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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존재하는 아날로그 액션의 최고수 <엽문> 견자단
2009년 4월 15일 수요일 | 유지이 기자 이메일


이소룡의 그림자를 좇아 홍콩 영화판으로

태극권 고수였다는 어머니를 따라 일찍부터 무술에 관심을 가졌던 견자단은 홍콩과 보스턴을 거친 유년 시절에 다양한 무술을 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무술에 관심이 많은 홍콩 청년이 다양한 무술을 섭렵하며 수련을 했던 시기다. 일찍이 비슷한 길을 미국에서 걸었고 결국은 전설이 된 남자 이소룡을 떠올릴 법하다. 어머니를 통해 배운 태극권 뿐 아니라 정식으로 입문해 다양한 중국무술과 태권도까지, 하나의 무술을 깊이있게 팠다기보다 감각적으로 여러 무술을 섭렵한 견자단의 스타일은 무술인으로서 이소룡의 수련기와도 닮은 점이 있다. 과연 이소룡을 의식한 것이 분명했던 듯 청년 견자단은 청운의 꿈을 품고 홍콩 영화계로 향했고, 여기서 그의 영화 스승이 되는 무술감독 원화평을 만나게 된다.

영화인으로 견자단의 첫 작품이 〈천사당아〉. 지금은 본 사람조차도 만나보기 힘든 홍콩 액션영화 중흥기의 범작 중 범작으로 견자단의 스승 원화평이 맡은 영화다. 이 영화에 견자단은 스승을 따라 스턴트맨으로 참여한다. 한 두 편의 영화를 거쳐 역시 원화평이 맡은 〈소태극〉에 주연으로 출연하지만 여전히 배우라기보다는 스턴트맨 색깔이 짙었던 견자단. 그러나 솜씨 좋은 스턴트와 기본기가 좋은 견자단의 무술실력은 곧 홍콩 영화계의 주목을 받게 된다. 자신이 목표로 삼았던 이소룡 수준의 존재감은 없었지만 나름의 자리를 꿰찰 재능은 가지고 있었고, 곧 적역을 맡게된 것. 특출난 스타의 길을 걷지는 않았지만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에 이르는 동안 견자단의 필모그래피는 박력 넘치는 무술 스턴트와 감초같은 출연으로 건실하게 채워졌다.

가벼운 얼굴을 한 쿵푸 청년

초창기 견자단의 얼굴을 알린 작품은 역시 원화평의 영화인 〈특경도룡〉으로 당대 스타였던 장학우와 임달화가 주연으로 나선 사이에 인상적인 액션과 개성있는 얼굴로 유명세를 타게 된다. 영화의 성공이 후속편으로 이어지는 것도 당연한 일. 이미 일찍부터 성룡의 파트너로 예쁜 얼굴을 알린, 당시 <황비홍>으로 인기스타였던 관지림이 여주인공으로 나서고, 견자단은 비중을 한껏 높여 주인공으로 〈특경도룡2〉에 출연한다. 급속도로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던 견자단이지만, 당시 최고의 호황을 맞이한 홍콩 영화계의 대표적인 얼굴은 아니었다.
 <블레이드2(2002)>
<블레이드2(2002)>
 <철마류(1993)>
<철마류(1993)>
멜로와 가요계를 주름잡던 꽃미남 류 4대 천왕에도 들지 않았고, 오우삼을 주축으로한 홍콩 느와르 스타도 아니었고, 정소동이 안무하고 서극이 감독하는 신무협에 들어있는 것도 아니었다. 급속도로 커진 홍콩 영화 시장에서 B급 범작을 만드는 사람이 있었고, 견자단은 홍콩 B급 영화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고 있었을 따름이다. 가창력으로 4대 천왕에서 입지가 커지고 있던 장학우와 홍콩 느와르의 적자 중 하나인 임달화가 주연한 〈특경도룡〉 역시 두 스타의 얼굴을 빌려 흥행을 노린 B급 홍콩 영화였다. 견자단이 주연을 맡은 〈특경도룡2〉가 규모나 영화적 위상에서 전편만 못한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헐리웃에서 전성기 스티븐 시걸이나 장 끌로드 반담이 맡은 역할을 홍콩에서 가진 것이 견자단이었다.

주류 영화로 들어온 견자단에게 배역이 한정적이었던 것도 그런 이유다. 뛰어난 무술실력은 인정받았지만 연기는 여전히 거칠었고, 외모는 가벼웠다. 주역을 맡기기에도, 거물 악역을 맡기기에도 모자랐다. 신무협에서 멜로가 필요한 주역은 장국영이, 무술실력이 필요한 곱상한 주역은 이연걸이 최우선 캐스팅 자리에 있었다. 또한 강렬한 인상은 양가휘를 뛰어넘을 수 없었고 페이소스는 양조위를 따를 수 없었다.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홍콩으로 돌아오며 견자단이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헤맨 것도 그런 이유다. 타고난 분위기가 그에게 커다란 장벽이 되었던 것이다.

어중간한 얼굴의 성공시대, 세월이 깊이를 더하다

홍콩으로 돌아온 견자단이 특별히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에게 맞는 배역이 메이져 영화에 있었을 따름이다. 전편의 폭발적인 성공으로 일사천리로 제작된 〈황비홍 2: 남아당자강〉이 그 영화였다. 본격적으로 스타로 발돋음하던 이연걸을 누를 정도로 비중있는 악당은 필요하지 않았지만, 그와 상대할만한 무술실력을 갖춘 가공할 만한 실력의 젊은 배우가 필요했다. 황비홍과 대적하는 청나라 악덕관리. 상대적으로 가벼운 얼굴을 가진 무술청년에게 알맞는 자리. 주류 홍콩 신무협에서 견자단을 주목하는 순간이었다.

안정적으로 자기의 자리를 차지한 견자단의 앞길은 훨씬 미끈했다. 주역으로 출연한 〈철마류〉의 성공은, 홍콩 B급 무협액션의 극한이 주류 무협을 위협할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증명했다. 다소 얼개가 약한 이야기와 출연진의 아쉬운 존재감을 강렬한 액션 연출로 덮은 〈철마류〉는 원화평 + 견자단 사제가 할 수 있는 최적의 패였다. 이후 〈와호장룡〉의 대성공 이후 구미에 분 홍콩 무협 영화 특수를 타고 재조명 받은 영화 중 하나가 〈철마류〉일 정도. 영문을 알 수 없는 제목 〈Iron Monkey〉라는 예고편을 아무 생각없이 봤다가, 이 영화가 바로 무협 마니아들이 침을 튀기며 얘기했던 견자단의 <철마류>라는 사실을 깨닫고 흐뭇한 했던 기억이 난다.

홍콩 영화 전성시절에는 정소동에 이은 2인자에 불과했던 스승 원화평이 〈매트릭스〉의 스턴트를 맡으며 승승장구하는 동안 견자단의 사제출마 역시 절정을 맞는다. 홍콩과 헐리웃을 오가며 〈하이랜더: 엔드 오브 게임〉〈블레이드2〉〈상하이 나이츠〉〈영웅〉같은 영화에서 비중있는 배역이나 무술감독을 맡으며 일급 스타로 성장한 것. 특히, <블레이드2>의 웨슬리 스나입스가 선보인 군더더기 없는 명품 액션은 견자단의 존재증명에 다름 아니었고, <황비홍2>에 이어 다시금 <영웅>에서 이연걸과 자웅을 겨루는 대결 장면은 눈이 돌아가고 입에 거품을 물 만큼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견자단은 이 같은 행보를 펼치며 자신이 직접 제작을 맡거나 감독을 맡은 작품에서 자신의 꿈을 현실로 옮긴다. 자신을 영화로 이끈 이소룡의 과거 작품인 <정무문> <신당산대형> <용쟁호투>를 TV시리즈로 리메이크한 것. 이 시절의 견자단의 얼굴은 자신감과 밝은 인상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렇게 십수년을 쌓은 내공과 무술 배우로서의 인생은 오롯이 얼굴에 남아 깊이가 되었다. 견자단의 오래전 영화를 접하지 못했더라도 최근에 엽위신 감독과 손을 잡고 2005년부터 작업! 그의 전성기임을 확실히 입증한 <살파랑> <용호문> <도화선>에서 그 터질 것같은 존재감을 목격한 당신이라면 쉽게 동감할 수 있으리라 본다. 마흔 일곱이라는 그의 나이를 떠올려볼 때 이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당대의 무술 스타로 성장한 견자단의 깊이있는 인상과 강렬한 액션은 자신의 역할모델이었던 이소룡의 후예답게 그만의 영역을 자신할 만큼 묵직해진 듯하다. 중국에서 견자단 주연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을 불러모은 <엽문>의 성공으로 그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주류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이미 본토에서는 성공에 고무되어 속편 기획에 들어간 상태. 견자단이 타이틀롤을 맡은 '엽문'이라는 실존인물이 일제시대에 젊은 삶을 살며 영춘권의 직계 제자로 이름을 날렸으며 후에 이소룡을 가르친 점을 생각하면 더욱 의미심장하다. 역할모델의 스승 역에 도전한 견자단의 성공. 지구상에 존재하는 아날로그 액션의 최고수 견자단의 명품액션을 한국에서도 직접 확인할 일이다.

2009년 4월 15일 수요일 | 글_유지이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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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yok11
평점은 좋던데요   
2009-04-16 19:12
podosodaz
견자단의 액션 기대되네요   
2009-04-16 11:30
ooyyrr1004
견자단의 액션   
2009-04-15 23:22
ldk209
예고편만 봐도 대단해....   
2009-04-15 22:58
bjmaximus
<영웅>에서 이연걸과의 대결은 와이어를 너무 많이 이용해서 실망이었다는... 암튼,견자단 요즘 최고의 전성기인것만은 분명.. 이연걸만 없었더라도 그의 영화 인생이 달라졌을건데.. 그리고 <엽문> 3부작으로 만든다고.. 3부에 이소룡의 존재가 나온다는데.   
2009-04-1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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