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또 어떠한 관심도 가지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홍콩영화에 대해서는 작은 희망조차도 없을 것이라 여겼었다. 그런데 그 때, <무간도>라는 영리한 영화 한 편이 불쑥 나타났다. 양조위와 유덕화라는 두 훈남 배우의 치밀한 두뇌싸움은 순식간에 관객들을 <무간도>라는 영화에 빠져들게 만들었고, 세계는 다시 기울어져 가던 홍콩영화계에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쓰러져있던 홍콩영화계를 일으켜 세움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일순간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비단 영화와 두 주인공만이 아니었다. 그 뒤에는 <무간도>라는 대단히 기특한 영화를 탄생시킨 장본인 중 한명, 바로 ‘유위강’ 감독도 있었다. 물론 그에 비해 스포트라이트가 적었으나 공동연출한 ‘맥조휘’ 감독의 공 또한 컸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간도>와 더불어 급격히 주목받기 시작한 유위강 감독을 두고, 혹자는 영화 한 편으로 반짝 스타 된 먹튀감독이 아니냐 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그의 이름에 따라 붙는 대표작들을 아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유위강 감독은 그리 반짝 떠오른 감독이 아니다. 이전부터 그는 홍콩 박스오피스 흥행작이자 블록버스터급 영화로 인지도를 쌓을 만큼 쌓아 놓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홍콩 액션영화 마니아라면 알만한, 그리고 케이블 영화채널의 단골 방영작이기도 한 정이건 주연의 <풍운>과 <중화영웅>이 그것이다.
<풍운>과 <중화영웅>이라는 액션영화로 기반을 다지고, <무간도> 시리즈로 새로운 느낌과 비주얼을 지닌 홍콩 느와르 스릴러를 탄생시킨 유위강 감독. 그가 이번에는 색다른 느낌의 영화 한 편으로 관객들을 찾아 왔다. 그의 훈훈한 파트너 유덕화와 오랜 인연의 뮤즈 서기가 함께 한 로맨스 영화 <라스트 프로포즈>가 그 주인공이다. 유위강 감독이 들려주는 사랑이야기라, 사람들은 꽤나 의아하기도 할 것이다. 그만큼 그의 신작 <라스트 프로포즈>는 겨우내 잊고 살았던 3월의 따뜻한 봄바람만큼이나 생경하지만 반가운 그런 영화이다.
무심한 듯.. 하지만 로맨스를 아는 남자!!
"이번영화 <라스트 프로포즈>를 보면서 감독님은 참 로맨틱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 장면들에서 감독님만의 감성이 돋보였는데요. 개인적으로도 로맨스 영화를 참 좋아하실 거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하하,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한 번도 제가 로맨틱하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어쩌면 그래서 제가 이 영화를 감독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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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살리토>는 배우들의 명성에 비해 그다지 알려진 작품이 아니기에 모른다 하더라도 <데이지>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작품. 전지현, 정우성, 이성재라는 그야말로 초호화 캐스팅에 <무간도>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유위강 감독의 선택이었기에 국내외 매체들의 호들갑 또한 대단했기 때문이다. 비록 그 호들갑이 채 가시기도 전에 쓸쓸히 극장에서 내려져야 했지만 <데이지>에서 보여 준 유위강 감독의 서정적인 감성은 신선한 발견이었다. <데이지>에서도 그러했듯 <라스트 프로포즈>로 보여주는 그의 로맨스에 대한 감성은 사랑을 모르는 감독이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꽤나 부드럽고, 달콤하게 다가온다.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아시아는 물론이고 할리우드에서의 입지 또한 탄탄하신데 그럼 점에서 아시아 영화가 할리우드는 물론이고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요?"
"제 생각에 영화만 좋다면 영화가 어느 나라 영화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중요한건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 그 이야기를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한 거죠. 중요한 건 이런 거예요."
유위강 감독에게서는 욕심이 느껴진다. <무간도> 이후 그가 보여준 행보만으로도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무간도>로 한층 주가가 오른 유위강 감독의 첫 선택은 한국과의 합작영화 <데이지>였다. 이것은 그에게 있어 홍콩을 벗어난 새로움에 대한 첫 도전이기도 했다. 위에서 언급했듯 한국의 톱배우 3명까지 가세한 그의 첫 도전작은 최고의 화제를 모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그의 두 번째 도전 역시 그리 늦지 않게 이루어졌다. 올해 초 국내에서도 개봉한 스릴러 영화 <트랩>은 유위강 감독의 헐리웃 데뷔작이기도 했다. 미국의 톱가수 에이브릴 라빈을 비롯 리차드 기어, 클레어 데인즈라는 쟁쟁한 배우들은 다시금 그의 명성을 입증해 주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유위강 감독은 그의 팬들에게 보여주고픈 것이 너무도 많은 감독이다. 그가 영화 속에서 담아내는 영상들은 바로 그것을 증명하기도 한다. <무간도>와 <상성>을 통해 차갑지만 화려한 홍콩의 도시적인 이미지를 마음껏 보여주었던 그는 <데이지>에서 한층 더 세련된 영상미로 재능을 발휘한다. 올 로케이션으로 진행된 네덜란드의 이국적인 정취를 한 폭의 풍경화처럼 담아 낸 화면들은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기도 했다. 그의 보여주고픈 욕심은 이번 신작 <라스트 프로포즈>에서도 어김없이 엿보인다. 아시아의 진주라 불리는 마카오의 화려하고, 유럽적인 정취를 듬뿍 담아낸 로맨틱한 화면들은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라 할 수 있다.
누구나 낯설음과 새로움에 대한 도전은 시행착오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유위강 감독 역시 그 도전에 대한 대가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실패’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인터뷰 속 대답에서도 느껴지듯 언제 어떤 나라에서든 그가 보여주고 싶고, 그를 찾는 작품이 있다면 기꺼이 달려 갈 준비가 되어있는 감독이다. 그것이 비록 대단한 만족과 성공을 안겨주지 못할지언정 그의 도전은 계속 될 것이다.
그가 보내는 Never Ending propose!
"영화 속에는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세 커플의 사랑이 예쁘게 담겨져 있습니다.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사랑이란 무엇인지요?"
"영화 속 세 가지 러브 스토리는 서로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죠. 저는 사랑이 나이에 따라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공통된 한 가지를 얘기하고 싶었죠. 사랑과 행복을 성취하려면, 진심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만약 당신이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당신은 진정한 사랑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유위강 감독은 사랑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것이 바로 진심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비단 사랑 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유위강 감독은 자신의 말대로 영화에 대한 사랑을, 즉 그 진심어린 마음을 자신의 작품에 담아 관객에게 프로포즈 한다. 때로는 <풍운>이나 <중화영웅>처럼 과격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무간도>나 <트랩> 같이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긴장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라스트 프로포즈>라는 제목처럼 그는 달콤한 로맨티스트가 되어 돌아 왔다. 재벌과 같은 여유로움과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수줍어지는 순정, 그리고 그녀를 위해서는 기꺼이 운전기사가 되어 줄 수 있는 자상함까지 겸비한 그의 색다른 모습을 관객들 앞에 보여주려 한다.
3월의 따뜻한 봄 날씨와 함께 처음으로 찾아 온 로맨스 영화 <라스트 프로포즈>! 무심한 듯 보이지만 누구보다 로맨틱하고, 이것저것 보여 주고 싶은 욕심까지 많은 멋진 감독 유위강!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의 진심을 담아 프로포즈를 보낸다. 영화 <라스트 프로포즈>의 제목처럼 마지막이 아닌 그의 ‘네버 엔딩 프로포즈’를 흔쾌히 승낙할 그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2009년 3월 5일 목요일 | 글_김진태 객원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