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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고 모두가 행복한 건 아니다 <헬터 스켈터> 사와지리 에리카, 니나가와 미카
2013년 4월 29일 월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전작 <사쿠란>에서 강렬한 색체와 도발적인 영상을 추구했던 니나가와 미카 감독과 <1리터의 눈물> <박치기> 등 청순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사와지리 에리카. 둘의 조합이 의외였다. 서로 어떤 점에 끌렸나?
니나가와 미카: 사와지리 에리카와 사진작업을 한 적이 있다. 그 때마다 긴 시간동안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헬터 스켈터>를 기획했을 때 이 역할은 사와지리 에리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리리코는 전신 성형으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배우다. 여자들이 봤을 때 외모가 압도적으로 아름답지 않으면 안 되는 인물이어야 했다. 또한 정상의 자리에서 추락할까봐 두려워하는 불안감과 뻔뻔하다고 느낄 만큼의 다부짐을 가진 리리코를 연기하는 배우는 환호성과 원성을 들어온 사와지리 에리카가 적역이었다. 촬영하면서 그 생각은 변함없었다. 촬영이 끝나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사와지리 에리카가 있었기 때문에 영화가 완성될 수 있었다고 본다.
사와지리 에리카: 니나가와 미카 감독과는 잡지 일을 하면서 친해졌다. 개인적으로 사진작가로서 감독님의 팬이다. 나를 비롯해 다른 배우들의 사진을 보면 기존의 이미지와 정반대의 결과물이 나온다. <사쿠란>을 보고 그 장점이 영화에도 표현된다는 걸 느꼈다. 니나가와 감독과 같이 작업을 하면 색다른 연기가 나올 것 같은 생각에 믿음을 갖고 참여했다.
미녀에서 점차 마녀로 변모해가는 리리코를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청순한 캐릭터로 등장했던 전작들과 상반된 인물을 연기하기에 어려움은 없었나?
사와지리 에리카: 사실 연기하면서 지쳤다. 목숨을 걸고 연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말 많은 에너지를 쏟아냈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연예인에서 점점 추락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고됐다. 성형 부작용이 탄로 날까 두려워하는 불안감을 계속 안고 연기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점점 말라갔다.
니나가와 미카: 사와지리 에리카가 캐릭터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의상에서 느낄 수 있었다. 촬영을 할수록 의상을 줄여나가야 했다. 계속 말라가니까 사이즈가 안 맞았다. 그 정도로 역할에 몰입해 있었다.
사와지리 에리카: 후반부 촬영 때 입었던 옷은 지금 못 입는다(웃음). 그 때만 해도 내가 말라가고 있는지 몰랐다. 그만큼 리리코의 심경에 너무 빠져 있었다. 완성된 영화를 본 후 연기에 대한 아쉬움은 많았지만 자신감을 얻었다. 이번 영화는 나에게 큰 자산이 됐다.
감독으로서 어려웠던 점 중 하나는 원작 만화를 영화화하는 문제였을 것이다.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뒀나?니나가와 미카: 원작은 강렬한 이미지가 넘친다. 이미지를 어떻게 영상으로 옮길지에 대해 촬영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또한 여러 가지 사건들이 뒤죽박죽 얽혀 있어 시간 순서대로 풀어내는 게 힘들었다. 원작이 만화다 보니 어떤 방식으로 리얼리티를 살릴 건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원작 대사는 모두 만화적 느낌이 강해 실제 대사로 옮겼을 때 현실감이 떨어졌다. 무엇보다 현실감이 느껴지도록 각색에 주안점을 뒀고, 배우들에게도 최대한 자연스러운 연기를 주문했다.

실제 연예인들이 가질 법한 현실적인 고민들이 리리코를 통해 보인다.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면 어쩌나하는 불안감, 차세대 배우와의 신경전 등은 실감났다. 과거 태도 논란과 결혼, 약물 사건 등으로 인해 공백기를 가졌던 경험이 리리코의 심리를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사와지리 에리카: 과거 경험들이 리리코를 연기하는데 있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리리코는 실제 나의 모습과는 다르다. 오랫동안 연예계에서 일을 했지만 연예인이라는 인식 자체를 안 하고 산다. 리리코는 언제나 남들 앞에서 스타의 품격을 유지하지만 나는 반대다. 보통 사람이다. 남들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 연기는 내 직업일 뿐이다.
니나가와 미카: 의외로 리리코와 사와지리 에리카의 성격은 정반대다. 오히려 대찬 성격의 코즈에(미즈하라 키코)가 사와지리 에리카에 가깝다.
엔터테인먼트 사장은 자신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리리코에게 투영했으며 매니저는 리리코의 아름다움을 지켜주고 싶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한다. 팬들 또한 리리코처럼 아름다워지고 싶어 안달이다. 영화를 보면 과연 리리코는 행복한 사람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니나가와 미카: 리리코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등 행복한 상황에 놓여있다. 하지만 리리코는 행복한 사람이 아니다. 그녀의 몸은 사람들이 욕망하는 덩어리일 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리리코는 행복과 멀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리리코가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걸 은연중에 보여주기 위해 거울을 많이 사용했다. 리리코의 방을 비롯해 대기실이나 매니지먼트 사무실 등 거울이 많이 등장한다. 리리코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서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가늠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거울을 통해 자신을 확인한다. 하지만 그런 행위가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유리처럼 불안감을 준다.
리리코는 스스로의 모습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다. 성형의 힘을 빌었지만 그 또한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일이 됐다. 성형이 행복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아닌 것 같다.
니나가와 미카: 여성에게 있어 내적 아름다움은 중요하다. 하지만 외적 아름다움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위를 한 번 보자. 외적 아름다움을 갖지 못한 여자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여자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헬터 스켈터>는 아름답지 못한 사람들이 세상에서 차별받는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 물론 영화 후반부에 성형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게 더 나은 삶이라 말한다. 중요한 건 자기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마음이다. 만약 쌍꺼풀이 없는 사람이 수술을 해서 스스로 자신감을 갖는다면 그게 맞다고 본다. 그런 계기를 통해 내적인 아름다움도 쌓을 수 있는 거니까 말이다.
사와지리 에리카: 본인에게 만족하는 사람만이 자신 있게 웃을 수 있다고 본다. 매일 불안감에 시달리는 리리코를 보면 멋지게 웃는 법이 없다. 다 억지웃음이다. 스스로의 모습에 만족한다면 아름다움은 생기기 마련이다. 성형 수술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면 그것 또한 행복한 일이라 생각한다.

성형미인인 리리코와 달리 코즈에는 자연미인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자연미인인 코즈에가 리리코보다 더 판타지적 인물로 느껴진다.
니나가와 미카: 코즈에는 일부러 리리코와 대조적으로 그렸다. 실제로 코즈에처럼 전혀 외모나 인기 관리에 신경을 안 쓰면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은 거의 없다. 성형미인이긴 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노력하는 리리코가 코즈에보다 더 인간적이다. 그런 모습이 리리코의 매력 중 하나라 생각한다. 코즈에처럼 모든 걸 갖추고 편안하게 사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겠나. 그런 인생은 별로 재미없을 것 같다.

파멸되어가는 리리코의 과정과 동시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리리코가 성형 수술 사건이 터진 후 이를 가십거리로 치부하는 대중들의 이중적인 시선도 돋보인다.
니나가와 미카: 연예인들을 대하는 대중들의 무책임함을 드러내고 싶었다. 사진작가로 일하면서 스타들이 얼마나 노력하는가를 두 눈으로 확인했다. 그런 노력을 간과하고 비난하며 욕하는 대중들은 예의가 없다고 생각한다. 대중들은 자신들의 무책임한 행동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 영화를 통해 대중들을 책망하려고 만든 건 아니지만 그들이 소비하고 있는 연예인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는 여지를 주고 싶었다.
영화는 리리코를 통해 아름다움을 향한 인간의 그릇된 욕망을 전하는 동시에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영화에서 리리코가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은 무엇이었나?
니나가와 미카: 기자회견에서 일을 벌이기 전 미소를 짓는 장면이 가장 아름다웠다. 그 미소는 ‘이제까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 자 한번 봐라’라는 의미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이후 마지막 장면에서 빨간 드레스를 입고 짓는 미소 또한 기억에 남는다.
사와지리 에리카: 리리코는 다양한 아름다움이 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외모, 점점 추락하는 가운데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려는 그 애절함도 아름답다. 성형 사실이 알려진 후 기자회견 대기실에서 민낯으로 앉아있는 리리코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수술 후유증으로 여러 곳에 멍 자국이 있지만 가장 순수한 리리코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연기하면서도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2013년 4월 29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13년 4월 29일 월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2 )
didhdhwan
영화를 보고나서 여배우로써 힘든 역을 선택해서 이렇게 멋지게 연기해서 너무 감탄스러웠습니다. 에리카 배우의 훌륭한 연기력과 니나가와 감독님 특유의 색감이 살아있는 영상미와 함께 어우러져서 너무 좋았습니다. 이렇게 인터뷰 글을 읽게 되어 넘 좋네요.   
2013-04-30 16:02
jjksmile
스크린에서는 아름다움도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못생겨집니다. 그런 점에서 미와 개성, 연기력을 고루 갖춘 사와지리 에리카, 니나가와 미카는 진정 아름다운 배우라 할 수 있겠네요   
2013-04-3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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