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상반기 결산 특집] 기자들이 뽑은 최고 vs 최악 영화는?
2006년 6월 30일 금요일 | 이희승 기자 이메일

'직업엔 귀천이 없다'라는 옛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편협한 시각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적은 없는지. 직업군중에 유일하게 놈 ‘者’자가 붙는, 그러니까 그렇게 해설될 여지가 있는, 기자처럼 일반인들에게 선망과 멸시를 동시에 받는 직업은 특히 더하다. 목숨을 걸고 뉴스를 전달하는 사명감 있는 지식인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4대 포탈을 중심으로 인터넷 뉴스가 범람한 이후 같은 소재와 뻔한 이야기를 부풀려서 써대는 한심한 ‘찌질이’로 격하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자 계에서도 나름의 종류가 있는 법. 의학기자와 군사기자처럼 이제는 어느 분야든지 ‘전문’으로 세세하게 나뉘는 현실에서도 유독 영화기자와 연예기자가 똑같이 인식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무비스트는 ‘기자들이 본 2006년 상반기 영화 최고 vs 최악’을 뽑아 봤다. 여기서 ‘기자’라 함은 다양한 매체 중에서 ‘영화’만을 전담하거나 전문으로 다루는 곳에 적을 둔 사람들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건 2006년 1월부터 6월말까지 국내에서 개봉한 180여 편의 영화 중에서 관객수 25만 명에 그친 <가족의 탄생 (제작:블루스톰)>이 기자들이 가장 많이 뽑은 ‘최고의 영화’로 꼽혔다는 사실이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연출한 김태용 감독과 고두심, 문소리, 엄태웅, 공효진 봉태규 같은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 이 영화는 평단의 호평과 영화를 본 관객들의 입 소문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간판을 내려야 했던 불운의 영화였다.

사실, 기자와 평단의 평가가 대중의 반응과 엇갈린 경우는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소수의 관객들에게 극찬을 받은 <가족의 탄생>이 가장 많이 추천됐다는 사실은 기자도 ‘평가단’ 이기 이전에 ‘관객’이기 때문이리라. 최악의 영화에도 재미난 공통점이 발견됐지만 그건 직접 글로써 확인하기 바란다. 다양한 매체만큼 이나 기발한 의견들이 매체성을 숨기지 못하고 적나라하게 적혀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맞아! 그랬군. 그럼, 그렇지!’ 하는 식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주에 많게는 4편, 적게는 1편의 시사회가 열리는 ‘일터’에서 감동으로 다가온 영화와 실망을 금치 못한 영화를 골라 사적인 코멘트를 달아달라는 무리한 부탁을 흔쾌히 들어준 동료 선후배 기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친분과 이해관계가 얽힌 사회적 위치 때문이라도 분명 쉬운 일은 아닌데, 매체구분을 떠나 마감 순으로 기사를 올리는 이 발칙함(?)까지 이해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조이씨네 서정환 기자

최고의 영화 <가족의 탄생>
<가족의 탄생>은 신선한 시나리오에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가 결합된 아름답고 따뜻한 영화다. 세편의 에피소드는 각각 남매, 모녀, 연인의 이야기를 통해 그 속에서 얽히고설킨 인연과 사랑의 연줄을 직조한다.

가족의 탄생에서 개념적 정의가 ‘피(血)’로 구분된다면 김태용 감독은 이 범위를 ‘정(情)’으로 확장시킨다. 따라서 가족이라는 것은 인간과 인간이 맺는 인연,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애증을 통해 형성되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영화의 엔딩 신에서 정유미가 감고 있는 실타래처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지나가며 흩뿌리는 수많은 날실과 씨실은 우연 같은 필연을 통해 하나로 감겨 가족으로 탄생하게 됨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감독의 연출에 대한 능력은 물론이고 진심이 더욱 돋보이는 근래 보기 드문 영화다.

최악의 영화 <카리스마 탈출기>
영화가 선사할 수 있는 허무함의 극치를 만끽하고 싶다면 <카리스마 탈출기>를 강추한다. 안재모, 윤은혜가 주연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히 부담스러운데 이정, 정준하, 현영, 천명훈, 박슬기, 윤택 등 조, 단역들도 TV에서 이미 우려먹은 이미지를 남발하며 짜증을 증폭시킨다.

단순 에피소드 위주로 나열 된 짜임새 없는 플롯과 몰개성한 캐릭터 등 영화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카리스마 탈출기>는 스크린쿼터 축소에 일조했다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작년 여름, 동남아 원주민을 연상시킬 정도로 시커멓게 탄 피부로 촬영현장을 열심히 뛰어다니던 권남기 감독의 열정은 대체 어디로 표출된 걸까? <카리스마 탈출기>는 열정만으로 안 되는 것도 있다는 잔혹한(?) 현실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교훈적인 영화임에 틀림없다.

● 무비위크 이지영 기자

최고의 영화 <메종드히미코>
<메종드히미코>는 게이에 대한 올바른 시선을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다. 하지만 오히려 이누도 잇신 감독 특유의 [강요하지 않음]이 매력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백미는 힘껏 바지를 치켜 올려 입은 오다기리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덕분에 러닝타임 내내 행복했다.

그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고개만 돌려도, 하나의 의미가 부여되는 듯 했다. 이누도 잇신 감독은 오다기리죠를 가르켜 {가만히 있어도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라고 말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과연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최악의 영화 <로망스>
이 영화는 예고편이 본편에 비해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예고편만 보고 있자면 한없이 장중하고, 무언가 애틋하다. 게다가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배우들이 연기하기 때문에 [가볍지 않은 성인만의 멜로]라고까지 상상하게 만든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것은 전적으로 예고편의 능력(?)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영화의 분위기를 느껴봤으면 한다는 문승욱 감독의 욕심은 너무 과했다. 음악과 배우, 스토리, 연출 네 박자가 한개도 들어맞지 않은 영화였다. 욕심을 너무 내서 차라리 촌스러워진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 헤럴드경제 이형석 기자

최고의 영화 <더 차일드>
때로 좋은 문장은 단순하다. 주어와 동사의 지극히 단순한 결합이 때로 놀라운 설득력과 폭발력을 보여준다. 그것을 우리는 종종 거장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경이로운 경지’라고 부른다. 내게 ‘더 차일드’는 그랬다. 장식과 수사를 섞지 않은 단순한 이야기와 ‘~체 하지 않는’ 건조한 태도는 오히려, 행간에 무한한 세계와 공간, 풍요로운 감정을 열어줬다.

‘그는 훔친다. 훔친 것을 판다. 아이를 얻었고, 아이를 판다’. 그는 구원 받을 수 있을까 혹은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을까. 로베르 브레송의 ‘소매치기’에서 반복되는, 절도의 은밀한 매혹과 ‘무세트’에서 강가를 향해 몸을 굴리는 소녀에게서 얻는 깨달음을 떠올리게 한다. 아름다운 영화.

최악의 영화 <공필두>
재미없고 지리한 영화는 많다. 상반기에도 ‘최악’이라 부를 수 있는 작품은 많았다. 하필, 이 영화는 졸지 않고 끝까지 봤을 뿐이다.

● 세계일보 정진수 기자

최고의 영화 <브로크백마운틴>
영화 ‘타임 투 킬’에서 최고의 역전을 불러온 대사는 피해를 당한 아이의 인종을 바꿔 생각해 보라는 것. ‘브로크백 마운틴’에도 비슷한 공식이 적용된다.

‘애절한 두 사랑의 주인공들이 모두 남자라고 상상해보라’. 동성애를 특별한 것으로 그리면 그것은 특별한 것이 되지만 이안 감독은 생활 속에서 갑자기 찾아온 사랑의 감정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질투와 그리움 연민을 과장되지 않게 표현해 ‘동성애’라는 규정을 초라하게 만든다.

넓게 펼쳐진 자연 안에서 생긴 자연스러운 사랑이 무엇이 문제가 있냐는 여유는 좁은 세상에 갇힌 이성애자들의 좁은 시선과 대비된다. 눈물조차 제대로 흘리지 못하는 ‘게이 카우보이’들의 짧은 추억과 오랜 기억. 사랑 타령만큼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드는 게 어디 있겠는가.

최악의 영화 <공필두> 생각 없이 웃고 즐기라는 영화에 돌을 던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최소한 웃겨줘야 한다는 것은 기본. 그것이 7000원의 대가다. 컷과 컷이 맞지 않는 어수선한 화면 속에서 서사라도 아귀가 맞아야 하겠건만, 당최 주인공이 달려야 하는 이유조차 납득이 안 되면 어쩌겠는가. 영화 마지막에 객석에서 나온 박수는 영화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관객의 인내심에 대한 것이다.

● 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최고의 영화 <가족의 탄생> 구스 반 산트 감독의 '라스트 데이즈' 같은 외화도 좋았지만, 그래도 한국 영화를 꼽아야 할 것 같다. 보통 기대를 하고 영화를 보면 대부분 기대 이하인 경우가 많은데 '가족의 탄생'은 그 반대였다 . "한국에도 이런 영화가 있구나" 라는 탄성을 나올 정도로 새롭고 신선했다. 개인적으로 좋은 작품을 선별하는 기준 중에 하나는 말이 될 것 같지 않은 소재를 가지고 정말 근사하게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 것 . '가족의 탄생'이 바로 그런 영화였다. 혈연으로 이뤄진 가족이 아닌 사랑으로 뭉친 가족은 혈연 가족 이상의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이 이야기를 만들어 낸 김태용 감독이 존경스러울 정도. 등장인물을 아버지, 어머니, 내연녀, 전 남편의 자식 등 사회적 존재가 아니라 인간 자체로 바로보는 감독의 시선은 상업화에만 천착하는 한국영화에 던져진 한 줄기 빛과 같다.

최악의 영화 <공필두> '카리스마 탈출기'도 이 범주에 넣고 싶었지만 공필두를 꼽은 것은 이문식과 같은 좋은 배우를 데리고 그렇게 엉망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데에 대한 일종의 분풀이다. 기자들이 영화 리뷰를 쓰지 않는 것이 영화를 도와주는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말하면 무엇하겠는가. 관객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문식과 김유미, 박정학, 유태웅이 왜 쫓고 쫓겨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 씨네서울 나하나 기자

최고의 영화 <미 앤 유 앤 에브리원>
영화는 문학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문학을 태생적 배경으로 삼고 있는 필자의 개인 사가 그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상보다 이야기를 상상케 하는 문학은 한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감각기관을 작동시켜 이야기를 이미지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사람들의 상상 속에 만들어진 세계는 그 어떤 영상보다도 매력적이며 힘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은 경쾌한 시 한 편을 읽는 듯한 느낌을 전해주는 영화다. 유쾌하고 따뜻하며 섬세하다 못해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지극히 평범한, 어찌 보면 보잘것없어 보이는 인물들과 사건으로 보이지 않는 평범한 일상들이 모여 행을 이루고 연을 이룬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결국 한 목소리를 내며 하나의 영화가 된다.

구체적이면서 추상적이고, 실험적이면서 평범하며, 허구적이면서 현실적인, 서로 다른 지점의 한 가운데에서 줄타기를 벌이고 있는 영화는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이라는 영화만의 세계를 만들어 놓는다. 오감을 자극하는 문학적인 상상력과 눈으로 보이는 영상, 그리고 현실과 허구, 냉소와 낙관이 나란히 공존하는 세계는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가 원하는 세계일 지도 모른다.

최악의 영화 <공필두>
‘최악’이란 말보다는 ‘안쓰럽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사실 <공필두>는 개인적으로 눈 여겨 보고 있던 남자 배우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는 영화다.

백 만불 짜리 천진난만한 미소와 냉소 섞인 비웃음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이문식을 주축으로 늘 묵직한 연기를 보여주는 김뢰하, 부리부리한 눈으로 어린 필자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던 유태웅, 중견 연기자 중 최고라 말하고 싶은 김갑수, 영원한 휘발유 김상호 등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배우들이 영화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문제는 그들을 하나로 뭉뚱그리는 작업이다. 그러나 <공필두>는 그들을 조화시켜 하모니를 이루는 방법을 모르는 듯하다. 저 멋진 배우들을 데려다 놓고 참, 속이 쓰릴 따름이다. <짝패>의 대사 한마디가 떠오른다. “열심히고 최선을 다 안 하는 사람이 어딨어? 못하는 사람과 잘하는 사람만 있는 거지”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 프레시안 안재형 기자

최고의 영화 <짝패>
이미 그들의 액션은 정평이 나있었다. 류승완과 정두홍, 두 사람이 다시 의기투합했을땐 드라마보다 액션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연한 얘기다. 그리고 그 당연한 기대에 당연하게 반응했다. <짝패>는 감독과 배우가 지닌 한가지 장점을 최대한 끌어올려 단점을 커버한 영화다. 드라마의 짜임새나 연기력보다 액션에 주력했다. 어설프게 이것저것 담아내려고 손을 뻗지 않는다. 시종일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올인했고 퀄리티에 집중했다. 그들의 액션은 그 어떠한 드라마보다 흥미진진하다.

최악의 영화 <연리지>
최루성 멜로드라마의 강점은 자연스러운 감정이입과 명치 끝이 아련한 여운이다. 물론 그러기위해선 아이스크림마냥 녹아드는 드라마와 달콤한 남녀주인공의 사랑이 필수다. 조한선과 최지우의 조합은 나쁘지 않다. 문제는 어우러짐이 어색한 전개와 연기력이다. 아무리 한류를 겨냥한 기획상품일지라도 안일했다. 10년 전 쯤 보았음직한 이야기와 설정이 난무한다.

● 포커스 곽명동 기자

최고의 영화 <가르시아>
‘폭력의 피카소’로 불리는 샘 페킨파 감독의 ‘가르시아’. 필름포럼에서 개봉한 샘 페키판 회고전을 통해 봤다. 박찬욱 감독이 평론가 시절, ‘미국 B무비 전통의 개가이며, 가장 독창적인 로드무비이자 컬트 중의 컬트, 보기 드물게 순수한 형태의 아트 필름’이라고 극찬한 작품.

호기심이 발동해 봤는데, 과연 ‘명불허전’. ‘와일드 번치’로 정점을 찍은 샘 페킨파가 멕시코에서 저예산으로 찍은 이 영화는 피아니스트 베니가 청부업자의 청부를 받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가르시아를, 그것도 죽은 가르시아의 목을 찾아 자신의 애인이자 가르시아의 애인이었던 여자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스토리로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절망과 체념, 분노와 응징, 배신과 복수의 드라마가 그야말로 ‘폭력적’으로 펼쳐진다. 맨 마지막 총구가 스크린 가득히 빅 클로즈업되는 장면은 아마도 샘 페킨파 본인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최악의 영화 <생, 날선생>
<생, 날선생>은 기자 시사회에서 ‘영상 사고’가 난 줄 알았다. 쇼트와 쇼트를 어떻게 이어 붙인지 모르겠고, 어디서 커트를 해야 할지 몰랐던 영화가 아닐까. 스토리는 뒤죽박죽이고 캐릭터도 설득력이 없다. 감독과 제작사 사이에 관계가 안 좋았을 것이라는 ‘짐작’을 유발케 한 영화.

● 필름2.0 허지웅 기자

최고의 영화 <콘스탄트 가드너>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콘스탄트 가드너>는 잘 조율된 신파의 힘이 영화로 하여금 어떤 정서적 파괴력을 지니게 하는지 증명하는 최고의 사례다. 우리는 영화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영화가 어떤 정치적 입장을 내세우고 등장인물을 처단하더라도 현실에서 변화되는 것은 없다. <콘스탄트 가드너>는 극 중에서 그 무엇도 극복해내거나 해소해주지 않지만, 부조리한 현실의 인과관계를 훌륭히 투영해내는 것만으로도 관객들로 하여금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의지와 희망을 품게 한다. 이 영화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만약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콘스탄트 가드너>야 말로 그런 영화다.

최악의 영화 <포세이돈> 한 명의 사람이라도 더 구해보고자 하는 성직자의 고뇌와 갈등, 그리고 이를 둘러싼 종교적 화두가 더 없이 평범한 재난영화 <포세이돈 어드벤쳐>를 걸작의 반열에 올렸다면, <포세이돈>에는 부르주아지들의 삶을 향한 원초적 열망과 시대착오적인 스펙터클 효과만이 무성하다. 단순히 원작의 아우라에 대한 근거 없는 애정이 아니다. 프랭크 신부와 로고 아저씨, 특히 벨르(쉘리 윈터스)가 사라진 <포세이돈>은, 그저 한마디로 정말 재미없고 심심한 블록버스터. 뒤집힌 건 호화여객선인데, 더운 날 속이 더 뒤집힌다.

● 마이데일리 이경호 기자

최고의 영화 <왕의 남자> 원작의 높은 완성도가 빼어난 배우들의 연기와 합쳐졌다. 원작연극이 갖고 있던 극적 특성에 영화의 강점을 더한 이준익 감독의 연출도 뛰어났다. 그동안 연산군을 소재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제작됐지만 ‘왕의남자’에서 인간 연산군에 대한 내면심리 묘사는 정말 빼어났다. 감우성, 정재영, 강성연 등은 왜 배우가 연기를 잘해야 영화가 재미있는지 분명히 알려줬고 스타덤에 오른 이준기도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왕의남자’가 최고의 영화일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지도 않았고 톱스타가 출연하지 않은 거기에 공격적 마케팅도 없었지만 대형 영화 틈바구니 속에서 1200만 관객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최악의 영화 <카리스마 탈출기>
이 영화에 아무도 작품성을 기대하지 않았다. 얼마나 재미있는 학원 영화가 나올까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카리스마 탈출기’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러닝 타임 내내 불편할 뿐이었다. 한창 ‘카리스마 탈출기’가 촬영되던 지난해 촬영 현장을 취재했다. 모든 스태프와 보조 출연자, 조연 연기자들이 촬영 준비를 끝냈지만 주연배우들은 8시간이 넘게 촬영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모든 스태프와 보조 출연자들의 얼굴에서 짜증을 읽을 수 있었다. 자세한 내막을 알수 없었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좋은 영화가 나올리 없다.

● 한국일보 라제기 기자

최고의 영화 <박치기>
관객의 코끝을 시큰하게 만들면서도 배꼽을 자극하는 오묘한 영화. 삶의 출구를 찾지 못해 떠도는 재일동포 청춘들의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와 서러움을 스크린 밖으로 힘껏 분출 시키는 연출력이 놀랍다. 남한도 북한도 선뜻 조국이라 부르지 못하는 조총련계에 대해 부채의식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최악의 영화 <생, 날선생>
'코미디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아주 심한 착각을 한 듯한 영화. 앞뒤 맥락 없이 이어지는 무의미한 에피소드들의 단순배열은 한국 코미디 영화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새로운 코믹 아이콘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박건형을 얻은 게 소득이라면 소득.

● 딴지일보 허남웅 기자

최고의 영화 <가족의 탄생>
영화가 할 수 있는 기능은 단순히 오락에만 있지 않다. 현실을 환기시키고 가치 전복을 이야기하는 것도 영화가 예술로서 해야할 일이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고 더군다나 가부장이 존재하지 않는 모계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그에 적합한 형식으로 풀어낸 <가족의 탄생>이 그렇다. 상반기뿐 아니라 올 한해를 넘어 한국 영화사에 길이 기억될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최악의 영화 <연리지>
영화가 이제는 기획상품이라는 사실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티를 내야 할까. 한류스타에, 드라마에서 모방한 이야기 구성에, 4천만이 다 아는 비밀 아닌 비밀 불치병에, 되도 않는 반전까지. 그렇다고 이를 잘 연출한 것도 아니고. 영화를 만드려면 먼저 영화를 공부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교훈아닌 교훈을 일깨워준 영화.

● 프리미어 전종혁 기자

최고의 영화 <매치포인트>
죄와 벌의 테마로 베르히만과 히치콕을 연결시킨 우디 알랜의 수작. 우디 알랜의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와 나이를 더해 갈수록 빛이 나는 혜안에 그저 탄복할뿐.

최악의 영화 <국경의 남쪽>
차승원의 눈물연기와 안판석 PD의 스크린 데뷔로 기대를 모았지만, 드라마의 상실이란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관객을 억지로 울리지 않겠다는 영화의 야심(?)에도 불구하고 무색무취의 영화로 남았다. 아니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 무비스트 서대원 기자

최고의 영화 <미션3>
2천억 원이라는 제작비가 투입된 <미션3>는 떼돈 블록버스터의 미덕을 제대로 보여준다. 특히, 사랑하는 여인네를 위해 피 말리는 여정에 오른 톰 크루즈의 가공할 만한 원맨쇼는 미션3의 최고 구경거리다. 공중부양 후 자동차와 충돌하기! 가파른 경사의 빌딩창 등짝으로 미싱하우스 하며 하강하기! 빌딩 숲 날아다니기! 박진감 넘치는 뜀박질 장면 등 불혹의 톰 아저씨는 대역 없이 아크로바틱한 액션을 시연하는 기염을 토한다. 대중을 상대로 장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고 있는 톰 크루즈와 J.J 에브람스 감독의 역량이 동반상승을 일으키며 탄생한 <미션 임파서블3>는 올 블록버스터 중 아직까진 동급 최강이다.

최악의 영화 <연리지>
애당초, 장르적 모험보다는 안전빵의 기획력에 기대, 초장부터 끝물까지 최루성 멜로물의 그 얼개를 짤 없이 지키며 과시한 <연리지>! 뭐 그것까지는 이해됐더랬다. 허나, “에이! 설마 그러기야 하려고...”라는 보는 이의 근심이 스크린을 통해 목도된 찰나, 그것도 비장의 막판 반전이라며 영화가 들이대는 순간, 필자 민망해서 죽는 줄 알았다. 사랑이 제 아무리 남녀가 하나가 되는 과정이요 결실이라 손치더라도 일심동체(一心同體)라는 한자성어를 말 그대로 실현시키는 당 영화의 막판 설정! 아무리 생각해도 감정이 고양돼 슬픔으로 승화되기에는 너무 어거지다. 하나도 지겨워 죽겠는데 연인이 짝패로 더블 불치병이라니...심히 경제적인 마무리 방식이다만 이건 좀 오버다.

● 스크린 인터뷰 장연선 기자

최고의 영화 <가족의 탄생>
김태용 감독은 <가족의 탄생>을 통해 사람에 대한 관찰력과 연애에 대한 직관력, 그리고 보기 드물게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었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울고 웃던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사랑 받고 싶어 하는 두 남녀였다. 공효진과 류승범은 말한다. “너 나한테 왜 그래?” “그러는 넌 나한테 왜 그래?” 누가 먼저 상대방에게 ‘그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기의 감정과 상황 외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리고 이기적인, 한 때는 연인이었던 두 남녀에게는.

그 밖에도, 속 썩이는 남자와 그를 사이에 둔 누이와 늙은 애인, 속 썩이는 여자친구와 그래도 그녀가 좋은 한 남자 등 <가족의 탄생>의 구성원은 다양하다. 우리는 이 인간 군상 속에서 나의 모습을, 내가 알던 어떤 남자나 이웃 여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는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해피엔딩을 제시한다. 저마다 상처를 가진 이들이 가족을 이루어 서로 보듬어줄 수 있게. 가족만큼 좋은 게 없고, 그 가족은 얼마든지 탄생할 수 있다고 말하듯이 말이다. 역시 난 가족이, <가족의 탄생>이 참 좋다.
최악의 영화 <투사부일체>
내가 조폭 코미디에 특별히 반감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조폭이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이 썩었는데 이를 조폭이 바로잡는다는 <투사부일체>의 설정은 도를 넘었다. 설정뿐만이 아니다. <투사부일체>는 디테일에 있어서도 비난할 여지가 살아 있다. 혹시 마지막 신에서 정준호와 그 일당들이 악의 무리와 집단 싸움을 하는 장면을 기억하는가?

그것이 마치 조폭 코미디의 모범 답안인양, 전작에서처럼 싸움의 막바지쯤에 학생들이 몰려와 아군이 되어주던 것은 또 어떻고! 특히 조폭들 사이로 주구장창 겉돌던 꽃가루는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악몽 같은 영상이다. 좌우지간 코미디영화 <투사부일체>의 가장 큰 문제는 웃기지도 않았다는 거다.

웃기는 조폭이 등장해서 “행님 행님”하는데도, 부하가 선생이, 보스가 학생이 된 제법 코믹한 상황이 만들어졌는데도, 연기력 받쳐주는 배우들이 나와줬는데도, 전혀 웃기지 않았다는 거다. 뻔한 스토리에 억지웃음을 끼워 넣어 안일하게 만들어놓고 전작의 후광을 등에 업어 흥행한 이 영화, 제발 3탄만은 만들지 말아주오~!
● 무비스트 최경희 기자

최고의 영화 <짝패 >
버스터 키튼은 정교한 액션 안에서 부서지는 육체로 웃음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애잔한 슬픔과 안아주고픈 모성을 불러일으킨다. 때문에 키튼의 <카메라>를 보면서 나는 웃으면서 ‘하염없이’ 울었다. 류승완의 <짝패>는 그 지점에서부터 출발해 전혀 다른 육체적 쾌감을 선사하는 방향까지 진행된다. 멜로가 없는 영화의 스토리는 주인공들을, 우정을 빙자한 동성애적 결탁으로 비치게 한다. 동시에 이 결탁은 감히 범할 수 없는 절대지존 섹시남들로 그들을 ‘둔갑’시키고야 만다. 침대위에 발가벗은 애인을 상상하는 발정 난 암컷마냥 80분간의 짧은 러닝타임 동안 류승완과 정두홍은 피범벅이 된 그들의 하얀 와이셔츠 밑에 숨어있는 살과 땀 그리고 매끄러운 근육을 상상케 만들고 있다. 가질 수 없는 몸뚱이가 섹스가 아닌, 활극으로 스크린을 널뛸 때, (관객의)가학증은 절정에 이른다. 액션 카타르시스를 영화적 오르가즘까지 끌어올린 <짝패>의 성취는 한국영화의 해묵은 ‘틀’을 깼다.

최악의 영화 <구타유발자들>
꺼려주마 탈출기, 뚜껑열리지, 노망스 등등 원제목 밝히기도 민망한 최악의 영화 후보들을 신끼에 가까운 선견지명 덕분에 안 보고 버틸 수 있었다. 하늘이 도운 거다. 반면, 너무 못 만들어서가 아니라 너무 잘 만들어서 관객의 외면을 받는 영화도 있다. 바로 <구타유발자들> 이 경우에 해당된다. 연기 연출 시나리오 등 근래 한국영화 중 모든 면에서 뛰어난 이 영화를 난 재미없게 봤다! 이건 내 돈 내고 영화 보는 관객 입장에선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단순히 폭력을 유희가 아닌 잔혹 그 자체로 그려서 ‘구타’가 흥행에 실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관객의 취향과 원하는 바를 고려하지 않은 대중영화는 자신의 본분을 자만한 거다. 알맹이야 어찌됐든 대중영화의 외피를 썼다면 최소한 관객이 받아들일만한 여지는 줘야 한다. 뜻만 좋으면 뭐 하겠는가? 따라와 주는 이 아무도 없는데................

● 맥스무비 김규한 기자

최고의 영화 <수퍼맨 리턴즈>
영웅담은 언제 들어도 물리지 않는 이야기다. 보통 사람은 엄두도 못 낼 일들을 척척 해내는 영웅은 마땅히 본받아야 할 이상형이다. 브라이언 싱어가 그려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맨’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타고난 능력을 어떻게 써야 할지 배우고 성장하는 사람이라서 더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수퍼맨’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는다. 브라이언 싱어에 의해 19년 만에 스크린에서 다시 빛을 보게 된 <수퍼맨 리턴즈>는 겉만 요란한 블록버스터들과 달리 드라마에 충실하다.

이미 <엑스맨> 1,2 편을 통해 재능을 과시한 바 있는 브라이언 싱어의 솜씨 좋은 연출력이 만나 군살 없는 드라마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수퍼맨 리턴즈>의 매력은 거부할 수 없는 볼거리의 위용일 것이다. 단일 영화 사상 최고의 제작비 2억 6천만달러(약 2600억원)를 쏟아 부은 대작답게 <수퍼맨 리턴즈>는 액션과 드라마, 멜로 등 갖가지 요소를 골고루 섞은 웅장한 스펙터클로 객석을 압도한다.

최악의 영화 <연리지>
죽어서도 함께 하고 싶은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연리지>를 슬픈 멜로 라고 칭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한류스타 최지우와 조한선만 가지고 만든 생각 없는 시한부 영화라고는 말할 수 있다. 시한부 이야기를 다룬 영화의 성패는 작품의 완성도와 무관하게 관객들을 울리느냐 안 울리느냐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바로 영화의 흥행이 눈물의 양과 비례하는 것이다.

하지만 울고 싶어서 울 수 없는 시한부 영화를 두 시간 동안 극장에서 봐야 하는 것은 고역이나 다름없다. 시한부 영화가 가질 수 밖에 없는 단점을 모두 갖춘 <연리지>는 자꾸만 시계를 보게 만드는 영화다. 아무런 감흥도 선사하지 못하는 <연리지>에서 기억나는 것은 신승훈의 주제곡 밖에는 없다. 애절한 분위기가 깃든 영상은 언제나 선수를 치고 나오는 음악 때문에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 무비스트 이희승 기자

최고의 영화 <매치 포인트>
보는 내내 ‘바로 이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던 상반기 최고 베스트! 우디 앨런이 심플하기만 한 뉴욕을 버리고, 런던을 택한 것도 반가웠지만 불륜, 사랑, 야망, 혼외정사 같은 자극적인 소재를 맛있게 버무려 결국엔 '천하의 나쁜놈'도 그냥저냥 살아간다는 엔딩씬이 뻔하기만 한 ‘선’의 승리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더욱이 “인생은 ‘노력’도 노력이지만 결국엔 ‘운’이더라”는 불변의 법칙을 황혼의 노장 감독이 들려줘 더 리얼하게 다가왔던것 같다.

최악의 영화 <피터팬의 공식>
‘온주완’이라는 좋은 배우를 왜 그렇게 밖에 못써먹었는지, 또 여성의 시각에서 상당히 불편하다라는 것이 해외 영화제에서 극찬 받은 이 영화에 대한 단순한 불만이다. 여자라서 그런가? 보는 내내 불쾌할 정도로 ‘한수’의 성장통이 이해되질 않았다. 상을 탔다는 것도 솔직히 의외였다. 분명 심사위원들도 어린 시절 한번쯤은 옆집 유부녀에게 ‘자위’ 당하고(?) 싶은 환상을 가졌던 중년 아저씨들이리라.

자! 기자들은 이렇게 뽑았으니, 여러분도 당신만의 상반기 영화! 최고.최악을 선정해주세요.
딱 3분께 제가 소정의 상품을 드리겠습니다.
발표는 7월 10일! 이벤트 당첨자 발표 게시판을 통해 공지하겠습니다.

글/정리 이희승 기자
1378 )
loop1434
공감   
2010-02-28 09:59
ldk209
우리는 소중한 생명에 너무도 많은 것을 빚지고 있다...   
2008-05-24 19:00
joynwe
생, 날선생은 정말 영 아니었던 영화   
2008-02-08 09:39
qsay11tem
짝패에 한표   
2007-11-24 15:21
remon2053
잘봤습니다.   
2007-10-05 19:08
mckkw
짝패에 한표.   
2007-08-23 14:03
kpop20
개인 차이겠죠   
2007-08-15 02:06
theone777
ㅎㅎ~   
2007-07-2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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