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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은 싫다, 꼭 1등이 될 거다.' <걸 스카우트>의 막내 고준희
2008년 6월 9일 월요일 | 하성태 기자 이메일

요즘 인터뷰 하느라 힘들겠다.
아니.

거짓말! 나 같아도 싫겠는데. 하루에 몇 번씩 하려면 힘들잖아.
그래서 오늘 하나 줄여 달라고 했는데(웃음). 옷을 하나 준비 못해서(웃음).

그냥 편하게 얘기하자. 무슨 일 있나? 미니홈피 제목이 ‘아무렇지 않다면 거짓말!’이던데.
(놀라며)아까도 누가 물어보던데? 기자들도 다 보나 봐.

그냥 젊고 어린 친구들 만나면 어떻게 꾸며놓나 궁금해서 들어가는 거지.
무슨 일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닌데. 미니홈피에 들어 간지도 오랜만이라. 예전부터 노트북으로 배경음악 들으려고 미니홈피를 했다. 변태처럼 남 것 보러 들어가지 내 것 꾸미기 위해서는 잘 안 들어간다.

아, 변태처럼 남의 홈피 보러?(웃음)
우리나라에서 미니홈피가 잘 되는 이유가 사람들이 다 변태적인 (성향이) 있어 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남의 거 훔쳐보는 걸 좋아한다.

(웃음) 노래는 재즈 느낌도 나고 느낌있는 노래만 좋아하던데? 에릭사티란 이름도 반갑고(당시 고준희 미니홈피의 배경음악이 피아졸라의 ‘Libertango’와 에릭사티의 ‘난 널 원해 Je te veux’ 였다) 취향이 남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또 빅뱅 팬이라기에 진짜 취향이 뭘까 궁금했다.
빅뱅은 ‘그들’을 좋아하는 거지. 팬으로서 응원하는(웃음).

동년배 아닌가?
아니, 세, 네 살씩 어리다. 그런 거 있잖나. 우리 어렸을 때 HOT, 젝스키스가 지금 빅뱅 느낌인 거. 그때 내가 초등학생, 중학생이었거든. 지금 초등학생들은 빅뱅 좋아 할 거다.

난 그때 고등학생이었는데. 무려 여섯 살 차이다. 나, 나이 많다….
그럼 얼마 나이 안 되는데? 워낙 같이 연기 했던 선배들이 기본이 띠 동갑이기라. 내 역할은 20대 초, 중반이었는데 선배들이 다…. 김선아 선배도 띠동갑이고, 고현정 선배나 이미연 선배는 열 네 살 씩 차이 나고.

손현주 선배는 엄청 차이 나잖나. <여우야 뭐하니>를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 했는데….
근데 ‘닥본사’가 뭔가? 닥치고 뭐 그런 건가?

아니, 나도 아는 걸 모른다고?
그런 거 잘 모른다. 제일 싫어하는 게 줄임말이다. ‘여친’, ‘남친’도 싫다. 여자친구, 남자친구 했으면 좋겠다. 심지어 ‘물냉’, ‘비냉’도 싫어. 물냉면 주세요, 이래야 하지 않나(웃음).

하긴 그런 건 80년대 ‘말줄임’의 유물이긴 한데 요즘 다시 유행하는 거다. DC 같은데서 워낙 많이 하니까.
DC가 뭔가?

‘DC인사이드’라고 커뮤니티 사이트 있다. 앞으로 더 인기를 얻으면 DC에 ‘고준희 갤러리’도 생길 거다. 기사로 친절히 설명해 줄 테니 참고하시라(DC인사이드는 디지털 카메라 커뮤니티로 시작해 지금은 뉴스와 각종 갤러리들이 난무하는, 트렌드를 선도하는 거대 커뮤니티 사이트랍니다, 준희씨!).
인터넷은 나와 관련된 기사나 사진 보는 거? 미니홈피? 그리고 궁금한 거 물어보는 게 끝이다. 영화 다운도 못 받는다. 아이팟이나 MP3도 다 있는데도 동생이 해 주거나 매니저 오빠한테 부탁하거나.

위로 오빠나 언니가 없나 보다.
없고 동생 하나 있다. 원래 기계치고 기계랑 많이 안 친하다. 자동차에도 별로 관심이 없고.

그럼 선배들하고도 별 어려움 못 느끼겠다. 여유 있을 땐 뭐하고 시간 보내나?
(선배들하고) 빅뱅 얘기를 못해서 답답한 건 있는데(웃음).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고 영화 보러 다니는 게 끝이다.

맛있는 거 먹으러 가서 사진 찍고 미니홈피에 올리고?
아니, 디카도 아빠가 선물해 준 거 동생이 쓴다.

<걸 스카우트> 김상만 감독님이 (고준희씨가) 독특한 세계를 지녔다면서 겁주던데 별로 안 그런데?
(감독님이) 우리 나이 때랑 달라서 그런가?

낯가림은 원래 심한가?
낯가림도 그렇지만 모르는 사람 있는 자리는 안 간다. 그걸 아니까 괜히 가서 다른 사람까지 불편하게 안 하려고 아예 내가 가지를 않는 거지.

그래서 그랬나? 제작발표회 때는 어찌나 얼어있던지.
원래 카메라 앞에서 말을 잘 못한다. 메이킹 카메라 앞에서도 그렇게 말을 잘 못하겠더라. 캐릭터 설명도 잘 못하고. 연기 할 때랑 느낌이 다르다. 왜냐하면 대본이 없잖아(웃음). 이렇게 인터뷰를 해도 얘기를 하면 기자분이 다 정리해줘서 기사가 나가잖나. 정리해서 한 번에 답을 못 내리겠다. 그래서 말을 더 못하게 되는 거 같고. 아무래도 카메라 울렁증이 있나봐. 스틸은 워낙 많이 찍어서 상관없는데 특히 인터뷰 카메라에. VJ와 하는 촬영도 그래서 잘 못한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그런 것도 잘 해야 되는데.
제작보고회 때 이경실씨에거 구박을 너무 받아서 진짜 사이가 안 좋나 싶었다.
그런 자리는 불편하잖나. 그리고 그 구박이 사랑인걸(웃음). 덥고 화장실도 가고 싶은데 안 끝나는 거야. 그래서 언제 끝나느냐고 물어보니 이경실 언니가 “니 차례 때나 말 길게 해” 라고 하고. 똑같은 얘기해야 되고 계속 집중해야 되니까. 처음인 것 마냥 연기를 해야 되는데 내가 연기를 잘 못하나 보다. 그럴 때 뻔뻔하게 연기를 잘 해야 되는데(웃음).

오케이! 은지가 어떤 캐릭터인지는 절대 물어보지 않겠다. 어제 김상만 감독과 인터뷰를 했는데 고준희씨 연기를 굉장히 생생하게 봤다고 했더니 좋아하던데. 처음 골프장에서 욕할 때도 보통 해 본 솜씨가 아닌 듯 하고.
(웃음) 몇 번 촬영을 했는데 요즘 아이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서 ‘씨댕’으로 가자고 했다. 근데 18번 홀로 가라는 대사가 연결이 안 돼서 결국 못했다. 그 신을 좀 나중에 찍었는데 카메라 감독님이 여태까지 연기 중에 제일 좋다고, 니가 이렇게 연기를 했어야 됐다고 해서(웃음). 나도 힘들었다고, ‘이렇게 연기를 했어야 했는 데요 감독님!’ 그랬다. 현장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 카메라 감독님도 그렇고, 또 조명 감독님이 여자 분이고. 김상만 감독님은 스타일이 베토벤이라. 지금은 머리를 자른 거지만 처음 만났을 때는 머리가 이만했다. 베토벤같이 예술 하는 사람처럼. 실은 그 스타일에 끌려서 작품을 선택한 거다(웃음). 처음 미팅을 했는데 너무 특이한거다. 외모는 중후한데 말은 너무 수줍어하고.

감독님이 원래 TV를 안 봐서 젊은 친구들은 나중에 추언을 받았다고 하더라. 그 중 자기가 마음에 들었던 거지.
(살짝 삐친 듯) 그래도 선아 선배나 경실 언니가 다 추천했다고 하던걸?

어떤 기사를 보니 핫팬츠를 굉장히 싫어한다고 했더라. 근데 영화 속에서는 내내 핫팬츠 차림인데.
핫팬츠 되게 싫어한다. 그런 거 자체를 안 입는다. 가득이나 입지도 않는데 6개월 동안 입고 연기해야 되니까 더 불편했지. 처음에 감독님한테 안 입겠다, 차라리 긴바지에 나시를 입겠다고 그랬더니 안 된다더라. 결국은 감독님이 이겼지(웃음).

언제나 감독의 승리 아닌가?
사실 너무 찍기 싫어서 다쳤다고 거짓말 까지 한 적 있다. 흉터 때문에 햇빛을 보면 안 된다면서 생살에 반창고 붙이고 갔다. 감독님은 심지어 그 설정이 좋다며 그럼 반창고를 붙이라 길래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지. “알겠습니다!”

핫팬츠는 왜 그렇게 싫어하나?
그렇게 막 다리 내놓는 걸 싫어한다. 감추는 스타일이다. 근데 캐릭터가 노출이 있고 계절이 여름이라 노출이 많은 거지 원래는 치마도 집에 없다. 다 바지고, 티셔츠, 추리닝.

왜 그럴까? 키도 크고 몸매도 좋은 여자들은 원래….
결정적으로 입고 놀러 갈 때가 없다. 원래 놀러가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해서 집에 있거나 고작 맛있는 거 먹으러 가거나가 전부다. 남자 친구 만나러 가는 것도 아닌데 예쁘게 꾸미고 갈 필요도 없고. 평상시 화장도 잘 안 해서 사람들이 잘 모른다, 연예인이라는 것도(웃음).

거짓말! CF 찍은 게 몇 편인데. 못 믿겠는데.
진짜다. 정말 추리닝 입고 다니고, 크게 상관도 안 한다. 모자도 못 쓴다. 머리가 좀 큰 편인지 머리가 찡기는 느낌이 싫다. 눈도 그래서 렌즈도 안 끼고 안경은 정말 영화 보고 TV 볼 때만 낀다. 성격이 약간 남자다.

성격은 캐릭터로 따지면 <여우야 뭐하니>랑 비슷할 거 같기도 한데. 딱 떨어지진 않겠지만.
아, 고준희? 그렇게 되바라지고 그런 건 아니고 조용히 혼자서 즐기는 걸 좋아한다. 먹고 싶은 거 있을 때 혼자라도 가서 먹고, 갖고 싶은 거 있으면 돈 모아서 혼자 사러 가고.

나와 비슷한데 혹시 처녀자리?
맞아. 누구한테 선물 받으려고 하는 거 보다 오히려 나는, 사실 이건 이것도 변태 같은 건데, 나중을 위해서 사 놓는 것도 있을 정도다. 남자친구 생길 것을 대비해 선물을 사놓는다거나, 생일이 없는데도 일단 예쁘면 산다데. 나랑 안 어울려도 일단 사고 보는. 그리고 나중에 생일인 사람 준다. 왜냐하면 거길 또 갈 수는 없으니까 일단 사 놓는 거다. 해외 나갈 때는 특히 더.

(웃음)진짜 실용주의자인데? 이제 영화 얘기도 좀 해 불까. 시나리오는 재미있었나?
이런 여자 영화는 처음 봤다. 이때 아니면 은지란 캐릭터는 할 수 없을 거 같았고, 또 언제 그런 좋은 선배들을 한 번에 만나겠나. 또 나도 사람이니까 은지 캐릭터 위주로 볼 거 아닌가. 은주를 인상 깊게 본 게 여태까지 했던 캐릭터와 다르게 외모나 패션에 신경 안 써도 됐다. 풀어 놓을 여지도 많고 메이크업도 안 해도 되고. 핫팬츠에 나시는 안 입어도 될 줄 알았지(웃음). 왜냐하면 들어오는 시나리오에 캐릭터들이 기본으로 수영복이나 속옷 노출이 있고, 정사신이 있는 것들이 많았다. 연기상에서 노출을 꺼리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해 버리면 <걸 스카우트> 같은 작품을 과연 또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더라. 약간 트렌디한 것도 앞으로 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근데 또 주변 사람들은 아니라고도 하더라고. 전도연 선배가 <해피 엔드>를 찍었다고 해서 <프라하의 연인>을 못한 건 아니지 않느냐면서. 또 장진영 선배가 <소름>을 찍고 난 후 <싱글즈>를 찍었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불안 한 거 있는 거다. 제3자가 그렇게 얘기를 한 다면 할 말은 없지만 내가 나를 봤을 때 그런 예전 감정으로 다시 찍지 못할 수도 있고. 내 상태는 나만 아는 거니까.

네 명중에 가장 마지막에 합류 했다고 하던데.
그렇다고 하더라. 시나리오는 조금 일찍 받았는데 갈등도 조금 했었다. <사랑에 미치다>가 끝나지 않았을 때라 드라마 끝내고 차기작을 결정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왜냐하면 하나를 먼저 잘 해야지 중간에 결정하면 앞에 게 풀어질 수도 있지 않나. 그래서 다 끝내놓고 해야 된다는 생각에 시나리오도 못 읽었다.

도회적인 이미지라 노출도 있는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 온 건가? 그 얘기는 상당히 의외인데.
아무래도 <여우는 뭐하니>에서 모델 역할이어서 그런지 몸매가 좋은 줄 아나 봐. 모델 출신도 아닌데.

분명 일장일단이 있을 텐데. 그런 이미지가 아무래도 강하니까 꾸준히 역할이 들어오지만 또 노출이 있는 시나리오도 들어오는 거고.
찾아주는 건 감사하고 고맙지. 하고 싶어도 못하는 분들도 있고 나 역시 그랬으니까. 이런 기회가 있을 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고 싶은 역할이 게 다 들어오겠나. 지금도 역할만 좋으면 오디션을 본다. 모든 감독님들이 어떻게 날 다 알겠나. 김상만 감독님도 날 몰랐잖아. 내가 누구라는 걸 얘기하고 찾을 수 있게 똑같이 오디션을 보겠다고 얘기한다.

드라마는 벌써 두 번이나 투 톱을 연기했는데, 영화로 상업 장편은 이번이 처음이다(고준희는 ‘김은주’이던 시절 SF 옴니버스 <인류멸망보고서>에 출연했지만 개봉이 미뤄졌고, 그때 임필성 감독과의 인연으로 <헨젤과 그레텔>에 ‘잠깐’ 얼굴을 비췄다).
기회가 없었다. 오디션도 많이 보고 드라마 보기 전에도 했는데. 오디션은 항상 봤었는데….

드라마에 주연을 하고 난 뒤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가 정말 없었다고? 역시 똑같이 도회적인 이미지인 것들 뿐?
노출도 있고, 도회적인 이미지고. 패션 쪽에 관련 있는 역할도 들어왔었고. 또 생각해 보니까 그렇게 많지도 않았다. 정사신이 있는 것도 있고.

혹시 개봉한 작품은?
<더 게임>? 그거 말고 개봉한 건 없고, 이제 캐스팅 중인 것들. 한국영화가 힘들다고 하잖아. <걸 스카우트>를 찍고 나서도 지금도 작품으로 활동 하는 게 아니라 홍보로 활동하고 있는 거다. 촬영은 이미 12월 전에 끝났으니까. 자꾸자꾸 못 들어가는 게 그렇게 밀리니까. 다음 드라마도 그래서 12월에 들어가게 됐다.

다음 드라마에도 여전히 팥쥐?
항상 그렇듯이 팥쥐 들은 사연이 있잖나. <발리에서 생긴 일> 작가 선생님이 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꼭 하고 싶었고. 그 당시에 <발리에서 생긴 일> 안 본 사람들 거의 없잖은가.

예전 인터뷰를 보니 재미있는 얘기를 했더라.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물음에 신인들이 김은주 선배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롤모델은 분명 있겠지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앞에 놓인 잡지 표지를 보며) 만약에 사라 제시카 파커처럼 되고 싶어요, 하면 은연중에 그 사람을 따라 할 거다. 그래서 그런 답을 했던 거 같다.

요즘 여배우는 모두들 전도연처럼 되고 싶다고 하지 않나. 재미있는 게 <온에어>에 똑같은 대사가 나온다. 전도연이 오승아에게, 오승아가 신인에게 그런 얘기를 한다. 여배우들은 다 그런 생각을 할까.
(목소리를 높이며) 근데 그건 당연한 거다. 그들처럼 연기를 잘 하고 싶은 건 베이스에 깔고 일을 하는 거니까. 전도연 선배는 거기서 잠깐 나왔는데도 메이크업도 없고 연기도 너무 잘하더라.

그럼 다음부터 외국 배우 이름을 대라(웃음).
그래서 요즘 롤모델을 물으면 나탈리 포트만을 얘기한다. 고현정 선배랑.

<온에어> 봤다고 해서 하는 얘기인데, 성격이 아니라 지금 고준희란 배우가 걷고 있는 계단이 딱 체리 같다.
체리? (살짝 흘겨보며) 체리 같다는 게 아니지?

그럼. 성격을 어찌 알겠나. 지금 맡아온 역할들이 그렇게 오승아와 투 톱을 이루는 역할이라는 거지. 그럼 어떤 역할로 오승아처럼 톱의 자리에 오르고 싶나.
하고 싶은 역할은 <넌 어느 별에서 왔니>의 정려원 선배가 했던 시골 처녀 복실이 역할. 많이 챙겨보진 못했지만 볼 때 마다 재미있게 봤다.

역시나 조금은 안타깝지 않나? 아직 어린데도 도회적인 이미지로 굳혀지고 있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론 그런데.
안타깝다기보다…. 보는 사람은 어떤 느낌인지 모르지만 <여우야 뭐하니>나 <걸 스카우트>나 개인적으론 다 다른 역할이다. 보여주는 이미지가 아무래도 그래서…. 근데 외모상의 문제라 어쩔 수 없는 것도 같고. 키를 갑자기 줄일 수도 없는 거고.

젊고, 어려 보이는 여자들 이미지가 획일적이다. 자기주장 강하고 뭐 그런. 작가들이 그렇게 봐서가 아닐까도 싶고.
매번 그런 역할들이 들어온다. 그래서 처음이 중요한 거다. <여우야 뭐하니>를 사람들이 많이 봐 줘서 그 이미지가 강한 거 같고.

개인적으로 베스트극장 <새는>을 보고 팬이 됐다.
그걸 많이 좋아들 하고 그 작품 때문에 이렇게 됐을지도 모른다. 그걸 감독님들이 좋아하더라. 굉장히 열심히 찍었다. 저랑 친한 <라이프 특별 조사팀> 감독님은 그거 못하면 3년은 쉬어야 된다고까지 하더라. 그래서 그때 감독님한테 많이 때를 썼었고 끝까지 물고 늘어진 거지.

좋은 작품은 본인도 똑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건가.
내가 잘했다기보다 그 기회를 준 걸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 그때는 정말 연기를 만들어서 하려고 했던 게 지금 보면 눈에 보인다. 우는 장면에서도 감정 잡으려고 이어폰 끼고 음악 듣고. 그게 참 쓸데없는 짓인데. 그래서 선배들하고 일했던 게 보물이 된 거다. 누가 요새 감정 잡는다고 음악 듣고 그러나. 만약 <새는> 이후로 같은 또래랑 계속 연기했다면 그대로일 수 있었을 거다. 선배들에게 보고 배운 게 있어서 지금은 그러지 않으니까. 작품 할 때마다 조금씩 크고 성숙해 가는 건 모두 선배들 도움이 크다.

선배 복 많다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닌 거지. 사실 <새는>을 보고 ‘김은주’란 배우 나중에 스타가 되겠다는 예감을 그때 했었다.
진짜?(웃음) 왜 그때 사실 서지혜 선배도 같이 했었는데.

젊은 배우들에게 따라붙는 제2의 누구란 수식은 재미없지?
진짜 너무 감사하고 너무 고맙다. 예쁜 사람들 닮았다고 하면 누가 기분 안 좋겠나. 근데 그 사람을 따라가고 자꾸 비교되고, 그리고 그 팬들한테 욕먹는 게 싫은 거지(웃음). 연기 못한다고 도마 위에 오르는 건 상관없는데 닮은 것에 대해 얘기 잘 못해서 욕먹는 건 싫다. 연기나 내 걸로 욕먹으면 되는데 비교되는 건 조금 그렇지 않나(웃음). 바꿀 수도 없으니까. 내가 그랬나?(웃음). (댓글에) 내가 그런 게 아니라 기자가 그렇게 쓴 거다, 라고 말하고 싶을 때도 많다. 그래서 울은 적도 많고. 전 소속사에서 신인 때 프로필에 학교 얼짱, 제2의 누구 이렇게 쓴다는 거다. 그래서 ‘사장님, 하지 말라’고, ‘얼짱도 아니었고.’ 얼굴 커서 짱인 건지는 모르겠는데(웃음). 그런 식으로는 안 하면 좋겠다고 했다. 왜냐하면 누가 봐도 아니란 걸 알기 때문에. ‘2등이에요, 사장님. 이런 걸로 언론플레이를 해도 이미 늦었어요.’ 1등이 못될 거면 차라리…. 그래서 행사장이나 그런 장소도 잘 안 가는 이유가 공효진 선배나 김민희 선배는 내가 봐도 눈이 즐거우니까 좋다. 그들은 1등이 될 수 있다. 패셔너블하고 패션 쪽에서 인정하는 분들이니까. 근데 난 1등도 못하고 들러리밖에 안되니까 차라리 그들을 보고 즐거워하는 게 더 편하고 좋다. 괜히 사서 욕먹을 짓을 하는 거 보다.

비교 사진 올라오는 그런 거 말이지? 그럼 연기는 1등으로 가는 중간 단계인 건가?
맞다. 1등으로 올라가기 위해 여럿이서 중간고사 보고, 결과 나온 거 혼자 자책하고.

그럼 최종적으로 수능시험 보려면 아직 먼 건가?
항상 수능시험 보는 거 같고 재수하는 느낌이지.

시험 보는 꿈 아직도 꾸나? 난 이 나이에도 꾸는데….
수시로 대학을 가서 그런 압박은 없는지 모르겠는데 초조하거나 그러면 낭떠러지인지 옥상인지에서 떨어지는 꿈을 꾼다. 근데 붕 떠서 제대로 떨어지지는 않고 죽지는 않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날개가 달리지도 않았는데 붕 떠서 날아다니는 그런 꿈. 그것도 아니면 누구한테 맞는 거?(웃음)

지금은 그래도 신인 때보다는 일은 덜 불안하지 않나?
항상 불안하다. 어떻게 평가받을지도 불안하고. 이 일 하면서 느끼는 건데 우리는 월급도 없고 수입도 일정치 않잖나. 지금은 그게 큰 고민은 아니지만 나이를 한두 살 더 먹으면서 고민이 늘고 있다. 내가 나이를 먹었다고 느낄 때가 예전엔 전혀 걱정이 아니 던 것이 하나 둘 고민이 될 때다. 진짜 사소한 걸 예를 들면, 예전에는 진짜 메이크업을 안 하고 다니는 게 당연했다. 방송도 그래야 더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더! 더! 더!(웃음). 메이크업 해주는 언니가 요즘엔 예전의 너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럴 때 배우들도 똑같은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스물 넷 정도 된 여배우들 만나면 대학 졸업하고 취업하는 느낌? 또 20대 후반 되면 결혼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고.
진짜 그런 거 같다. 스무 살만 되면 뭔가 될 거 같았는데 꼭 그렇지도 않고. 실제로 스물네 살이 빨리 되고 싶었다. 여자가 스물넷부터 예뻐진단 얘기를 고등학교 때 들었나? 그래서 고등학교 때는 스무 살이, 스무 살 때는 스물넷이 빨리 되고 싶었지. 넷, 다섯, 여섯이 예쁠 때라 빨리 뭔가를 해야 되지 않나 싶고(웃음).

그럼 지금이 뭔가를 빨리 하고 싶은 때인가?
너무 많이 쉰 거 같다. 그래서 솔직히 겁나기도 한다. 사람들이 많이 잊어 버렸을까봐. 이렇게 (방송이나 언론에) 노출이 된 건 1년이나 됐다. 촬영은 하고 있었지만 작년 4월 초에 방송이 끝났으니까 거의 1년 만이다. 영화 선택은 후회가 없었고 끝나고 난 다음에 바로 드라마를 할 생각이었는데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거니까.

아까 순박한 시골처녀 역할을 얘기했는데, 사투리 연기도 해 보고 싶겠다.
그런 게 재미있을 거 같다. 사투리도 배우고 싶고. 부산에서도 살았기 때문에 조금만 하면 잘 할 거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뭔가를 배운다는 느낌이 좋다.

계속 이미지 얘기를 하게 된다. <새는>은 훨씬 어렸고 고등학생 역이라 순수한 이미지로 느껴졌는데 어느 순간 도회적인 이미지로 각인 되길래, 역시 이미지는 한 순간이지 싶더라.
맞다. <새는> 이랑 느낌이 많이 다르지 않나?

그래서 그런 이미지도 잘 어울리는 게 교복 때문은 아닐 텐데 하는 생각도 해 보고.
근데 이미지는 사람들이 만들어 주는 거니까. 사람들이 그런 이미지를 좋아하고 찾으니까 어쩔 수 없이 보여줘야 하잖아. 하고 싶은 건 정작 <새는>같은 청순한 이미지인데 자꾸 섹시, 팜므파탈로 찾아주니까. 감독님들도 원하는 게 그런 거니 나도 모르게 그런 걸 하고 있더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들어와야 하는 거니까.

<걸 스카우트>는 그런 면에서 여러 이미지가 혼재되어 있는데.
좀 다르지? 그리고 달라지려고 노력을 했는데, 많이 달라야 할 텐데. 그리고 잘 사는 아이가 아니잖나. 생각해 보면 부잣집 딸 역할은 해 본적도 없다. 다만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캐릭터들이었지.

평소에 눈물은 많나?
사람들 앞에서는 잘 안 우려고 한다. 감정 기복이 조금 커서.

그래서 어느 인터뷰에도 조울증 얘기를 했구나.
약간 조증이 있긴 한 거 같다. 근데 그럼 사람들한테 그걸 알릴 필요가 없으니까 밖으로 나가질 않지. 그래도 그런 감정은 언제 올지 모르는 거니까.

왜 눈물 얘기를 꺼냈냐면 <걸 스카우트>에서 새벽에 돈가방을 가지고 해결사와 만나는 장면이 참 좋았거든. 눈물 글썽이는 모습이.
아, 이런 얘기 처음 듣는데. 어떤 장면, 연기가 좋았다고 얘기해주는 기자는 처음이다. 다들 캐릭터 전체만 얘기하고 오히려 나한테 물어보지. 근데 기억하기 싫은 게 그때 모기에 너무 많이 물려서. 잠깐 서 있는데도 새까맣고 나방같이 생긴 모기들이 벌에 쏜 거처럼 다리를 물은 거다. 핫팬츠를 계속 입고 있으니 병 걸릴 까봐 걱정될 정도였다.
이런, 오해한 건가? 연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비하인드가.
감정신이 또 그거 밖에 없었다. 사실 현장에 준비를 많이 해 가는 편은 아니다. 그때그때 감정이 다를 수 있고 감독님이 원하는 것도 다르고 상대방의 리액션이 다 다르니까. 대본은 외워가지만 준비는 많이 안 한다.

김상만 감독님도 워낙 선배들이 기가 센 분들이라 걱정을 했는데 선배들하고 맞붙고 치고 받는 연기를 잘해서 다행이었다는 얘기를 하더라.
내 얘기를 많이 했나 봐?

얘기한 거 전부 끌어낸 거다(웃음) 무슨 얘기를 했지? 선배들과의 호흡은 어렵지 않았나?
그건 어렵지 않았다. 선배들이 이끌어 주고 맞춰만 가면 되니까 어렵진 않았다.

역으로 익숙한 이미지와 다른, 순박하고 소심한, 지금까지와 다른 역할을 하면 연기하기 더 어려울까, 아님 좀 더 연기를 하는 것 같아서 더 편할까?
<사랑은 미치다>는 차분한 역할이 이었는데? 그런 연기가 딱히 어렵지는 않고 오히려 발랄한 연기를 할 때가 더 어렵다. 평상시에는 그렇게 밝은 일이 많이 있나?

잘 안 웃는 스타일?
웃음이 많진 않다. 가끔 동생이 이해가 안 갈 때가 있는데 <웃찾사>나 <개그 콘서트>를 보면서 뒤집어 질 정도로 웃는 거다. 난 ‘웅이 아버지’ 정도면 모를까 동생처럼 그렇게 미친 듯이 웃은 적은 없는 거 같은데.

앞으로 드라마 촬영까지 시간이 좀 남았겠다. 그 전에 좋은 작품을 또 할 수는 있겠지만. 뭘 하면서 드라마를 기다릴 생각인가.
물론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하고 싶은데…. 최근 운동을 시작했다. 항상 식이요법으로만 다이어트를 했는데 그러다 보니 몸이 좀 안 좋아 지는 거 같아서 트레이너랑 운동을 시작했다. 하면 할수록 몸이 건강해 진다는 걸 느낀다. 밥도 꼬박꼬박 챙겨 먹으니까. 취미로 하는 바이올린도 계속 레슨을 받고 있고.

그래, 체력은 국력이니까. 평상시에 잘 밥도 잘 챙겨 드시고.
안 그래도 요즘 보약 챙겨 먹고 있다. 홍삼이랑 가시오가피?(웃음)

2008년 6월 9일 월요일 | 글_하성태 기자(무비스트)
2008년 6월 9일 월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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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k209
늘씬하니 이쁘게 생겼네...   
2008-06-09 23:02
ehgmlrj
생각했던 이미지하고는 조금 달랐던..^-^ ㅎㅎ
보니까 이름도 계명하셨던데..
앞으로 좋은 활동 기대할께욤..!!   
2008-06-09 18:45
bjmaximus
이름을 [여우야 뭐하니] 극중 이름으로 바꿨네.   
2008-06-0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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