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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애들이 다시 만든 한국영화의 과거와 미래
2008년 11월 3일 월요일 | 유지이 기자 이메일


헐리웃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하며 제목을 번역하지 않는 경우는 흔하다. 오히려 번역 제목이나 원제를 다른 식으로 바꾼 작품이 더 보기 힘들다. 확실히 〈애수Waterloo Bridge〉나 〈폭풍의 질주Days of Thunder〉〈두 얼굴의 사나이The Incredible Hulk〉〈제5전선Mission Impossible〉같은 제목은 요새 트렌드는 아닌 모양이다. 발음을 비슷하게 옮겨 적은 〈인크레더블 헐크〉나 〈미션 임파서블〉같은 제목으로 관객에게 익숙한 것을 보니 그렇다. 그래도 아쉽다. 이번에 개봉하는 〈마이 쎄시 걸〉은 원제를 그대로 살렸으면 좋을 뻔 했다. 발음을 다시 영어 단어로 바꿔 해석하면 ‘sassy’는 ‘건방진, 뻔뻔한’ 정도의 뜻을 가진 단어다. 헐리웃 로맨틱 코미디 〈마이 쎄시 걸〉은 바로 2001년 흥행작 〈엽기적인 그녀〉의 리메이크기 때문이다.

한류의 반대쪽
 지구 반대쪽에서 벌어지는 구토 커플 이야기 <마이 쎄시 걸(2008년)>
지구 반대쪽에서 벌어지는 구토 커플 이야기 <마이 쎄시 걸(2008년)>

처음 개봉했을 때부터 〈엽기적인 그녀〉는 공식 영어제목을 〈My Sassy Girl〉로 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헐리웃 영화는 제목부터 그대로 옮긴 셈이다. 원작에서 전지현과 차태현이 맡았던 역할은 〈24〉에서 특수요원 잭 바우어(키퍼 셔덜랜드)의 딸로 출연해 유명해진 엘리샤 커트버트와 〈해커스〉〈체리폴스〉〈브링 잇 온〉 등에 꾸준히 영리한 소년 역을 맡아왔던 제시 브래드포드가 맡았다. 느낌은 조금 다르지만 제시 브래드포드가 〈브링 잇 온〉에서 보여준 적당히 눈에 띄는 소년 역할과 엘리샤 커트버트가 〈나에겐 너무 아찔한 그녀〉에서 맡았던 도발적인 소녀 역할을 기억한다면 헐리웃 버전 〈엽기적인 그녀〉는 그리 나쁘지 않은 캐스팅으로 시작했다고 볼 수 있겠다. 다만 영화를 리메이크할 때 헐리웃 스타일로 소화하는 그 간 선례와 세밀한 소재에서 한국적인 부분이 많았던 원작을 기억할 때 리메이크와 원작이 꽤 다른 길로 가리라는 것은 능히 짐작할 만 하다.

헐리웃 영화 〈마이 쎄시 걸〉이 유일한 리메이크는 아니다. 이미 한류 스타의 대표 중 하나로 성장한 전지현을 본격적으로 스타덤에 오르게 한 히트작 〈엽기적인 그녀〉는 한류를 타고 제법 유명한 영화가 되었다. 후에 같은 감독과 같은 스타를 기용하고, 비슷한 컨셉으로 찍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같은 영화가 기획될 정도. 몇 달 전 개봉한 인도영화 〈Ugly aur Pagli〉는 정식 절차도 없이 〈엽기적인 그녀〉를 표절한 의혹을 받은 것으로 유명했지만, 이미 일본에서는 (한국에서는 ‘초난강’으로 더 유명한) 쿠사나기 쯔요시와 다나카 레카를 주연으로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를 정식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쿠사나기 쯔요시와의 인연으로 드라마에 한국 배우 장혁이 까메오 출연했다는 후문.

리메이크 대상이 된 한국영화
 리메이크 작의 가장 큰 차이는 중년이 된 주인공 커플 <레이크 하우스(2006년)>
리메이크 작의 가장 큰 차이는 중년이 된 주인공 커플 <레이크 하우스(2006년)>

십 몇 년 전만 해도 어색하기 짝이 없었을 한국영화의 헐리웃 리메이크가 조금은 익숙한 이유는 몇 해 전부터 꾸준히 한국영화 리메이크 판권이 해외에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각적이고 재능있는 젊은 감독들이 이전 한국영화와는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만들고, 관객들이 점차 한국영화에 관심을 가지며 만들어진 웰메이드 작품을 외국에서 관심을 가진 것은 꽤 되었다. 오래 전에 판권이 팔리고 만든다는 소문 만 무성한 〈올드보이〉같은 작품이 아니래도 완성되어 한국 관객이 직접 확인한 작품도 제법 많다.

가장 무게가 있을 작품은 2006년 개봉작인 〈레이크 하우스〉겠다. 젊고 재능을 인정받고 있지만 블록버스터 스타라고는 볼 수 없는 〈마이 쎄시 걸〉의 엘리샤 커트버트와 제시 브래드포드와는 다르게 널리 알려진 대스타 키애누 리브스와 샌드라 블록을 주연으로 찍은 영화이기 때문. 원작은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감각적인 영상과 슬픈 로맨스로 유명했던 이정재, 전지현 주연의 2000년 영화 〈시월애〉다. 핵심 이야기 전개와 극 중 배경까지 많은 부분을 차용한 리메이크.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지만 오히려 한국에서는 흥행성적이 더 좋은 유지태, 김하늘 주연의 영화 〈동감〉은 일본에서 〈시간의 향기〉라는 제목으로 2001년에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국내 개봉을 하지 못한 〈시간의 향기〉와는 다르게 많은 관객이 직접 영화관에서 확인한 〈레이크 하우스〉는 원작의 묘미를 못 살린 헐리웃식 안이한 멜로물이라는 것이 중평.

시작과 전개
 테러범 다 때려잡으니까 거울에서 유령이 나와? <미러(2008년)>
테러범 다 때려잡으니까 거울에서 유령이 나와? <미러(2008년)>

외국에서 리메이크한 한국영화라는 반갑고도 신기한 경험을 가장 처음 가져온 작품은 독일에서 만든 〈여인2와 해피엔드Frau2 sucht HappyEnd〉라는 영화. 원작과 제목은 전혀 다르지만 원작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선명하게 기억날 단어를 가져다 썼다. 현대 한국 젊은이가 온라인 채팅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통해 소통하다 서로 만나게 되는 과정을 섬세한 화법으로 그린 장윤현 감독의 출세작 〈접속〉이 원작으로, 리메이크에서 쓴 ‘여인2’와 ‘해피엔드’는 원작에서 수현(전도연)과 동현(한석규)가 쓴 통신 ID다. 리메이크 작이 영화제를 통해 한국에 소개된 과정에는 프로그래머들이 〈여인2와 해피엔드〉에 대해 가진 반가움이 한 몫 단단히 했음직하다.

이후로도 박신양, 최진실 주연의 최루 멜로 〈편지〉가 태국에서 동명 영화로,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애틋한 작품 〈8월의 크리스마스〉가 일본에서 동명 영화로 만들어졌지만 커다란 소식은 올해부터 본격적이다. 늦여름에는 유지태 주연의 〈거울속으로〉를 리메이크한 헐리웃 영화 〈미러〉가 〈24〉의 주역 키퍼 셔덜랜드 주연으로 완성되어 이미 개봉을 했고, 내년에는 이미연, 이병헌 주연의 극단적 멜로로 만든 스릴러 〈중독〉이 사라 미셸 겔러 주연의 〈Possession〉으로 개봉할 예정이고, 김지운 감독이 임수정, 문근영 두 동안 자매를 기용해 만든 명품 호러 〈장화, 홍련〉은 이미 완성되어 〈The Uninvited〉라는 제목으로 곧 개봉 예정이기 때문이다.

예고편을 통해 확인한 〈장화, 홍련〉 리메이크 작은 이전 〈레이크 하우스〉〈미러〉가 그랬던 것처럼 당연하게도 한국 원작과는 굉장히 다른 영화가 될 듯 싶다. 그러나 한국관객에게는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을 외국인의 시선에서 다시 만든 독특한 경험이 더해진다는 점에서 재미가 더해진다. 단, 그간 우리와 만났던 기대이하의 형편없는 리메이크작은 사절! 흥미진진한 작품을 마주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2008년 11월 3일 월요일 | 글_유지이 기자(무비스트)

10 )
podosodaz
외국 애들...ㅋ
  
2008-11-03 15:37
bjmaximus
인도 영화 <진다:Zinda>도 <올드보이>를 허락도 없이 베꼈다고 하던데,인도애들 왜그러는지..   
2008-11-03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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