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블랙 미니드레스>와 <위험한 상견례>는 당초, 같은 시간, 다른 장소(각각 14일 2시 CGV 왕십리와 롯데시네마 건대)로 기자시사를 잡았다. 한 쪽이 양보 하지 않으면 취재진이 양분될 수밖에 없는 상황. 취재를 해야 하는 기자에게도, 배급사에게도, 자신들의 영화를 홍보해야 하는 제작사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될 게 없는 스케줄이었다. 결국 두 영화의 갈등은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가 장소를 롯데시네마로 옮기고, <위험한 상견례>가 시간을 4시 30분으로 늦추면서 일단락 됐다. 이번 해프닝이 분명 두 배급사 간 라이벌 의식에서 비롯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두 영화의 최종 성적이 이번 자존심 대결의 성패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작용되지 않을까 싶다.
● 한마디
김민서 작가의 ‘나의 블랙미니드레스’를 스크린으로 옮긴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는 치열한 경쟁사회에 내던져진 20대 여성들의 방황과 애환을 그린다, 고 했지만 정작 영화에서 도드라지는 건 그녀들의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이다. 20대 여성들의 미묘한 심리묘사가 돋보였던 <고양이를 부탁해>가 되기엔, 그녀들의 갈등은 너무 단선적이다. 큰 공감을 이끌어 낸 <싱글즈>가 되기엔, 그녀들은 (우리와 달리 태생적으로)가진 게 너무 많다. 그렇다고 <섹스 앤 더 시티>처럼 대범하지도 못한 게, 또 이 영화다. 다만 이러한 결핍들이 영화를 즐기는데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 이 영화가 최우선 하는 게 묵직한 성장드라마라면 모를까, 아기자기한 팬시형 드라마가 목적이었다면,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 한 듯 보인다.
2011년 3월 15일 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