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영화들 역시 월드컵의 열기는 피해가지 못했다. 그나마 1980년대 동명의 인기 미국드라마를 영화화한 <A-특공대>가 개봉 첫 주 18만 7409명, 누적 22만 8,655명을 기록하며 체면치레했다. <A-특공대>처럼 동명의 미국 드라마를 영화화 한 <섹스 앤 더 시티 2>의 경우, 사태가 심각하다. 첫 주 주말관객 10만 1,241명으로 7위. 이정도면 그라운드에서 레드카드를 받은 꼴이다. 2008년 1편 개봉 당시 1위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더 실망스러운 결과다.
이어 개봉 4주차를 맞은 3D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가 17만 8,835명으로 3위에 자리했고,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가 14만 547명으로 뒤를 이었다. 각각 누적 관객 227만 1,298명과 182만 7,728명을 기록 중이다. 5위는 12만 3,967명을 극장으로 부른 성룡의 신작영화 <베스트 키드>다. 미국에서 1위를 차지한 것에 비하면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는 흥행 성적이다. 한 때, 명절 TV의 단골손님일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성룡. 그의 흥행파워가 국내에서는 확실히 시들해진 모양새다.
이 가운데, 16일 개봉하는 <포화속으로>가 유료시사회를 통해 11만 758명을 동원하며 6위에 올랐고, 손익분기점을 넘긴 <내 깡패 같은 애인>이 1만 5,924명으로 여유 있는 행보를 보였다. 그러고 보니, 박스오피스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린 한국 영화는 세 작품 밖에 안 된다. 그라운드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한국 축구와 사뭇 대비된다.
한편 한국이 그리스를 2 대 0으로 완파함으로써 월드컵 열기는 한층 더 뜨거워진 상황이다. 이는, 대중의 관심이 축구로 쏠릴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개봉을 앞두고 있거나, 개봉 중인 영화의 배우와 투자자들은 한국의 16강 진출과 영화의 흥행 앞에서 어디를 응원해야 할지 잠시 고민할 듯싶다.
● 한마디
월드컵으로 전국이 들썩인 주말, 극장가는 소리 없이 울었구나. 야구는 또 어찌됐누? 온통 축구축구축구!
2010년 6월 14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