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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재가 변한 원인이 스타일리스트 때문에?
2006년 3월 23일 목요일 | 최경희 기자 이메일


영화 <데이지> 언론시사회 날 배우 이성재는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다. 하얀 바지에 보라색 슈트를 차려입고 큼지막한 선글라스를 낀 모습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댄디한 청년 ‘이성재’가 아니었다. 영화 때문인지 몰라도 이성재에게 어떤 변화가 느껴졌고 그는 그것을 화려한 옷차림으로 시각화했다. <신석기블루스>에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분장을 해도 그는 언제나 배우 ‘이성재’로서 스크린에 존재감을 드리울지 아는, 흔치 않은 카리스마의 소유자였다. 때문에 이성재의 외양적인 변화는 쉽게 간과할 만한 일이 아니다.

단지 옷차림만 달라졌다고 이성재가 변했다고 단언한다면 너무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데이지>를 핑계로 만난 그는 미온의 심정을 감추지 못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생활적인 면에서도 그랬고 좀 닫힌 모습이었죠. 다른 사람을 의식해서 그런 것 아니었지만 혹시나 다른 사람에게 누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연기 이외에는 조심스럽게 생활했어요. 고개 들고 싶을 때 못 들고 움직이고 싶을 때 못 움직이고 그랬죠.”

정확하게 표현은 안하지만 이성재는 배우로서 살기 위해 10년 가까운 생활동안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산 것처럼 말한다.

“최근 2년 사이에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씩 열려진다고 할까? 이런 변화들이 내 실제 나이와는 조금은 동떨어져 보일 수도 있겠죠. 아까도 말했지만 20대 중후반 느끼는 감성들을 난 지금 느끼고 받아들이고 있어요. 아직 보수적인 면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런 변화의 과정들이 연기할 때 혹은 과정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봐요. 스타일리스트도 생겼고..(하하)”

회춘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20대의 건강한 감수성을 표출하는 30대의 이성재에게 전지현과의 작업은 그래서 좀 특별할 것 같다. 10~20대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문화권력자 전지현과의 영화 작업은 탄탄한 배우이력을 쌓아가는 그에게 남다른 모험이자 이례적인 선택으로 보였기에 말이다. “배우로서 걸어갔던 길이 나와 전지현은 너무 달라서, 과연 그녀와 융합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잠시 했었죠. 그러나 막상 촬영에 들어가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고 되려 전지현에게 많은 것을 배웠어요.”

전지현과의 작업이 우선이 아니라 그가 <데이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다른 데 있다는 말일 게다. 그 전에 평소 완벽주의자로 캐릭터에 몰입했던 그에게 <데이지>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성토했다. 정우로 열연한 그의 돌연한 극 중 죽음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기자의 불만에 그는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넨다. “개인적으로 저도 그게 아쉬워요. 시나리오 느낌보다는 워낙 많은 편집에 의해서 그런 것들이 드러나지 못했죠. 한국버전은 드라마 위주로 편집을 했고 외국버전은 세 사람의 감정이 감독버전으로 편집이 돼 있어 좀 많이 다를 거여요.” 이성재 또한 현재 공개된 <데이지> 버전에 아쉬운 맘을 감추진 않았다. 그래도 이성재는 <데이지>를 선택한 것에 후회가 없는 듯하다.

“이 작품을 하기로 맘먹은 요인은 책(시나리오)을 보고 여운적인 부분이 나를 매료시켰기 때문입니다. 그 외적인 조건에서는 역시 유위강 감독과의 작업에 대한 신뢰가 컸죠. <무간도>란 영화를 <영웅본색> 이후 최고로 재미있게 본 영화였고 한 동안 잃어버렸던 홍콩영화에 대한 사랑을 다시금 불러일으킨 작품이었어요. 색다른 느낌의 어떤 공부하는 마음이었고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겠다 싶었죠.”

많다면 많은 그의 필모그래피를 대충 훑어보기만 해도 이성재가 남다른 역할에 항상 도전해왔고 남자 배우라면 모두 탐낼만한 역할들을 해왔다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다. 영화의 완성도나 만듦새에 상관없이 그의 캐릭터 선택은 탁월했고 그걸 구현하는 방식 또한 치열하게 보일 정도로 완벽했다. “캐릭터 중심으로 영화를 선택하진 않지만 누구나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느낌을 중요시 여길 거라고 봐요. 일단 드라마를 많이 보죠. 드라마에서 영화적인 재미를 발견하는데 영화는 일단 재미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더해서 보자면 감동과 마지막 여운을 봐요. 이렇게 세 가지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 출연합니다. 하다 보니 캐릭터가 좀 돋보이는 역할들이 많긴 많았다고 생각되지만 캐릭터를 우선시 보고 영화를 결정하진 않았어요.”

이성재의 말을 듣고 보니 그가 왜? <데이지>를 선택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데이지>는 킬러와 형사 그리고 아름다운 거리의 화가와의 운명적인 만남과 이별을 담고 있어 그 여운이 꽃향기처럼 오래도록 지속되는 작품이었다. 혜영(전지현)을 사랑하면서도 사랑의 진실을 말하지 못한 형사 정우(이성재)로 분해 이성재는 감정을 쉼 없이 내면으로 침착해야 하는 역할을 나레이션과 표정으로 표현해야만 했다. “그나마 겉으로 발산되어지는, 소위 말해서 폭발하는 감정은 <홀리데이> 때 마지막 장면 그 정도였고, 저는 늘 보면 안으로 늘 감정을 쌓아가는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육체적인 액션씬보다, <데이지>에서 세 사람이 모두 만나는 장면에서처럼, 감정을 안으로 삭이는 그런 연기들이 에너지 소비가 훨씬 많이 되고 더 힘들죠. 특히 멜로드라마는 감정을 안으로 삼키는 게 많아 힘들더라고요.”


항상 해오던 연기, 그의 말처럼 그는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안에서 용솟음치는 격정적인 감정을 참 많이도 스크린에 투사했다. 그가 실제로는 울고 있지 않는데도 관객은 이성재가 지금 눈물을 떨구고 있다고 쉽게 착각했다. 보는 이에게 말로, 제스처로 일부러 설명하지 않아도 이성재는 사랑과 슬픔 그리고 분노를 드라마틱하게 구현하는 몇 안 되는 배우임에는 분명하다. 그래서 이성재를 생각할 때마다 드라마 <거짓말>이 떠오르는 것도, 멜로연기를 하는 그의 모습이 그리도 근사해 보였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 일게다.

“일탈을 즐겨하는 타입이라, 뭐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들이 일탈적인 사랑을 하는 존재들이었죠. 사실 주어진 게 그렇다보니 그렇게 됐네요. 정통멜로를 다시 큰 스크린에서 할 기회가 곧 오겠죠.” 어떤 단호한 의지도 안 느껴지는 이성재의 대답은 맥을 빠지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배역에 욕심을 내기보다 그저 물 흐르듯 자신을 영화에 맡김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결국 <데이지>에서 그가 기대했던 것은 유위강 감독과 함께 하는 작업에서 오는 연기자로서의 새로운 경험인 듯하다.

“감독님은 생각보다 배우를 편하게 대해줘요. 권위의식도 별로 없는 분입니다. 말은 안 통하지만 느낌으로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그런 사람이더라고요. 사람을 압도하는 강한 카리스마보다 사람을 좋아할 수 있게끔 만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감독님에겐 있어요.”

유위강 감독에 대한 그의 말은 진심으로 들렸다. 그러고 보니 배우 이성재는 화려한 수식어를 사용하지 않고 다소 투박한 말솜씨로 차근차근 천천히 대답하고 있음을 그제야 알아차렸다. 느리면서도 간결한 그의 어휘력은 신뢰감을 준다. “사실 말을 잘 못해요. 인터뷰 하면서 그나마 많이 늘었어요. 벌써 7~8년째 이 생활을 하는데도 워낙에 논리력이 부족하고 분석력이 떨어져서리, 조리 있게 못하는 편이죠. 어쩔 때는 내가 인터뷰 하면서도 오늘 참 말 잘했다 이렇게 스스로 칭찬할 때도 있다니까요.(하하)”

이성재는 너무나도 솔직하게 배우로서 자신의 단점을 얘기했다. 사실 말수가 없는 그의 태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성재에게 접근하기 어렵다고 한다. 어쩔 때는 언론에 극히 적게 노출 되려는 그의 행동이 그를 철두철미한 완벽주의자로 치장하는 경우도 있다. 연기에 있어서나 사생활적인 면에서도 말이다.

“예전에는 촬영하기 전에 페이퍼 작업을 했어요. 아까 얘기한 맥락과 비슷한 말일 수도 있는데, 강박관념이 촬영 전에는 심했어요. 집 밖에 안 나갈 정도로. 그런 것들이 한 편 두 편 영화를 찍으면서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더라고요. 인물로 얘기하자면 테이크 들어 갈 때마다 인물이 겹치게 되는 거죠. <데이지>에서는 내 스스로 ‘좀 열자’, 이렇게 맘먹고 촬영에 앞서 인물을 잊으려 노력했어요. 다른 생각도 많이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정우’와 갑자기 연결돼서 그 인물의 다른 부분까지 찾고 그걸 연기할 수 있게 됐죠. 이런 변화가 전과는 달라진 부분이고, 저를 대중에게 좀 더 편하게 노출할 수 있는 여건으로도 작용하는 것 같아요.”

이성재는 배우생활 8년째 들어서야 조금 자신을 편안하게 놓아주는 법을 터득한 모양이다. 베테랑인 그 조차도 배우로서의 여유는 사치였나 보다.

“전에는 제가 역할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 들어가기 위해 힘들게 노력한 거라면 지금은, 아무것도 잊지 않은 상태에서 팬티입고 양말 신고 바지 입는 것처럼 하나씩 하나씩 인물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데이지>를 시작으로 <홀리데이>까지 그런 식으로 작품 속에 몰입을 했죠. 앞으로도 배우로 살고 싶은 저에게는 이건 숙제로 남아 있을 것 같아요. 조금은 내 몸에 잘 맞는 옷을 입고 연기하는 게 저의 바람이죠.”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 <데이지>의 ‘정우’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홀리데이>의 ‘지강혁’은 배우 이성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어차피 자기 품을 떠난 자식이지만 앞으로의 그를 더욱 기대하기에 꼭 묻고 싶었다. “작품이 나에게 상처를 준적은 없어요. 시기적으로 두 작품을 동시에 찍은 것도 아니고. 글쎄요. 한 작품 한 작품 얻으면 얻었지, 가지고 있던 것을 잃어버린 적은 없어요. <데이지>하면서 저에게 부족한 면을 정우성, 전지현에게 배웠고 그들도 마찬가지겠죠. 삶과 인생을 배우는 귀중한 경험으로 영화를 하고 싶어요. 결국 홀리데이지가 남았죠.(하하)”

화려한 자수가 수놓아진 청바지를 입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이성재는 참으로 근사해 보였다. 잘생긴 외모 때문에 그가 멋져 보인 게 아니다. 처음 만난 이에게 속내는 다 털어놓지 못할망정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환대의 미소로 낯선 이들 사이에 있는 장막을 먼저 걷어낸, 그의 변화된 모습에 보내는 신뢰의 찬사임을 알아주길 바란다.

취재: 최경희 기자
사진: 권영탕 사진기자



10 )
pretto
좋은 작품 기대할게요~^^   
2010-01-29 02:14
joynwe
공공의 적 연기 너무 리얼했다...   
2008-09-13 09:56
ymsm
정말 처음 데뷔때보다 많이 변하신듯~   
2008-04-29 16:43
bsunnyb
나름 스타일 멋있네요   
2007-12-11 09:24
qsay11tem
인터뷰 잘봄   
2007-08-10 12:16
kpop20
기사 잘 봤어요   
2007-05-26 16:43
ldk209
영화가 영....   
2006-12-30 23:31
js7keien
이성재, 요즘들어 너무 나이들어 보이는 게 안타까울 따름..   
2006-09-30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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