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KBS 드라마 <백마고지>를 통해 데뷔한 배우 정보석은 데뷔 20년을 넘긴 중년연기자. 하지만 나이에 비해 훨씬 어려 보이는 곱상한 외모 덕택에 아직까지도 든든한 맏아들 역할을 소화하고 있으며 그의 소싯적 팬들은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로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에서 강수연과 공연했고, <젊은 날의 초상>이나 <걸어서 하늘까지>와 같은 장르 영화를 통해 그만의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날카롭고 섬세한 외모 탓에 우수에 젖거나 다소 침울한 역할을 주로 맡았던 그가 고정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오1수정>이다. 한 여자와의 섹스를 위해 칭얼대는 철없는 남자 재훈 역을 맡은 그는 오버하지 않는 생활 속에서의 코믹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후 이지상이나 문원립같은 독립영화 계열 감독들의 영화에 출연하며 캐릭터의 폭을 넓혀온 정보석은 옴니버스 영화 <쓰리>, 일일 연속극 <인어아가씨>의 마마보이 역할 등으로 호평을 받았다.
최근에는 KBS대하드라마 <대조영>에서도 정보석만의 카리스마를 확인할 수 있다.
영화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에서는 “불륜이란 없는 거야, 사랑만 있을 뿐이지”라는 밉상스러운 발언으로 소심한 태한의 미움을 톡톡히 사는 택시기사 중식으로 등장하고 있다. 자신과 불륜의 관계에 있는 여자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동해까지 택시로 동행하는 중식은 그야말로 뻔뻔함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의 역할은 그의 선한 인상에서는 도저히 발견할 수 없으리라 생각됐던 캐릭터이기에 그의 변신은 또 다른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그 나이의 배우라면 한번쯤은 꺼렸을 법한 농도 짙은 베드신은 물론 계곡에서의 전라신도 무리 없이 소화해 내 제작진들의 큰 박수 갈채를 받았고, 영화의 명장면이라 할 수 있는 영화 후반부 박광정을 찾아가 따지는 장면에서는 그 이상의 뻔뻔함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캐릭터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