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많이 했는데 재미있었다. 그날 반응도 좋았고, 잘 나온 것 같다.(웃음)
언론시사 분위기가 좋다 하더라도 정작 일반시사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러나 지인을 통해 들은 바로 일반 시사 분위기가 더 좋았다고 하더라.
아! 그런가.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송새벽, 류현경 커플이 먼저 유쾌하게 스타트를 끊고, 이후에 병훈과 희중, 상용의 묘한 삼각관계가 펼쳐지면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재미를 더하더라.
일단 시나리오가 좋아서 그랬던 것 같다. 다른 배우들도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어서 출연을 결정했다. 더불어 촬영현장도 즐거웠다. 영화가 로맨틱 코미디다 보니까 캐릭터에 대한 부담도 덜 갔다. 또한 이제까지 맡은 역할 중 병훈이가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가장 컸다. 왠지 병훈을 잘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많은 인터뷰에서 병훈이란 캐릭터에 감정이입해서 연기했다라고 말했는데,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와 닿던가?
그러니까 이런거다. 좋은 사람인척하지만 사실은 굉장히 우유부단하고, 사랑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후회하고.(웃음) 뭐 나중에는 멋있는 선택을 하지만 그전까지는 찌질한 남자아닌가!
영화 초반부까지 김현석 감독의 영화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병훈이란 캐릭터가 쿨한 남자로 비춰졌다.
처음에는 송새벽씨와 류현경씨의 연애작전을 긴장감 있게 그리는 장면이라서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주력했다. 그러다 보니 쿨하고 멋있는 남자로 보였나보다. 근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웃음) 남자들이 다 그렇잖나! 솔직히 다 자기합리화다.(웃음) 만약 병훈이가 쿨한 남자였다면 상용과 희중의 첫 데이트 날 그녀와 추억이 담겨있는 음악을 틀지 않았을 거다.
감독님의 열렬한 팬은 아니었다.(웃음) 일단 시나리오를 먼저 읽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어떤 감독님이 연출하나 봤더니 김현석 감독님이더라. 그 당시 감독님 이름만 듣고 전작을 잘 몰랐다. 매니저한테 물어보니 <광식이 동생 광태>라고 했다. 바로 “오!”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너무 재미있게 봤던 영화라 마음이 혹했다. <YMCA 야구단>도 좋게 봤던 터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감독님을 처음 만났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마음이 잘 맞았다.
김현석 감독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이번 영화까지 네편의 영화를 통해서 각 영화마다 남자주인공이 감독 그 자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번 영화에서 맡은 병훈이란 캐릭터가 바로 감독님이다.(웃음) 감독님과 얘기하다보면 병훈과 비슷한 점이 많다. 연애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남자가 봐도 멋있었던 모습을 말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 여자 앞에서 찌질한 모습을 보였던 추억을 공유하곤 했다.(웃음) 얘기를 하다보면 둘 다 비슷한 점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촬영현장에서 병훈은 세명이었다. 병훈이라는 캐릭터, 이 캐릭터의 원조인 감독님, 병훈을 연기하고 있는 나까지 말이다.(웃음) 술도 많이 마셨다. <실미도> 때는 어쩔 수 없이 남자들이 모여서 많이 마셨는데, 이후 <시라노 ; 연애조작단>이 가장 술을 많이 마셨던 영화인 것 같다. 사정상 못 마실 경우 빼고는 꼭 맥주 한잔씩 마시고 들어갔다. 심지어 새벽 촬영이 끝나도 술자리는 항상 가졌다. 이런 술자리가 굉장히 좋았고, 연기에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곳에서 나눴던 농담과 장난을 촬영현장에서 쓰기도 했다. 몇 장면은 술자리에서 나눴던 이야기와 느낌을 연기에 담아 표출했는데, ‘컷’ 소리와 함께 감독님과 한참을 웃었던 적도 있다. 그만큼 감독님과 잘 통했다.
김현석 감독이 딱 알아봤나보다. 자기와 비슷한 과라는 것을 말이다.(웃음)
초반에 즐겁게 얘기하면서 감독님이 “태웅씨 정말 나랑 비슷해요”라고 말하더라.(웃음) 우연히 감독님 핸드폰에 다운받은 노래도 듣게 됐는데, 거의 다 아는 노래였다. 정말 감성적으로도 비슷한 점이 많았다.(웃음)
지금까지 대화를 나눠보니 영화를 편하게 찍었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리 편안한 마음으로 찍었다 하더라도 어려움은 있었을 텐데.
영화 후반부에 개봉날짜에 맞추기 위해 시간을 다투면서 촬영했던 게 힘들었다. 그 외에는 별로 힘든 건 없었다. 이번 영화는 그동안 다른 어떤 영화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제일 편하게 찍었다. 그나마 최다니엘과 개싸움을 벌인 장면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여러번 그 장면을 촬영하니까 몸은 고됐지만 전체적으로는 편하게 연기했다.
<시라노 ; 연애조작단>에서 타깃녀를 사로잡기 위한 작전이 많이 나온다. 극중 나온 작전 중 가장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작전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극중 송새벽씨가 류현경씨의 마음을 빼앗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를 찾아가는 작전이 가장 현실적이지 않을까!(웃음) 물론 상대방이 어느 정도 관심이 있어야겠지만 눈에 보여야 마음도 가까워진다고, 일단 많이 봐야 한다. 그리고 서로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을 때 서서히 관심을 표출하면 그 마음을 알아줄 것 같다. 아마 보통의 남자들도 다 그렇게 생각할 것 같은데.(웃음)
근데 그건 희중처럼 남에 대한 배려가 많은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안 그런 사람들에게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복숭아 작전은 감독님 생각이었는데, 영화에서만 그렇지 실생활에서는 별로일 것 같다.
아까도 말했지만 병훈은 겉으론 쿨하지만 실질적으로 애 같은 면이 많다. 극중 희중이 집 앞에서 안 들여보내 준다고 길바닥에 들어 눕고, 아양 떨고 하는 모습이 딱 엄마에게 보채는 아이였다. 그 장면 볼 때 약간 손발이 오글거리더라.
원래 시나리오 상에서는 그냥 걸어 들어가고 상용이가 보는 장면이었다. 그래서 시나리오대로 처음에는 그냥 들어갔다. 근데 감독님이 “태웅씨 그런거 말고 좀 졸랐으면 좋겠어”라고 하더라. 그래서 강도를 높여서 연기한 거다.(웃음) 근데 그 장면을 본 감독님 지인들은 딱 김현석 감독님이라고 말했다.(웃음) 그때가 연기하기 제일 난감했다. 물론 그런 연기도 해야 하지만 그 상황에서는 몸이 잘 안 따라줬다. 게다가 그 장면 후시 녹음할 때도 쑥스러웠다. 영상을 보면서 대사를 해야 하니까 닭살 돋고 못하겠더라.
영화에서 김현석 감독은 병훈과 상용이란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실질적으로 두 캐릭터 중 감독과 닮은 캐릭터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곧바로)병훈이다. 전체적인 영화는 병훈의 스토리가 중심이다. 상용은 병훈에게 깨달음을 주는 캐릭터다. 상용은 여자 앞에서 꿀먹은 벙어리가 되지만 진정 사랑을 아는 남자다. 단지 가벼운 잔재주만 몰랐을 뿐이다. 병훈은 이와 반대다. 사랑했다고 믿었지만 실질적으로 사랑을 모르는 인물이다. 술자리에서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딱 병훈이었다.(웃음)
상용처럼 멋진 남자가 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맞다. 영화를 찍는 동안에도 생각했지만 이 영화를 보는 많은 남자분들은 쉽게 공감하고, 재미있게 볼 것 같다. 또한 자신의 과거 연애사를 되돌아보고 자신의 행동에 반성할 수도 있을 거다. 그렇다고 남자들만 보는 영화는 아니다. 여자들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다.
감독과 병훈과의 캐릭터에 대해서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는 초반에만 나눴다. 그 이후에는 촬영이 끝난 후에 술 마시면서 얘기도 하고 즐겁게 놀았다. 술자리에서 나눈 얘기가, 영화도 그렇고 남자들이다 보니까 여자에 대한 이야기와 서로의 연애사가 주를 이뤘다. 그 때 감독님의 연애 방식이나 스타일을 알게 됐다. 대화를 통해 캐릭터를 조금씩 다듬어갔다. 또한 감독님도 병훈 역에 맞는 캐릭터를 대화를 통해 끌어낸 것 같다.
감독님은 영화를 아름답게 보여주려 노력하지 않는다. 그냥 캐릭터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잘 표현한다. 그리고 대사가 너무 좋다.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믿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해서 믿는 것”이라는 대사가 너무 마음에 와 닿았다. 처음에 대본 리딩 할 때는 그냥 멋있는 대사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그 장면을 촬영하니까 굉장한 진리처럼 다가왔다. 그 때 감독님의 대단한 면을 알게됐다.
제작보고회 때 이 영화를 끝으로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만들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과연 이 말을 믿을 수 있을까?
글쎄, 모르겠다.(웃음) 감독님이 이 영화를 연출하는 게 힘들었나보다. 굉장히 바쁜 스케줄도 그렇고, 점점 촬영시간이 길어지면서 감독님의 한 숨이 커져만 갔다.
그 정도로 힘들었나?
영화적으로도 힘들었겠지만 바쁜 스케줄에 술 마시는 시간이 적어졌다는 이유도 한 몫을 했다.(웃음) 아무튼 이래저래 감독님한테는 고생을 많이 한 작품이다. 이게 마지막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유작이 될 것 같다는 농담도 하곤 했다.
이번 영화에서 같이 나왔던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배우들 모두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니엘 같은 경우는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도 그렇고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좋게 봤다. 띠동갑 차이인데도 너무 싹싹하고 애교도 있고, 붙임성도 좋아서 쉽게 친해졌다. 너무 친해지니까 촬영 초반에 병훈과 상용이 이렇게 친해지면 안 되는데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더라.(웃음) 반대로 감독님은 병훈하고 상용이가 같이 있는 장면이 되게 재미있다고 하면서 투 샷을 좋아하셨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 두 캐릭터가 서로 닮아가고, 더 친근한 사이가 된 것 같다. 민정이 같은 경우는 CF로 아름다운 모습만 봤는데, 실제 만나보니까 털털하고 성격도 좋아서 술 먹을 때도 항상 여자의 마음은 이럴 것이라는 조언을 아낌없이 해줬다. 아! 그리고 신혜는 16살 차이다.(웃음)
16살이면 정말 삼촌뻘이다.(웃음)
진짜 걱정 많이 했다. 만나기 전에는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의 아역 이미지가 강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많이 컸더라. 가끔 같이 사진 찍은 걸 봤는데, 여자친구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어울렸다.(웃음) 나이가 어리니까 영화를 찍다가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자기 스스로 잘 해쳐나갔다. 모두들 처음 만나서 호흡을 맞췄지만 아무 탈 없이 잘 해냈다.
당연히 촬영 분위기를 위해 한 건 맞지만, 그래도 뭐 내심 그런 마음도 있었다.(웃음) 농담이고, 아마 다른 작품에서는 그런 말조차 못했을 것이다. 이번 작품은 역할도 그렇고 원체 나이차이도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편하니까 그렇고. 그 친구들도 장난인 걸 알고 많이 받아줬다. 근데 기사가 자꾸 이상한 쪽으로 나니까 실없는 남자로 비춰지더라. 인터뷰를 통해 정말 그랬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두고 싶다.(웃음)
일단 김현석 감독과 함께 작품을 했던 송강호, 김주혁, 임창정 등 많은 남자 배우들이 있다. 이전 배우들과 어떤 차별성을 두려고 노력했는지, 부담감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부담감은 없었다. 그냥 부담 없이 캐릭터에 맞는 연기를 했다. 다른 배우들은 모르겠지만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감독님이 같이 작품을 했던 배우들을 다 좋아한다. 어느 날 술자리에서 감독님이 “난 태웅씨랑 잘 맞는 것 같은데, 주혁이가 더 잘 맞아. 근데 주혁이는 술 못 마신다. 그래서 그런지 태웅씨는 술 잘 마시는 주혁이 같아서 너무 좋아!”라고 하더라.(웃음)
감독님과 술을 많이 마시다 보면 특이한 술버릇 같은 게 있었을 것 같은데.
감독님은 술버릇 보다는 매번 똑 같은 시간에 잠이 든다. 11시 40분이 넘으면 잠이 들고, 새벽 2시 40분이 되면 깬다. 현장에서도 밤 촬영이 되면 졸려서 어쩔 줄 몰라 했다.(웃음)
<핸드폰> <차우>에 이어 이번 영화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세번째 영화다. <시라노 ; 연애조작단>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전보다 부담감이 덜해졌나?
부담감은 <핸드폰> <차우> 때가 컸다. 이 두 영화는 캐릭터를 공감한다기보다는 각 상황에 놓인 캐릭터의 모습을 상상력으로 끌어내야 했다. 그러다보니 찍고 나서도 영화를 보면서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그런 점이 부담스러웠다. 이번 영화는 이전 작품보다 캐릭터나 스토리에 대한 공감이 잘 됐다. 전보다 연기가 좋아진 건 아니지만 영화와 혼연일체 된 모습이 나로서 보기 좋았다. 역시 매일 술 먹기를 잘한 것 같다.(웃음)
이번 영화의 네명의 배우들 중 가장 오랜 연기생활을 했다. 어찌보면 영화 촬영 현장에서 분위기도 이끌어주고 배우들이나 스탭들에게 힘을 낼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줬을 것 같은데.
그랬지. 일단 나이가 많아서.(웃음) 주장 같지는 않지만 완장을 차야했다.(웃음) 그렇다고 해서 잘 챙기지는 못했다. 그나마 나름대로 애썼던 건 다른 사람들이 나이값을 못한다고 느낄 정도로 그냥 현장에서 편하게 지내려고 노력했던 것 뿐이다. 무게를 잡는다던지, 어른인척 하고 했더라면 반감도 생길 수 있었을 텐데, 같이 어울리고 되도록 편하게 해주려고 했던 행동이 좋은 촬영 현장을 만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들 잘 따라줘서 한편으론 고마움을 느낀다.
고현정씨와는 연락을 가끔 하는 편이다. 드라마 끝나고 술을 두 번인가 마셨다. 너무 재미있는 사람이고, 알까기 방송이 섭외가 들어왔다고 해서 의리로 같이 나갔다. 만나고 그러면 호탕하고, 어떻게 보면 외로워 보이고, 좋은 누나다.
워낙 기가 센 사람이라 알까기를 진건가?
그게 변명하자면 연습할 때부터 검은 돌은 납작하고 흰 돌은 커서 처음부터 편차가 있었다.(웃음) 그래도 연습 때는 잘 됐는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까 잘 안되더라.(웃음) 그것 때문에 요즘 망신살에 시달린다.
드라마 <부활>을 비롯해 주로 어둡고 무거운 캐릭터를 맡아왔다. <가족의 탄생>을 빼면 이번 영화를 통해 오랜만에 밝은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동안 밝은 캐릭터를 하고 싶은 생각이 많았을 것 같다.
외모에서 그런 느낌이 나니까!(웃음) 처음에는 건달, 조직의 2인자 등 어두운 역할을 하다가 드라마 <부활>에서 그나마 밝은 역할을 했었다. 물론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무거운 이야기라서 시청자들은 그렇게 느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가족의 탄생>을 통해 밝은 역할을 했다. 이 영화로 연기 폭을 좀 더 넓힐 수 있었다. 이후 드라마 <선덕여왕>의 김유신까지 해왔다. 이번 영화를 통해 지금까지 해왔던 연기와는 다른 스타일의 연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에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일반 관객들은 과연 엄태웅이란 배우가 로맨틱 코미디 영화와 잘 맞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을 것 같다.
맞다. 어느 인터뷰에서 기자님이 그러더라. <시라노 ; 연애조작단>이 로맨틱 코미디이고, 엄태웅, 이민정, 최다니엘, 박신혜가 나오는데 엄태웅이 나오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고 말이다. 만약 영화가 정통 멜로였으면 부담이 갔었을 것이다. 다행이 로맨틱 코미디라서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고, 부담도 그리 크지 않았다.
엄정화씨는 영화를 아직 안 봤나?
어제 하와이 촬영 끝나고 VIP시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누나도 현장에도 놀러오고, 영화도 잘 나왔다는 말에 궁금해 하더라.
이제 배우란 직업을 갖고 있는데, 요즘은 엄정화씨에게 용돈 좀 주나?
아이고 용돈은 무슨.(웃음) 다만 누나한테 앞으로 도움 받은 걸 갚아나가야 한다는 걸 항상 생각하고 있고, 누나가 짊어졌던 짐을 조금이나마 나눠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앞으로 더 잘해야지.(웃음)
그냥 연기에 대해서는 좋았던 것만 얘기한다. 솔직히 자기가 하고도 이건 연기가 좀 미흡하다 싶은 건 알고 있잖나! 그걸 모르고 있다면 당연히 얘기해 줘야겠지만, 그걸 콕 집어서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건 각자의 몫이니까.
이번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관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
극중 희중과 상용의 첫 데이트 날 예전 병훈과 희중이 같이 듣던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먼지가 날리는 장면이 있다. 그 때 아그네스 발차의 ‘우리에게 더 좋은날이 되었네’라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촬영 당일 감독님이 처음 들려줬는데 너무 좋았다. 그리고 완성된 영화를 보니까 음악이 그 장면의 감성적인 면을 돋보이게 하더라. 단순히 <시라노 ; 연애조작단>이라는 제목만 들었을 때는 가볍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 장면을 통해 영화가 고급스러워지고 가벼움이 아닌 진중한 사랑 이야기로 탈바꿈 됐다. 감독님도 이 장면이 관객에게 안 먹히면 우리 영화 망한다고 했으니까 정말 중요한 장면임에는 틀림없다.(웃음) 아무쪼록 관객들이 이 장면을 잘 보셨으면 한다.
앞으로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건가?
현재 <닥터 챔프>라는 드라마를 찍고 있다. 근데 드라마도 하고, 영화 홍보도 해야 해서 마음은 편하지만은 않다. 어쨌든 지금 드라마도 이번 영화처럼 재미있게 찍고 있다. 일을 또 하고 있으니까 든든하다.(웃음)
2010년 9월 14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10년 9월 14일 화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