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에 이어 사부 감독이 다시 부산을 찾았다. 한국과 일본이 가깝기도 하지만 사부 감독은 여러 이유로 한국의 영화제에 자주 얼굴을 보이고 있다. 4년 만에 다시 방문한 부산국제영화제의 변화를 물으니 “소개 책자를 넣어주는 가방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며 농담을 던진다. 그러면서도 “그 돈이 다른 좋을 일에 쓰여 영화제가 점점 더 커지나보다”며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칭찬한다.
이번에 들고 온 영화는 <게어선>이다. 말 그대로 게를 잡는 어선. 특이하게 배 안에 통조림 공장까지 있어 선원들은 배 안에서 죽도록 일만 하면서 학대를 받는다. 평생을 이렇게 살 수 없다며 집단 자살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삶의 긍정적인 모습을 깨달은 선원들은 다시 힘을 합쳐 개선된 작업 환경을 쟁취하고 자신들의 권리를 관철시킨다. 원래 <게어선>은 일본의 고전 문학이다. 70년도 더 된 책이 일본의 현재를 반영한다 하여 최근 다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부 감독은 망망대해에 외롭게 떠다니는 선박의 이미지가 좋아 <게어선>을 선택했다. 비록 원작은 러시아에서 사회주의를 배워와 설파하는 내용이지만, 주요 요소만 놔두고 자신의 스타일로 바꿨다. 여기에 레트로 감각으로 공간을 꾸미고, 기계 소리, 배의 삐거덕 거리는 소리 등을 강조하는 사운드에 신경을 썼다.
<게어선>은 젊은 사람들에게 삶의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선동하는 영화다. 사부 감독은 힘든 시기를 이겨낸 자신의 젊은 시절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하는 일이 잘 안 되던 시절에도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그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면서 조금씩 이뤄냈다. 이런 부분이 현재 일본 젊은이들에게도 필요한 요소”라는 것이 그의 말. 농담처럼 “젊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 좀 하려고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영화에는 긍정을 향한 강한 의지가 가득하다. 하지만 고리타분한 설교를 늘어놓는 영화는 아니다. 초반 집단 자살 시도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사부 특유의 엉뚱하고 독특한 유머가 등장한다.
하지만 영화를 향한 기발한 상상은 끝이 없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돈이 아니라 아이디어라고 강하게 믿고 있는 그는 “지금도 아이디어가 넘쳐서 주체를 못할 지경이다”며 너스레를 떤다. 실생활에서도 유머러스한 끼를 억지로 자제하고 있다는 사부 감독은 “나중에 내 영화에 직접 출연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며 연기와 연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어했다. 넘쳐나는 아이디어로 완성될 다음 작품은 어떤 걸까? 사부 감독은 뭐가 될지 아직은 모르지만 반드시 부산에 다시 오겠다고 했다. “기대해 주세요. 절대 배신하지 않을 테니까.”
2009년 10월 22일 목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2009년 10월 22일 목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