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뭐든지 만들었다. 그런 말로 영화사에 기억됐으면 좋겠다” 그 스스로 끊임없이 변해왔지만 아직 완성된 스타일이 없는데다 완성된 스타일을 만들려고도 하지 않는 감독. 늘 새로운 주제와 형식으로 도전해온 구로자와 기요시는 핑크 영화부터 공포영화까지, ‘영화란 무엇인가’를 질문해 온 영화광 출신의 작가주의 감독이다. 1980년대 일본영화의 전설적인 작품으로 기억되는 <도레미파 소녀의 피가 끓는다>는 1985년 <간다천 음란전쟁> 이후 그가 영화감독으로서 두 번째 내놓았던 작품. 그 후 이 작품에 출연까지 했던 이타미 주조가 제작 총지휘를 맡은 영화 <스위트 홈>으로 메인스트림과 조우하지만 흥행에 참패했다. 1992년 발표한 <지옥의 경비원>은 대학시절의 8미리 정신으로 돌아간 그가 자기색깔을 다시 찾은 작품. 그 후 두 편의 비디오시네마와 6편의 연작 비디오시네마 <네 멋대로 해라>에 몰입한 그는 1997년 쇼치구 영화사의 후원 아래 5년 동안 구상해왔던 프로젝트를 완성하면서 메인스트림과 다시 조우한다. 그를 국제적인 감독으로 주목시킨 이 작품은 야쿠쇼 코지가 주연한 영화 <큐어>. 그의 컬트적인 세계관이 그대로 베여있는 이 ‘웰메이드 스릴러’는 야쿠쇼 코지에게 동경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기고 세계 3대영화제인 베를린, 깐느, 베니스에 차례로 출품하며 구로사와 감독에게 힘찬 재기의 성공을 예감케 했다.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는98년 <인간합격>이 베를린영화제에, 99년 <카리스마>가 칸느영화제 감독주간에, <위대한 환영>이 베니스영화제에 초청되고, <회로>가 칸느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출품, 국제 비평가 연맹상을 수상하는 쾌거로 이어졌다. 대학에서 8mm카메라로 영화제작을 시작, 1980년 일본의 장래성 있는 젊은 감독을 선발하는 피아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영화계에 입문한 그는 여전히 자신을 지켜주는 건 8미리 정신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거기엔 “선배 감독들이 모든 걸 다 해버려서 더 이상 새로울 게 없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래서 내가 무슨 생각을 갖고 와도 좋은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는 구로사와 감독의 젊은 영화적 정신이 살아있다. 익숙하지만 낯선 세계로부터 끊임없이 타전되는 위협과 공포를 현재와 가장 잘 접속시키는 그는 작년 부산영화제 기간에 있었던 부산프로모션플랜(PPP) 수상 프로젝트인 <로프트>를 한국회사인 미로비젼과 함께 만들었다. 2006년 <절규>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도쿄 소나타>로 그는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을 수상, 여전히 건재한 그 위상을 또 한 번 인정받았다.
필모그래피 2008 <도쿄 소나타> 2006 <절규> 2005 <로프트> <우메즈 카즈오 공포극장 1 - 곤충의 집> 2002 <밝은 미래> <도플갱어> 2000 <회로> 1999 <카리스마> <거대한 환영> <강령> 1998 <인간 합격> 1997 <복수 - 운명의 방문자> <복수 - 지워지지 않는 상흔> <큐어> <뱀의 길> <거미의 눈> 1996 <도어 3> <네 멋대로 해라 - 일확천금계획> <네 멋대로 해라 - 영웅계획> 1995 <네 멋대로 해라 - 강탈계획> <네 멋대로 해라 - 탈출계획> <네 멋대로 해라 ? 황금계획> <네 멋대로 해라 - 역전계획> 1991 <지옥의 경비원> 1988 <스위트 홈> <위험한 이야기 ? 夢幻物語> 1985 <도레미파 소녀, 피가 끓는다> 1983 <간다천음란전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