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마디
기억 속 어딘가에 무심히 버려져 봉인돼 있는 감정을 불러내는 영화다. 1990년대를 관통한 학번이라면, 이젠 과거가 돼버린 그 시절 그 시간 그 공간의 흔적들이 한없이 그리워 마음 한쪽이 아련해 질지 모르겠다. 감정을 쥐어짜지 않는 깔끔한 설계도면(시나리오)위에 질감 좋은 재료(배우와 미술)들이 유기적으로 직조됐다. 당신들의 첫사랑에게 보내는 작은 위안.
(무비스트 정시우 기자)
첫사랑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감정들이 있다. 풋풋함, 설렘, 두근거림, 그리고 시간이 지난 뒤 느끼는 아련함까지. <건축학개론>은 첫사랑과 관련된 모든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면서도 지나친 감상에 젖지 않으려는 태도가 인상적인 멜로영화다. 때로는 클리셰 같고, 때로는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들 법한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누구나 한 번쯤 돌아보고 싶은 첫사랑의 추억과 감정을 영화는 잔잔한 필치로 스크린에 담아간다. 여기에 90년대와 2010년대를 오가는 이야기 속에 녹아든 노스탤지어, 강남과 강북으로 대변되는 서로 다른 풍경들, 공간으로 감정을 담아내려는 노력 등 디테일한 연출들도 눈에 띈다. 영화는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세월의 흐름 속에서 과거를 잊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30대의 자조적인 반성도 함께 드러낸다. 앞만 보며 달려가는 사람들을 잠시나마 멈춰 세우는 영화의 엔딩이 아련하면서도 슬프다.
(경제투데이 장병호 기자)
2012년 3월 13일 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