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의 <왕의남자>가 한국영화를 대표한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21일 “<왕의 남자>가 제79회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부문 한국 출품작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 봉준호 감독의 <괴물>, 김기덕 감독의 <시간> 세 작품이 후보에 올랐고, 심사는 김영진 명지대 교수, 주진숙 중대 교수, 유운성 영화평론가 등 총 7인이 참여했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최종 후보작은 내년 초 발표될 예정이다. 아래는 영진위가 발표한 심사총평이다.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 출품작 세 편은 모두 현재의 한국영화계의 맨 앞 줄에 설 수 있는 개성을 지닌 작품들이며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 비교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아카데미 영화제는 엄밀히 따지고 보면 여타 다른 영화제와 달리 미국의 영화상이며 아카데미 회원들의 성향에 따라 후보 채택과 수상 여부가 갈리는 지극히 폐쇄적인 성격으로 치러지는 특성이 있으므로 심사위원들의 올해 선정 기준은 철저하게 아카데미의 성향을 의식하고 마련돼야 한다는 데 상호 일치를 보았다. 따라서 작품의 미학적인 질이나 상업적 잠재력 보다는 아카데미 노미네이션 가능성을 중심을 두고 기타 요소들, 곧 작품의 내적 호소력이나 소재의 소통가능성, 감독의 브랜드, 해외 배급 능력 등을 상세하게 검토했다.
김기덕 감독의 <시간>은 김기덕 감독의 기왕의 영화세계와 비슷한 반열에 있으면서 나름의 꾸준한 수정, 심화를 거듭하는 독창적인 화술과 스타일을 보여주지만 이 개인적인 예술세계가 대중적인 아카데미의 성격과 맞을 수 있는지 묻게 만들었다.
<괴물>은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예리한 비주얼 감각을 보여주지만 미국관객들에게는 B 무비로 소구될 수 있는 개성을 지닌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왕의 남자>는 스토리의 폭발적인 흡입력이 있지만 거기 담긴 역사적 소재의 디테일을 미국 관객들이 과연 따라올 수 있을까라는 기우가 생겼다. 결국, 심사위원단은 오랜 논란 끝에 문화적인 번역가능성의 폭 면에서 이들 세 영화 가운데 <왕의 남자>가 제일 크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다시 한번, 이 결정은 세 영화의 개별적인 미학적 성취와는 무관하게 이뤄진 것임을 밝히며 <왕의 남자>가 아카데미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