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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일상을 뒤집는 망상의 공포
로프트 | 2009년 9월 1일 화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공포영화들은 눈에 띄는 확실한 임팩트는 없다. 강한 캐릭터가 영화 전체를 대표하거나 귀에 거슬리는 소리나 잔혹한 고어 장면을 늘어놓지 않으면서도 스산하고 오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의 공포영화는 공포 그 자체에 주력하기보다는 공포영화라는 장르 안에 여러 장르를 섞으면서 그 영화가 장르 안에 귀속되는 것을 막는 식이었다. <로프트> 역시 마찬가지다. 공포영화로서의 요소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화면과 사랑, 망상으로 표현되는 판타지가 담겨 있다.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소설가 레이코(나카타니 미키)는 출판사의 독촉으로 연애소설을 쓰고 있다. 하지만 원인 모를 기침을 하고 심지어 흙을 토해내기도 한다. 편집장은 건강과 집필을 위해 도시에서 떨어진 한적한 시골집을 소개해준다. 이삿짐을 풀던 레이코는 집 안에 있는 이상한 짐들을 발견하고, 밤에는 맞은편 창고에서 사람 형상의 짐을 옮기는 고고학자 마코토(토요카와 에츠시)도 보게 된다. 의심스러운 눈으로 남자를 관찰하던 레이코는 그가 옮기던 것이 미이라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미이라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마코토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편집장이 수상하다. 집필을 이유로 레이코를 찾아오던 편집장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마코토와 관련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인지, 망상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로프트>는 ‘창고’라는 의미다. 표면적으로는 영화에 등장하는 도회지를 벗어난 시골집을 의미한다. 레이코가 새롭게 터전을 잡는 공간은 확 트인 공간으로 인해 오히려 그 범위가 좁아지고 경계가 만들어지는 압박의 공간이다. 어디든 갈 수 있지만, 반대로 어디로도 갈 수 없는 관념의 공간이고, 현실과 망상이 혼재하는 규명하기 어려운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장소적인 의미가 전부는 아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완벽하게 짜여진 폐쇄 공간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너무나 견고해 보이지만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고, 무미건조한 일상적 공간이지만 한 순간 사방을 조이는 공포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창고’라는 것은 단순한 공간적 배경이 아닌, 선과 악, 삶과 죽음, 미이라와 인간 등의 경계를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로프트’의 규정은 현실과 망상의 경계다. 인간의 내면이 나약해질 때 어두운 본성이 드러난다는 점에 주목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영화 속에서 고고학자 마코토의 과거를 통해 잠재된 공포를 드러낸다. 과거 레이코가 살던 집에 먼저 살았던 여자를 통해 마코토가 했을 수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일을 통해 현재 그의 내면을 지배하는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는 관객 역시 마지막 장면이 드러나기 전까지 마코토의 기억이 현실인지 망상인지를 명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현실과 망상의 실체가 아니다. 인간의 나약함과 악한 본성이 평범하기만 한 일상을 공포로 바꾸는 과정 자체가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로프트>는 단순히 공포영화의 일면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공간을 보여주는 영상은 오히려 아름답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피사체를 잡는 모습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낯선 느낌을 준다. 이는 두 대의 카메라를 사용하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독특한 촬영 방법 때문인데, 보통의 촬영장처럼 풀샷과 클로즈업을 잡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대상을 거의 같은 각도와 사이즈로 잡는 기법이다. 그럴꺼면 뭐하러 두 대의 카메라를 썼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는 미묘한 차이를 보여준다. 익숙하지만 조금 어긋난 시선은 관습적인 영상에서 벗어난 낯선 영상을 선보인다.

<로프트>는 사건을 파헤치는 스릴러도, 감정을 증폭시키는 공포영화도 아니다. 장르를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영화다. 인간의 어두운 내면이 일상을 잠식하는 두려움을 아름다운 화면으로 구현한 낯선 영화다. 여기에는 살인사건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조금씩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는 타인에 대한 막연한 경계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원한 아름다움과 사랑에 관한 탐욕과 저주다. 그로 인해 모든 것이 ‘창고’에 갇히게 되고 망상으로 가득차게 된다.

2009년 9월 1일 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나카타니 미키와 <러브레터>의 토요카와 에츠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영화는 일관성이 있다
-장르를 규정하지 말고 영화의 흐름 자체를 즐겨야 한다
-2005년 영화를 이제 개봉하다니, 뭔가 배신감이 밀려온다
-화면은 아름답지만 사건의 흐름 자체가 정적이다
-감독 이름만 듣고 지독한 공포영화를 예상했다면 졸음이 밀려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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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emo
잘 읽었습니다 ^^   
2010-03-19 21:27
nada356
일본 영화는 별로 무섭지가 않음.   
2009-12-03 22:19
rcy09
궁금..   
2009-09-07 12:48
mvgirl
구로사와 기요시...   
2009-09-05 11:59
drjed
구로사와 기요시라면... 근데 너무 늦게 개봉한다   
2009-09-04 01:47
skdltm333
허걱..2005년작...   
2009-09-03 21:56
justjpk
진짜.. 왠지 2005년작이라니깐..   
2009-09-03 13:45
gkffkekd333
무섭겠네요..ㄷㄷㄷ   
2009-09-02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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