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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마자 한마디! 가을처럼 짧았던, 3일간의 사랑 <만추>
만추 | 2011년 2월 11일 금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뭐가? 현빈의 인기가! 10일 오전 CGV 왕십리에서 열린 <만추> 언론시사회는 취재진과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전에 열리는 시사회에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린 건, 이례적인 일. 일본어를 구사하는 중년 여성들도 눈에 띄였는데, 현빈의 인기가 현해탄을 넘어 일본까지 물들인 게 분명했다. 하지만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던가. 결국 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기자를 사칭한 수많은 팬들이 좌석 뿐 아니라 극장 통로를 점령하는 바람에, 정작 취재를 해야 할 기자들이 발길을 돌리는 해프닝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언론시사회이니, 기자가 아닌 분들은 자리를 비워 달라”는 홍보사의 호소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이, 기자와 주최측 간의 감정 섞인 고성이 오갔다. 물론 이 살벌한 상황들이, 무대 위에 오른 현빈의 화사한 웃음과 “현빈왔숑!”을 연발한 탕웨이의 유머 속에서 곧 무마되긴 했지만.

1966년 이만희 감독의 동명 작품을 리메이크 한 <만추>는 남편을 살해한 뒤 7년 만에 특별 휴가를 얻은 여자 애나(탕웨이)와 누군가에게 쫓기는 남자 훈(현빈)의 3일 간의 소통과 사랑을 그린 영화다. <가족의 탄생>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의 김태용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색, 계>로 유명한 탕웨이가 현빈과 호흡을 맞춰 주목을 끈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만추>를 짧게 만나봤다.

● 한마디

예정대로라면, <시크릿가든>보다 먼저였다. 하지만 내부 사정으로 개봉이 미뤄졌다. 개봉이 불투명 할 거란, 소문도 돌았다. 그 사이 <시크릿가든>이 나왔다. <시크릿가든>이 대박나면서 <만추>의 위상도 급상승했다.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만추>가 받고 있는 뜨거운 인기의 8할은 현빈이라는 배우에게서 나온다. 현빈이 <만추>를 살렸다고 하면 오버지만, 그 덕분에 영화에 관심이 쏠리는 건 사실이다. 다행히도 <만추>에서 현빈은 관객들의 기대에 충분히 호응한다. 돈에 사랑을 파는 훈으로 분한 이 남자는 자신의 매력을 영화 곳곳에 흩뿌린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은 탕웨이와 감독 김태용에게서 발화된다. 상처받은 내면을 그윽하게 보여준 탕웨이의 연기와 차분하고도 섬세한 김태용의 연출은 현빈의 8할을 넘어설 정도로 강력하다. 늦가을마다 꺼내 보고 싶은, 애잔한 멜로 영화다.
(무비스트 정시우 기자)

이만희의 동명 원작을 김수용이 한차례 동명의 리메이크작으로 완성한 바 있는 <만추>의 김태용 감독 버전은 전작들이 시대상의 변화와 연출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결과물이란 점에서 상대적으로 보다 차별적인 리메이크 영화라 할 수 있다. 시애틀에서 만난 동양의 남녀는 마치 유령처럼 관계 속에 파묻힌 채 말을 걸고, 우연히 재회한 뒤, 애틋한 감정의 교류를 느끼기 시작한다. 대사 한마디 없이 탕웨이의 초췌한 표정에 다가서며 스산한 감상을 일깨우는 인상적인 도입부부터 적막한 풍경 속에 아련한 여운을 남기는 결말부까지, <만추>는 시작부터 끝까지 감정이 증발된 인상을 유지하면서도 그 너머에 다다라서야 피어 오른 애수를 절감하게 만드는 멜로다. 현빈과 탕웨이의 이례적인 조합도 김태용 감독이 포착한 수려한 풍경 속에 잘 녹아든다. 이국의 낯선 풍경 속을 떠도는 외로운 타인들의 짧고 강렬한 러브스토리, <만추>는 빨갛게 피어 오른 단풍이 곧 떨어져 나뒹구는 낙엽과 같이, 애잔하고 서글픈 설렘을 전하는 가을의 끝과 같은, 인상적인 멜로다.
(beyond 민용준 기자)

故 이만희 감독의 동명영화를 원작으로 한 <만추>는 인생의 외로움을 이야기한다. 김태용 감독은 이루어질 수 없는 두 사람의 사랑보다는 그들이 갖고 있는 외로움에 집중한다. 사랑의 따뜻함보다 이별의 차가움에 익숙한 애나와 훈은 좀처럼 자신들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우연히 만난 이들은 각자의 외로움을 알아보고 그 빈자리로 들어간다. 영화에서 천천히 서로의 감정을 교류하며, 외로움에 사무친 아픔을 치유하는 모습은 격정적인 사랑보다 가슴을 울린다.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이야기를 이끄는 탕웨이와 때때로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현빈의 연기는 영화에 잘 녹아든다. 여기에 안개가 자욱한 시애틀의 풍경과 모노톤의 영상은 배우들의 감정선을 돋보이게 하며, 영화의 느낌을 살린다.
(무비스트 김한규 기자)

김태용 감독의 오랜만의 신작 <만추>는 안개가 자욱한 도시 시애틀에서 아주 잠시나마 햇볕을 받으며 따스함을 느끼는 두 남녀의 멜로영화다. 낯선 두 남녀가 조심스럽게 자신들의 닫힌 마음을 열고 감정을 확인하는 과정을 김태용 감독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섬세하게 담아나간다. 김태용 감독만의 감성이 빛나는 놀이공원 시퀀스와 인물의 감정을 다루는 연출의 절제력이 놀라운 포크 이야기 시퀀스는 <만추>의 하이라이트. 제목처럼 늦은 가을의 감성이 짧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
(조이씨네 장병호 기자)

2011년 2월 11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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