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마디
<퍼펙트 게임>에는 진짜 게임이 있다. 영화 절반에 가까운 시간이 하나의 게임에 몰입해 달린다. 구태의연한 상황 설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두 남자가 빚어내는 뜨거운 에너지를 틀어막지는 못한다. 이러한 게임을 탄력 있게 조율하고, 흥미롭게 이끌어가는 이는 감독이라기보다 조승우, 양동근 두 배우로 보인다. 특히 조승우는 자신이 그 어떤 리그에 진출해도, 기대 이상의 방어율을 책임지는 배우임을 증명한다. 좋은 의미에서 괴물 같은 배우다. 다만 더 세련될 수 있었던 영화는, 중간 중간에 들어선 ‘유치한 유머 코드와 오그라드는 대사’로 인해 종종 실점을 허용하다. 긴박한 영화적 리듬을 타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후반작업(영화는 후반작업이 덜 끝난 상황에서, 기자들에게 공개됐다)때, 꼭 필요하지 않은 군더더기들은 과감하게 덜어내는 게 어떨지. 조금 더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볼 필요가 있겠다.
(무비스트 정시우 기자)
‘야구를 모르는 여성팬도 즐길 만한 본격 야구영화’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실화를 바탕으로 모든 내용이 이미 정해져 있는 <퍼펙트 게임>은 처음부터 철저히 이 쉽지 않은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결론적으로 A+까지는 아니어도, 중간은 넘는 성적을 냈다고 보인다. 야구를 잘 모르는 여자 기자(최정원)와 롯데 극성팬인 그녀의 룸메이트, 한 번도 게임에 출전하지 못한 포수, 희대의 스타 투수들이 대결하기를 원하는 정치권 고위 인사 등 주변 인물들은 꼭 필요하면서도 다소 전형적이다. 마치 야구를 아는 관객과, 모르는 관객 모두를 포섭하기 위해 계산해 넣은 요소들처럼 보인다. 이런 것들이 효과를 발휘하지만, 거슬리는 관객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곁가지를 제외한 굵은 줄기는 조승우와 양동근이 담당한다. 두 사람이 선수로서의 명예를 걸고 펼치는 마지막 경기는 영화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후반부 두 배우의 연기는 실제 최동원과 선동열이 살아 돌아온 것 같다. 배우들의 투구폼이 정교하고, 표정에도 신들린 느낌이 있어 진심으로 연기를 펼친다는 인상을 준다.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응원해 주고 싶은’ 영화다.
(스포츠조선 이예은 기자)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빅 매치로 회자되는 최동원과 선동열의 연장 15회 완투 대결. ‘나는 전설이다’라는 부제라도 걸고 싶은 <퍼펙트 게임>은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영화’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 야구팬이라면 가상의 인물까지 동원해서 실제 경기 양상까지 변주한 영화의 선택에 주목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세기의 투수로 꼽히는 두 선수의 대결의 재현을 넘어서 그 의미를 전달하는 매개에 가깝다. <퍼펙트 게임>은 일단 최동원의 영화 같다. 선동열을 연기한 양동근이 (연기와 무관하게) 외모부터 실제 인물과의 괴리를 형성시키는 것과 달리 최동원을 연기한 조승우는 실제 인물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키고, 신뢰하게 만든다. 두 선수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고, 결국 맞붙기까지의 기승전결은 덜컹거리는 화법에도 불구하고 온도를 상승시킨다. 다만 구멍에 가까운 몇몇 주변 캐릭터가 스토리의 제구력을 깎아먹는 인상이다. 감독의 작전보다는 선수들의 능력에 좌우되는 경기처럼, 연출의 승리라기 보단 소재 자체의 매력과 배우의 열연이 얻어낸 승리 같다. 지나치게 비장한 음악도 퇴장감이다.
(beyond 민용준 기자)
2011년 12월 13일 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