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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 파고든 혹은 찌든 초인 세계를 살펴보자
2008년 7월 8일 화요일 | 유지이 기자 이메일


여름을 맞이하여 헐리웃 블록버스터가 극장가를 가득 채우는 현상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상대적으로 얌전한 편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 영화의 속편이 즐비했던 작년에 비하면 〈인디아나 존스〉〈헬보이〉〈배트맨 비긴스〉〈나니아 연대기〉〈미이라〉 정도가 속편을 내놓고,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Wall E〉가 포진한 올 여름은 상대적으로 경량급이라 할 만 하다.

그럼에도 다른 이유에서 올 여름은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경향이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 다른 어느 해보다도 슈퍼 히어로 영화가 많은 해이거니와, 영화에서는 지금까지 없었던 만화적 깊이가 슈퍼 히어로 영화에 이식되기 시작한 해이기 때문이다.

시리즈의 깊이, 슈퍼 히어로 백년지대계

만화적 깊이? 한계가 없는 다이나믹한 상상력 대신에 천박하고 깊이가 없다는 인식이 많은 만화에 무슨 깊이? 더구나 원색 타이즈에 팬티를 바깥에 입고 다니는 몸짱 남녀가 득실거리는 미국 슈퍼 히어로 만화에 무슨 깊이가 있을까? 미국 슈퍼 히어로 만화의 사실상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슈퍼맨〉이 등장한 30년대만 놓고 본다면 선입견은 대충 맞다. 십대 소년을 노리고 만든 〈슈퍼맨〉은 강력한 미국의 상징인 만큼 단순한 선악 구조와 세상에 간단한 인식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미국 슈퍼 히어로 만화 선봉에 섰던 DC 코믹스의 다른 작품 〈배트맨〉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둘도 없이 돈 많은 부자가 (당시 과학기술 뿐 아니라 지금 수준에 봐서도 SF 수준인) 기술을 개발해 악당을 무찌르고 다닌다는 설정은, 진지하게 조금만 살펴보아도 엉성함 투성이에 기믹에 대한 소년 판타지에 밀착해 만들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슈퍼 히어로 물만 놓고 보아도 70년이 넘게 흘렀다. 아무리 소년 판타지에 기댄 기원부터 황당할 수 밖에 없는 장르 만화였다고 해도, 변화 없이 70년의 세월을 보내기란 쉽지 않다. 단순명쾌한 세계관으로 슈퍼 히어로 만화를 양산하며 시대를 호령했던 DC 코믹스의 〈슈퍼맨〉〈배트맨〉(및 스핀오프급인 〈슈퍼걸〉〈배트걸〉 등)에 반대급부로 (정부 단위의 과학기술이 투입된, 혹은 과학기술에 우연한 영향을 받은) 좀 더 사실적인 기원을 둔 슈퍼 히어로가 인간적인 고민이나 약점을 가진 것으로 묘사하는 마블 코믹스가 급부상하며 50년대 이후 미국 영웅담의 무게중심은 마블 코믹스로 옮겨간다. 아직은 DC 코믹스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처녀작 〈캡틴 아메리카〉이후, 〈판타스틱 포〉〈스파이더맨〉〈인크레더블 헐크〉〈데어데블〉로 이어지는 황금기 동안 모인 슈퍼 히어로의 깊이는 1980년대 〈다크 나이트 리턴즈〉부터 다시 한 번 도약한다. 아무리 좀 더 사실적이 되었더라도 슈퍼 히어로의 모험과 능력 뒤에서 보조하는 역할에 지나지 않았던 (약간의) 사실성이, 본격적인 고통과 어둠을 수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콤플렉스와 음험한 행동을 중심으로 캠피한 원작 〈배트맨〉을 재해석한 〈다크 나이트 리턴즈〉는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강한 영향을 받은 팀 버튼이 1989년 〈배트맨〉 영화판을 극도로 어둡게 묘사하고도 (당시 미국 원작 골수 팬들은 엄청난 불만을 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성공을 거둠으로써 90년대 이후 오히려 〈배트맨〉 해석의 정통이 되다시피 했다. 올 여름 개봉하는 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배트맨 비긴즈 2: 다크 나이트〉가 이 만화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은 물론이다.
 배트맨 비긴즈 2: 다크나이트
배트맨 비긴즈 2: 다크나이트
 다크 나이트 리턴즈
다크 나이트 리턴즈

세월이 단순함을 진화시키다

캐릭터와 이야기의 틀은 유지하지만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한 〈다크 나이트 리턴즈〉처럼 오랫동안 에피소드를 이어온 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 물은 장시간 살아남으며 진화를 거듭한다. 새로운 작가가 새로운 고민과 해석을 가지고 투입되어 깊이를 더한다. 그리고 때로는 처음부터 이야기를 새로 쓰며 원작을 새롭게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느와적인 〈배트맨〉 재해석이 〈다크 나이트 리턴즈〉라는 만화로 만들어졌다면 〈배트맨〉이 탄생하는 단계부터 새롭게 쓴 〈배트맨 원년Batman: Year One〉은 시작단계부터 더 복잡하고 꼬인 캐릭터로 〈배트맨〉이 나타난 이유를 설명한다. 영화적으로 시리즈를 새롭게 시작한 〈배트맨 비긴즈〉의 원작 역시 이 작품.

최초 연재된 시리즈와 새롭게 시작한 시리즈가 기둥 줄거리만 공유한 상태에서 다른 방향으로 발전한 것은 새로 개봉한 〈인크레더블 헐크〉와 〈아이언맨〉에서도 확인된다. 더구나 두 영화는 마블 코믹스가 발표한 슈퍼 히어로 사이에 세계관을 공유하는 ‘마블 유니버스’의 시작 단계인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다. 직접 영화사 마블 엔터테인먼트를 차려 직접 제작한 두 영화는 이후 다른 마블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와 뭉쳐 어벤져스라는 단체를 구성한다. 이후 슈퍼 히어로끼리 패가 갈려 전쟁을 벌이는 수준까지 발전하는 ‘마블 유니버스’에는 초인적인 능력 뿐 아니라 인간적인 완숙이 전제였던 슈퍼 히어로가 사람답게 알력 다툼과 분란, 협잡과 폭행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슈퍼 히어로가 구성원인 사회
 핸콕
핸콕

슈퍼 히어로에 대한 상상은 자신의 본래 정체를 숨기고 영웅 일을 해 온 슈퍼 히어로를 본격적으로 사회에 편입시킨 이야기까지 발전했다. 사실 슈퍼 히어로가 보통 사람들과 다름없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어떤 존재인 것일까? 슈퍼 히어로가 아닌 때에는 평범한 틴에이져 고학생인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나 보통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돌연변이의 고민을 다룬 〈엑스맨〉같은 작품이 있었지만, 압권은 〈젠틀맨 리그〉〈프롬헬〉 원작자인 앨런 무어의 걸작 만화 〈워치맨〉이다. 탁월한 초능력을 이용하려는 정부에 고용되어 특수요원으로 활약하지만, 그만큼 정부의 음모와 감시를 받고 살아가는 슈퍼 히어로 물을 그리며 앨런 무어는 슈퍼 히어로의 삶을 60년대 스파이물 주인공처럼 다루며 처연한 현실감을 획득한다. 올 가을 〈300〉을 감독한 잭 스나이더가 영화로 만들 〈워치맨〉이 이 만화의 영화판.

생활인으로 일반 사람 사이에 속해 살아가는 영웅은 아마도 현대의 셀레브리티 같은 존재일 것이다. 만일 사생활 관리가 안 되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 연예인 같다면 더욱 볼 만 하겠지. 슈퍼 히어로의 능력을 지녔지만 사생활 관리가 안 되는 〈핸콕〉은 생활인으로 맨얼굴을 드러내는 영웅을 소재로 한 코미디다. 어두운 방식으로 슈퍼 히어로의 삶을 상상한 〈워치맨〉과는 극단에서 〈핸콕〉은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인간을 그린다. 엄청난 능력을 가졌지만 수시로 주위에 피해를 줄 수 밖에 없는 악의 없는 사람. 연기력이 좋지만 경쾌한 외모를 지녔고 코미디에도 능한 윌 스미스는 〈핸콕〉역에 최적이다. 정부가 슈퍼 히어로를 관리한다는 〈워치맨〉과 비슷한 아이디어를 가족 시트콤으로 꾸민 픽사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과 비슷한 접근.

점점 현실적으로, 깊이를 가져온 슈퍼 히어로 물이 또 다른 도약을 하고 영화로 만들어져 우리 극장가를 찾는다. 미국 슈퍼 히어로 물과 먼 거리에서 살아온 우리에게도 최근 슈퍼 히어로 영화가 예전보다 좋은 흥행성적을 내는 것 역시 같은 이유일 듯 하다. 경쾌하게 노숙자에 가까운 슈퍼 히어로를 보여줄 〈핸콕〉과 진지함이 절정에 이른 〈배트맨 비긴즈 2: 다크 나이트〉를 통해 우리는 곧 슈퍼 히어로 영화의 현 지점을 확인할 수 있을 터이다.

2008년 7월 8일 화요일 | 글_유지이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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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p1434
멋지다   
2010-02-06 09:23
sasimi167
다크나이트 보면서 공포영화라고 생각했다..   
2008-12-30 13:54
mckkw
핸콕은 완전 양아치ㅋㅋ   
2008-08-29 12:38
ooyyrr1004
헐리우드는 영웅 만들기를 너무 좋아해   
2008-08-13 20:42
ldk209
다크 나이트.. 혼돈의 세계....   
2008-08-05 22:58
mvgirl
매력적인 슈퍼 히어로들의 세계   
2008-07-27 09:56
theone777
두근 두근.. <다크 나이트>   
2008-07-22 01:09
kpkp4610
불량영웅   
2008-07-2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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