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 박찬욱과 봉준호
이들의 영화가 2009년도에 찾아왔다.
2, 3년의 주기로 신작을 내놓고 있는 두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화려하다.
박찬욱은 <3인조>에서 실패를 맛봤지만 <공동경비구역JSA>로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하여 <복수는 나의 것>과 <올드보이>라는 시대의 걸작을 만들어 냈다. 이후 <친절한 금자씨>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거쳐 <박쥐>로 다시 만나게 됐다.
봉준호는 몰라본 쾌작 <플란더스의 개> 다음으로 내놓은 <살인의 추억>으로 최고의 감독 대열에 합류한 이후 <괴물>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선보였고 역시 3년만에 <마더>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경쟁이라도 하듯 퍼붓고 있는 두 감독의 올해의 영화는 마케팅 전쟁을 불사하며 힘겨루기를 해왔다.
흔히들 두 감독의 명성만으로도 충분히 영화에 거는 기대감을 불러 올 수 있는데 지나치게 홍보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어쨌든 이들 영화는 상반기 한국영화의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고 있고 그만큼 관객의 기대도 컸으리라.
야구로 따지면 선공격을 한 영화가 <박쥐>다. 봉준호의 <마더>는 5월말에 개봉한다.
10년전 에밀졸라의 <테레즈 라켕>에서 영감을 얻어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는 이 영화는 영화 개봉 10일전에 소설로 출간되었고 일주일전 가진 기자시사회를 통해 전문가의 호평을 얻어 내기도 했다.
영화비평가 이동진은 전문가 평점으로 쉽게 볼 수 없는 10점 만점을 줬다.
영화에 대한 궁금증때문에 소설을 먼저 봤다. 한 숨에 읽어 나갈만큼 흡입력이 강했다. 스토리도 참신하고 독특했다. 이에 따라 영화에 거는 기대는 한층 더 증폭됐다.
그리고 영화개봉 당일 저녁에 일찌감치 예매한 영화관을 찾았다.
자리가 꽉찬 극장에서 영화를 보게 된 것은 매우 오랜만이다. 초반 흥행에 성공한 느낌이다. 대부분 연인들이 많았고 중년 부부와 혼자 온 여자들도 눈에 띄었다. 마케팅의 성공이라 할 수 있겠다.
우선 소설의 내용과 영화는 약간의 스토리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영화는 실망스러웠다.
우선 영화가 재미가 없었다. 지루했다. 소설에서 느낄 수 있었던 흡입력이 약했다.
영상미가 좋다고들 하는데 영화가 지루하니까 영상미가 아무리 좋더라도 반감될 수 밖에..
송강호의 연기력은 인정한다고 하지만 그의 연기 스타일은 이젠 너무 익숙해져 있는게 아닌가.
김옥빈의 연기도 그리 대단해 보이지는 않고... 몸을 던져서라도 박찬욱의 여인이 되고 싶지 않았겠나 싶었다.
박찬욱은 자기 인생의 최고의 영화라고 했다. 본인 스스로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다는게 좀...
송강호는 김옥빈을 다이아몬드 원석을 발견한 느낌이라고 했고 영화의 시나리오는 100% 완벽하다고까지 했다.
자화자찬인지 아니면 새로운 홍보기법인지 의아해 했다.
장르도 여러가지다. 멜러, 애정, 로맨스...코믹, 그리고 엽기
다양한 장르가 들어있는 비빔밥같은 영화인데 맛은 역겹고 뒤끝은 개운하지가 않다.
와이어액션이 너무 티가 나는데 이런 것들이 모두 감독이 의도한 것이라면 그렇다고 볼 수 밖에..
이미 거장이라는 면류관을 쓰고 있는 박찬욱이기에 모든것이 예술이 되고 최상이 되고, 의도한 바가 되고.. 이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감탄하지 않으면 무식한 관객으로 치부된다면 그건 잘못이다.
물론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는 영화임엔 분명하다.
그동안 봐 왔던 뱀파이어의 유형과 차별된 매우 인간미가 넘치는 친근한 뱀파이어를 표현해 낸 감독의 상상력...
이 뱀파이어가 식사하는 장면은 무섭고 공포스럽다기 보다는 애잔하고 측은한 감마저 든다.
한번 먹고 버리는 게 아까워서 피를 제대로 뽑아 낼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대목은 환경운동가의 거룩한 양심과도 비견되는 대목이다.
모든 이들에게 추앙받는 성직자가 세상의 추하고 속물적 인간과 다를바가 없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기재로 사용한 송강호의 드러낸 성기는 감독의 의도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심의위원회가 이 장면을 허가한 것이 추후 개봉영화의 성기 노출의 선례가 될까 우려스럽다.
영화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했던 감독의 욕심과 거장 감독의 엔딩크레딧에 이름석자를 올릴 수 있다는 것에 한없는 자부심을 느끼는 배우들의 헌신이 자본의 물량공세로 치장된채 딱딱하고 재미없는 교과서처럼 돼버렸다.
그로 인해 이 영화는 다양한 토론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번 보는것과 두번, 세번 보는것의 극명한 차이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깐 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되었기에 높으신 이들의 별란 평가도 기대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복수는 나의 것>이후로 그의 영화가 점점 더 불편해 지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철학적 사유를 깊이 있게 하려는 감독의 지나친 욕심, 세간의 관심에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간 것은 아닌지... 좀 가볍게, 그리고 관객에게 친절한 그의 작품을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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