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1980~90년대 정통 멜로 영화를 만들며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곽지균 감독은 임권택 감독의 <만다라>, 배창호 감독의 <깊고 푸른 밤>의 조감독을 거쳐 최인호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겨울나그네>로 감독 데뷔를 했다. 계속해서 <두 여자의 집> <그후로도 오랫동안>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자신만의 멜로 스타일을 구축했다. 그리고 1991년, 이문열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젊은날의 초상>으로 제29회 대종상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 총 8개 부문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2000년대 들어와 김래원, 배두나 주연의 <청춘>, 지현우, 임정은 주연의 <사랑하니까 괜찮아>가 관객을 만났지만, 예전만큼 좋은 반응은 얻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영화가 된 <사랑하니까 괜찮아> 개봉 이후 고향인 대전에 내려와 영화를 준비했다. 그러나 한국 영화계가 젊은 제작자와 감독으로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되면서 좀처럼 연출 기회가 오지 않았고, 결국 자신의 삶을 비관해 생을 마감했다.
그의 죽음 소식에 많은 영화인들은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예전에 함께 작업했던 배창호 감독은 “의지와 책임감이 강했던 동료이자 후배를 잃어 슬프다”는 말로 착찹한 마음을 드러냈다. <사랑하니까 괜찮아>로 스크린에 데뷔했던 지현우는 감독의 사망 소식을 듣고 거짓말 마라면서 “지금 당장에라도 찾아 뵙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라고 말했다. 박중훈은 자신의 트위터에 “참 좋은 사람인데, 그간 무심하게 지낸게 원망스럽다”며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계시길 바란다”는 글을 남겼고, <시월애>의 이현승 감독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감독들은 배우들보다 정신력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일이 없어서 자살했다니 영화판이 화가 난다”고 비통함을 전했다.
● 한마디
영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희망을 놓지 않았지만, 끝내 삶을 마감한 곽지균 감독. 천만 관객시대가 열린 한국 영화계 속에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중년 감독들의 초라한 뒷모습이 안타깝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0년 5월 26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