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용 영화평론가의 진행으로 이뤄진 이번 행사는 진행자와의 대담 후, 관객과의 대화로 이어졌다. 특히 5명의 여성감독은 연출부 현장 경험을 지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에 대한 공통적인 의견은 ‘여성으로서 차별을 받은 적은 없었다’는 점이다. <오! 수정>과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의 스태프로 현장 경험을 쌓았다는 부지영 감독은 ‘한국영화계에 여성감독은 적지만 여성 스태프는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순례 감독은 ‘다른 분야에 비해 영화계가 성차별의 요소가 적다’고 첨언했으며 ‘다만 여성감독이 적은 건 남성 위주로 이뤄진 영화계의 리더십에서 여성감독이 적절한 관계적 소통을 이루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친절한 금자씨> 스크립터였던 이경미 감독은 ‘감독으로서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해야 하는데 현장의 경험이 상당히 유용했다’고 소회했다.
여성감독들이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는 질문에 이경미 감독은 ‘개인적으로 남자의 마음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그만큼 ‘여성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에 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난 여자 마음을 더 모르겠다’며 웃음을 자아낸 임순례 감독은 ‘내가 유년 시절 변두리에서 본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으로 인해 그 부분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듯 각자 자신의 관심사를 영화화하는 것’이라 답했다. 이와 함께 고태정 감독은 ‘액션영화나 규모가 큰 영화를 만드는 여성감독이 등장해 어떤 선례를 남겨줬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한편 여성감독의 현장장악력을 묻는 질문에 ‘산업 전반적인 남성 네트워킹 때문에 여성에 대한 편견이 발생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임순례 감독 역시 ‘여성감독이라 해서 제한되는 건 없고, 가장 많이 아는 사람으로부터 권력이 나오듯 적확한 판단에 의한 지시를 내리는 감독이라면 현장에서 신뢰를 얻기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여성감독이 되고 싶다’며 ‘어떤 경험을 쌓아야 되는지’를 묻는 한 여성관객에게 임순례 감독은 ‘영화는 3D업종이니 체력을 길러야만 버틸 수 있다’는 이색적인 답변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날, 약 30분간 진행된 ‘아주담담’ <한국의 여성감독들> 행사로 피프빌리지 오픈카페는 장사진을 이뤘다. 이는 많은 영화팬들이 한국의 여성감독들에 대한 관심의 폭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2008년 10월 5일 일요일 | 부산_취재: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2008년 10월 5일 일요일 | 부산_사진: 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