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이후 오랜만의 영화 출연이다.
1년 하고도 두 달 만이다.
영화로 돌아오니 어떤가?
고향에 온 느낌.(웃음)
이번 고향의 무대는 좀 으스스하다. 공포영화에 출연했는데, 평소에 즐겨보는 장르인가?
아니. 공포영화는 무서워서 보지도 못한다. 그런 내가 공포영화에 출연했다는 것 자체에 스스로 놀란다.
언론시사회를 통해서 영화를 처음 본 것으로 알고 있다. 원래 배우들은 처음 볼 때 자기 연기만 본다고 하던데.
언론시사회 때는 그랬는데, VIP시사회 때 또 보니까 영화 전체가 눈에 들어왔다.
언론시사회에서 영화를 볼 때와 VIP시사회에서 볼 때 느낌이 다르던가?
VIP시사회 때는 영화를 좀 즐겼고, 언론시사회 때는 촬영장에서 있었던 일들이 자꾸 생각났다. 저 장면에서는 어떻게 감정을 잡아서 연기했고, 이 장면에서는 연기하기 참 힘들었는데 하고 말이다.
영화의 공포감이 나쁘지 않더라.
직접 연기한 배우들은 어느 부분에서 무서운 장면이 나오는지 아니까 공포감을 가늠하기 힘들지 않나. 공포감이 극대화되는 장면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으니까 도리어 걱정이 됐다.
다들 너무 재미있어 했다. 아! 영화는 어땠나?
음…
다 안다. 영화의 단점은 잊어 달라. 장점만.
(웃음)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영화의 장점이라면 배우들의 연기다. 극중 맡았던 인정이라는 인물을 잘 표현했는데, 다른 인터뷰를 보니 캐릭터 잡기가 쉽지 않았나 보더라.
아직 인물 분석을 철저하게 해서 연기로 옮길 정도로 프로는 아니다. <써니> 때와 마찬가지로 본능적인 연기를 한 것 같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은 데에서 오는 부담감도 컸다. 출연 분량이 많다보니 책임감이 나를 짓눌렀다.
그 부담감을 어떻게 떨치려 했나?
촬영이 끝날 때까지 떨치지 못했다. 다만 인정이를 표현할 때 평범한 여고생의 느낌을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무서우면 소리 지르고, 수다 떠는 그냥 우리 주변에 쉽게 볼 수 있는 여고생 말이다.
평범한 여고생을 잘 표현한 것 같다. 부산하게 움직이고, 수다삼매경에 빠진 인정이를 석호(김지석)가 귀찮아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일 정도였으니까.
그럼 다행이다. 실제로 그런 나를 지석 오빠가 귀찮아했다.(웃음)
귀찮아했던 지석씨나 박한별씨와의 호흡은 어땠나?
극중 출연하는 배우들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서로 의지하고 많이 도와줬다. 연기 경험이 부족하니까 지석 오빠나 한별 언니가 조언도 많이 해줬고. 모든 영화가 그렇지만 혼자 연기를 잘 한다고 해서 작품이 사는 건 아니잖나. 이번 영화가 공포 장르이다 보니 서로 놀라는 리액션을 잘 해줬다.
처음에는 너무 어색했지. 대상이 없으니까 감정도 안 살고 말이다. 이게 다 경험부족이다.(웃음) 처음에는 지석 오빠가 놀라는 모습을 보고 많이 참고했다. ‘아! 놀라는 표정은 저렇게 해야 하는 구나’라고
인적 드문 경기도 포천의 한 태권도 수련원에서 한 달 동안 촬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합숙도 했다고 들었는데.
한 달 동안 그리웠던 건 화려한 네온사인.(웃음) 어두컴컴한 곳에서 극기 훈련을 받고 온 기분이다. 몸은 힘들었지만 배우로서는 좋은 기회였다. 많이 배울 수 있었으니까. 다만 모든 게 너무 빨리 진행돼서 정신이 없었지. 캐스팅부터 촬영, 심지어 개봉까지 일사천리로 결정됐다.
뭔가 아쉬움이 남는 뉘앙스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캐릭터에 대해 공부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초반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것 또한 도움이 됐다. 빨리 적응하면서 즉각적으로 연기하는 방식을 알게 됐으니 말이다.
인정의 개인사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아쉬움이 남겠다.
그건 아니다. 영화 자체가 인물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여고생 인정을 비롯해 석호는 백수고, 소희(박한별)은 공포소설작가라는 것만 말해주지 않나.
영화에서 연기가 돋보였던 장면을 꼽으라면 인정이 발작하는 장면과 외딴 집에 온 이유를 알게 되는 장면이다.
잘 표현된 것 같나?
진짜? 다행이다. 발작 장면을 촬영할 때는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했다. 뭔가 잊어버린 기억을 찾으려는 찰나에 자신도 모르게 발작을 일으키는 상황인데, 감정 잡기가 쉽지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하고 현장에서 본능적으로 연기했다. 거짓말처럼 안 보이려고 노력했는데 결과가 좋았다. 발작 연기를 옆에 본 한별 언니는 준비해온 거냐고 묻더라.
공간이 주는 음산한 분위기도 한 몫 했겠다.
그건 또 아니다. 워낙 사람들이 많고, 시끄럽다 보니 집중이 잘 안 됐다. 그냥 시험공부 덜하고 간 마음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잘 나와서 다행이다.
외딴 집에 온 이유를 알게 되는 장면은 어땠나?
그 장면을 촬영할 때 너무 슬펐다. 감정적으로 보면 그 장면 촬영할 때 가장 집중했다. 친구들도 그 장면이 너무 슬펐다고 하더라. 그 때 아! 성공이다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더 마음에 들었다.
나도.
그래야 관객들이 인정에게 감정 몰입을 할 수 있으니까.
잘 들어보면 인정이 엄마를 찾고, “잘못했어요”라고 울먹이며 말한다. 시나리오 상에는 없었는데, 감정에 취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뱉은 거다. 아마 관객들이 이 장면을 보면 인정에 대한 감정이입이 더 잘 될 거다.
<두 개의 달>의 배우들 중에서는 막내다. 귀여움을 독차지했을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현장 식구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인물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귀여움을 못 떨었다. 한별언니도 내가 잘 웃고 재미있는 앤 줄 알았는데, 실상 다른 모습이어서 놀랐다고 하더라.
연기뿐만 아니라 OST도 참여했다.
어색하다. 내가 한 것에 만족을 하는 성격이 아닌데, 이번에는 부끄럽기도 하다.
그런 편이지. 뮤지컬도 했었고. 드라마 <프로포즈 대작전>에서도 박혜경의 ‘고백’을 불렀었다. 노래할 기회가 종종 오는 것 같다.
평소에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있다면?
다 좋아하는데, 데미안 라이스 음악을 자주 듣는다. 아무래도 언니의 영향이 크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기점으로 음악에 대한 애정을 키워나갔다.
연기에 대한 애정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어렸을 때 유치원 학예회에서 청개구리 역을 하고 연기에 재미를 붙였다. 어렸을 때는 잘 놀고, 매사에 적극적인 아이는 아니었다. 부모님의 맞벌이로 인해 종일 유치원에 있었는데, 그 때 외로움을 느꼈던 것 같다. 우연치 않게 연기를 하게 됐는데, 그 외로움에 사무쳐서인지, 학예회 때 오열연기를 했다.
어렸을 때의 외로움이 연기를 시작하게 된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부모님이 많은 사랑을 주셨지만, 항상 옆에 있어주시지는 못했다. 당시에는 그게 정말 싫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상황이 지금 이 자리로 오게끔 했던 것 같다.
드라마, 시트콤,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연기 경험을 했는데, 그 중 가장 자신의 역량을 잘 보여줄 수 있었던 건 무엇인가?
에너지 표출 방식이 다르고, 희열감도 다르다. 굳이 꼽자면 영화. 내 안에 감춰져 있던 연기 본능을 깨워줬으니까.
영화를 하면서 연극이나 뮤지컬을 병행할 계획인가?
기회만 주어진다면 다양한 곳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
2011년 <써니>의 욕쟁이 진희로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오디션 때 강형철 감독은 뭐라고 하면서 캐스팅을 했나?
연기 천재!(웃음) 대형 기획사에서 온 친구들을 뿌리치고, 나를 캐스팅해주신 감독님에게 너무 감사하다. 나에게는 은인 같은 분이다.
평소에 화를 안내시는데, 딱 한 번 혼났다. 극중 진희가 두 번째 욕배틀 할 때다. 보조 출연자도 많고, 야외 촬영이라서 나도 모르게 흥분을 했다. 촬영이 시작된 줄도 모르고 계속 놀다가 참다못한 감독님이 “집중 좀 하지”라고 하셨다. 그때는 정말 죄송스러웠지.
시나리오에도 있었겠지만 욕을 많이 해야 한다는 사실에 거부감은 없었나?
거부감이 있었으면 시작하지 않았을 거다.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를 만났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써니>는 나를 비롯해 같이 출연했던 친구들에게 고맙고 평생 잊지 못하는 작품이다.
<두 개의 달> VIP시사회 때 <써니> 멤버들이 와서 축하해주고 영화도 같이 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고맙지. (남)보라도 오려고 했는데, 하필 같은 장르의 영화가 같은 달에 개봉해서. 뭐 난 시사회 때 갈 거다.
우연치 않게 남보라씨가 출연한 <무서운 이야기>와 2주차이로 개봉한다.
우리끼리는 통화도하고 자주 만난다. 전혀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위치도 아니고. 무슨 대결이냐 하고 열심히 수다만 떤다.
그래도 <두 개의 달>이 <무서운 이야기>보다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웃음)
(웃음) 두 영화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다. 그래도 <두 개의 달> 파이팅!(웃음)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있다면?
솔직한 감정표현. 속에 있는 말 시원하게 하고, 이미지 관리 따윈 생각하지 않고 모두들 즐겁게 해주는 모습. 아마 사람들은 이런 나의 모습을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 아! 또 하나가 있다. 볼수록 예뻐 보이는 거.
아니 ‘볼예’(웃음). 처음 보면 다들 특이하게 생겼다고 하는데, 볼수록 예뻐 보인다고 하더라. 뭐 믿거나 말거나지만.(웃음)
최근 <코알라>라는 작품을 끝냈다고 들었다. 어떤 작품인가?
<코알라>는 청춘들의 꿈과 좌절을 그린 작품이다. 주제가 약간 식상할 수 있지만,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는 영화다. (박)영서 오빠나 (송)유하 오빠와 함께 출연하는데, 호흡도 좋았다.
그 영화에서도 여고생인가?
아니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자립심이 강한 아르바이트생이다. 포장마차를 비롯해 수제 햄버거 집 등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우울한 청춘이다.
다른 여배우들과의 사뭇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개성이 남다르다고나 할까. 이건 장점일 수 있지만, 단점 또한 될 수 있다.
장점이든 단점이든 간에 일단 다양한 작품에서 개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주·조연 상관없이?
작품에서 빛이 날 수 있다면 상관없다. 어떤 캐릭터든 자신 있게 연기할 수 있으니까.
2012년 7월 17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12년 7월 17일 화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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