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제품 및 브랜드를 광고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영화·뮤직비디오·음악 등을 말한다. 노골적으로 상품을 노출하던 기존 광고 방식에서 벗어나, 스토리 속에 브랜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투영시키자는 게, BE의 목적이다. 2001년 BMW가 데이비드 핀처, 리들리 스콧 등과 손잡고 만든 단편 영화 <더 하이어(The Hire)>에서 촉발된 BE의 사례는 국내에도 많다. 모토로라코리아가 류승완 감독을 통해 선보인 광고영화 <타임리스(Timeless)>가 대표적. 작년 윈저가 내놓았던 이병헌, 한채영 주연의 광고영화 <인플루언스>도 BE의 일례다.
윈저가 다시 한 번, 이병헌을 기용해 선보이는 <쉐어 더 비전>이 기존의 광고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4D기술까지 끌어안았다는 점이다. 4D자체는 이미 <아바타> <블러디 발렌타인>등의 3D 영화등을 통해 소개됐으니, 형식 자체가 새로울 건 없다. 다만, 광고라는 장르와 4D의 새로운 결합이라는 점에서 <쉐어 더 비전>은 독특함을 입는다. 일각에서 이 작품을, ‘상업광고의 진화’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성공을 꿈꾸는 남자 현민(이병헌)이 인생의 멘토를 만나 새로운 비전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총 3개의 에피소드로 그려진다. 국내 3D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영화의 3D 입체감과 공간감은 수준급이다. 그냥 “괜찮다”가 아니라, 몇몇 장면에서의 입체 구현력은 진심으로 “놀랍다.” 시청각을 넘어 촉각·후각·방향 감각까지 자극하려는 4D 시도들도 눈에 띈다. 카 레이싱 장면에 따라 좌석이 좌우로 움직이고, 베게 깃털이 날릴 때에는 바람이 나와 얼굴을 스친다. 주인공들이 위스키를 따를 때마다 전해오는 향기(실제 윈저 향이 아닌, 향수 냄새다)는 브랜드 윈저의 이미지를 가장 강하게 표현하는 장치다. 광고로서 이 정도면, 더할 나위 없다.
그렇다고, 이 작품의 영화적 의의를 저평가할 마음은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양윤호 감독이 이 프로젝트를 나름 영리하게 이용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양윤호는 오래전부터 3D 작업에 관심을 보여 온 감독이다. 결과적으로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 그는 <기생령>을 3D로 추진하기도 했었다.(<기생령>의 3D 프로젝트는 중간에 와해됐다) 이후 <쉐어 더 비전>은 완성한 그는 현재 ‘제주 자연환경 홍보물’을 3D로 촬영 중이다. 몇몇 인터뷰에서 3D 영화에 대해 밝혀 온 의견과 행보로 보아, 그의 목표 중 하나는 3D 장편 영화 완성임에 틀림없다. 그런 점에서 <쉐어 더 비전>은 양윤호 감독이 3D의 기술적 과제를 시험하기 위한 좋은 토양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3D 단편영화 <27년 후>(서울국제초단편영상제 사전제작지원작으로, 美 LA 3D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를 자신이 준비 중인 3D 장편영화 <AM 11:00>의 파일럿 필름으로 유용하게 활용한 신태라 감독처럼, <쉐어 더 비전>도 양윤호의 3D 장편영화를 위한 밑거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경험이 그가 훗날 만들 3D 장편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기여한다면, 이는 한국 3D 영화 산업의 입장에서도 일견 반가운 일이다. 우리는 이미 3D 경험 미숙 탓에, 개봉시간 변경까지 불사했던 <7광구>를 보지 않았나. 많은 일들이 시행착오를 발판삼아 발전해 간다지만, 그 시행착오를 100억이 넘는 대작을 통해 얻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끔찍하다. <쉐어 더 비전>이 단순한 의미의 ‘비싼 광고영화’를 넘어, ‘값어치 있는 광고영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를 품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2011년 8월 31일 수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