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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란 끊임없이 힘든 길을 찾는 직업 <친정엄마> 김해숙
친정엄마 | 2010년 4월 23일 금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친정엄마>는 책이나 연극으로 이미 많이 알려진 작품이다. 출연을 결정하고 어떤 부분에 신경이 많이 쓰였나?
이 영화가 신파로 보일까봐, 그게 가장 마음에 걸렸다. 주제나 설정이나 이야기 자체가 그저 눈물 쏙 빼는 신파로 갈까봐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촬영 전에도 감독님하고 많은 얘기를 했다. 그래서 단순히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가 아닌, 영화가 주는 진정성이나 감동을 좀 더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강부자 씨가 친정엄마를 연기한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은 안 봤다고 들었다.
뭔가 흉내를 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더 머리가 복잡해질 것 같아서 스스로 느끼고 스스로 거기에 빠져서 내 것으로 만들고, 내 것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꼭 봐야 되는 게 아니라면 되도록 안 보는 편이다.

그럴 것도 같다. 소설처럼 글로 표현된 원작이면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연기를 먼저 본다는 건 아무래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연기를 보게 되면 잔상이 남을 것 같으니까. 그리고 이건 또 영화잖나. 같은 작품이 책으로도 나왔고, 연극으로도 여러 번 공연됐고, 이제 영화로 만들어지는 거니까. 근데 개인적으로 영화는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에 나오는 친정엄마는 분명히 내 것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는 어땠나? 상투적이고 평범한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었을 것 같은데.
보통 그렇게들 생각할 텐데, 영화는 영화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영화적이어야 한다’는 말이 참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가장 흔한 얘기잖나. 친정엄마라는 제목 자체도 그렇고. 너무 흔한 얘기 아니냐는 얘기도 들었다. 물론 어떤 부분에선 평범한 수도 있다. 근데 이게 영화로 만들어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보통 시나리오를 받으면 뒷부분 읽고, 앞부분 읽는 경우가 많다. 극적인 게 뭔지 궁금하니까. 근데 회사에서 시나리오를 주면서 뒤에는 보지 말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보라고 하더라. 그 전에 시나리오가 몇 개 들어온 상황이었는데, <친정엄마>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천천히 읽으니 끝에서 눈물이 나더라. 그래서 시나리오대로만 만들어지면 연기를 잘 할 자신이 있다 싶었다. 원래 가장 평범한 게 가장 어렵기도 하고, 또 영화적인 소재가 아니다 싶은데 감동을 주는 경우가 많으니까. 우리 영화는 별다른 장치나 흥행적인 요소를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꾸미지 않았다. 한 엄마의 인생과 그 딸의 인생을 고스란히 담아낸 이야기이기 때문에 시나리오 읽을 때부터 좋은 영화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단순히 엄마와 딸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아내로서, 한 여자의 인생 자체가 압축되어 전개된다.
연극은 딸이 2박 3일 동안 친정에 와있는 동안에 일어나는 일들을 담았지만, 영화는 원작 그대로 어렸을 때부터의 이야기를 모두 담고 있다. ‘친정엄마’의 원작을 그대로 옮겨놨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소재는 자칫 잘못하면 빤히 예상되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사전에 유성엽 감독과는 어떤 얘기를 나눴나?
차라리 영화적인 거면 배우도 연기하고 편하고 감독님도 쉬웠을 거다. 근데 제일 걱정됐던 게 남자 감독님이고, 젊고, 아직 애도 없다는 거. 그래서 과연 이 징글징글한 인연을, 사랑을 감독님이 알 수 있을까 싶었다. 근데 감독님 단편 영화 중에 이런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있더라. 그래서 안심을 했다. 처음에는 너무 평범한 얘기라서 신파라는 혹평을 들을까봐 굉장히 두려웠다. 그래서 연기하는데 신경도 많이 쓰였다. 가장 평범한 게 가장 어려웠다.

친정엄마라는 다소 빤한 캐릭터에 어떤 차이점을 두고 연기했나?
이 엄마는 시골에서 딸만 생각하는 무지한 여자다. 극성스러운 것들을 표현하는 전형적인 엄마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연기를 해보니 이 엄마는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엄마였다. 기본적인 틀은 딸만 생각하는 시골에 있는 전형적인 순박한 엄마지만, 그 안에는 딸에 대한 사랑이 지극히 담겨 있다. 어떤 때는 저렇게 할 수도 있나 싶을 정도로 강하기도 하다. 딸을 위해서 하는 모든 행동이 이 엄마의 진심이지만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해서 웃음을 주기도 한다. 근데 만약 내가 시나리오 상에서 웃긴 부분이라고 계산된 연기를 했다면 아마 받아들이는 관객들이나 나 스스로도 거북했을 것 같다. 원래 그런 것들은 종이 한 장 차이잖나. 약간의 차이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것들을 결정하기 때문에 특히 신경 썼다. 게다가 사투리의 맛을 살리는 것도 중요했다.

하지만 먼저 세상을 떠나는 딸을 지켜봐야 한다는 점에서는 그다지 평범한 엄마가 아니기도 하다.
차라리 본인이 먼저 간다면 낫지만, 자식을 먼저 여읜다는 건 힘든 일이다. 근데 세상에 그런 일들이 생각보다 많다. 근데 이걸 대리로 내가 표현한다는 게 너무 부담스러웠다. 연기인데 어떠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연기에 책임감이 느껴진다. 딸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대략 4~5가지 경우가 있고, 어떤 경우라도 다 맞는 일이다. 그렇지만 그걸 간단하게 생각하고 마음대로 결론짓는 일은 너무 책임감이 없는 일이다. 그래서 너무 힘들었다. 특히 딸하고 마지막 밤을 보내는 장면을 찍는 게 나한테는 너무 힘들었던 일이었다. 너무 슬프고 감정이 복받치지만, 믿고 싶지도 않고 딸한테도 믿음을 주고 싶으니까. 그 안에는 수 만 가지 엄마의 마음이 있어서 정말 가슴이 벅찼다. 그날 진희(박진희)랑 그 장면 찍고 거의 기절할 정도였다.

딸과 마지막 밤을 보내는 장면은 보는 사람도 가슴이 아프더라. 감정을 폭발시킬 수도 없고, 혼자 누르기에도 너무 큰 슬픔이니까.
너무 슬퍼서 눈물은 나오는데, 그렇게 울다가도 아차, 이건 아니다 싶은 거다. 딸한테 일어나는 일들을 믿고 싶지 않고, 내가 살려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딸한테 희망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더 크니까. 그런 것들을 연기로 표현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연기가 아니라 본능으로 했다. 의도적인 것보다 그 모든 것을 실제로 받아들였다.
연기가 아닌 실제 상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고통이 더 컸을 것 같다.
연기자라는 이유로 이런 고통을 당해야하나 싶은 생각에 너무 힘이 들었다.

마지막 밤도 그렇지만, 딸을 서울로 보내는 기차역 장면도 힘들었을 것 같다.
모든 감정이 하나로 모인 장면이기도 하고, 연기라기보다는 완벽하게 친정엄마가 돼서 빠져든 장면이기도 하다. 딸을 먼저 보낸다는 것에 대한 슬픔, 딸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딸이 죽는 것을 알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 등 너무 많은 것들이 중첩돼 어떠한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

기차를 따라 달리는 장면에선 사고가 날까봐 걱정될 정도더라. 어찌나 빨리 뛰는지 창문 너머의 엄마가 프레임 밖으로 나가지 않고 기차와 같은 속도로 달리더라.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다. 당시 스탭들도 사고날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뛰면서 발이 너무 아팠지만 촬영하는 동안에는 몰랐다. 너무 힘들었던 장면이고, 너무 인상적인 장면이다. 진짜 그 엄마가 돼서 딸을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아마 어떻게 해야지 하고 생각하고 연기했다면 그런 장면이 나오지 않았을 거다. 오롯이 친정엄마가 돼서 다른 것들은 생각하지 않았다.

영화를 보기 전에 주변에서 감독에 대한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 젊은 남자 감독이 모녀의 이야기를 얼마나 잘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감독님한테 고마운 건 내 얘기를 많이 들어줬다는 점이다. 같이 얘기를 많이 할 수 있는 시간도 줬다. 그래서 걱정했던 것보다 모녀 얘기가 편향되게 흐르지 않았다.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대한민국 대표 엄마이기도 하지만 <박쥐>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이런 착하고 순박한 엄마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난감하기도 했다.
<친정엄마> 속 캐릭터가 내 원래 캐릭터 아닌가?(웃음) 드라마에서도 그랬고, 보편적인 한국의 어머니상이라고들 많이 얘기해주니까. 근데 지난 2년이 배우로서 갖고 있던 소신이나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나름 위험한 길을 갔던 시간이었다. 한국의 대표 어머니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배우로서 그 이미지를 지키는 것도 필요한데 내가 원해서 반대의 길을 갔다. 그래서 <박쥐>를 보고 주변 사람들이 김해숙이라는 이름이 나오는데 긴가 민가 했다더라.(웃음) 심지어 친한 방송국 PD는 중간쯤 보고서야 나라는 걸 알았다고.(웃음) 사실 나도 <박쥐>를 찍고 처음 보는데 내 모습에 기절하는 줄 알았다.(웃음) 전작인 <박쥐>는 배우 인생을 다시 시작하게 해준 정말 소중한 작품이다. 배우뿐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세상을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박쥐>로 칸도 갔다 오고 내 나름대로 원하던 부분을 이루기도 했다.
대단히 다른 이미지이긴 하지만, <경축! 우리사랑> <무방비 도시> <박쥐> 등 모두 어머니 캐릭터라는 점은 같다. 좀 ‘다른’ 어머니 캐릭터긴 하지만.
이 세상에 어머니의 모습은 수도 없이 많을 거다. 그 모습을 엄마 연기를 하는 배우로서 찾아보고 싶었던 마음도 있다. 배우의 열정으로 <무방비 도시> <박쥐>와 같은 영화를 하면서도 드라마에서는 또 한국의 대표 어머니를 연기했으니까. <친정엄마>로 전형적인 엄마의 모습으로 돌아온 결정적인 계기는 우리 어머니 때문이기도 하다. 어머니가 많이 아프시다. 그걸 보면서 엄마라는 모성이, 나도 엄마고 또 우리 엄마의 딸이기도 하지만, 엄마의 모성이란 다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한국의 대표 어머니상, 국민엄마라는 닉네임에 대해서 그냥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내가 한 가정에서 엄마라는 것을 하는 것도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데, 국민엄마라는 소리를 듣는 배우가 진정한 국민엄마, 우리나라의 대표 어머니상이 어떤 것인지를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가 많이 아파서 6~7개월 동안은 간병만 하고 싶어서 모든 활동을 접었었다. 근데 그 때 <친정엄마> 시나리오가 들어왔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엄마가 <무방비 도시> <박쥐> 등의 다른 캐릭터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은 이미지에 휘둘리지 않고 마음만 먹으면 무슨 역할이든 할 수 있는 연기자라는 생각을 들게도 한다.
무슨 연기를 해도 기본은 다 엄마의 사랑이기 때문에 어떤 옷을 입던 다 괜찮다. 근데 가장 가깝고 편하게 느끼는 건 지금 출연 중인 <인생은 아름다워>의 ‘민재’ 역할이다. 어떻게 보면 21세기 우리 시대의 엄마인 것 같다. 실제 모습하고도 많이 닮은 것 같다. 왜냐면 민재는 일도 사랑하고, 자기 자아도 사랑하고, 심지어 재혼까지 하면서 사랑도 찾는다. 그렇다고 절대 자식에 대한 사랑이 없거나 하지도 않다. 그 많은 대가족을 이끌어 가는 점에서는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엄마이기도 하다. 한국적인 어머니 상에 자기 자신과 일도 사랑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지금의 나와 닮았다.

국민엄마로서 수많은 스타 아들, 딸을 뒀다. 새로운 딸인 박진희 씨와의 연기도 호흡이 잘 맞더라.
(웃음)새로운 딸이 생겼다. 연기할 때도 너무 좋았다. 한참 어린 후배인데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연기에 대한 열정도 많고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사실 결혼도 안 한 젊은 배우가 한창 예쁜 모습만 생각할 시긴데 엄마 역할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근데 그런 것보다 연기 열정으로 캐릭터를 맡은 것은 높이 평가할 부분이다. 열심히 살을 뺀 것도 예쁘게 보였고. 제목이 <친정엄마>지만, 딸이 없는 친정엄마는 있을 수 없고, 엄마 없는 딸도 있을 수 없잖나. 진희가 너무 잘해줘서 감동이 배가 된 것 같다.

그래도 여배우인데, 캐릭터에 동화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예쁜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은 나름 속상한 부분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배우는 역할에 따라서 변하는 게 당연하다. 이미 배우 그 자체는 없다. 그 캐릭터가 돼야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한 번도 시골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촬영 전에 먼저 내려가서 조사도 하고 했지만, 그게 한계가 있긴 하더라. 그렇지만 매번 그 캐릭터가 되기 위해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 순간, 여배우보다는 배우로 살아가는 게 좋아졌다. ‘여’자는 뺐다.(웃음) 그러니까 가능한 일들이 생겼다. 만약 내가 여배우로 살고 싶었다면 이런 캐릭터들이 좀 꺼려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배우보단 배우로 남고 싶다.
2시간 안에 일생을 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장면마다 감정의 변화가 많아서 수위 조절이 어렵기도 했을 것 같다.
배우도 자기감정에 빠질 수가 있다. 농담으로 자기 성미에 운다고도 한다.(웃음) 그래서 이번 영화는 철저히 자신의 감정에 안 빠져들고 되도록 절제하려고 노력했다. 원래 인생이란 게 웃다 울다 하는 거잖나? 인생이 담긴 영화니까 너무 앞서가지 말고 순간순간 충실하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는다면?
엔딩 부분이다. 또 중간에 학교 장면도 그렇고. 중간 중간 울컥하는 장면들이 있다. 사람들 반응 보면 다 똑같더라. 마지막엔 슬펐던 것들이 쌓여서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 감동을 며칠 씩 가져가는 사람도 있다. 단순히 슬프다는 감정을 넘어서 계속 가슴이 아프다고도 하더라. 영화를 보면서 즐거웠던 것, 울컥했던 것, 이런 것들을 계속 같이 느끼니까 감정이 쌓이고 쌓여 마지막엔 거의 실신까지 가는 것 같다.

엄마와 딸도 그렇지만, 작게나마 부성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도 등장한다. 알게 모르게 가족 모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녀 얘기지만 남자들의 반응도 궁금해서 물어보기도 했다. 근데 의외로 많은 남자들이 울더라. 많이는 안 나오지만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감동을 준 것 같다. 기차역에서 쓸쓸히 돌아서는 모습이나 황도를 사다주는 장면 같은 부분에서 울컥하니까. 굳이 그런 장면 아니더라도 ‘어머니’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찡한 느낌이 있잖나. 아버지랑은 또 다른 느낌. 특히 시골에 부모님이 계신 분들은 부모님이 챙겨주신 음식들 가져오는 것도 귀찮아하고 가져와서 썩어서 버리고 했던 게 엄청난 불효인 것을 알았다고도 하더라. 꼭 그렇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어머니 생각이 났다고 하더라.

드라마에 안 보이면 영화에, 영화 찍고 나면 다시 드라마에서 볼 수 있다. 쉬지 않고 작업하는 것 같다.
일에 대한 욕심이 많다. 하고 싶은 게 왜 그렇게 많은지.(웃음) 사람들이 뭘 또 그렇게 하고 싶냐고 그런다.(웃음) 그래도 못한 게 너무 많다. 다른 건 후회 안 하는데 하고 싶은 연기가 많은데 나이라는 한계로 인해 못 하게 되는 게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웃음) 배역 욕심이 많아서 이번엔 좀 쉬어야지 하다가도 너무 하고 싶은 역할이 있으면 또 바로 하게 된다. 그래서 작품 중간에 쉬는 시간이 거의 없다. 또 같은 이유로 한 캐릭터에 빠졌다가 다시 나오는데 너무 힘이 든다. 항상 새로운 인물이 돼야 하니까 인간 김해숙은 없고 캐릭터만 남는다. 취미도 없는데 나중에 움직이지도 못할 때는 뭐하고 있을까 싶다.(웃음)

중견 배우들은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 충분히 소화할 능력이 되는데, 나이나 이미지로 한정되는 느낌도 있다.
배우의 몫이기도 하다. 변신을 하고 싶어도 막상 변신을 두려워하는 경우도 생기니까. 만약 그런 기회가 왔을 때 배우가 완전히 발가벗고 빠져들지 않으면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흐릿하게 된다. 나 같은 경우는 어떻게 보면 바보 같은 길을 간 거다. 상반된 길을 간 거니까. 배우로서는 모험이기도 하지만 신념을 갖고 나 자신을 던지면서 새로운 것들을 이뤄냈다. 비록 나이든 배우지만 그래도 배우잖나. 꼭 엄마 역할만 하라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엄마 역을 한다 해도 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은 많다고 생각한다. 열정을 통해 과감하게 변신했고, 칭찬으로 돌아오니 너무 좋다.
진짜 압도적인 변신이긴 했다. 늘 편하고 친근한 엄마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떻게 그런 캐릭터를 소화하는 지 대단하더라.
할 때는 피가 마른다. 변신을 할 때마다 사실 너무 힘들다.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이렇게 힘든 길을 가려고 하나 싶다. 농담처럼 무슨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타려는 것도 아닌데.(웃음) 이런 게 연기에 대한 열정인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엔 영화에서 중견 배우들이 다양한 역할을 맡을 만한 환경은 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남자배우에 비해서 여자배우들은 스펙트럼이 좀 약했는데, 조금씩 변화되는 것도 같다. 우리 나이의 배우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시나리오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최근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하고 있는데, 한동안 영화에서는 못 보는 건가?
지금은 다른 것을 할 여유가 없다. 거의 30일 중에 하루를 쉴까 말까하는 수준이다. 격주 9박 10일씩 제주도 촬영을 한다. 오늘도 인터뷰 끝나고 바로 제주행 비행기를 타야 된다. 서울로 올라오면 또 4~5일 세트 촬영이다. 쉬는 날이 없어서 올해는 <인생은 아름다워>로만 끝내야 할 것 같다. 나도 영화를 너무 하고 싶다. 드라마도 사랑하고 영화도 사랑하지만, 상대적으로 드라마는 제약이 많으니 끓어오르는 피를 뿜기에는 영화가 더 좋다. 앞으로도 좋은 영화를 많이 하고 싶다. 어떤 분들은 김해숙이 너무 바빠서 같이 하려고 하면 늘 뭔가 하고 있다고 하는데, 내년에는 정말 좋은 영화 만나고 싶다.

아무래도 당신의 캐릭터나 연기 스타일은 영화에 더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영화를 더 많이 하고 싶다. 감독님들, 좋은 시나리오 많이 써주세요.(웃음)

2010년 4월 23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2010년 4월 23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47 )
wlngss
기대되요   
2010-04-27 11:57
skykun
어머니랑 정말 보고싶네요~   
2010-04-27 09:39
adsfa12
연기 정말 잘하셔요~   
2010-04-27 09:24
munchen75
 연기잘하는 배우중 하나 ..   
2010-04-27 06:38
hushdmz
늘 따뜻한 인상으로 연기를 멋지게 하시는 분 !!!   
2010-04-27 03:41
somajin
오늘도 출석하고갑니다 즐거운 하루보내세요 ㅎㅎ   
2010-04-26 19:17
kisemo
잘봤어요~   
2010-04-26 15:46
lorenzo
김해숙씨 연기에 매료 됐어요~   
2010-04-2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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