문구를 저에게 붙여준다는 점에서 일단 감사해야죠. 하지만 그에 따르는 부담감도 사실 많아요. 원래 국민여동생이라 불리시는 문근영 씨가 해온 것이 많다 보니까 그러다 보면 제게 주는 기대감이 생길 수도 있잖아요. 원하든 원치 않든 그 분과의 비교가 있을 수도 있고. 그런 점에 있어서 그 분이 워낙 잘했으니 부담이 있죠. 제가 따라가야 할 것 같은, 그리고 저는 다른 길을 걸을 수도 있는데 제2의 누구라고 하면 그 분과 똑 같은 길을 걸어야 할 것 같잖아요. 그런 면에 있어서 거부감은 있죠.
배우로서 현장에 있을 때의 자신과 그냥 일상에서 친구들과 있을 때의 본인 사이에 간격이 조금씩 느껴지지 않나요?
계속 왔다 갔다 하게 되는 거 같아요. 현장에 있을 때는 배우 박보영으로서의 책임감이나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고, 마음에 담고 표현해내면서 정해진 할당량을 채워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또 현장에선 한국영화가 힘들다니 이런 얘기를 하지만 친구들을 만나면 얘기하는 게 주제나 소재에 대한 나이대가 맞기 때문에 서로 관심사가 비슷해져요. 현장에서 하지 못하는 사적인 얘기들을 많이 하니까 할말도 많아지는 거 같고요.
저번에 제작보고회에서 차태현씨가 짓궂게 폭로했죠. 원빈 좋아한다고. (웃음)
이제 그거 수습 안돼요! 인터뷰 할 때마다 영화제목이 <과속스캔들>이라고 꼭 스캔들 나고 싶은 배우가 누구냐는 질문을 주시거든요. 원래 그 날도 ‘없다’의 ‘없’이 목젖까지 나왔는데 갑자기 옆에서 (차태현이) ‘왜, W있잖아.’ 이렇게 장난치셔서 종잡을 수 없는 사태가 돼버렸어요. (웃음) 사실 제 친구들에게 말할 때 도진 씨라고 부르기도 하고, 정말 원빈 님이라고 부르거든요. 저에겐 가까이 하기 힘든 분이고 팬으로서 좋아하는 배우죠. 이성적으로 이상형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좋아하는 배우의 이미지가 더 맞을 거라 생각해요.
본인을 좋아하는 팬도 생길 거에요. 팬을 만나게 되면 어떨까요?
저도 생기겠죠. 나중에? 그럼 일단 기분 좋을 거 같아요. 제가 지금 이렇게 원빈 님을 좋아하는 것처럼. (웃음) 팬이라는 건 좋아하는 사람처럼 생각하면 기분 좋아지고 그런 것일 수도 있죠. 나중에 어떤 분이 좋아한다고 말하면 저도 기분이 좋아질 거 같아요.
배우로서 혹은 연예인으로서 살아가면서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대중 앞에 서야 하는 경우도 생길지 몰라요. 마음은 아픈데 웃어야 한다거나.
저번에 '박보영 악플'이라는 말이 검색어 순위에 떴어요. 어떤 기자 분들의 짜깁기로 작성된 기사에서 비롯됐죠. 악플 내용은 다른 질문에 대한 대답이고, 제2의 문근영이란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른 거였는데 기사 확인해보니까 이게 합쳐진 거 같아요. 사실 제가 말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오해가 생기면 제 속이 많이 상하지만 사실 그런 걸 알아주는 사람은 주위사람뿐이잖아요. 그걸 보는 네티즌 분들이나 관객, 시청자들은 제 이야기를 변명처럼 이해할 수 있고, 그냥 기사로서 접하는 게 편하니까.
브라운관을 거쳐 스크린으로 진출했어요. 다른 공간에 대한 욕심은 없나요?
연극 무대에 대한 욕심은 항상 있었어요. 다만 주변 환경적인 문제로 아직 이뤄지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일단 연기가 안되니까요. (웃음) 연극 연기는 어떻게 보면 더 무거운 연기일 수도 있지만 사실 호흡이 길어야 하죠.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나중에 학교를 졸업하고 배운 부분들이 쌓이고 쌓이면 할 수 있을지 몰라요. 다만 지금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극무대에 오르면 제 자신이 싫을 거 같아요. 보시는 관객들도 편하진 않을 거고요.
그럼 연기는 재미있어요?
이건 정말 재미없으면 못 버틸 일 같아요. 억지로 스타성을 노려서 하는 거라면 버티기 힘들 거에요. 제가 경험을 많이 해보진 못했지만 주변의 지인들을 보면 참 힘들구나, 라고 느낄 때도 있으니까요. 무명 시절을 많이 겪는 분도 있고, 단지 인기를 얻으려 하는 일이라면 스트레스 쌓아가며 잃어야 할 게 너무 많아요. 그래서 그걸 참고 견디는 인내의 시간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008년 12월 5일 금요일 | 글: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2008년 12월 5일 금요일 | 사진: 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